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제대로 미친 것이 분명하다.
N 브랜드를 런칭한지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각종 모델에 N과 N라인 모델을 상당히 많이 구비했다.
그런 현대가 이번 아반떼N을 마지막으로
내연기관 단독 N 모델을 더이상 만들지 않는단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기념으로,
N 브랜드의 팬들에게 주는 선물같이 등장한 아반떼 N.
마지막인지라 현대가 모든 것을 집대성한 것 같다.
이 차에 대해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현대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렇게 나올 순 없는 것인데
싶은 요소들이 너무너무 많다.
현대가 자선사업을 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N브랜드의 시초였던 i30 N과 벨로스터 N의 경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상당한 호평을 받으면서 시작했지만
정작 국내에 출시된 벨로스터 N을 타보니
난 별 다른 감동을 받지 못했었다.
소위 가성비 좋은 '펀카'라고 추앙받는 벨로스터 N이지만
막상 운전에 관여하는 요소들을 따져보면
이게 내가 운전하는건지 차가 운전하는건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였으니.
MDPS 가지고 오랜 세월 욕을 먹어온 현대가
악에 받쳐서 "그래? 한번 끝장나게 무겁게 만들어줄게"
하며 만든 듯이 핸들이 뒤지게 무겁기만 하고
막상 직결감이 높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 핸들.
마찬가지로 욕을 많이 먹은 세타2 터보 엔진을
그대로 사용했는지라 생기가 부족한 회전감각과
듣기 싫은 엔진음 및 시끄럽기만 한 배기음.
형편없는 엔진 사운드를 팝콘 소리로 가리려고 한 듯 했다.
나는 차가 운전에 개입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편인데
내가 아닌 N 코너 카빙 디퍼렌셜(eLSD)가
무슨 속도에서든 코너에 들어가면 차를 강제로 집어넣는
인위적인 감각을 너무 강하게 연출해서 불쾌했다.
운전 못하는 머저리들이 이걸 타면서
마치 지들이 운전을 잘 한다는 착각에 빠져
허구헌날 소월길이나 북악산길에다 차를 쳐박아댔지만,
순수한 드라이빙의 즐거움 측면에서 차를 바라보면
거의 낙제점에 가까웠던게 벨로스터 N.
N DCT(와 포함된 N Grin Shift) 하나 빼고는
정말 이게 펀카가 맞는지 의문이 강하게 들었었다.
심지어 N 라이트 스포츠 버켓 시트는
시트 포지션이 왜 이렇게 높은건지.
역시 오만 차를 다 높게 만드는 현대차 답다 싶었었다.
나는 몇 안되는 국내 출시된 소형 고성능차들 중에선
단연 미니 쿠퍼 JCW가 운전 재미 면에서는
독보적이라고 이제껏 생각해왔는데,
그런 미니가 2차 LCI를 거치며
쉴드 쳐주기 어렵게 외관이 못생겨졌다.
대부분 전면 디자인이 웅이아부지라면서 까는데
전면도 심각하다만 후면도 정말 답이 안 나온다.
뒷범퍼가 이게 뭐지 싶을 정도로 애매한 형상.
그런 와중에 혜성같이 등장한 아반떼 N.
벨로스터 N의 등장 당시에도
온 인터넷이 뒤집어졌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다.
우선 외관과 제원, 가격이 공개된 지금
첫 출발부터 아반떼 N은 분위기가 좋다.
드디어 미니 생각이 안 날만큼 좋은 국산차가 나온 것인가.
가격부터 짚고 넘어가자면
아반떼 N은 기본형 모델의 가격이 3212만원.*
*개별소비세 3.5% 기준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아반떼 주제에 뭐 이래 비싸냐 하는걸 보고 있자니
속이 터지지만 그런 분들은 그랜저 사시면 되니까.
모든 것을 다 빼고 3212만원으로 나왔어도
상당히 좋은 가격인데,
이게 거의 풀 옵션 사양에 가깝다는 것이 충격.
기본형 아반떼나 아반떼 하이브리드, 아반떼 N 라인은
사실상 인스퍼레이션 트림 구매를 강요하는 가격표인데
아반떼 N은 그런 것 없이 아주 깔끔하게
N 단일 모델로 거의 없는 것이 없다.
사실상 아반떼 N 라인 인스퍼레이션에서
스마트센스를 뺀 구성과 거의 동일한데
그러고 겨우 500만원을 더 받는 것이다.
이 500만원에 포함된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
이만큼 다 넣은 아반떼 N은 3500만원 정도로 나왔어도
크게 이상할 게 없는데 3212만원이라니.
진심으로 마이너스 마진(일 리가 없겠지만)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 차량 개발비는 뽑을 수 있을런지.
심지어 벨로스터 N과 가격을 비교해도
현대가 좋아하는 실질적 가격 인하라고 볼 수 있다.
벨로스터 N에 퍼포먼스 팩을 넣으면 3219만원.
아반떼 N + 컨비니언스(3276만원)와 구성을 유사하게 맞추자면
벨로스터 N은 여기다 스마트센스 I(60만원)를 넣어야 하는데
이미 아반떼 N보다 가격이 높아진다.
N DCT 선택 가격도 아반떼 N이 60만원 저렴하고
(벨로스터 N 250만원 vs. 아반떼 N 190만원)
N 라이트 스포츠 버킷 시트 가격도 아반떼 N이 20만원 저렴하다.
(벨로스터 N 120만원 vs. 아반떼 N 100만원)
이렇게 따지면 아반떼 N이 도대체 얼마나 싼 건지.
심지어 아반떼 N은 최신 10.25인치 클러스터 및 내비게이션과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4S 타이어 및 강화된 브레이크,
출력 상승까지 상당히 많은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벨로스터 N 조차도 좋은 가격에 고성능차를 누릴 수 있다고
열광하는 이들이 정말 많았는데
아반떼 N을 보고 뒤집어지는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지사.
쏘나타 N 라인을 타면서 신형 플랫폼과
N 브랜드의 조합이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이미 엿보았기에 아반떼 N의 완성도가 어떠할지
사실 안 봐도 비디오이긴 한 상태이다.
벨로스터 N 대비 큰 폭의 개선은 정말 보증된 상태.
벨로스터 N을 타면서 제일 거슬렸던 점은
비어만씨를 영입해서 개발 수장으로 앉혀놓은 영향으로
너무 BMW M 차량과 유사한 느낌을 전달한다는 것.
예전에 M3(F80)를 탔을 때를 떠올리게 하는,
정확하지만 소싯적의 짜릿함이나 감동은 적은 그런.
이럴거면 도대체 왜 N 브랜드를 런칭했나?
"값싼 BMW 아류작으로 머무를거면 의미가 없다,
N 브랜드만의 주행질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쏘나타 N 라인을 통해 현대차가 이 곳에도
신경을 쓰고 있음을 확인했기에 아반떼 N도 기대만발.
이번에는 정교한 실력에다 재미까지 얹었기를 기대해본다.
벨로스터 N 대비 개선된 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선 타이어 스펙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피렐리 피 제로(HN)을 쓰던 벨로스터 N과 달리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4S(HN)을 새롭게 장착하며
고성능 차 치고 235mm급 타이어라니 좀 미스매치이던
벨로스터 N과 달리 이제 245mm급이 전/후륜에 모두 포함.
파일럿 스포츠 4S는 제네시스 G70을 제외하고는
현대기아차 그룹 내 차종 중 최초로 탑재한다.
기아의 EV6 GT가 파일럿 스포츠 4S를 끼울거지만
걔는 내년 출시이므로 현재로썬 아반떼 N이 최초.
HN 코드가 붙은 N 전용 타이어이니
국산차 중 가장 고성능 타이어가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같이 출시한 코나 N은 벨로스터 N과 타이어 스펙이 동일한데
아반떼 N은 그보다 더 높은 하이 퍼포먼스 타이어가 들어가
정말 성능 중심으로 셋팅했음을 짐작케 한다.
N 퍼포먼스 브레이크 옵션이 아닌
기본으로 장착되는 브레이크 역시도 강화되었다.
벨로스터 N의 경우 퍼포먼스 패키지 차량에는
전륜에 345mm 디스크가 들어갔는데
아반떼 N은 360mm로 더욱 커진 디스크가 장착된다.
N 퍼포먼스 브레이크는 호환되는 브레이크패드가
어느정도 제한을 받기에 기본 브레이크가 좋아진건
아주 잘 된 일이다.
파일럿 스포츠 4S와 맞물려 제동 성능은 탁월할 듯.
현대에서 2.0 T-GDI 플랫파워 엔진이라고
플랫파워라는 단어를 새로 끼워넣었는데
5500rpm부터 최대출력이 쭉 나온단다.
N Grin Shift 사용 시 290마력으로 오버부스트 되고
N Grin Shift는 한번 사용 시 20초간 오버부스트인데
사용 후 재사용까지의 텀이 벨로스터 N(3분)보다
아반떼 N(40초)이 극단적으로 훨씬 짧아졌다.
이건 내 추측인데, 공개된 제원을 들여다 봤을 때
올라간 출력을 감당하기 위해
라디에이터 사이즈를 키워 냉각 라인을 강화한 것 같다.
라디에이터를 보호하는 커버가 벨로스터 N과 달리
상단부와 하단부 두가지로 새롭게 나뉘며
언뜻 보기에도 용량이 늘어났다.
또한 벨로스터 N은 아주 듣기싫은 소리를 내며
실내에서 들을 때에는 별 감흥이 없으면서도
외부에선 주변인들에게 민폐를 끼쳐댔는데
아파트 단지에서 팝콘 터트리는 놈들은 죽어라
아반떼 N은 새롭게 N 사운드 이퀄라이저가 탑재됐고
스포츠카 감성(ㅋㅋ) 소리를 제공하는 스포츠,
아반떼 N TCR 레이싱카의 소리를 제공하는 TCR,
고성능차 감성(??)을 제공하는 하이 퍼포먼스 모드까지
3종류 및 자유 지정 모드를 지원한다.
진짜 지들이 스포츠카 감성이라 적어놓음 내가 지어낸거 아님
실외에서 소리를 들어보니 이 부분도 확실히 개선됐다.
전반적으로 회전수가 상승하면서 나는 소리가
좀 더 하이톤으로 바뀌었으며
배기음도 보다 웅장해진 것 대비 거슬림이 없다.
벨로스터 N DCT 모델이 수동 모델보다
배기음이 작아져 일부 오너들의 볼멘소리가 있었는데
난 하도 시끄럽단 민원이 현대한테 많이 들어와서
일부러 줄인 줄 알았건만 배기 제조사가 다르단다.
아무튼 아반떼 N은 그보다 소리가 소폭 커졌고
훨씬 듣기 좋은 소리로 변해서
드라이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소리 문제도 해결했다.
벨로스터 N은 결정적으로 구 플랫폼 기반이라
C세그먼트 고성능차를 오랫동안 만들던
남들 하는 만큼은 따라잡았는데
고속에서 특별히 안정감이 느껴진다거나
승차감이 고성능차임에도 요철을 유연하게 받는다
같은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이정도 되는 차에 무슨 승차감까지 바라냐 하겠지만
전통적인 핫 해치백의 특징이라면
일상에서도 타는 데 무리가 없는 올라운더라는 것인데
벨로스터 N은 그러기에는 조금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동 플랫폼의 쏘나타(LF) 터보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젠 아니다.
새 플랫폼의 특징이 저중심 설계인데다
일반형 아반떼나 아반떼가 기반으로 삼은 쏘나타를 타봐도
고속에서의 안정감이 정말 눈에 띄게 향상되었고
단순히 단단하고 질기고 뻣뻣한 승차감이 아니라
단단하면서도 충분히 탄력있는 승차감을 보여서,
벨로스터 N이 데일리카로 부담스럽단 사람들조차
어느정도는 감수하고 탈 만할 게 분명하다.
쏘나타 N 라인을 타면서 느꼈지만,
신 플랫폼이 적용된 차량들은(현대차 한정)
전륜구동임에도 후륜에다가 힘을 어느정도 주는데
그것이 벨로스터 N이 가졌었던
무지막지한 코너 통과속도에 더해진다면
아반떼 N은 정말 어지간한 스포츠카가 와도
랩타임으로는 누르기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전륜구동 끝판왕으로 불리우는 차들은
애석하게도 국내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아서
(르노 메간 R.S. 트로피 R과 혼다 시빅 타입 R)
당장 국내에서 이와 맞붙을 적수가 보이지 않지만
적어도 사륜구동을 달고 있는 유사한 출력대 차량들,
국내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 A35 AMG나
BMM M135i 정도는 아반떼 N이 가볍게 누를 듯 하다.
바빠서 N City Seoul은 오는 일요일에 가볼 예정인데
과연 N 라이트 스포츠 버킷시트를 얹은 아반떼 N의
시트 포지션이 기존보다 얼마나 낮아졌을지
매우 기대가 된다. 이것만 해결됐으면 완벽에 가깝다.
인스타그램 @hyundai_n_worldwide에
아반떼 N 공개 직전에 아반떼 N의 특징으로
낮아진 시트 포지션을 꼽았었기에 더욱 기대중.
그 외 소소한 개선사항 중
코나 N에서 처음 선보인 N 전용 계기판 테마가
AMG의 그것을 연상케 하는데 아주 마음에 든다.
RPM 게이지 및 현재 기어 단수가 중간에 크게 박혀있고
주변에 오일 온도와 엔진 온도가 표시되는데
모름지기 고성능차라면 이래야지.
현대차가 요즘 빻은 계기판 테마 만드는데
대단한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만
N 답게 차별점을 준 점은 아주 칭찬할 만.
전용 데이터 로거를 구입할 필요 없이
차량에 내장된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된다는 것도
서킷 자주 다니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메리트.
국내 서킷은 몇 개 없지만 다 포함되어 있다.
이런 달리는 데 집중한 고성능 차임에도
최신 차량답게 지능형 안전 기술이 많이 적용된 편인데
기본 적용된 것이 AEB(전방 충돌 방지/긴급 제동)와
LFA(차로 유지 보조) 및 LKA(차로 이탈 방지 보조) 등
화려하기 그지없고 스마트센스 옵션도 있다.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이 없다고 불평하는
일부 노인네들은 제발 이거 사지 말고 그랜저나 사길.
이렇게 차를 내줬는데 도대체 뭘 추가로 더 바라나.
N 퍼포먼스 파츠의 가격도 비정상적으로 합리적이다.
카본 스포일러와 카본 사이드미러가 포함된
카본 패키지의 가격은 단 돈 295만원.
리얼 카본으로 만들어서 이 정도를 추가하려면
수입 고성능차였으면 최소 두 배 이상이다.
현대에 따르면 카본 스포일러 장착 시
최고속도에서 다운포스가 125% 증가한단다.
25% 아니고 125%이다.
안그래도 자선 사업 수준으로 차값 매겨줬는데
옵션 좀 팍팍 달아서 출고하자.
단조 휠 역시 휠 단품 기준
매트블랙(230만원) / 전면가공(245만원)
이라 기본 휠 반납조건이지만 매우 저렴하다.
알칸타라 패키지(67만원)역시
핸들과 기어노브, 사이드브레이크와 센터콘솔
전부에 알칸타라를 발라주는데 이 가격.
난 알칸타라가 싫지만 정말 가격이 깡패이다.
참고로 포르쉐는 알칸타라 핸들 하나에 70만원.
나머지 옵션들도 주는 옵션 대비 매우 저렴하다.
N 라이트 스포츠 버킷 시트도 겨우 100만원에
N DCT는 정말 190만원이 아니라 1900만원의 성능.
참고로 파나메라에 올라가는 포르쉐 8단 PDK가 3천만원.
통풍 없으면 죽는다는 국내 소비자를 위해
기본 시트에 통풍기능까지 넣어주다니
정말 말도 안되는 가격과 구성이다.
나는 사실 길에서 양카같이 운전하거나 기어가거나
둘 중 하나인 대다수 아반떼 운전자들 때문에
아반떼가 매우 싫은 사람 중 하나이고
벨로스터 N을 타보고 별다른 인상을 못 받은 사람인데
그 모든것을 뛰어넘고 아반떼 N은 등장과 동시에
갖고싶은 차로 한방에 자리매김해버렸다.
엄청난 완성도와 엄청난 가격.
대개 하나를 잡으면 하나는 포기하는게 상식인데
아반떼 N은 N 브랜드 최초로 둘 다 잡기에 도전한다.
일반형 아반떼의 단점으로 내가 꼽는 것 중 하나가
실내 소재가 정말 소름끼치게 싼티난다는 것인데
그까이거 N이 3212만원이면
쿨하게 무시할 수 있다.
어차피 만지지도 않는거 이 차가 이 값인데 무슨 상관이리.
아반떼 N 사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