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타고 돌아다니는 호주 로드트립,
이번 편이 드디어 다섯 번째 글.
아랫동네 멜버른으로 오는 글 하나
그리고 멜버른 주변 드라이브까지
네 편으로 쪼개져있는데
5편 역시 멜버른 인근.
총 여덟 편이 될 예정이니
이제 절반이란 분기점 갓 넘음.
미국 여행기도, 최근에
일본 네 번 몰아친 것(예정)도
얼른 써야되는데 언제 다쓰냐..
멜버른 上편은 멜버른의
서쪽 위주로 돌아다녔다면
이번엔 동쪽으로 가 볼 것.
멜버른의 동쪽은 내 생각엔
한국 관광객들이 자주 갈만한
그런 동네는 전혀 아니다.
시드니나 멜버른 중심지 혹은
인근 관광지에서는 한국인이
수 없이 많이 출몰했었는데
이쪽 동네에서는 정말 외국답게
외국인밖에 보지 못했음.
그런 미지의 세계로 이제 출발.



늘 그렇듯이 아침밥 먹고 시작.
이 날 아침엔 차를 안 가지고 나가서
아점을 대충 먹고 왔었는데
식당 이름이 Ponyfish Island.
아무리 봐도 이 근방에 주차를
싸게 할 만한 데가 하나도 없어서
남는 게 시간이라 그냥 걸어왔음.
원래 멜버른 뚜벅이하는 날에
밤에 한 잔 하고 오려던 식당인데,
역시나 일정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아서
이 날 아점으로 먹으러 뒤늦게 방문.
점심먹기전엔 숙소 바로 뒤에
BYD 매장이 큼직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그 당시엔 아직 국내 정식 진출 이전이라
대충 봤는데 그 둘러본 후기는 여기.
Ponyfish Island는 누가 봐도
가격 좀 나가게 생긴, 강 위의 바인데
생각보다 가격도 되게 저렴하고
파는 피자도 꽤 맛있었음.
우리나라에서 한강 한 가운데다
작은 섬 하나 띄워놓고 그 위에
양식 바를 차린다고 생각해보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음식이 싸긴
어려운 곳일텐데 여긴 아니야.
$15짜리 슈프림 피자를 시켰는데
저만한 사이즈가 나온 것도 놀랍고
피자 한 판이 그 물가 비싼
호주에서 단 돈 $15인것도 경악.
우리나라에서 만삼천원에
저만한 피자 파는 데가 어딨어.
이름은 슈프림 피자인데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식 슈프림 피자랑
유일한 공통점은 위에 햄이 많다는 거.
그 외엔 올리브랑 말린 토마토가
존재감이 훨씬 강해서 한결 산뜻하다.
햄의 맛도 미국보단 유럽에서 온 느낌.
다 먹었더니 배불러.
딸기 쉐이크는 특출난 것 없이
그냥 딸기 쉐이크였지만
딸기 쉐이크는 맛 없을 수 없는
금단의 음료수이기 때문에 성공.






밥도 넉넉하게 먹었겠다
정말 못 봐 주겠는 상태의 차도
조치를 취해야겠어서 출동.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세차장
해외에서 수 없이
그간 차를 타고 다녔지만
세차를 하는 것은 놀랍게도
이번이 처음이다. 정말.
얼마 전에 미국 갔을 때도
5천km 넘게 탄 알티마
세차 안하고 그냥 반납했는데
차마 르반떼는 그리 놔둘 수 없어
큰 맘 먹고 전격 세차장 방문.
알아보니 멜버른 서편에
얼티밋 카 워시가 괜찮나보더라고.
가서 셀프세차 하려고 하는데
기계가 내 카드 중 어느 것도
전혀 받아먹질 못해서
고압수나 폼건 사용이 안 돼
세차중인 옆사람한테 물어봤는데
카드 인식 오류로 자꾸
결제를 토해내길래 그냥 포기.
컨택리스 기능 되는 카드
다른 곳에서는 다 인식하던데
유독 여긴 컨택리스 없는 내 신한카드랑
컨택리스 되는 하나카드 다 먹통.
포기하고 자동세차 부스로 왔더니
컨택리스 여부와 상관없이
그냥 내 카드 바로 인식하네?
외국인은 싼 손세차 하지 말고
비싼 자동세차나 하라는 계시.
아무튼 그래서 하는데
정말 세차비 비싸다.
심지어 $18 받는걸로도 모자라
서비스 비용 $0.25도 붙여
총 $18.25나 받아잡수셨음.
만육천원 내고 자동세차라....
한국에선 죽었다 깨어나도 안 할 일.
나 우리나라에선 3천원인 곳에서만
늘 자동세차 대충 돌리고 만다고.
모든 세차 옵션 다 때려넣은
얼티밋 콤비가 $18이고
나머지 선택지는 $16인걸 보니
그냥 $18 받아먹기 위한 큰 그림.
하고 나니 그래도 살 것 같다.
시드니에서 멜버른으로 내려오며
장거리 운전 한 흙먼지 온 데다
뒤집어쓴 상태였는데 비로소 탈출.




천년의 숙원사업이었던
세차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했으니
오늘의 드라이브 제대로 시작.
근데 내비게이션 찍자마자
눈 앞에 뜬 멜버른의 교통정체.
상당한데, 그래도 서울 수준은 아님.
여전히 톨게이트비가 부과되는
도로는 일절 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무료 도로만 이용하는 것 치곤
도착 시간의 편차가 대단하진 않은 편.
일본 같은 경우는 사실 고속도로랑
일반 국도랑 주행 시간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그 살벌한 톨비에도
어쩔 수 없이 고속도로를 타게 되는데
호주는 그 편차가 막 심하진 않아서.
톨비가 비싼건 똑같지만.
멜버른에서 지내는 시간은
도착 다음날인 1일차(일요일) 제외하곤
전부 평일이라 오늘도 평일인데
길에 이렇게 차가 많다.
인구도 별로 많지 않은 동네에.
확실히 호주 사람들의 워라밸은
과밀집, 과포화된 대한민국보다
한결 느슨하고 여유있는 게 분명함.





그렇게 거리는 짧지만
소요 시간은 그리 짧지 않게
운전해서 도착한 단데농 산.
한글로 단데농이라 쓰니 이상한데
영어로 쓰면 Dandenong 좀 덜 어색함.
아니 사실 다 이상해.
유독 호주엔 이런 지명이 많다.
거의 마지막편에 등장할 거지만
시드니 남쪽에 울런공이란 동네도 있고
영어권 국가인데 영어틱하지 않은
제3세계 언어같은 지명이 호주에 꽤 됨.
여긴 탁 트인 전망이 괜찮대서
한번 와봤는데 으음... 그다지.
이 정도 뷰는 솔직히 한국에서도
북악 스카이웨이 가면 맨날 볼 수 있음.
북악 스카이웨이 허구헌날 눌러앉아
밤에 야경보던 사람이라 그런지
보면서 여기 온 거 살짝 후회했음.
날씨가 약간 구름낀 날씨라
아주 화창한 날씨였으면 또 평가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도 날씨면 가시거리가 나쁘지 않아야
정상인데 생각보다 트인 느낌이 적었음.
그리고 멜버른 중심가가
한 눈에 보이는 곳이라는데
멜버른은 이미 이전 편에서 말했듯이
사각사각하게 그리드처럼 설계한
계획 도시이고, 그런 도시들은
평지에 위치하는 경우가 대다수.
멜버른의 위치는 낮게 있는데
저 울창한 나무들이 뷰를 다 가리니
볼 수 있는 영역이 반토막나버려서
보면서 다소 답답했음. 여긴 꽝.






그나마 날씨나 좋길래
앞의 편들 보면 호주에 있는 내내
날씨가 정말 안 좋은 편이었잖아
커피나 한 잔 사먹으면서
눈에 보이는 작은 정원 산책이나 하며
광합성을 할까 싶었는데
커피가 진짜 맛이 없어서 실망.
커피에 대한 자부심을 보유한,
자칭 커피 대국 호주에서
이런 맛대가리 없는 커피 먹기
쉽지 않은데 성공했다.
커피보단 미끄러운 맹탕 물 맛.
우리나라에서 길 가다가
아무 저가 커피숍 들어가서
하나 사먹어도 이런 맛은 안 날건데
그 어려운 걸 이 놀라온 곳이 해냅니다.
그래서 커피는 그냥 차에 놔두고
조금 걸어다닐까 했었는데
걸을만한 장소도 마땅치 않음.
차 타고 로드 트립 떠나니까
생기는 몇 없는 문제 중 하나는
걸을 틈이 거의 없다는 것.
짧은 거리도 차를 끌고 나가니까.
오늘은 그나마 아침에 밥먹으런
걸어서 다녀와서 좀 덜한데
다른 날 같으면 하루치 만보계에
2천보 찍힐까 말까 수준 됨.
나 평소에 연평균 만보 걷는 사람이라
걸어다니는 시간이 되게 많다만
차가 있으니까 어쩔 수가 없는 듯.
여행가서 대중교통 타고 다니면
하루에 3만보씩 다니면서;








단데농 산에 실망하고 이제
좀 있으면 해가 질 것 같으니,
일몰 보려 미리 생각해둔
Arthurs Seat로 가야지.
시드니엔 이런 거 없었던 것 같은데
멜버른은 계획도시라 도로들이
상당수가 직선이라서 그런건지
직선도로 한복판에 일부러
섬 만들어놔서 과속하지 못하도록
구불구불하게 도로 선형을 어그러트린거
운전하면서 자칫 방심하면 바로
휠 해먹기 딱 좋아서 열받음.
심지어 폭도 좁아서 강제로 서행.
르반떼는 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이런 거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정말 짜증나지만 과속방지책으로선
사실 정말 효과적이란 게 검증됐고
그래서 최근에 싱가폴도 이걸 도입했더라.
굳이 신호등이나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하지 않아도 알아서 서행하게 됨.
우리나라는 안전속도 5030 한답시고
생쑈를 한 이후로 온 사방천지에
카메라를 설치하며 세금을 펑펑 낭비중이라
뭐... 우리나라보단 낫네 최소한.
이 얘기 꺼낸 김에 소신발언 하자면
안전속도 5030은 희대의 뻘짓.
더 강하게 쓰고 싶지만 참는 중.
정작 중요한 스쿨 존 제한속도는 안 건들고
애꿎은 시내 주행 속도만 내려서
걸리지 않아도 될 신호에 새롭게 걸리고
안 그래도 운전 못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대한민국 도로인데
50으로 제한 속도 내려갔다면서
세월아 네월아 그보다 더 느리게 가는
교통 흐름 방해꾼들이 더 늘어남.
선진국 따라하는거 좋아하면서
왜 스쿨존 불법주차, 초저속 제한속도
강력 단속은 따라하지 않는 거지?
교통 선진국의 대명사 독일은
15km/h 제한인 곳도 있더라.
정말로 필요하다면 해야지.
정작 그런 나라들과 그런 곳들은
안전상 꼭 필요한 곳에만 그리하고
시간대별 예외 적용 등의
교통 흐름을 적절히 고려한 정책을
두루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란
머저리같은 5030이나 하면서
아무도 없는 꼭두새벽조차
카메라 때문에 강제 감속하게 만든다.
난 스쿨 존 제한속도 20km/h 혹은
그보다 더 낮게 내려야 한다고
맨날 얘기하는 사람인데.
6020이 현실적으로 더 맞지
하여튼 멍청이들. 법 만드는 놈들이
지들은 운전 안한다 이거지.
환경 생각한다면서 억지로 주행 속도 내려서
교통 정체와 공회전을 더욱 유발하는 중.
멜버른의 고속도로는
시드니보다 무료인 구간이 더 많다.
시드니는 주요 고속/간선도로가
유료인 구간이 꽤 되는 반면
멜버른은 M1을 제외하면
고속도로조차 많은 부분이 무료.
교통비 절감을 위해선
시드니보단 멜버른으로.
사실 교통비 절감하려면 뚜벅이 해야지




Arthurs Seat 도착.
여기도 짧은 와인딩 코스인데,
코스 자체는 꽤 괜찮다만
운전에 오롯이 집중하기가 힘들다.
왜냐면 좀만 올라가도 보이는
경치가 정말 미쳤기 때문에.
Arthurs Seat라는 장소는
여기 뿐만 아니라 영국,
정확히는 스코틀랜드에도 있다.
역시 영국 대짜인 호주.
마세라티에 앉아 이 뷰를 감상하다니
나중에 인생의 끝자락에 서서
그간의 인생을 돌아봤을 때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꼽지 않을까?
이 때 위플래시에 꽂혀있어서
위플래시 틀어놓고 앉아있는데
정말, 정말 좋더라.
저 멀리 보이는 동네의 이름은
바로 쏘렌토(Sorrento).
기아의 그 차와 한글로는 똑같지만
영어론 r이 하나 빠져야 동일해짐.
기아 쏘렌토는 이탈리아의 지명에서
이름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쏘렌토란 지명이 의외로
전세계 방방곡곡에 꽤 된다.
심지어 미국에는 쏘렌토란 동네가
무려 3개나 있는데, 그 중
일리노이 주의 쏘렌토는
기아차와 영어 스펠링까지 동일함.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눈 앞에
정말 장대하고 시원한 수평선이
사진에 보이듯이 쫙 펼쳐지는데
이런 경치는 정말 우리나라 안에선
볼 수 없는 경이로운 광경.
호주 여행 왔으면 꼭 차로
여기 한 번 와 보세요.
기껏 호주 왔는데 유명한 명소만
적당히 둘러보고 가긴 너무 아깝잖아.
대중교통으로 여길 방문하긴
애로사항이 상당하니까 꼭 차가 필요함.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워낙 유명해서
무면허나 해외 운전이 두려운 이들을 위한
패키지 상품이 여행사에 많이 준비돼있지만
이런 곳은 정말 뚜벅이론 접근 불가.
땅거미가 완전 질때까지
경치를 즐기며 계속 차에 앉아 있는데,
앉아있는 동안 여길 방문하는 이들을
쭉 둘러보니 차타고 여길 혼자 온 사람은
단 한명도 없고 진짜 나밖에 없더라.
미국가서도 이 부분 여러모로 느꼈지만
차로 혼자 여행다니는 일이
서구권에서도 생각보다 흔치 않더라고.
최근에 계속 혼자 해외 돌아다녀서 그런지
난 이게 익숙한데 남들은 잘 안함.
혼자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시드니에서 멜버른까지 차로 간다'는
일정을 짤 수 있었던 것이고
특별하니까 이렇게 글로 따로 남기는 거지만
남들도 좀 이렇게 해봤으면 좋겠음.
다만, 이처럼 너무 고가의 차량을 특히
치안 문제가 있는 곳에서 타고 다니는 건
범죄의 표적이 되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함.



오늘도 은근 돌아다녀서
또 기름 넣을 때가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리터당 1.69AUD로 꽤 저렴한
주유소가 보이길래 바로 주유.
이 주유소는 선불 결제라길래
들어가서 카드 주고 긁었더니
폰에 결제 승인 문자가 와서
다시 차로 돌아와 별 탈 없이
기름 다 넣고 출발하려던 참에
갑자기 직원이 쫓아나와
선불로 낸 거 결제가 취소됐다며
들어와서 다시 결제해달라고,
직원 왈 "자기가 이 주유소에서
일한 지 며칠 안 돼서 잘 모르는데
만약 이중으로 결제 된 거라면
앞서 결제한 거 늦게라도 꼭 취소해주겠다"
약속을 해서 속는 셈 치고 두 번째 결제.
그런데 잠시 뒤 정말 알 수 없는 이유로
첫번째 결제한 게 취소됐단 문자가
두 번째 결제 마친 직후 다시 옴.
그 직원분 얼마나 식겁했을까.
두 번째 결제는 제대로 된 거 보고
직원한테 '당신 그렇게 안 나왔으면
나 바로 출발하려던 참이었어서 가버렸다'
잘 해결돼서 천만다행이라고
한 마디 남기고 떠났다.
아무리 호주가 최저시급이 세다지만
일 시작하자마자 십만원 날려먹고
일해야 하면 일할 맛이 안 나지.
한 명의 젊은이를 내가 살렸다.
사실 마세라티 타면서 십만원에
쩨쩨하게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
손 덜덜 떨면서 카드 다시 준 거였는데



그렇게 마지막까지
에피소드로 꽉 찬 하루 마무리.
그 뒤론 숙소로 무탈하게 귀환.
멜버른에서는 나흘 있을 예정인데
벌써 오늘로 3일차이기 때문에
멜버른에서 머무르는 여정은 끝나간다.
하지만 내일은 멜버른으로 내려온
진짜 이유이자 하이라이트인
그레이트 오션 로드로 갈 예정.
사실 여행 오기 전 짜놓은 계획대로라면
오늘 그레이트 오션 로드 가야 하지만
여긴 꼭 쾌청하게 맑은 날 가고 싶어서
날씨 때문에 일정 순서 뒤바꾼건데
갑자기 내일 날씨 흐리대.
하.... 또 흐려?
아무튼 멜버른 下편에서
멜버른 여행 마무리해보아요.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