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엔 뭐가 진짠지 모르겠다.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유튜브,
AI가 만들어낸 글과 사진,
자연스러워 구분이 어려운 합성물까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려고 작정하면
'진짜' 행세를 할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 펼쳐지고 있어선지
지금껏 본 적 없는 낯선 BMW가,
자신도 다를 것 없는 BMW이며
또한 M 퍼포먼스 차량이라고
당당하게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 주인공은 바로 M135i xDrive.
M135i xDrive는
무려 전륜 구동으로 바뀐 1시리즈(F40)를
기반으로 만든 고성능 버전이자 핫 해치.
이런 차도 과연 진정한 BMW라 할 만 한가?
심지어 M1이라는 딱지를 재사용하는 건
신성모독이라 고성능 1시리즈엔 허락되지 않아
예전엔 M이 손 본 1시리즈를 1M이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M1'35i'라 진정한 M 차량도 아님.
MPA(M Performance Automobile)라고,
일반 모델들보단 좀 더 성능이 높지만
오리지널 M 차량은 아닌
그런 모델군에 소속된 차량이다.
진짜 M도 아니고, 구동 방식도
전륜 기반 xDrive인 이 차량이
깐깐한 내 잣대를 들이밀어도
BMW다운 차량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지
M135i xDrive와 트랙을 돌면서 알아보자.
외관과 내장 디자인을
아울러서 간단히 짚자면,
외관은 정말 첫 등장 당시에는
충격과 공포 수준으로 못생겼었고
지금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게임 < 앵그리버드 >에 나오는
그 초록색 돼지를 닮은 얼굴은
정말이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었다.
M135i xDrive는 그나마
MPA 차량이라고 외관 곳곳의 크롬을
새틴(무광)크롬으로 바꾸었고
전면 그릴 내부를 직선형 바 대신
점 무늬 여러 개로 채웠는데
이게 미관상 훨씬 낫다.
이미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해외에는 공개돼서
이 M135i xDrive는 곧 없어질 차량인데,
공개된 최신형 M135 xDrive(F70)는
이름에서 i가 떨어져 나가기도 하거니와
외관이 기아차인지 포드차인지
아니면 몽구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
이 외관 디자인 지금도 별로지만
페이스리프트가 더더욱 나빠질 예정이라
이 차량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 사야 함.
어떻게 BMW는 날이 갈 수록
새롭게 못생긴 디자인을 내놓는지
정말이지 놀랍고 경이롭다.
여기 디자인팀은 죄다
눈과 손에 문제들이 있으신가
실내로 자리를 옮겨보면
M135i xDrive는 BMW 차량이라
그래도 골프나 308, i30보단
내장재 품질이 한 수 위이다.
그러나 메르세데스-벤츠 A 35 AMG보단
여러모로 밋밋하고 화려함이 떨어지는데
이 실내 디자인 큐는 이미 BMW 내에서도
구형이 된 터라 업데이트가 필요함.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최신 iDrive 8을 갖추고
현재의 BMW X1(U11) 및 iX1과
동일한 실내 디자인을 갖출 예정.
하지만 또 페이스리프트 차량의 실내는
버튼들이 너무 사라지고 지나치게 단순화됐고
iDrive 8은 현재 차량의 iDrive 7보다
운전 중 사용하기 굉장히 불편하기 때문에
지겨운 듯 하면서도 지금의 실내가
실제로 사용해보면 더 편하고 보기에도 낫다.
디자인에 대해 한 줄 요약 하자면
지금 상태가 그리 막 좋거나 인상적이진 않은데
향후 나빠질 예정이니 빨리 이 정도로 만족 필요.
차량 전반의 생김새만 따지면
메르세데스-벤츠 A 35 AMG나
좀 더 순한 맛의 골프 GTI가 훨 낫다.
슬슬 차량에 올라 달려볼까.
M135i xDrive는 다른 BMW들에서
많이 봐온 B48, 직렬 4기통 1998cc
가솔린 터보 엔진이 올라간다.
1시리즈의 막내 120i와 엔진을 공유하지만,
낼 수 있는 힘은 차원이 다름.
최고 출력 306마력 @ 5000 - 6250rpm,
최대 토크 45.9kg·m @ 1750 - 4500rpm으로
120i보단 무려 114마력이나 높다.
쏘나타 N 라인의 2.5L 터보 엔진보다도
출력이 더 센 물건이니, 힘은 상당하다.
이 B48 엔진은 8단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와
맞물려서 힘을 내게 되는데, 이름은 저렇지만
그냥 일반적인 자동변속기다.
상위 모델은 ZF에서 납품하는 물건이지만
이 전륜 구동 기반의 차량들은
같은 8단이어도 아이신에서 납품함.
변속기 단 수만 8단으로 같은 것.
파워트레인에 대한 종합 느낌은,
힘에 대한 의심은 전혀 없는데
짜릿함이나 즐거움도 전혀 없다는 것.
BMW답게 제원표에 적힌 성능보다
체감 성능이 더 뛰어나거나
최소한 동등한 수준 이상은 된다만
그 성능을 '즐긴다'고 하기엔 무리.
BMW 그룹 전반에 돌려쓰다보니
짜릿하게 엔진 회전수를 쥐어짜고
엔진 회전 질감도 날카롭게 만들 수 없단
자기네들의 사정은 어느정도 이해하지만
어쨌든 너무 재미 없다.
엔진 자체도 롱스트로크형으로
(보어 x 스트로크 94.6 x 82 mm)
일찍부터 토크가 팍팍 밀어주는 느낌이지
내가 악셀을 내리밟아서 힘을 내야 하고
운전에 쫙 몰입하도록 엔진이 나를 빨아들인단
그런 감각 - 핫 해치에선 중요함 - 은 전무함.
밟은 것 보다 더 힘 차게 나가고
기름을 덜 먹는 양 쪽 측면 모두에서의
효율성은 아주 탁월한 엔진인데,
그런 건 120i에서 더 부각되는 강점이지
스릴과 재미가 중요한 M135i xDrive에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아이신의 변속기도 품질은 흠 잡을 데 없지만
이런 차급에 으레 동원되는 DCT에 비하면
직결감이나 변속 속도가 뒤떨어진다.
난 메르세데스-벤츠의 8단 DCT나
골프 GTI의 7단 DSG가 훨씬 좋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조차
내가 원하는 만큼의 극적인 드라마나
쥐어짜고싶은 자극은 없음.
오히려 에코 프로 모드로 들어가서
부드럽게 크루징할때 더 좋았으니
이게 핫 해치에 어울리는 구성인가
다시금 의문의 많이 생김.
핫 해치란 평소에는 타고다니기 편하고
실용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아주 잘못된 건 아니다만,
핫 부분은 뜨겁다기보단 다소 미지근.
사실 BMW 그룹 내의 소형차는
아이코닉한 '미니'가 있다.
이번 세대(F40) 1시리즈 이전의
후륜 구동이던 1시리즈 모델들은
구동 방식이 미니와 완전히 달라
미니의 그 상징적인 디자인과
개성, 즐거움이 BMW에 드리우는
그림자에서 벗어나 있을 수 있었는데
이 전륜 구동 및 전륜 구동 기반 xDrive의
1시리즈는 그 그림자 속으로 들어와버렸다.
미니 쿠퍼 JCW가 출력이 231마력으로
M135i xDrive보다 훨씬 낮고
뒷 바퀴로 동력이 가지도 않지만
핫 해치란 타이틀이 훨씬 어울리게
운전하는 내내 큰 웃음이 내 얼굴에서
전혀 떠나지 않는 펀카 그 자체이다.
그럼 상대적으로 이 M135i xDrive는
꼬마 악동인 미니와 비교했을 때
좀 더 '어른의 펀카'인건가?
어른스러운건 맞는데,
펀이라는 대목은 빠져야 한다.
근데 즐거움이 빠지게 된다면
같은 금액으로 520i를 사는게 맞지 않나.
엔진이 효율적이고 힘을 뻥뻥 낸단 점은
BMW가 부분적으로 맞긴 한데,
이전의 훌륭했던 BMW 엔진들의 소리들에 비하면
이건 그냥 승용차와 별 다를 바 없이
팝콘 배기만 조금 끼얹은 평이한 엔진 사운드이고
회전 질감도 짜릿함과는 대척점에 있는
평범한, 밋밋한 그런 녀석이다.
변속기 역시 많이들 극찬하는 그
ZF에서 받는 8단 자동변속기와 달리
좀 더 땅땅 쳐줘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핫 해치는 차량이 작아서
운전자와 차량이 하나가 된 듯한 감각이
운전자에게 더더욱 다가오게 되는데
변속기는 거기에 일조하고 있지 못하다.
전륜 구동 기반 차량이라
아이신에서 받은 변속기를 달은거지만
그럼... 전륜 구동 기반인게 문제네.
전륜 구동 기반인 건
요리조리 잡아돌려봐도 문제가 됨.
이 차는 M135i 'xDrive'라
완전 전륜구동인 골프 GTI와 달리
전륜 구동 기반의 사륜 구동이다.
4기통 터보 + AWD 핫 해치는
국내엔 이제 없는 골프 R이
유행시킨 조합인데,
이제 독일 회사들은 전부 이렇다.
전륜 구동 기반의 사륜 구동은
뒷 바퀴로 최대 50%까지밖에
동력을 보내지 못한다는 거
나도 알고있지만, 이 차가
운전 중 주는 느낌은
그냥 완전히 전륜 구동 차량이다.
뒷 바퀴로 동력이 간다는 느낌이
희미하거나 때때론 없고,
코너 중심부로 밀고 들어갈 때는
너무나도 쉽게 언더스티어가 발생해서
운전자가 자신감을 가지고
악셀을 과감하게 일찍 열 수가 없다.
내가 종종 챙겨봤던 해외 모 유튜브 채널에서
'M135i xDrive는 굉장히 전륜 구동 차량 같다'
이런 평을 남겼어서 나도 이 차가 궁금했는데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차량의 태도를
극복하고자 앞 바퀴에
기계식(토센) LSD가 장착되어 있는데,
일단 전자식만큼 반응이 빠르지 않단 점에서
기계식 LSD인건 확실히 알겠다만
기계식 특유의 거친 느낌이 없이
디퍼렌셜이 잡아당겨주는 감각이 흐리멍텅하고
전반적으로 매우 부드럽게 작동한다.
LSD의 공격성은 아반떼 N이나
N 코너 카빙 디퍼렌셜의 그것에 비하면
거의 뭐 반의 반절이나 될까 싶은 정도.
이렇게 쉽게 앞 타이어가 자꾸 항복하려 드는데
사륜 구동계도 제 역할을 못 하고
LSD도 빈약하면 어떡하나?
M135i xDrive의 이 기계식 LSD는
미니 JCW가 쓰는, 브레이크를 활용한
토크 벡터링 기능보다 살짝 더 강한 수준이라
별도의 LSD가 장착되었단 점을 감안하면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운전대의 무게감은 무지막지하게
무거웠던 구형 M4(F82) 수준이 아니라서
나쁘진 않았는데, 운전자와
별 다른 대화를 하지 않으려 들고
앞 바퀴에 대한 정보도
그렇게 많이 들어오지 않아서
핫 해치로서의 기본적인 요소들이
상당부분 전부 실격이라고 볼 만 하다.
브레이킹은 타이어 탓인지
아주 막 탁월한 수준인지 모르겠는데,
브레이크 페달 감각이 매끈하다.
포르쉐의 칼같은 그런 느낌과 반대.
상시 부담 없는 느낌이라
평소에 타고다니긴 좋겠는데
핫 해치라고 생각해보면 음...
이 모든 걸 고려해보면
'Ultimate Driving Machine'
글쎄, M135i xDrive는 전혀 아닌 것 같아.
승차감은 놀랍게도
120i보다 M135i xDrive가 훨씬 낫다.
물론 여기는 노면이 훨씬 매끄러운
트랙이지만, 정말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120i는 그 단단하기로 소문난
미니 쿠퍼보다도 무식하게 딱딱해서
'이걸 와이프 사줄 세컨카로 구입한다고?'
싶을 정도로 나 타다가 화들짝 놀랐었는데
M135i xDrive는 M 스포츠 서스펜션이 탑재됐음에도
기본형 120i보다 스프링, 댐퍼 모두에
한결 여유가 있고 탈 만 하다.
이 정도면 320i보다도 더 부드럽지 않나 싶다.
내가 330i(G20)는 타본 지 너무 오래돼서
지금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태.
어차피 330i는 진작 단종됐으니까.
시트 최저 포지션은
기본형 120i와 별반 차이 없다.
MHP 차량, 핫 해치로서는
최저 수준이 너무 높지 않나 싶음.
3시리즈는 전 모델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만큼 바닥까지 내릴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도 1시리즈는 차별을 받는다.
시트 포지션은 BMW가 잘 하는 부분이고
또 고객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인데
이런 모습들에서 티가 난다. 짝퉁이란 게.
전륜 구동 기반으로 타협을 한 탓에
뒷좌석 레그룸은 널찍한데
그건 이미 다른 경쟁사 차량들이
잘 하던 부분이고, 또 기본형인 120i에서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는 부분이다.
M135i xDrive를 굳이 선택해야 할 이유가
도무지 무엇인지 감이 안 잡힌다.
아, 맞다.
내 블로그에 코나 N 시승기도 있었지.
코나 N하고 M135i xDrive하고
비교하면 코나 N의 기괴한 운전 자세
딱 하나 빼곤 코나 N의 압승이다.
코나 N이 출력을 내는 느낌도
이보다 비교불가하게 파워풀하며
변속기도 시원하게 딱딱 알맞게 쳐주고
코너를 돌아나갈때 압도적으로 즐겁다.
해치백보다 더 뛰어난 SUV의 실용성까지.
M135i xDrive의 운전자세도 뭐
아주 뛰어나다 말하긴 어려우니까.
이 분야의 왕은 골프 GTI.
역시 골프가 괜히 골프가 아니다.
비교하는 게 웃기지만,
실용적인 M 차량 라인업 중
한 단계 윗급으로 올라가면
M340i 투어링 xDrive가 있는데
애석하게도 난 그 차에 관심이 없어서
내가 타본 M3 투어링과 비교하자면
말 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하늘과 땅, 아니 태양과 지구 표면
그 정도의 무지막지한 차이가 난다.
M3 투어링은 진짜 BMW 맞거든.
그래서 M135i xDrive는
BMW이고, MHP 소속이라 M 뱃지가 붙었지만
오리지널 BMW도 아니고 M도 아니다.
한 마디로 짝퉁 BMW M.
내가 제목을 딥 페이크라고 지은 이유다.
겉보기론 그럴듯하게 만들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완전 가짜.
이 차는 도대체 왜 사야 할까?
핫 해치로서의 자극과 재미도 없고
편안한 일상용 크루저지만 가끔 캐주얼한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고, 또 프리미엄 브랜드의
소속감을 즐기는 데엔 메르세데스-벤츠 A35 AMG가.
랩 타임을 줄여나가는 재미 및 저렴한 가격,
순수 운전의 짜릿함은 아반떼 N 및 코나 N이.
외모 및 실내가 특출나게 예쁜 것도 아니고.
BMW 그룹 안에 미니라는 강력한 대안도 존재함.
올라운더로서의 균형감은 또 골프 GTI가.
진짜라고 우겨봤자
가짜는 금세 들통나는 법이다.
BMW 뱃지가 붙어있으면서
전륜 구동 기반인 것 부터 잘못됐음.
1M 쿠페 돌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