인간이란 으레 욕심쟁이다.
스포츠카를 사면서도 실용성을 잃긴 싫고,
큰 힘을 내면서도 기름값 많이 나가는 건 싫다.
특히나 자동차를 구매할법한 연령대의 인간은
가족을 동반한 경우가 최근엔 줄었지만
여전히 많기때문에, 고성능차를 사더라도
가족들을 태울만큼의 공간 및
신차다운 편의장비를 주로 요구함.
나는 사실 이런 차들은
이도저도 아닌 차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고
차량을 구입할 땐 구입 목적이
확실해야 만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만
두 마리, 아니 그보다 더 많은 토끼를
한 방에 잡고싶어하는 수요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차량이
스포츠 세단인데, 거기서 심지어
국산이라 차량 가격과 유지보수 비용까지
남들보다 크게 저렴한 쏘나타 N-Line.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디 엣지로
새로 태어난 쏘나타를 기반으로 한
이 두 번째의 쏘나타 디 엣지 N-Line은
이제 가솔린 전 라인업에서 선택 가능하다.
테스트 차량은 2.5 터보 퍼포먼스가 적용된
(원래 N-Line의 의미였던) 가솔린 2.5 터보 모델.
바꿔 이야기하면 이제 N-Line은 외장 패키지가 됨.
물론 여전히 '2.5 터보 퍼포먼스'는 N-Line에서
독점으로 선택 가능하지만, 좀 그렇네.
이전의 쏘나타 N-Line은 이미
내 블로그에 시승기가 있고, 그때 나는
'N-Line이어서 좋다'고 했었다.
그 당시엔 N이라고 해봤자 벨로스터 N만
시장에 나와있는 상태였고,
난 벨로스터 N의 N 코너 카빙 디퍼렌셜이
인위적으로 차를 잡아당기는 느낌이 심해
별로 안 좋아했고 지금도 싫다.
또, 작성한 게 2021년 3월이었으니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좋아진
현대차의 개선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글.
과연 2024년 중반에도 여전히
이 차량이 중도의 길을 걸어서 충분한지,
여전히 'N-Line이어서 좋을'지
쏘나타 디 엣지 N-Line(2.5 터보 퍼포먼스)와
두루 함께 달려보면서 파악해보자.
이건 'N-Line'이란 점이 핵심인 글이지
쏘나타(DN8)가 쏘나타 디 엣지로 바뀌면서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짚는 글이 아니기에
간단하게만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기존의 쏘나타(DN8)는
12.3" 클러스터 + 10.25" 내비게이션의 조합.
반면 쏘나타 디 엣지는 최근 추세에 맞춰서,
그리고 새 전장시스템인 ccNC가 적용됨에 따라
12.3" 클러스터 + 12.3" 내비게이션으로 바뀌었다.
운전대 역시 기존의 헤벌레 웃던 디자인에서
전기차를 염두에 둔 디자인으로
다른 현대차와 통일된 모습인데,
손에 잡히는 느낌은 기존보다 약간 낫다만
정말 돌리고 싶은 그런 느낌은 아님.
여전히 나한텐 BMW의 M 스티어링 휠이 최고.
시트는 기존과 큰 차이를 못 느끼겠고,
그 말인 즉슨 여전히 좋은 평을 주긴 어렵다.
아주 본격적인 고성능 모델이 아니더라도
꽤 본격적으로 잡아주는 시트를 넣은 차들이 있는데
이건 그냥 기분만 내는 정도 아닌가 싶네.
난 가죽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좌 / 우 볼스터 뿐만 아니라 등받이 전반이
스웨이드가 아닌 가죽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트 최저 포지션이 너무 높다.
높아서 그런지 내가 원하는 당겨앉는 포지션엔
머리가 A필러 상단과 부딪히기 일보 직전.
제네시스 G80과 동일한 문제인데
이래서 현대차가 만든 승용차는 못 타겠음.
그나마 디 올 뉴 그랜저는 좀 덜함.
외관 디자인은 N-Line을 위해 바꾼 건가
싶을 정도로 과격한 모습이 찰떡 궁합.
다만 쏘나타 디 엣지의 디자인 자체가
어디에 어울리냐를 따졌을때의 이야기지,
난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쏘나타 N-Line이
훨씬 깔끔하면서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번 쏘나타 디 엣지 N-Line은 뭐랄까
태생부터 점잖음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보임.
더 솔직하게 말하면 양카스럽다.
큰 힘을 품은 차량들은 생김새나
도로 위에서의 주행 패턴 및 태도나
고성능 차량이란 사실을 가급적
숨기고 다니려는 모양새가 대부분인데
오히려 이건 너무 대놓고 이마에
'나 고성능차예요'라 써붙여놔서 부담스럽다.
기존의 N-Line은 중도의 길을 걸어서
너무 드러내놓고 고성능 버전인 티가
막 나지 않아 좋았었는데,
이번엔 한 쪽으로 너무 치우쳤음.
적어도 외관 디자인은 그렇다.
과연 차량의 본질과 내실까지 그럴까?
고성능이라고는 했지만,
이런 큼지막한 중형 세단에서
제일 중요한 건 역시나 승차감.
이전의 쏘나타 N-Line은 뒷 서스펜션이
나무 막대기로 된 듯 굉장히 단단하고
힘이 많이 들어간 모습이었기 때문에
앞좌석에서는 분명 탈만했지만
뒷좌석에 어른들 태우긴 좀 그런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제 쏘나타 디 엣지 N-Line은
역시나 최신 현대(기아)차처럼 하체의 유연함이
종전에는 찾을 수 없던 수준으로 올라왔다.
뒤에 집중되었던 힘이 이제 네 바퀴 전반에
걸쳐서 두루 조금씩 준 듯한 느낌이라
전 좌석이 일관되게 적당한 편안함을,
중형 세단다운 승차감을 누릴 수 있다.
둥실둥실 떠가는 물침대 스타일의
차량을 원한다면 애초에 이 차를 보지도 않겠지만,
그런 이들은 분명 이 차량의 승차감이 불만일 것.
그러나 무조건 부드럽고 출렁인다고
좋은 승차감이라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ECS(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디 올 뉴 그랜저보다도 디 엣지 N-Line의
승차감이 훨씬 편안하게 느껴지고, 좋다.
큰 중형차라는 본분을 여전히 잊지 않았다.
노면을 읽긴 하지만 페이스리프트 이전보다
확연히 덜해졌고, 올라온 충격에도
끝부분이 약간 동글동글해져서
약간이나마 매끄러워졌다.
이에 비하면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쏘나타 N-Line은
승차감이 훨씬 푸석푸석하고 건조하다 해야하나.
아직도 살아있다는 점이 놀라운
르노삼성 SM6 TCe300과 비교하면
로장주 안 붙이고 태풍 로고 그대로니 르노'삼성' 맞잖아
SM6쪽이 훨씬 승차감에 비중을 둔 모습.
네 바퀴가 (디 엣지 N-Line 대비)바람을 뺀 것 처럼
노면에 붙기 때문에 차가 경직됐단 인상이 없다.
다만 방지턱을 넘어갈 때 뒷 차축의 흔들림은
구조적 한계상 SM6가 여전히 어쩔 수 없으므로
방지턱의 나라 대한민국에선
쏘나타 디 엣지 N-Line과 동률.
'각자 잘 하는 부분이 있다' 정도로 마무리 가능.
승차감 측면에선 한 쪽으로 붙었던
쏘나타 디 엣지 N-Line의 개성이
다시 중도의 길로 돌아온 모습.
그래도 N-Line(2.5 터보 퍼포먼스)를 골랐단
느낌 정도는 운전자에게 여전히 전달하면서도
전작보다 승차감 개선이 두드러져서
어떻게 보면 이도저도 아니지만,
스포티하단 '기분' 정도면 충분한 많은 이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을만한 승차감을 확보했다.
그럼 N-Line(2.5 터보 퍼포먼스)에서
제일 중요한 포인트인 파워트레인은?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아쉽게도 없다.
기존과 동일한 세타 III 2497cc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에
8단 습식 DCT를 물렸는데
최고 출력 290마력, 최대 토크 43kg·m.
N 파워 시프트(NPS) 기능이 생겼지만,
어떤 주행 모드를 놓건
박진감 있는 변속감은 찾기 어려웠다.
물론 나는 M3(G81)의 M 스텝트로닉도
성에 안 찬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다만
그래도 DCT라면 최소한 스포츠+ 모드에선
클러치를 박진감 있게 붙여
시원하게 땅땅 쳐주는 변속 충격을
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
하기사 이 차량을 구입할 일반적인 고객들은
그 정도의 변속 충격이 올라오면
아마 블루핸즈로 직행할 수 있기에
이 정도에서 마무리한 게 아닌가 싶다만,
명색이 N-Line에 N 차량들보다도
큰 엔진을 얹었다면 조금 더 강력했으면.
출력 면에서는 아쉬울 게 전혀 없다.
밟으면 밟는대로 튀어나가고,
이 높은 토크를 앞 바퀴로만 받으니
토크 스티어 현상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고속도로에서 상당한 페이스를 선보이고 싶으면
저렴한 차량들 중에선 바로 이놈이 제격.
출력감은 당연히 상대적으로 높은 출력만큼
SM6 TCe300보다 앞서지만,
엔진의 회전질감은 그저 평범한 수준인지라
SM6 TCe300이 회전수를 끌어올려
엔진을 잡아돌리고 밟는 맛은 훨씬 좋다.
특히 SM6는 변속기까지 더 좋기 때문에
쭉쭉 나갈때의 느낌만큼은 완승.
다만 실제로 밟기 시작하면 디 엣지 N-Line이
월등하게 SM6 TCe300보다 빠르다는 점.
파워트레인이 지나치게 온순하지도 않고
또 너무 과격하지도 않아서 이 역시도
중도의 길 위에서 잘 버티고 있다 볼 만 하다.
다만 이런 차량으로 밟아도 얼마나 밟겠냐 싶고,
그럴 거면 밟는 동안 더 짜릿하고 더 즐거운
SM6 TCe300이 파워트레인은 훨 낫지 않나 싶다.
N-Line이면 으레 기대할법한
코너링 및 핸들링, 스티어링 감각은
전반적으로 특징이 많이 줄었다.
앞서 말했듯이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쏘나타(DN8) N-Line은
후륜에 힘을 빡 준 느낌이 강해서
그게 주로 든든하게 받쳐주는 인상이었기에
아주 높은 페이스가 아닌 이상
자신감 있게 코너에 들어갈 수 있었고,
앞머리의 코너 진입이 빠른 차량이 아니었지만
뒷 차축의 단단한 서스펜션 덕에 급 조작 시엔
반응이 빠르단 '느낌'을 줘서 재밌었는데
이젠 개성이라는 것이 하나도 없어진 느낌.
그냥 쏘나타 디 엣지(1.6 터보 가솔린)보다
약간 더 반응성이 빨라진 차량 정도.
코너를 돌아나가는 속도 자체는
종전보다 약간 빨라졌거나 동일하다.
SM6 TCe300보다 빠른 건 맞는데
재미 면에서는 둘이 비등하게 없다.
SM6는 운전대 무게감이 너무 헐렁헐렁하고
초기형 SM6보다 피드백도 많이 줄었으며
뒷 차축의 반응성이 무뎌져서 별론데
쏘나타 디 엣지 N-Line은 운전대 얘기 빼곤
운전대 조작에 대한 느린 차량 반응 및 피드백 감소는
SM6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지향한 방향과
거의 동일하게 바뀌었다. 나한텐 싫은 변화.
현대자동차가 기존 쏘나타 N-Line의
고객층을 분석해본 결과, 원 의도와 다르게
그냥 '2.5 터보 엔진의 빠른 가속력'만을 원하고
별다른 와인딩 및 과격한 코너링을 하지 않는
이들로 주로 이루어져있단 결과라도 얻었나
N-Line을 구입해야 할 이유가
코너링 및 핸들링 면에선 하나도 없을 정도로
차량이 지나치게 심심해졌단 느낌이다.
당연히 그랜저 G3.5 같은걸 타다 오면
이게 스포티하다 느껴지겠지만,
현재 전반적인 자동차시장 상황을 보건대
쏘나타 디 엣지 N-Line은
N-Line 타이틀이 무색하게 심심하다.
오히려 이런 별도의 고성능 향기가 풍기는
뱃지따위 없는 더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나
디 올 뉴 스포티지가 훨씬 스포티하다.
이 둘은 놀랍게도 승용차가 아닌 SUV.
'쏘나타(DN8) N-Line이
N-Line에서 멈춰서 만족스럽다'라는
과거의 평은 앞서 밝혔지만
'벨로스터 N이 주는 인위적인 느낌이 없어서'
N 개발진들이 깨달음을 얻은 듯 하다.
BMW M 차량스러운 냄새도 싹 빼버리고
N 코너 카빙 디퍼렌셜은 공격성을 유지하면서도
작동감, 바퀴를 잡아당기는 감각이
훨씬 자연스럽고 즐거워졌다.
이젠 확실하게 'N이 아니어서 아쉽다.'
제동력은 아주 만족스럽진 않았는데,
그 원인은 브레이크가 아닌 타이어.
N-Line이라고 해도 계속 피렐리의
P Zero 올 시즌을 쓰는건 너무하잖아.
앞으로 잘 나가면 잘 서는 건 더 중요하고,
제동 시 브레이크 못지 않게 중요한 게 타이어.
N-Line이란 트림명이 어찌되었건
단순히 외관과 내장을 치장하는 수준에
그치는 트림이 아니고, 별도의 파워트레인과
별도의 서스펜션 설정값을 지니기 때문에
그럼 신발 역시 좀 맞춰서 업그레이드 하는걸
다음 번엔 부디 잊지 않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보탤 여담.
N-Line 트림에는 BOSE 12 스피커 오디오가 기본.
기존 쏘나타(DN8) N-Line과 표면적으로는
차이 없이 동일하지만, 들어보면 아니다.
위에 언급한 ccNC가 적용되면서
전장 시스템이 바뀐 탓인지, 오디오 성능이 떨어짐.
기존 쏘나타(DN8)의 BOSE는
전반적인 균형감이 양호한, 괜찮은 소리였는데
이젠 중역대, 중고역대가 답답해진
먹먹한 소리가 나는 걸 보니 망했다.
어쨌든 이 옵션형 오디오가 N-Line에서는
기본으로 탑재되는 걸 보고
난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 때문인가 싶었는데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가상 사운드)은
2.5 터보 퍼포먼스에서만 기본.
바꿔 말해 일반 가솔린 2.0 및 1.6 터보에서의
N-Line에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이 없지만
BOSE 오디오는 기본이라는 뜻.
뒷좌석 열선을 컴포트 IV(64만원)에 인질로 잡아
3650만원짜리 차에 옵션으로 분리해둔 N-Line에
쓸데없는 BOSE 오디오는 기본인 게 어처구니.
기존 쏘나타 N-Line 시승기 말미에
현대차에서 준 테스트카가 풀 옵션임에도
3990만원인 것이 상당히 저렴하다 했었는데
이제 쏘나타 디 엣지 N-Line(2.5 터보 퍼포먼스)는
시작 가격이 3937만원(3650 + 267).
2.5 터보 퍼포먼스가 267만원이므로
이것만 떼어서 보면 나쁘지 않지만
N-Line의 시작 가격 자체가 높고
이외에도 컨비니언스 II, 컴포트 IV, 파노라마 썬루프,
빌트인캠 II +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등의
별도 유료 선택 옵션들이 준비되어 있다.
이것들을 다 더하면 4303만원.
최근 추세 치고 나쁘지 않은 인상폭이라고?
맞긴 한데, 이 정도 금액대면
선택지가 매우 넓어진다.
예전같았으면 중형 세단이라는 장르는
찾는 이들이 많아서 좀 달리는 중형차 하면
이 차량을 큰 고민 없이 추천할만 했지만
이제 '중형 세단'이라는 것이 망하기 일보직전.
물론 실제로 망하진 않겠지만
기존의 높았던 아성 대비해선 엄청나게 내려왔지.
안 그래도 비 인기 차종이었는데
이제 모태가 된 쏘나타 디 엣지마저
비 인기 차급으로 전락해버렸으니
쏘나타 디 엣지 N-Line(2.5 터보 퍼포먼스)이
세간의 이목을 끌기란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하나하나 뜯어보니
이 차량은 종전보다도 더
'중도의 길'을 확실하게 걸으려 했으나
요즘같은 숏폼과 자극적인 가짜 뉴스의 시대에
튀는 색깔이 없는 중간 지점은
사람들의 관심과 선택을 받기 힘들다.
그래서 쏘나타 디 엣지 N-Line(2.5 터보 퍼포먼스)는
중도의 길을 착실하게 걸어서
낭떠러지로 도착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