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망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 가는 날.
어쩌면 호주 여행의 하이라이트.
골드코스트랑 브리즈번으로 안 가고
멜버른으로 내려온 단 하나의 이유.
시드니 기준 골드코스트는 위로 900km,
멜버른은 아래로 같은 거리라서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했었는데
세계에서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
호주에 기왕 왔으니 한 번 가봐야지.
그래서 호주 여행을 처음 계획하던 당시와 달리
아랫 동네로 내려오는 멜버른으로 급선회.
이번 편은 호주 로드트립 6회차.
멜버른으로 내려온 3편과
이렇게 벌써 다섯 편의 글이 있다만
아직 갈 길이 좀 남았다.
이 글을 끝으로 멜버른을 나가고
다시 위로 올라가 호주의 수도인
캔버라에 머물며 호주에서의
길고 긴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
그럼 멜버른 피날레 이제 시작해볼까.
그동안 아침으로 햄버거먹고 피자먹고
그런식의 식사만 주구장창 해오니까
뭔가 속이 풀릴만한 깔끔한 게 당겨서
구글맵을 열심히 뒤져서 찾아낸 쌀국수집.
미국 갔을때도 계속 그런식으로 먹었다만
미국 하면 연상되는 그 기름진 음식들
맨날 먹어도 딱히 물리는 일 없었는데
호주의 음식들은 장르가 유사하면서
기분나쁜 포만감이 지속된다고 해야하나.
먹을거리가 많은 호주라더니만
막상 찾아보니 먹고싶은 게 별로 없음.
그래서 찾아낸 이 집.
삼겹살 튀김을 넣은 쌀국수를 주문했는데
고기 잡내가 정말 말도 안 되게 심해서
나 고기 냄새에 막 심하게 영향 받는 편 아닌데도
먹으면서 메스꺼울 정도여서 최악이었음.
처음에 가려던 토스트 겸 브런치 집이
가보니 영업을 안해서 여길 온건데
그냥 비슷한 브런치류 집으로
근방에 대충 검색해서 갈걸
괜히 베트남 식당 왔다 이런 경험을.
Mister Truong's라는 이름의 이 집
구글맵 평점은 무려 4.6점.
이렇게 평점이 높은 식당인데
어찌 이런 먹기 힘든 물건이.
절대 절대 가지 마세요. 네버.
한국인이 갈 일이야 얼마나 있겠냐마는.
저 쌀국수의 놀라운 맛에 경악하고
서너입 먹다 치워버림. 도저히 못 먹겠어서.
입 헹구러 인근 카페 급하게 수소문했는데
여긴 공단들이 모여있는 동네인데도
어째서 카페들이 죄다 주차장이 잘 없는지.
결국 차에 실어뒀던 과자
트렁크에서 꺼내 조금 먹고
커피 사들고 드라이브 출발.
다른 곳 가서 아침 먹을까 하다
저 쌀국수 때문에 입맛을 완전 버려서
아무것도 먹고싶지 않은 상태애 빠져
배고픈것만 좀 처리하고 가야겠더라고.
날씨처럼 영 시작이 좋지 않음.
이번에 산 커피 맛도 그저 그랬다.
당장 커피 마셔야겠음 +
주차가 되는 카페 + 갈 루트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는 곳 = 내가 간 데.
이렇게 조건 따졌으면
커피 맛은 포기해야지.
호주가 커피의 나라라는 점
가면 갈 수록 못 미더워지고 있음.
호주를 비롯한 서구권 국가에서
운전하면서 느끼는 점이,
이쪽 동네들은 골목에서 차가 나와야 하는
도로 사정이면 골목에서 나오는
그 앞부분은 KEEP CLEAR라고
차들이 정차하지 못하게 만들어
골목 안에서 나오는 차들도
전부 원활하게 문제없이 나오도록
깔끔하게 처리가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뭐 정체에 꼬리물기에
니가 가네 내가 가네 언쟁에
난장판이 따로 없다.
물론 우리나라가 날림으로 면허를 줘서
전국민 운전실력 평균이 처참한
최하위권이어서도 있지만,
서구권은 '모두가 잘 갈 수 있게'
이런 식으로 도로 사정과 법규를
일찌감치 제정해놓았던지라
서방 국가들과 우리나라의 운전 편의성
및 편안함의 차이가 현격한 것 같다.
이런 세심한 도로 실정
하나하나가 모여 좋은 운전 문화와
좋은 운전 매너를 만듦.
Manner maketh Driver.
그렇게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 도착했다.
Memorial Arch at Eastern View가
공식적으로 이 황홀한 도로의 시작을 알림.
메모리얼 아치는 뭔가 대단한 건축물이 아니고
단지 그레이트 오션 로드라고 쓰여진
출입문같은 팻말과 구조물일 뿐이지만
아, 정말 내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그 곳에 왔다는 설렘은 전달해줌.
그리고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참전 용사들이 호주로 복귀한 뒤
이 대단한 해안 도로를 건설하는 데
노동력을 제공한 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는 의미가 새겨진 곳이라
생긴 건 거창하지 않지만,
그 뒤에 숨은 의미는 남다름.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무려
240km이나 되기 때문에
평균 60km/h를 기록하더라도
다 지나가보는 데에 4시간이 걸리는
굉장히 긴 해안 도로이자 명소.
운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시간당 평균 60km/h 기록하려면
거의 고속도로에서 정체없이
쭉쭉 가는 상황에서나 가능한데
여긴 도처에 포토 스팟들이 깔려있으니
최소한 5 - 6시간 정도는 걸린다 봐야 함.
일단 첫 소감은 좋다.
좋은데 정말 기가 막히게 좋진 않음.
날씨 이슈도 있겠다마는
이 드넓은 바다의 장대함이
미국에 비하면 2% 부족하달까?
자꾸 미국하고 비교하게 되는데
호주 여행 당시 기준으로
한달 반 전에 미국 다녀온 상태였음.
그리고 미국의 많은 국립공원과
운전하면서 볼 수 있는 기깔난 경치들,
압도적 스케일의 호수와 바다에
뇌가 이미 감동에 절여져있어서
그 뒤론 어지간한 스케일로는
뇌에 자극을 주기가 어려웠다.
미국 여행기는 이쪽.
그래서 이 도로를 보고
참 좋다고 생각을 했지만
입이 벌어지고 정신이 아득해질만큼
기가 막히게 좋진 않았음.
어제 봤던 Arthur's Seat의
바다와 마을을 아우르는 경치가
글을 쓰는 시점인 4개월 후인 지금
더 눈에 밟히고 기억에 남아있네.
아침을 먹다 말아서
후딱 점심 먹으려던 지점에 멈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원체 길어서
대략 열 몇 개의 마을을 통과하는데
그중 아폴로 베이란 마을이
사전에 찾아봤을 때 중간에 멈춰서
밥 먹고 가기 딱 좋아 보였다.
그래서 방문한 가게는
이름이 Pit Stop Bros.
말 그대로 피트 스톱 하는 곳.
그레이트 오션 로드라는 240km짜리
시계를 상대로 한 레이스를 펼치고 있기에
잠시 정비 및 재조정의 시간을 가지려
이 햄버거집에 방문했음.
차는 어젯밤 기름을 가득 넣어놔서
아직 밥 먹을 필요가 없는데
운전자가 연료 보충이 필요해.
메뉴판 보자마자 시킨 건
맥 앤 치즈 버거.
이름부터 이미 내 혈관은 작살.
나오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는데
이 흐린 날에도 여길 찾는 관광객 수가
상당해서 내 앞의 웨이팅 탓이었더라.
한 입 베어무니 아침 건너뛴 것은 물론이고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 정도까지
거뜬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칼로리의 폭격이 쏟아진다.
치즈가 정통 맥 앤 치즈 스타일처럼
꾸덕하기보단 매끈매끈,
마치 슬라이스 치즈 녹인 것 처럼
부드럽게 먹기 좋아 되려 덜 부담스러웠음.
한바가지 쏟아준 감자튀김도 흡족.
감자튀김이 맛 없기란
지구가 종말하기 전까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지만
케이준 맛이 섞여서 대박 맛있었음.
그래서 결국 다 못 먹었다.
너무... 너무 많아.
도저히 더이상 못 밀어넣겠어서
정리하고 나왔는데 배부름.
오늘 하루치 끼니 종결.
밥 잘 먹고 나왔더니 웬걸
구글맵이 날벼락같은 소식을 전함.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일부분이
아침엔 안그러더니 갑자기 부분 통제란다.
불행 중 다행인 건 그레이트 오션 로드 중
해안가에서 잠시 좀 떨어져 나오는 구간이라
아오 어쩌겠어.
그래도 시키는대로 가야지.
안 그래도 당초 계획보다
시간이 좀 지체된 상태인데,
경로가 바뀌면서 총 소요시간이
예상보다 더 많이 늘어났다.
해가 지기 전까지 이 구간 전반의
명소들 싹 둘러봐야 하는데
마음이 금세 조급해짐.
구글맵이 새로 제시한 경로를
쫄래쫄래 따라가니 경치는 꽤 좋았다.
외국, 특히 서양 나와야 볼 수 있는
동화책에 주로 등장하는 비주얼의
들판과 언덕이 상당히 장관이다.
스케일이 좀만 더 컸으면
윈도우XP 배경화면 같았을지도.
이때까지만 해도 부른 배 두들기며
경치 신나게 구경하면서,
하늘 약간 파래지는거 보며
기뻐하고 있는 중.
잠시 후 닥칠 재앙은 모른 채.........
잘 가다가 좌회전 한 번 했더니
갑자기 아프리카 밀림이 연상되는
흙길과 자갈길이 등장했다.
드디어 뭔가 잘못됐음을 느낀다.
내 앞에 가던 차들도 전부
같은 길을 가는 걸 보니까
전부 구글 맵이 이쪽으로 가라고
시킨 것 같은데, 대략 난감.
아무리 르반떼는 SUV라지만
SUV 중에서 오프로딩과 가장
거리가 먼 차량 중 하나인데
그런 차로 이런 비포장도로를 지나가니
자연스레 차에 무슨 문제가 생길까
노심초사하게 되어서
속도를 15km/h 이하로 내려
거의 기어가는 수준으로 지나감.
속도를 그렇게 확 줄이니까
당연하게도, 겉잡을 수 없이
예상도착시간이 팍팍 늘어났다.
처음에는 현재 목적지인
12사도 바위까지 4시 좀 넘으면
도착한다고 하더니 갑자기
급격하게 늘어나 4시 반, 심지어
5시나 되어야 도착한다고
시원하게 내 뒷통수를 때렸다.
이 정도로 말 바꾸는건
최근의 티맵 수준이랑 비슷함.
티맵 요즘 왜 이렇게 안내도
멍청하게 하고 예상 도착시간도
계속 틀리고 중간중간
지 멋대로 안내하는 경로를 바꾸는지.
아무리 티맵이 형편없어도
카카오내비나 네이버내비보다는
낫다는 신념 하에 티맵을 고집해왔는데
진지하게 티맵을 탈출해야 하나 싶다.
구글맵 내비게이션은 예상 도착시간이
꽤나 여유있게 잡히지만
실제로 그보다 더 늦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서 다행인 편.
근데 오늘은 왜 이러냐.
하필 오늘같이 중요한 날에.
구글 맵 때문에 이게 웬 고생.
기고 기어서 가까스로
지긋지긋한 흙길에서 탈출
한듯 하였으나....
다시 비포장도로 등장.
근데 문제는 그게 아니다.
차에 타이어 펑크 경고가 뜸.
펑크 경고 보자마자 뇌 정지.
이럴까봐 아까 그렇게 살살 기었는데
결국 기어코 올 게 왔구나...........
와 이걸 여기서 어찌 조치해야 하지?
스페어 타이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일 다시 멜버른에서 나가서
캔버라까지 800km 가야하는데.
일정이 얼마나 밀릴 지
감도 잡히지 않는 상황.
무엇보다 여긴 첩첩산중이고
그레이트 오션 로드 인근은
관광지일 뿐 이렇다 할
큰 마을이나 인프라가 전무해서
펑크가 난 차를 다시 멜버른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나 걱정.
한 술 더 떠서
이렇게 가다 갑자기 서면
구조요청이라도 어디다 해야겠다
싶어서 핸드폰을 봤더니만
통화권 이탈. No Signal.
즉, 나는 타이어가 펑크났단 경고를
폰 조차 터지지 않는 호주 산길
어딘가에서 받아보게 된 것.
가까스로 정신줄을 부여잡고
타이어 상태를 확인하고자
차를 길가에 세웠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집이 하나 있고
마당에 가족들이 나와있길래
"타이어 펑크 났어요!
좀 도와주세요" 소리 질렀더니
친절히 리페어 키트를 들고
그분들이 내려와주셨다.
펑크난 바퀴를 임시로 띄울 수 있게
구덩이에 세 바퀴만 걸치게 세웠더니
그분들이 봐주시는데,
타이어의 사이드월이 무너지거나
바람이 빠지는 흔적은 없다.
흙길을 달리면 TPMS가 흔들려서
오류가 난 것일 수도 있다고.
그냥 가도 괜찮을 것 같다고.
로드트립 이틀 차에 정비소 방문해서
들었던 멘트를 그대로 또 들었다.
데자뷰?
그렇게 반신반의하며
여전히 기어가며 12사도 바위로.
난 원래 계기판에 텍스트로
현재 속도를 띄우는 게
직관적이어서 좋아하는지라
늘 현재 속도를 띄워놓고 다니는데
지금 타이어가 정상적인 상태인지
확신이 없어서 공기압 상태창만
계속 주시하면서 서행.
그런 우여곡절 끝에
12사도 바위(Twelve Apostles) 도착.
너덜너덜해진 내 마음과 정신머리를
회복시켜줄만큼의 경치인가 하면
날씨가 흐린 탓이었겠지만 아니었다.
날씨가 좀만 좋았더라면 감동적이었을 텐데.
12사도 바위 다음에는
Loch Ard Gorge였는데,
여긴 베트남 하롱베이 비슷한 느낌?
이 협곡에 붙은 Loch Ard라는 이름은
원래 1878년 영국에서 멜버른으로 향하다
침몰했던 배의 이름이었는데
54명의 선원 중 단 2명만 생존.
이를 기리기 위해 이 협곡에
그 배의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Loch Ard Gorge 다음은 런던 브릿지.
여러분들이 아는 그거 맞음.
가보니 아치형 굴곡이 바위 하단에 있어
그리로 바닷물이 지나다니는 형태인데,
이게 '런던 브릿지'인건 약간 무리.
차라리 시드니에 있는 하버 브릿지와 비슷한데
시드니는 또 NSW라서 멜버른이 위치한
빅토리아 주와 주 자체가 다르다.
여긴 어째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에 대한
유래가 딱히 없는걸로 보아
호주에 처음 제대로 발을 딛은
영국인들이 지들 마음대로 붙인 듯.
마지막으론 Bay of Islands.
이름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섬 같아 보이는 많은 바위가
쫙 도열해있는 곳인데,
이 곳의 경치는 대략 비슷한 버전으로
우리나라 동해안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투어 중에
굳이 꼭 와야하는 곳인가 하면 아님.
그렇게 꼭 와보고 싶던
그레이트 오션 로드 투어 끝.
이 중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냐 하면
역시나 12사도 바위가 최고.
아무래도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시그니처 경치라고 해야될까,
그런 장대한 시원함이 매력.
나는 오늘이 멜버른에서의 일정이
마지막이라 어쩔 수 없이
날씨가 흐리단 걸 알면서도
오늘 굳이 왔는데,
여러분들은 꼭 날씨 좋을 때 오세요.
쾌청하고 파란 하늘이 합쳐져야
이 드넓은 바다의 매력이 살아남.
난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많이 알려진,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
최대한 많이 지나가보려고 노력 중인데
여기가 정말 진정으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이로운 드라이브 코스인가.
그건 애석하게도 아님.
더 좋은 드라이브 코스가 전 세계에
아주아주 많이 있음.
요새 그래서 중동 쪽에 가보고싶더라.
오만이나 두바이 좀 땡김.
멜버른으로 돌아가는 길.
TPMS를 지켜보고 있으니
타이어 공기압이 처음의 32psi에서
하나도 떨어지지 않음.
처음에는 좌측 후륜만 문제라다가
이젠 뒷바퀴가 다 펑크라더니
공기압은 제대로 표기되고 있고
변동 또한 없는지라
그냥 내려놨다. 될대로 돼라.
그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기력 소진을 너무 많이 해서
그냥 빨리 숙소 가서 자고싶더라.
근데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
오히려 돌아오는 길이 굉장히 예뻐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뺏겨버림.
난 여기 와보기 전에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 왔으니까
'무조건 바닷가 쪽에 최대한 붙는
경로를 타야 바다 경치 구경 많이 하지'
싶어서 해안도로만 탔었는데
오히려 살짝 안쪽으로 들어온
너른 들판과 산, 울창한 숲이
경치를 가려서 옆이 바닷가란 힌트만
살짝살짝 흘리는 도로가
정말 너무 이쁘더라고.
해가 질때쯤이 되니 하늘이 약간 개서
주황색 하늘과 푸른색 초원이
양분하는 탁 트인 경치가
호주에 온 보람을 느끼게 했음.
계속 미국 타령 했었는데,
이런 경치는 미국과는 다소 달라.
어둠이 내리고 오전에 지나갔던
코스를 그대로 다시 통과하는데
밤이 되니 감동이 또 한 번 깎임.
역시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맑고 화창한 오후에 봐야 제맛.
아까 그 말도 안 되는
흙길을 지나가는 바람에
차가 굉장히 지저분해져서
어제 세차 했음에도 또 세차.
어제의 그 세차장 가는 길.
세차하고, 숙소까지 돌아가면
자정이 다 될 것 같으니
일찍 자긴 역시나 글른 상황.
멜버른으로 다시 향하는 길은
프린스 고속도로(Princes Freeway)를
타고 가야 하는데, 여긴 생각보다
가로등이 없는 구간이 꽤 되고
붙어있는 도로 번호는 M1인데
M1은 내가 알기론 멜버른 북쪽 즈음에서
그 긴 길이가 끝난단 말이지.
여긴 멜버른의 서쪽이고.
오히려 그래서 고속도로보단
M80 순환 도로라 보는 게 맞아 보인다.
세차장에 도착.
또 $18짜리 플랜 선택.
어제 오늘 세차비만 3만원 초과.
기름값 비싼 호주에서
3만원이면 경유 15L 넘게
더 넣을 돈인데..
어차피 내일 캔버라로 올라가며
차가 다시 지저분해질 것이 뻔해
돈 아낄 겸 세차 건너뛸까 하다
이 차는 깨끗하게 관리하고 싶어서
눈 질끈 감고 결제.
다른 차였으면 그냥 탔을텐데
르반떼는 내가 애정하는 차라서.
세차까지 마치고 숙소 복귀.
멜버른에서의 일정은 이걸로 끝났다.
내일 다시 시드니를 향해 올라갈 것.
내려올 땐 멜버른까지 대략 1000km을
하루만에, 한 방에 바로 내려왔는데
올라갈 땐 캔버라에서 하루 머무를 예정.
캔버라가 호주의 수도이니
비록 관광지로서 주목을 많이 받는
동네는 아닐지라도 한 번쯤은
들러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정말 길고 긴 하루였는데
숙소에 딱 도착해서 주차까지 하니
TPMS 시스템 점검하라고
이제서야 경고가 추가로 떴다.
야!!!!!!!!!!!!!!!!!
진작 이런 팝업 띄웠으면
하루종일 맘 졸일 필요 없었잖아.
하지만 그래도 르반떼 사랑해.
이제 막바지로 접어든 호주 로드트립,
길다 길다 했지만 막상 끝나가니
지나간 시간들이 굉장히 짧게 느껴짐.
다음 편은 시드니를 향해
올라가는 상행 편.
멜버른에서의 5일을 마무리하고
캔버라에서의 이틀을 향한 여정.
요새 너무 바빠서 언제쯤
나머지 글 두 개,
상행 편과 캔버라 편 쓰고
호주 여행기를 끝낼 지 모르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