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AMG란 본디
운전석 앞에 거대한 V8 또는 V12를 얹고
악셀을 밟을 때마다 지구가 흔들릴 법한
굉음을 내면서 뒷 타이어를 금세 지워버리는
독일산 머슬카를 만드는 고성능 브랜드였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숙적으로 여겨지는
BMW의 M 차량들보다는 다소
약간 더 풀어헤쳐지고, 약간 더 헐거우며
8기통의 소리와 큰 출력을 다스리는 재미를
주로 즐기는 차량으로 알려져왔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메르세데스-AMG가 달라지려 들더니
어느새 해변가나 쭉 뻗은 고속도로가 아닌
서킷에 더 어울리는 차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물론, 기존에 가졌던 성격을 바꾼다는 것이
작정했다고 한들 하루아침에 쉽사리 되진 않는다.
내 기억으로는 CLK 63 AMG 블랙 시리즈부터.
그 후로도 7,8년이 더 걸리더니만
AMG GT 쿠페 및 로드스터를 만들면서
911의 색다른 라이벌로서 승부수를 띄우고
본격적으로 메르세데스-AMG는 스스로를
트랙 공략하기 즐거운 퍼포먼스 머신으로
강화하는 작업을 이어나갔다.
오늘날 메르세데스-AMG는
AMG GT R, AMG GT 4도어 63 S 등
가속보단 코너링에 중점을 둔 차량들이
모델 라인업에 주류를 이루고 있는 중.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이 메르세데스-AMG CLA 45 S 4Matic+ 쿠페.
누가 메르세데스-벤츠 아니랄까봐
문이 4개지만 엄연히 쿠페로 분류한다.
차량 사이즈가 작건 말건 상관 없음.
4도어 쿠페란 장르를 창시했으면서
CLA의 모태가 된 CLS는 벌써 단종됐는데
오히려 나중에 나온 CLA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웃기게도 이 글을 적는 지금은
페이스리프트된 CLA 45 S가 이미 출시됨.
아무튼 여러 가지 복잡한 뒷 사정을 갖고 태어난
이 CLA 45 S 4Matic+은 과연 어떨까?
CLA 45 S는 한 번 변신을 거친
메르세데스-AMG와도 사뭇 다른 녀석.
후륜 구동 기반이 아닌 전륜 구동 기반의
4Matic+ 사륜 구동 시스템을 갖췄고,
우렁찬 V8 대신 직렬 4기통 엔진을
무려 가로로 배치했으며
차량의 사이즈도 작고 귀엽다.
전통적인 고성능 메르세데스-벤츠와
거의 뭐 대척점에 서 있는 차량.
나도 직접 운전해보기 전까진 반신반의했다.
그런 CLA 45 S 4Matic+를
AMG답게 트랙 테스트로 만나보자.
CLA 45 S 역시 시작은 디자인부터.
이름이 'CL'A인 만큼
평범한 A클래스 세단과는 다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20년 전
CLS를 통해 만들어낸 '쿠페형 세단'
세그먼트의 막냇동생이자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 공을 들이는
작은 럭셔리카계의 끝판왕.
원래 메르세데스-벤츠 안에서
작은 럭셔리카는 '베이비 S-클래스'로
많은 이들에게 통하는 C-클래스였는데
이제 그보다도 더 넓은 시장이 탐나는지
A-클래스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가지치기 모델들을 만들었고,
그 중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게 바로 CLA.
C-클래스와 A-클래스 계열 차량들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구동 방식이 다르단 것.
C-클래스는 여전히 후륜 구동 기반 럭셔리카고
A-클래스는 MFA2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륜 구동 혹은 전륜 기반 사륜 구동이다.
그래서 이 CLA 45 S도 전륜 기반 사륜 구동.
그게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후륜 구동 차량들의 통상적인
쫙 뻗고 뒤로 살짝 뉘여있는 비례감이 아닌
머리 - 가슴 - 배가 정비례인 느낌을 준다.
'프레스티지 디스턴스'라고 하는,
앞 휀더와 앞 문 사이의 간격이
구조상 짧을 수 밖에 없어서 그렇다.
그런데 이 2세대 CLA(C118)는
전륜 구동 기반임에도
고전적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우아하고 유려한 실루엣을
놀라울만큼 잘 살려서 멋지다.
구동 방식에 따른 이런 비례 차이를
아는 사람들이나 따지고 앉았지,
일반적인 이들은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차량에 기존의 큰 차(CLS)의
디자인 핵심 포인트들을 잘 녹였다.
오히려 차량 사이즈가 작아서
3세대 CLS(C257)이 시달리던 여백의 미(?)
문제가 없는지라 오밀조밀 알차게
마치 턱시도를 입은 꼬마 신사처럼
꾸며진 느낌이 들어서 대 만족.
거기다 AMG라인 같은
반쪽짜리 치장이 아니라
정말 AMG 모델이다보니
과격한 디퓨저와 범퍼들,
윙렛과 스포일러 및
트윈 듀얼 배기장식까지
한껏 멋을 낸 게 귀엽기도 하고
또 남성미도 제법 느껴져서
베이비 AMG도 AMG 맞네.
실내로 자리를 옮겨보면
휘황찬란한 앰비언트 라이트가
실내의 분위기를 주도한다.
혹자는 너무 번쩍번쩍하다 욕하고,
사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만
이런 엔트리급 차량에는
조명 말고는 실내의 고급감을 올릴
별 도리가 없어서 그냥 눈감아 줘야.
내장재 품질이 좋기는 어렵잖아.
거기에 이 CLA 45 S는 AMG인지라
대시보드를 감싸는 알루미늄 룩 패널에
AMG 레터링을 포함한 장식이 들어가고
AMG 전용 계기판 테마를 갖춰서
메르세데스-벤츠 내에서 가장 낮은 급의
차량을 골랐다는 티를 거의 내지 않는다.
하지만 스티어링 칼럼의
와이퍼 레버나 기어 레버,
창문 스위치등을 만져보면
여지없이 싼 티가 난다.
싼 소재를 고급스럽게 포장하는 데
아주 도가 튼 메르세데스-벤츠조차도
가장 엔트리급에선 별 수 없었나보다.
이에 비하면 BMW 1시리즈는
거의 눈 뜨고 봐주기 힘들 정도의 실내.
내장재 품질은 폭스바겐 골프가
컴팩트급에선 가장 좋은 편.
CLA 45 S도 단순히 실내의
플라스틱이나 우레탄의 질을 따지면
골프보다는 약간 모자라다.
이 차량은 인디비주얼 오더 해야
고를 수 있는 옵션인
AMG 퍼포먼스 시트가 장착됨.
기본형 시트에 앉아보질 않아서
어떤지 비교는 어렵겠다만,
이 시트만 가지고 얘기하자면
시트가 선보이는 지지력은 훌륭한데,
내릴 수 있는 가장 낮은 최저 포지션은
BMW M 차량들만큼 낮진 않다.
그리고 가죽이 ARTICO.
메르세데스-벤츠 세계에서
아티코라는 이름은 인조 가죽을 지칭함.
비단 메르세데스-벤츠 내 뿐만 아니라
AMG의 라인업 중에서도
거의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으니
좋은 고가의 나파 가죽 등은
기대하기 어렵긴 하지만,
8천만원에 육박하는 차량에
인조가죽은 조금... 그래요.
늘 얘기하지만 난 가죽 질에 예민하다니까.
디자인 이야기 하다 인테리어를
통으로 전부 다 다뤄버렸네.
CLA가 원래 디자인이
킬링 포인트인 모델인지라
생김새는 정말 컴팩트카임에도
멋지고 화려하고, 최신 차량답다.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반달 돌칼같이 유려하게
쫙 뻗고 떨어지는 DLO 라인이 볼때마다
정녕 이게 엔트리가 맞나 싶다.
CLS가 단종되었다고 속상해할 필요가
딱히 없는 것 같다.
막둥이의 얼굴이 판박이이니.
CLA 45 S라는 차에서
제일 중요한게 뭘까?
AMG이니 핸들링? 코너링?
아니면 파워트레인?
일단 AMG하면 으레 떠올리는
우렁차게 그르렁대는 V8은 없다.
이건 컴팩트카이고,
앞서 말했듯이 전륜 구동 기반.
전륜 구동 기반 차량이기 때문에
엔진이 가로로 배치되기도 하고
앞머리에 무게를 최대한 덜어내야
모든 주행 상황에서 유리한 차량이라
가벼운 직렬 4기통 엔진을 얹었다.
하지만 AMG인 만큼,
평범한 물건은 아님.
코드네임 M139인 이 차의 심장은
직렬 4기통 1991cc 가솔린 (싱글)터보.
하지만 이 엔진이 내는 힘은
최고 출력 421마력 @ 6750rpm,
최대 토크 51kg·m @ 5000 - 5250rpm.
정말이지 입이 떡 벌어지는 숫자들.
3리터급 6기통 엔진으로도
요즘이나 되어서야 다들 내는 출력인데
이걸 2리터급 4기통으로 냈단 게
믿기 어려울 정도로 쇼킹하다.
근데 터보 엔진인데
최대 토크 발현 시점이 5000rpm?
이걸 보면 대략 알 수 있는 게
이 차는 상당한 터보 랙에 시달릴 것.
엔진 자체가 굉장한 고회전형이고
또 작은 배기량으로 이런 고출력을 내기 위해
터보 부스트를 무려 2.1bar까지 올려 쓰기에
부스트가 꽉 차기까지의 딜레이 +
엔진 자체가 저회전에 비중이 거의 없음
이 두 가지의 콜라보로
무조건 회전수를 팍팍 써야 함.
실제로 타보니까 그렇더라.
터보 엔진인데 터보를 장착한
최고 강점을 과감히 내던진 것.
이게 터보 엔진이 올라간
포르쉐들이나 정말 막가파식으로 빠른
터보가 올라간 BMW M3들(F8x, G8x)
이들과는 완전히 접근법이 다른 것이다.
얘네들은 그냥 터보를 장착한 기념으로
아주 시종일관 토크를 뻥뻥 내려고,
죽어라 앞만 보고 내달릴 수 있도록
마구잡이로 토크의 폭격이 쏟아진다.
이게 분명 속도감을 즐기거나
저회전에서의 가속 및
의외로 일상에서의 사용
(저회전 토크가 세서 고단을 물고
조용히 부드럽게 다니기 유리함)
이런 측면에서는 굉장히 좋은데
진정 스포티한 주행을 즐기는 데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
내가 얘기하는 스포티한 주행은
빠른 랩타임을 기록하는 것이 아님.
CLA 45 S의 M139는
3000rpm이 threshold RPM이라
그 이상으로 엔진을 돌려야
제대로 터보가 돌기 시작하고,
회전 한계인 7200rpm까지
선형적으로, 신나게 올라간다.
터보 엔진 중에 이렇게
회전수 상승이 매끄럽고
터보 특유의 텁텁함이 없는 엔진은
살면서 이걸로 처음 경험해본다.
심지어 메르세데스-AMG 내에서도
53 AMG 차량에 올라가는 M256,
63 AMG 차량에 올라가는 M177
전부 이런 느낌을 주지 못하는데
가장 엔트리 차량에서
가장 좋은 엔진 회전질감과
시원함, 고성능 차를 진정 즐길 기회
이것들을 한방에 다 잡아버린 것이다.
그리고 가상 사운드가 합세한
엔진의 소리와 배기음도 훌륭하다.
난 요즈음의 BMW 엔진들,
B58(M340i)과 S58(M3)이
6기통다운 소리를 낸다 생각 안 한다.
정말 그 6기통다운 고회전에서의
아아앙거리는 고음에 가까운 톤이
최근 대부분의 V6, I6에서 실종됐는데
웬걸, CLA 45 S는 4기통인데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없는
'6기통 감성'을 귀로 들을 수 있다.
직전의 그랜저 글에서
'그랜저 V6로 6기통 감성을 논하는
인간들은 뭘 모르는 사람들'
이라고 좀 강하게 말을 했는데,
소싯적 6기통들이 보여주던
부드러운 회전질감과 특유의 음색
이것들이 꼭 6기통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M139는 성능으로만 기통 수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 아니고, 감성적으로도.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의 일반 차량들에
얹히는 4기통들이 시끄럽다고
온 인터넷에서 욕을 먹고 있는데
그거에 비하면 이 M139는
완전 다른 종처럼 느껴질 정도로
매끈하고, 다(多)기통인 것 처럼 느껴짐.
사실 M139는 그렇게 욕먹은
M260 / M264의 파생형 엔진이거든.
앞서 언급한 터보랙은
분명히 있고, 메르세데스-AMG도
이를 아는지 같은 엔진에다
세로배치 후륜 구동 차량에 얹을 땐
전자식 컴프레서를 얹어서
터빈을 미리 돌리는 기술을 추가한
M139L(L은 Longitudinal)을 얹는데
이것을 얹은 신형 GLC 43 AMG도 타봤음.
GLC 43은 시승기를 따로 안 쓸 것 같으니
비교를 이 자리에서 한 방에 하자면
전자식 컴프레서의 효과가 확실하다.
2000rpm 전후에서의 재가속에서
주행 모드가 컴포트건 레이스건
엔진의 반응이 눈에 띄게 더 빠르다.
일상 주행 시의 터보 랙 감소와
EQ 부스트 기능이 주는
순간적인 펀치 추가,
두 가지 면에서 아주 값짐.
하지만 그런 게 없다고 해서
난 딱히 CLA 45 S의 엔진이 아쉽지 않다.
방금 말한 저회전 상태에서의 주행은
역동적으로 차를 몰아붙일땐
잘 일어나지 않을 상황이고,
내가 원체 '잘 나간다'의 기준을
낮게 잡아서 그런지 이 또한 충분하다.
아, 생각해보니
이 친구는 CLA 45 'S'고
A45는 S가 아닌 일반 모델이구나.
(페이스리프트된 현재 판매 모델은
A45 S / CLA 45 S로 들어옴)
S가 빠진 A45와 엔진을 비교하면
단순히 출력이 400마력 허들을
넘고 못넘고의 차이가 아니라
엔진 리스폰스가 훨씬 느리다.
진정 터보랙이 뭔지
여기서 느끼게 해주는 느낌.
이것 뿐만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에도
세간의 평과 달리 A45는 고르면 안 되는데,
그건 뒤에서 다시 언급하기로.
회사를 대표하는 차종이
고급차의 상징과도 같은 'S'-클래스라 그런지
다른 모델도 S라는 레터링이 빠지면
차가 매가리가 없이 비실비실해짐.
그리고 이 엔진에 물려진
AMG SPEEDSHIFT DCT 8G
이게 완전 물건이다.
이제 BMW M 차량에선
DCT가 사라지다시피해서
변속기 라운드에선 AMG가 한 발,
아니 한 두 세 발 앞서간다.
컴포트 모드에선 충분히 부드럽되
스포츠+나 레이스 모드에선
기분 좋은 주행을 만들어낼만큼
공격적이고 내 요구를 다 들어준다.
포르쉐의 PDK가 최근 들어서
상시 너무 변속감이 부드러워진 것 아니냐는
불만 아닌 불만을 내가 토로했는데,
양쪽을 다 잡은 이 변속기가 딱 좋아.
MCT 9G는 차량에 따라서는
좀 흐물거리거나 변속감이 이상한 경우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서
막 좋다고 말하기는 다소 어려운데
DCT 8G는 최고.
그러고보니 좋다는 호평이 쏟아진
AMG GT 시리즈도 MCT가 아닌 DCT지.
국내에 아직 발매되지 않은
2세대 AMG GT는 SL과
거의 대부분을 공유하기 위해
MCT로 바뀌었는데, 참 짜증난다.
많은 이들이 아직도
AMG는 직빨, M은 코너링
이런 편견에 사로잡혀 있어서
AMG 하면 엔진이 핵심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은근 적잖고
그래서 내가 파워트레인부터
우선적으로 설명을 했다만,
실질적으로 CLA 45 S의 무기는
코너링 시의 짜릿함과 역동성이다.
차량의 기반이 전륜 구동이라고
절대 얕볼 것이 아닌 게,
이 4Matic+ 사륜 구동 시스템은
어떻게 하면 운전에 스릴을 더 첨가할까
매 순간 꼼꼼하게 노력한다.
전륜 구동 기반 사륜 구동이라
구조상 엔진 출력의 최대 50%만
뒤로 보낼 수 있는데,
그 절반의 출력을 뒷 차축의
한 쪽 바퀴로 요리조리 보내서
토크 벡터링을 브레이킹이 아닌
동력 전달로 연속적으로 수행한다.
전륜 구동 기반이라 당연히
전륜에 달린 LSD가 잡아당기면서
뒤에서는 힘이 왔다갔다 하는 것.
구조상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엔지니어들이 얼마나 고심했는지 알 수 있다.
이 분야는 골프 R이 제일 먼저 개척했는데
애석하게도 골프 R은 내가 타보질 못해서
이번에 비교하기는 좀 어렵다.
뒷 차축의 클러치 팩이 컴포트 모드에선
아주 극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데,
스포츠+ 모드 이상으로 가게 되면
차의 노력이 운전석까지 전달된다.
사륜 구동과 각종 편의장비를
착실하게 다 갖춘 탓에
CLA 45 S의 공차중량은 딱 1.7톤.
그런데 주행시의 느낌은
대략 1550 ~ 1600kg 정도.
방금 말한 뒷 차축에 부린 마술 탓에
꽁무니가 생각보다 쉽사리 흔들려서
원래의 무게보다 가볍게 느껴지나보다.
차체 전반이 실 중량보다
가볍게 느껴지는 최신 BMW들과
묘하게 다른 감각인데, 이 또한 좋다.
전륜 구동 기반의 차량인데
뒷 바퀴를 가지고 놀 기회가 많다니.
대놓고 앞에만 무게와 힘을 실어서
전륜 구동임을 적극 활용하는
미니 JCW 아니고서야 이런 차 잘 있나.
그런데 이제 4Matic+의 접지력을 곁들인.
하지만 한계도 분명 존재한다.
아주 끝까지 몰아붙이면,
그리고 연속적으로 과격하게 주행하면
앞 타이어가 생각보다 빨리 뜨거워진다.
현재 이 차의 신발은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4 S이기 때문에
타이어 자체의 접지력이나
발열 내구력은 문제가 없다.
전륜 구동 기반의 차량임이
계속 몰아붙이다보면
스리슬쩍 은근하게 드러난다.
아반떼 N도 eLSD가 계속 잡아당겨주다
막판에 가면 물리법칙에 의해
한계를 맞고 언더스티어로 밀리는데,
걔는 끝까지 버티려다 항복하는 느낌이라면
얘는 온기가 슬그머니 오르는 온돌처럼
이제 슬슬 밀리기 시작할거란 힌트를 준다.
이 쪽이 일관적인 운전에 더 도움이 되고,
그래도 이 차는 뒷 바퀴에도 힘을 보내서
사륜 구동이 부분적으론 부축해준다.
이런 와중에도 차량의 브레이크는
포르쉐 수준의 발열 내구력은 아니지만
충실하게 계속 버텨줘서 이것도 흡족.
CLA 45 S는 어쩌면
AMG GT(1세대)를 제외하고
메르세데스-벤츠 전 차종 중에서
운전이 가장 재밌는 차가 아닐까.
그것도 이런 8천만원이란
저렴한(?) 가격표를 달고도.
보통 이 차냐 BMW M2냐
비슷한 가격이라 많이들 고민하는데,
M2는 6기통 + 후륜 구동이라 순정파
CLA 45 S는 4기통 + 사륜 구동이라
안정감과 접지력파라 으레 생각들 많이 한다.
근데 정답은 사람들의 예상과
완전히 다르다는 게 웃김.
난 아직 현행 M2(G87)안 타봐서
구형 M2, 그것도 제일 하드코어한
트랙 위주의 M2 CS(F87)와 비교하자면
난 M2가, 특유의 그 높은 느낌
차량의 전장은 짧은데
승용차 기반의 쿠페라
지붕은 높은 그 감각이 싫은데
CLA 45 S는 반대로 승용차 중에서
차량 전고를 깎아놓은 쿠페형이라
차체의 균형감이 더 낫게 느껴지고,
M2는 후륜 구동이라 타이어를
신명나게 태워가며 타는 쪽으론 좋지만
트랙을 탈 때의 순수한 짜릿함?
엔진을 막 잡아돌리고싶은
욕구가 솟아오르는 건 CLA 45 S.
최신 M3 / M4가 섀시 측면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으니
그 유전자를 물려받은 M2도
조만간 타보고 다시 생각해보겠다.
아마 M2(G87) 트랙 테스트에
그런 내용이 들어갈 것 같음.
그리고 M2(F87)는 전반적으로
기본형이건 컴페티션이건 CS건
후륜 접지력을 잃지 않도록
트랙 주행시 너무 신경쓰는,
모범생이 되려 하는 느낌이라
오히려 CLA 45 S가 스케이트보드를 타듯이
뒤가 어느정도 유머를 갖추면서
성적(접지력)도 챙기려는 감각을 줘서
운전 재미로는 비교가 안 됐다.
CLA 45 S 압승.
내가 벤츠빠여서가 아닙니다.
운전대의 무게감이나
앞 바퀴에 대한 피드백,
운전대 그 자체에 대한 점수는
100점을 만점으로 하면 대략 85점.
운전대는 난 언제나 말해왔듯이
BMW의 M 스티어링 휠이
두툼하니 내 손에 꽉 잡혀서 좋다.
그리고 무게감도 드디어 BMW가
말도 안 되는 쇳덩이에서
수긍할만한 아령으로 개선했고
사륜 구동 차량이어도
전륜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전달해서
아주 내 마음에 쏙 드는데,
CLA 45 S는 그만큼까진 아니다.
적어도 포르쉐 차량들의
그 얇아빠진 작은 운전대보단
AMG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이
그립감도 조향감도 더 낫다만
M 스티어링 휠만큼 인체공학적(?)이지
않은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고속 주행 시의 안정감은
전형적인 메르세데스-벤츠의 그것.
소위 '구름을 떠 가는 느낌'으로 잘 알려진
정교한 서스펜션 설계가 구현해내는
기묘한 고속에서의 편안함과 안정감.
이건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함.
AMG 차량이라 일반 메르세데스보다
서스펜션이 더 단단해서 장거리 주행시
피로도가 높을 것으로 많이들 짐작하겠지만
고속주행만 줄창 해보니까 글쎄.
S-클래스 수준까지는 아니겠다만
그 밑의 모든 차종과 대략 비슷하지 싶은데.
CLA 45 S는 과장 살짝만 보태면
S-클래스를 제외한 세상의 모든 차보다
고속 주행 시 편안하다.
왜냐고? 메르세데스-벤츠니까.
벤틀리가 오건 롤스로이스가 오건
이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안정감
이거는 이기기가 어렵다.
메르세데스-벤츠 내에도 좀 예외적으로
고속에서의 편안함이 부족한 차량들,
GLB나 GLE 쿠페가 있긴 한데
4천만원대의 A220부터
3억짜리 마이바흐 S 580까지
정말 한결같은 신선놀음을
매 순간 운전자에게 선사한다.
승차감은 여기가 노면이 아주 매끄러운
트랙이라 공도에서의 그것을
완벽하게 파악하기 어렵겠지만,
스프링과 댐퍼의 강도로 보건대
이만하면 평소에 타기 전혀 부족함 없다.
생각보다 댐퍼가 아주 단단하진 않다.
레이스 모드를 놓더라도
이 차가 역시 메르세데스-벤츠구나
할 정도의 승차감 여유는 남겨놓았음.
결국 운전 재미도 엄청난데
데일리카로서의 실용성과 편안함도
견줄만한 타사의 경쟁 차종들보다
훨씬 뛰어난 것이다.
이런 8방미인,
단 돈 8천만원에.
아, 페이스리프트된 CLA 45 S는
이제 9천만원이 되었다.
9010만원도, 9001만원도 아닌
딱 90,000,000원.
그럼 구방미인이 되어야 하나?
새로운 한 가지 패러다임은 뭘 제시할까?
그 해답은 내 생각에
글 서두에 무심코 던진 이야기
'작은 고급차'에 있다고 본다.
이건 통상적이지 않은 의미의
대단한 럭셔리카다.
일반적으로 럭셔리카라고 하면
회장님들이나 앉아서 갈 법한
온 사방에 가죽과 편의장비를 바른
수억 원대의 세단을 떠올리지만
럭셔리의 조건을 하나씩 따져보자.
럭셔리는 프리미엄보다도
한 단계 윗 등급이다.
프리미엄의 조건은 뭔가?
난 '그 어떤 방면에서도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
모든 방면에서 다 뛰어나진 않아도
어느 하나 모자란 것은 없는'
제품들이 프리미엄이라 본다.
그 위에 자리하는 럭셔리는,
프리미엄 제품이 전방위적으로
평균 이상을 기록한 것을 뛰어넘어
모든 면에서 고득점. 풍요로움.
필요 이상의 넘치는 것.
남들이 쉽게 가지지 못하는 것.
그게 럭셔리의 정리라고 생각함.
CLA 45 S는 일단
승용차를 기반으로 해서
실용성 부족이 구매를 방해하지도 않고,
메르세데스-벤츠이기 때문에
차량 유지 보수도 '럭셔리카'의 세계 치곤
굉장히 불편함이 적은 편.
그러면서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다른 곳에선 따라하지 못한
리터당 200마력을 상회하는
괴물같은 엔진을 품었고
사람들의 첫 인식과 달리
막상 타보면 운전 재미도 상당하다.
일반적인 수준 하에서 다 쓰지 못하는
넘치는 421마력이란 출력을 품고
그에 걸맞는 과분한 코너링 퍼포먼스까지.
'쿠페형 세단' 시장을 개척한 회사가
메르세데스-벤츠이니
디자인에서의 정통성도 확보했고.
럭셔리의 요건을 다 갖췄다.
여성분들이 기분 전환 할 때
소소하게 사는 명품 립스틱 등을
'스몰 럭셔리'라고 하는데,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도
럭셔리함을 즐길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으로 유명하다.
이 CLA 45 S는
9천만원이 된 지금도
만원권 9천장 하나 하나에
자신의 강점을 꾹꾹 눌러담았다.
차가 너무 좋아서
재능이 아주 넘치려고 한다.
초고가 차량에 맞먹는 편안함,
작은 차체에서 오는 스포티함,
AMG 중에서 가장 즐거운 짜릿함
자타가 공인하는 고급차 메르세데스-벤츠.
9천만원이란 가격이
숫자만 보면 헉 하겠지만
실제론 굉장히 저렴한 것이다.
그래서 이 CLA 45 S는
남자들을 위한 스몰 럭셔리.
차체 사이즈도 스몰
가격도 (상대적으로) 스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