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에서 볼보만큼
말도 안되게 고평가받은 브랜드가
아무래도 찾아보기 힘들지 싶다.
물론 그 뒷배경은 나도 십분 이해를 한다만
정말 이건 차의 수준을 감안했을 때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수준의 호평.
볼보의 XC90이 영국에서 출시 이래로
탑승객이 사망한 사례가 없는 것도 사실이고
박지윤씨 부부가 XC90을 타던 중
사고가 났음에도 큰 부상이 없었던 것도 사실.
근데 그건 XC90만 해당이지
나머지 볼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차를 잘 모르는 대중들은 볼보 XC90 중에
볼보만 기억에 남아서
마치 볼보를 타면 안 죽는것처럼
과대포장되어가며 거품이 끼었다.
그리고 결정타로 효리네 민박에
이효리씨 부부가 XC90을 타는 모습이 나와서
내 기억엔 그때부터 볼보 열풍이 불었던 것 같다.
그 전에는 평범한 스웨덴차 이미지였는데.
XC90의 유로엔캡 점수를 보면
실제로 동급 차량들보다 더 점수가 높다.
반면 이 글에서 다룰 XC60을 비롯한
나머지 하위 모델들은 전혀 해당 없음.
XC60과는 인연이 계속 안 닿아서
시승도 몇 번 엎어지는 바람에
그냥 없는 차라 치고 넘어갈랬는데
뜬금없이 이걸 탈 일이 생겨서
갑자기 XC60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오늘의 주인공은 XC60 T6 AWD로
지금 팔고있는 모델은 아니다.
현재 판매중인 모델은
페이스리프트가 된 차량이고,
T6가 B6로 바뀐 상황.
XC60은 볼보의 핵심 판매 차종으로
우리나라에서 할인 한장 안 해주면서
1년이나 대기시키는 막장 행각을
아직도 저지르고 있는 중인데
그 XC60의 중상위 모델이었던게
지금 다루게 될 T6 AWD다.
참고로 미국에선 안 팔려서
할인해가며 떨이하는게
바로 이 XC60.
XC60 T6 AWD의 특징이라면
볼보의 D-세그먼트 SUV로
동급 차종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 GLC와
아우디 Q5, 제네시스 GV70, BMW X3 정도.
동급 차종들이 다 후륜 기반 사륜 구동인데
XC60은 전륜 기반 사륜 구동이다.
T6라는 엔진이 좀 관심을 끄는데,
4기통 2.0L 가솔린 엔진에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둘 다 장착한
트윈 차저 엔진이다. 흔치 않은 물건.
예전에 국내에 수입된 적 있는
폭스바겐의 골프 1.4 TSI가
트윈 차저 엔진을 달았었는데
T6는 이 엔진이 특징이다.
예전에는 볼보도
2.5L I5, 3.2L I6나 4.4L V8같은
멋진 엔진들을 썼었는데
이젠 모듈러 개발 정책 하에 만들어진
2.0L I4 엔진을 전방위적으로 쓴다.
특히나 4.4L V8은 야마하의 관여와
60도라는 협각 구조 덕분에
엔진 사운드가 아주 훌륭했었는데
볼보가 그런 시절도 있었지.. 쩝.
아무튼 이 모듈러 엔진의
가솔린 2.0L 버전은 T4, T5는 싱글 터보,
T6는 트윈 차저, T8은 트윈 차저 PHEV다.
트윈 터보가 아닌 트윈 차저인 이유는
터보에 부스트가 차는 동안
딜레이가 발생하는 시간에
즉각적인 리스폰스의 슈퍼차저가 개입해서
이론적으로는 터보랙 없이 깔끔한,
대배기량 차량같은 넉넉한 파워를
운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반면 고회전대로 올라가면
제대로 회전하는 터보가
다시 한번 힘을 보탠다.
XC60 T6 AWD의 이 엔진은
확실히 파워 전달력 면에서는 활기차나
거의 디젤차라고 믿을 만큼의 소음과
언짢은 진동을 실내로 전달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M274가
소음과 진동으로 욕을 아주 많이 먹었는데
벤츠가 억울할 정도로 이건 엉망이다.
M274가 가솔린임에도 디젤 같은 NVH면
이건 그냥 경운기라고 봐도 할 말 없을 듯.
음색 자체가 전형적인 직분사 엔진다운
갈갈거림이 엄청나게 강조되어있는데다
'오디오를 즐기는 볼보'라기엔
실내 방음 수준도 허접하기 짝이 없어
엔진 소음의 실내 유입이 상당하다.
변속기는 아이신에서 사오는
자동 8단변속기가 달려있는데,
지극히 평범한 수준 이하의 물건.
동급의 경쟁 모델들 면면을 보면
Q5의 7단 S-트로닉이나 X3의 ZF 8단 자동이
순수 성능과 직결감 면에서 압살하고
GV70의 현대트랜시스 8단 자동 역시
달리고자 할 땐 제대로 받쳐주면서 부드럽다.
GLC의 9G-트로닉도 간헐적 변속충격 외엔
모든 면에서 XC60보다 훨씬 낫다.
시끄러운 엔진과 넘실대는 변속기의 궁합.
가히 동급 최하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300마력대 SUV가 꼭 필요하다면
차라리 제네시스 GV70으로 가던지
아예 성능에 올인한다면
GLC 43 AMG나 X3 M40i.
밸런스 측면에선 Q5 45 TFSI도 괜찮다.
난 XC60 안 타면 당장 죽을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 기준)B5로 가는 게 좋다.
아이신 쓰고 엉망이라니... 스웨덴 티볼리?
일단 파워트레인 면에서 삼구 삼진.
이 세그먼트 차량들은 대개
승차감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그간 내가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빠진 GV70이
승차감이 아주 형편없다고 심하게 깠는데
듣는 GV70이 매우 억울했을 듯 하다.
XC60 T6 AWD는 정말이지 동급 최악의 승차감.
일단 승차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트가
전혀 충격을 흡수하지 않을 뿐더러
진동을 몸에다가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320마력의 고성능 SUV인걸 감안해야 한다고?
글쎄, 승차감이 단단한건 감내할 수 있어도
불쾌하게 온갖 잔진동과 쿵쾅거림을
전부 내 몸이 떠받드는 상황은
320마력이 아니라 620마력 SUV여도
거의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빨래판 같은 구간을 지나가면
타당탕탕탕 하면서 차가 흔들리고
절반만 느긋한 댐핑과 요상한 스프링 강도가
탑승객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앞좌석에서도 이런데 뒷좌석은 뭐
안 봐도 가관일 것이 분명하다.
차량 뒷좌석에 앉아볼 마음이
탑승 5분 만에 깨끗하게 사라졌다.
당시 이 차 가격이 7540만원이었고
지금 XC60 B6 AWD가 7100만원인데
진심으로 이 금액을 줄 승차감이 아니다.
싼타페나 팰리세이드가 특정 구간에서
승차감 저하를 겪는 것과 약간 비슷한데,
충격을 받아들일 땐 더 강하게 받아치며
좋은 노면 하에서도 잔진동이 더 올라오는
한 마디로 쓰레기. 그 정도다.
이 체급은 경쟁이 극심한 만큼
각 모델들이 개성넘치는 주행감을 자랑하는데
SUV임에도 승용차같은 GLC부터
의외로 편안하고 깔끔한 Q5,
가볍게 치고나가는 X3와
이들 수준에 턱걸이한 GV70(ECS 장착)까지.
얘는 도대체 뭐지? 하는 생각만 맴돈다.
내가 블로그에 쓰는 시승기 중
"쓰레기"라는 표현을 대놓고 쓴 경우는
없다시피 한데 XC60은 정말 쓰레기다.
승차감에서 시원하게 헛스윙 삼진.
승차감이 엉망진창인데
그렇다면 적어도 달리는 것 하나는 잘 하나?
프리미엄 브랜드의 일원이라면
승차감과 주행성 둘 다 상위권이어야 하지만
이미 승차감에서 크게 점수를 날려먹었으면
달리기 실력만큼은 무조건 탁월해야지.
애석하게도 그것도 전혀 아니다.
일단 경쟁 차종들 대비
"높은 차"라는 점이 선회 시
압도적으로 많이 부각된다.
특히 수입 경쟁 차종 중 국내 판매량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 GLC는 앞서 말했듯이
SUV가 아니라 세단에 가까운
놀라운 주행 감각과 안정감을 선보이는데
그에 비하면 하늘과 땅에 가까운 차이.
비슷한 가격대의 어떤 경쟁 차종도
이렇게 대놓고 "나 SUV요"라는 주행감을
선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D-SUV는 정통 SUV보다는 도심형에
더 가까운 세그먼트이기도 하니까.
심지어 이 세그먼트에 처음 도전하는
제네시스조차 GV70로 하여금
매끈한 외형에 어울리는 수준 정도는 맞췄다.
그렇다고 XC60이 정통파다운 매력이
주행감에 숨어있거나 하느냐 하면
이 역시도 전혀 아니어서
점잔 빼려다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오히려 렉서스 NX가 매우 의외지만
역동적인 감각은 XC60보다 강하다.
타이어가 미쉐린의 래티튜드 스포츠 3.
타이어빨을 보려고 시도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뒤뚱거리는 차를 구제하기엔
이런 스포츠 타이어가 와도 역부족이다.
코너를 탈출하는 속도는
그럭저럭 나오는 편이다만
그게 다 타이어 덕분.
NX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조향감 마저도 렉서스에 밀리는 게
바로 이 XC60. 훨씬 가볍기만 하다.
경쟁사들, 심지어 신예처럼 등장한
제네시스마저 달려나가는 와중에
안전이라는 이미지 팔이나 하며
수준 이하의 차량은 개선 않는 볼보가
이번엔 루킹 삼진을 당했다.
쳐다만 보다가 훅 가는 건 한 순간.
이 차량은 페이스리프트 전 모델이라
구닥다리 볼보 인터페이스가 탑재됐는데
정신 사납고 난잡하기 짝이 없다.
최신 XC60 B6 모델은 SK 텔레콤과 손잡고
T맵을 순정 내비게이션으로 지원하는데
짧게 타보고 마는 기레기들의 시승기엔
찬양 일색이었지만 뻗는 게 일상다반사.
수입차가 국내 회사와 손잡고
인포테인먼트를 자체 개발했다는 점은
1년 대기에 정가 주고 이런걸 사주는
호구 밀집 시장에 대한 약간의 배려랄까.
칭찬할 만한 내용이긴 한데
결과까지 좋았어야지.
우드 트림과 나파 가죽의 소재가
좋다고 칭찬하는 유튜버들이 천지인데
난 솔직히 하나도 공감이 안 된다.
이는 폴스타 2 역시 마찬가지인데
450만원(2022년식 기준)이나 주고
넣는 나파 가죽 내장의 가죽 질이 영 별로.
어차피 시트 형상이 굉장히 불편하기 때문에
가죽 질이 좋든 나쁘든 착좌감은 꽝이고
마사지 기능이 작동해도 큰 차이 없다.
도대체 볼보 시트가 좋다고 누가 그런거야?
오레포스 크리스탈 기어노브도
늘 내가 동일한 스탠스를 유지해왔듯
잡는 느낌이나 감촉이 평범한 수준에
BMW의 크리스탈 기어노브가 훨씬 예쁘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XC60이지만
딱 한가지 우길 수 있는 건
단연 Bowers & Wilkins 오디오.
S90 시승기때도 비슷한 양상이었는데
결국 이 친구도 피하지 못했다.
오디오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시체.
다행히(?) 동급 차종들이 대부분
오디오에 큰 신경을 안 쓰고 있어서
유일하게 경쟁 모델 대비 앞서는 점이
바로 오디오인데, 그 뿐이다.
XC60의 유일한 장점은
물론 이 B&W가 뛰어나서도 있지만
남들이 공을 놓쳐서 더 부각되는 면도 있다.
마지막으로 낫아웃 삼진까지.
볼보-폴스타까지 해서
이번이 3번째 시승기인데
내가 평소에 싫다고 하는 테슬라보다도
늘 평가를 박하게 주는 것 같아
볼보 차량들은 쓰면서 몇 번을 곱씹어보고
여러 번 생각해보는 편인데
나랑 맞지 않는 것을 떠나서
이건 그냥 사주는 놈들이 멍청이다.
자동차를 접하는 주 매체가 유튜브인 요즘
유튜브로 차를 타보고 헛소리하는 인간들이
도처에 깔려있어 유튜브 여론조작에
누구보다 열심인 회사가 딱 두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볼보.
볼보 차량들의 영상을 보게 되면
어느 하나 단점을 지적하는 이가 없이
좋다면서 안전의 대명사 볼보라고
대놓고 돈받아먹은 티를 낸다.
막상 타보면 이렇게 실망스런 차가 없는데.
그래도 브랜드의 핵심 모델이라면
조금이라도 다를 줄 알았다.
그래서 글 서두에도 밝혔듯
XC60을 타볼 생각을 여러 번 했었고
그게 다 엎어지긴 했었다.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은 몰랐지만.
딱 한줄 요약.
XC60은 사지 마세요.
차 한 대가 네 가지 삼진을 모두 당하다니.
이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