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 N이란 차가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 나도 타보고
시승기를 올렸던 적이 있고
타보기 전에 미리 차량을 확인할때부터
기대감에 휩싸였던 적이 있다.
벨로스터 N은 너무 진지하고
초시계와의 결투에만 지나치게 집중해서
그보다는 조금 긴장을 풀고 재미로
초점을 옮긴 아반떼 N이
너무 갖고싶었던 게 벌써 4년 전.
세월 참 놀라우리만큼 빠르죠?
아반떼 N의 첫 등장을 난 기억한다.
그땐 이 블로그를 갓 만든 시점이었고
나 역시도 타본 차량이 지금의
반절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내가 아직 20대 초반이었음.
벨로스터 N을 타보고 그 무미건조함과
무식한 단단함에 상당히 실망을 했어서
아반떼 N이 훨씬 부드러워졌다고
그 당시 난리법석을 떨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 아반떼 N은
핫 해치백들을 포함한 경쟁차종 중
상당히 단단한 편에 속했었다.
역시 자동차라는 건 경험한 만큼 보이는 법.
식견이 짧았던 만큼 그때의 평가는
나 스스로 돌이켜봤을때 좀 잘못됐다.
지금에 와선 어떤가?
시간이 흐르고 흘러 아반떼 N은
페이스리프트까지 거친 상황.
2025년의 바뀐 내 시각으로
바뀐 아반떼 N, 한 번 만나봐야겠다.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으니,
새 디자인에 대해 평해야겠지.
페이스리프트된 7세대 아반떼(CN7)
디자인은 난 정말 별로인데,
그나마 N-Line이랑 N은 좀 낫다.
심리스 호라이즌이란 수평 바를
페이스리프트임에도 우겨넣기 위해
어거지로 이렇게 만든 느낌이 강함.
쏘나타 디 엣지는 아예 전면부 디자인을
완전히 싸그리 갈아엎는 성의를 보였는데
차값이 싼 아반떼라 그런지 그만큼의
신규 원가투입이 매우 부담스러웠나보다.
서구권 사람들은 아반떼 N이 속한
전륜 구동 펀카 및 핫 해치 세그먼트를
과격함의 혼다 시빅 타입 R과
세련됨의 폭스바겐 골프로 양분하던데
아반떼 N은 혼다 쪽에 가깝다.
페이스리프트 이전엔 그냥 대놓고
과격한 모습이어서 잘 어울렸었는데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며 철부지가
아빠 옷 뒤집어쓰고 점잖아진 척
하려는 것 같아 난 영 마음에 안 듦.
그렇다고 페이스리프트가 진행된
이 아반떼 N이 깔끔하거나 모던하진 않잖아.
뒷모습은 정말 더 별로.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아반떼 N은
블랙 하이그로시를 후면부에
딱 적절하게 썼었는데 이제 그 면적을 넓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려 하는 모습.
아반떼가 원래 근육질 디자인이면
그게 어울리겠으나 아반떼는 그저
작은 준중형차일 뿐인데
균형미 파괴는 앞이나 뒤나 똑같다.
실내는 거의 바뀐 게 없어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만
한 가지만 지적하자면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너무 높은
시트의 최저 포지션 문제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동일하게 남아있다.
변속기는 포르쉐의 PDK를
모티브로 삼아서 만든 느낌인데
운전 자세도 포르쉐 좀 베끼면 안 돼?
포르쉐가 그런 부분 참 잘 하는데.
로터스나 기타 스포츠카 회사들
전부 부숴버릴 정도로 정확함.
디자인은 늘상 보던 아반떼의 실내 그대로.
안 바뀐건 파워트레인도.
신형 아반떼 N은 기존과 동일하게
최고 출력 280마력 @ 5500 - 6000rpm,
최대 토크 40kg·m @ 2100 - 4700rpm을 내는
세타 II 1998cc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에
8단 N 전용 습식 DCT를 물려 얹는다.
이 엔진은 'N 플랫파워 엔진'이라서
고회전에서의 출력 유지력을 높인 게 특징.
허울 좋은 이름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아닌 벨로스터 N과 플랫파워 엔진이
제대로 적용된 아반떼 N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높은 회전수에서도 토크 유지력이
아반떼 N이 훨씬 꾸준하고 강하다.
일반휘발유를 넣어서 출력 전개가
이 엔진이 낼 수 있는 최상급이
현재 아닌 상태인데, 그런 상태에서는
출력이 꽤 많이 떨어진 듯한 체감.
245마력으로 출력이 35마력 낮은
폭스바겐 골프 GTI보다 겨우 좀 나은 수준.
골프 GTI도 일반유 주유한 상태였는데
GTI의 EA888은 부스트 압력을 낮게 써서
일반유로 인한 출력 하락이 덜한 편.
같은 엔진을 골프 GTI 클럽스포츠나 R에도
함께 사용하지만 걔들은 300마력이 넘으니
GTI용은 좀 보수적으로 맞춰놨다 봐야지.
이런 일반유 상태에서 아반떼 N은
체감상 출력이 250마력 언저리 이하이다.
엔진 자체는 구닥다리 물건인데
심지어 최신 상태일때에도 완성도는
그다지 좋지 못했던 물건이라
시간이 지나서 더더욱 별로인 상황.
최근에 압축비를 엄청나게 끌어올린
스마트스트림G 2.5 자연흡기 가솔린 이외엔
세타 계열이 소리나 회전질감이 좋은 경우는
나 여지껏 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세타 II 터보 역시 예외는 아니다.
회전 질감은 거칠고 퍼석퍼석 무미건조한
4기통 세타의 그것 그대로라
매끄러움의 EA888이랑
BMW M135i에 들어가는
무색무취지만 거슬림은 없는 B48,
같은 B48이지만 듣기 좋은
사운드와 펑키함으로 채운
미니 쿠퍼 JCW 등에 크게 밀린다.
A 35 AMG를 내가 타보질 않았는데
타 차량과 돌려쓰는 M260은
일반 모델들을 운행해보았을 때
거칠어도 특유의 상쾌함이 있어서
이 역시도 엔진으론 더 낫다.
현대차그룹의 현 4기통 중 세타가
2000cc급 이상을 담당하고
감마가 1600cc급 이하를
주로 맡고 있는 상황인데
차라리 스마트스트림G 1.6 터보가
엔진의 완성도는 압도적으로 높다.
그래서 i20 N이 그렇게 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일지도.
i20 N 기회 되면 한 번 타보고 싶다만
국내에 팔지 않는 현대기아차는
생각보다 구해서 타기 쉽지 않더라고.
그리고 기껏 해외로 나갔는데
또 현대기아차 타기도 좀 그래.
반면 변속기로 오게 되면
완전 전세를 역전하게 되는데
N 전용 습식 8단 DCT의 성능은
그야말로 가격 파괴의 현장.
4천만원이 조금 안 되는 돈으로
이런 놀라운 완성도의 변속기를
탑재한 차량을 손에 넣을 수 있다니.
변속 속도도 광속이고, 로직과
악셀 조작에 따라 내 말을 듣는 응답성이
이보다 훨씬 비싼 스포츠카들에서나
볼 법한 수준으로 뛰어나다.
경쟁모델 중 듀얼 클러치 자동을
얹은 차량은 골프 GTI인데,
GTI는 변속 시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내부 체결이나 변속을 굉장히
부드럽고 매끈하게 매만져놓아서
변속기는 아반떼 N이 훨씬 좋다만
파워트레인의 종합 만족도는
난 골프의 손을 들어줄 것 같다.
변속기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고
즐거운 운전을 추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변속기를 꼽는
나지만.. 아반떼는 엔진의 수준이 너무 떨어져.
골프 GTI가 순정 출력이 아반떼 N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전륜 구동에는
GTI의 출력인 245마력 정도 혹은
그보다 더 낮은 출력이 적절하거니와
골프의 EA888이 튜닝 포텐셜이 너무 높아
칩튠만으로도 아반떼 N의 출력을
금방 따라잡고 그보다 훨씬 위로 가기도 좋다.
아반떼 N도 엔진 출력 건드릴 수 있지만
세타 II는 이미 순정 출력으로도
상당히 쥐어짤만큼 짠 상태라서...
엔진 개발 기술력은 현대가 아직
독일차들 따라잡기 힘들지.
근데 나 예전에는
꽉꽉 물리는 DCT가 좋았는데
물론 지금도 정말 좋지만,
변속 속도나 로직은 떨어질지언정
시원하게 빵빵 때리는 싱글 클러치 수동,
AMT라 부르거나 BMW는 SMG
페라리는 F1, 마세라티는 캄비오코르사라
이름 붙인 변속기를 경험해보고 나니
어차피 내 운전을 즐겁게 꾸미려고
사는 차인데 이런게 더 좋아져버렸음.
싱글 클러치 수동(혹은 자동화 수동변속기)
시내에서는 허당치고 클러치 풀풀 타며
정차 상태에선 기본적으로 중립이라
앞으로 저속크리핑을 안 해서
타고다니기 불편한 건 맞는데
아 정말 감성, 그것 하나만큼은 끝내줌.
난 거기에 길들여져버렸네?
DCT 차량들은 고급화가 되면 될수록
부드러우면서 빠르게 물리게 만드는 경향이
거의 대부분의 회사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난 날것의 스릴을 원해.
그런 측면에선 아반떼 N이랑
골프 GTI랑 내겐 대동소이하다.
둘 다 너무 부드러움. '펀카' 치곤.
내가 DCT 대신 일반 자동변속기를
고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한데
미니 JCW의 6단 혹은 8단 스텝트로닉이
야구 배트로 공을 때리듯이 변속할 때
뻥뻥 변속 충격을 부풀려대서 즐겁더라고.
극강의 주행 퍼포먼스 어차피
전륜 구동차로 낼 것도 아닌데
미니를 고르는게 순수한 즐거움을 위한
나의 초이스 및 추천.
아반떼 N 혹은 N 브랜드의
핵심인 주행 성능은 어떤가?
일단 이건 페이스리프트 전과
페이스리프트 후의 차량을
비교하는 것 부터 시작해야됨.
구형 아반떼 N은 스프링이 마치
나무막대기로 만들어진 듯 교량 등을
넘어갈 때 목석같이 단단하게 버티는
그런 느낌이 상당히 많이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승차감에 대한 민원이
상당히 현대차에 줄을 이었었나보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스프링의
강도를 종전보다 현저히 낮춘 모습.
그걸 수습하려고 댐퍼의 강도를
리바운드만 살짝 올린 듯 한데
전반적으로 코너링 시의 역동성이나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짜릿함을
완전히 망쳐놓았다. 전과 다르게.
아반떼 N은 벨로스터 N이나
코나 N과 달리 승용차 기반이라
휠베이스가 긴 편인데,
페이스리프트 이전에도 그게
상당히 티가 나서 별로였고
그나마 그당시엔 단단하게 만들어서
조종성이라도 빠릿하게 느껴져
이런 문제가 덜 부각됐었는데
스프링 강도를 낮추니까
이제 휠베이스가 긴 티가 더 난다.
아예 앞에 대한 반응을
운전대로 내가 입력했을 때
그게 뒷바퀴까지 전달돼서
뒤따라가는 게 딜레이가 있나
싶을 정도로 앞과 뒤가 제각각이다.
아반떼 N은 앞머리가 그리
예민하게 꽂혀들어가거나 조작되는
그런 차가 아님에도 이리 느껴지니
일체감 측면에서 정말 별로다.
차체 강성이 떨어져서 부족해진 일체감과
또 다른 느낌의 무언가인데
말로 형언하기 힘들게 불쾌하다.
특히 기존에는 뒷바퀴를 휘두르려고
의도하면 그게 어느 정돈 됐어서
전륜 구동 기반이란 점을
극복하고자 한 의지가 보였는데
이번엔 너무 차분하고 가뿐하게
바퀴를 노면에만 붙이려고 들어서
운전 재미가 상당히 반감됐다.
미니 쿠퍼도 원래 전륜 구동이라
무거운 앞에 방점을 찍고 뒤를 휙휙
돌리는 성향으로 차를 만들다가
이번 세대(F66)에 와서는
무슨 되도 않는 후륜 접지력을 추구하더니
아반떼 N도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며
거의 같은 궤로 가고 있다.
그렇다고 네 바퀴가 정말 한 몸같이
빠릿하게 전부 움직이냐, 그것도
전혀 아니고 늘어지려 들면서.
휠베이스가 3m에 달하는
아이오닉 5 N은 적어도
선회 중 휠베이스가 부담이 된단
그런 걸리적거림은 일절 없는데
아반떼 N은 그 부분에서 낙제.
아이오닉 5 N은 배터리팩이
휠베이스 사이에 위치한 후륜 구동 기반
사륜 구동 차량이어서 그렇겠지만
아반떼 N은 구조상 핸디캡을 감안해도
의아할 정도로 페이스리프트를 하며
이상하게 바뀌어서 불편하다.
스릴과 불편함은 한 끗 차이인데
나 얼마전에 탔던 피아트 500C 아바스는
단단한 스프링에 무른 댐퍼와 짧은 차체의
묘한 불균형이 주는 아슬아슬함에
자신있게 몰아붙이기 위험하게 느껴져
FF로는 적당하게 노는 게 맞다 생각되어
운전자를 죽일 생각까진 없는 미니 JCW가
전륜 구동 펀카로선 낫다 말했는데
아반떼 N은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뒷 차축을 흔들 수 있던 부분적 위태함이
스프링이 부드러워지며 불편함으로 바뀌었다.
아바스는 스릴 넘치는 차량이라 그게
만인의 선택은 아닐지언정
숨길 수 없는 매력은 분명했는데
아반떼 N은 이제 주머니 사정 빈약한
고성능 지향인들 다수가 고르는 차.
매력은 종전보다 완전 반감.
다시 골프 GTI하고 비교하면
골프의 움직임이 훨씬 깔끔하다.
골프는 아반떼보다 휠베이스와
차량 전장이 더 짧아서도 있지만
굉장히 균형감에 초점을 맞춘 차량이라.
아반떼 N이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며
이번에 잃어버린 그것을 골프는 갖춤.
그래서 눈에 띄는 오버액션이나
기교, 혹은 인위적 모션은 없을지언정
굉장히 담백하고 깔끔하며
운전자로 하여금 차를 믿고 더 몰아붙여
자신의 진짜 운전실력을 가감없이
제대로 테스트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는 차량이라 좋다.
골프 GTI도 이번 8세대 들면서
VAQ(전자식 LSD)가 기본화됐는데
VAQ는 가장 공격적으로 맞춰도
아반떼 N의 N 코너 카빙 디퍼렌셜 대비
잡아당기는 수준이 반절조차 안 된다.
자연스러움은 극대화되어있고.
아반떼 N 첫 등장 당시에 내가
벨로스터 N의 대놓고 미원 팍팍 친듯
인위적으로 N 코너 카빙 디퍼렌셜이
아무렇게나 잡아당기는게 너무 싫었는데
아반떼 N은 그걸 고쳐서 좋다고 말했다만
다른 경쟁 차종들로 시야를 넓혀보니
아반떼 N은 페이스리프트를 거쳐서
지금의 시기까지 왔음에도
지나치게 eLSD에 의존적이다.
골프 GTI는 시승기에 내가 언급했듯이
토크나 궤적이 넘칠 것 같으면
딱 그것만 스윽 닦아주는 무심함이
매력이어서 더욱 몰아붙이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우게 하는 차량인데
아반떼 N은 페이스리프트 전이나 후나
초장부터 그저 쫙 당겨버리기만 하니
몰입도나 내 운전에 대한 나의 체감 해상도,
선명함이 골프보다 훨씬 떨어진다.
반면 서스펜션의 가변 범위는 골프의 DCC가
무려 15단계로 조절 가능한데,
조절 범위가 넓어 숨쉴 구멍도 더 많이
골프 GTI가 확보를 해놨거니와
이번 아반떼 N은 너무 물러져서 N 모드를 놓고
서스펜션을 가장 단단하게 조여도
어중간한 중간즈음에 머무르는 느낌이 강함.
너무 물러져서 도저히 댐퍼 강도를
제일 단단한 3단계 밑으로 떨굴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기분나쁘게 물러졌음.
골프 GTI는 댐퍼를 가장 조이면 공도 주행이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탄탄해지는 반면
댐퍼를 풀어 평상시에 타고다니기 좋게
물렁물렁 부드럽고 노면에 붙으려 드는
안정성에 차를 최적화시킬 수도 있다.
전륜 구동 펀카 및 핫 해치는
고성능차와 데일리카로서의 두 얼굴,
두 개의 자아를 모두 갖춰야 하는데
그걸 제대로 갖춘 건 골프.
아직 완전 신형 미니 JCW(F66)는
국내에 출시되기 전이기 때문에
이전에 많이 타본 전 세대(F56) 갖고
아반떼 N과 비교하면,
난 목에 칼이 들어와도 미니.
미니의 그 발랄함과 쾌활함,
운전에서의 즐거움은 아반떼 '따위'와
비교가 불가능하게 신나고 즐겁다.
당연히 아반떼 N이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는 LSD도 (아주 공격적으로) 갖췄고
출력도 훨씬 높으니 랩타임은 더 빠르지.
난 시곗바늘과 싸우는 사람이 아니고
내 운전에 몰입하는 걸 방해하는 요소들과
결투를 벌이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반떼 N은 정말 그닥이다.
여러분들이 레이서거나 레이서 지망생이라
랩타임 단축이 인생의 주요 목표이면
아반떼 N의 손을 들어주는 게
이해가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 나보다 운전을 잘 하실까?
나도 운전 잘 못하는데 여러분들은...
이번 페이스리프트로
제일 많이 바뀐 건 승차감.
방금 열심히 불만을 토로한대로
서스펜션 전반이 차량 본분에 안 맞게
지나치게 부드러워져서 짜증.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아반떼 N은
데일리카란 이름의 절벽에서
밀려 떨어지기 직전이었다면
페이스리프트된 이 더 뉴 아반떼 N은
데일리카로 혹은 출퇴근용으로 매일 타도
특별한 불만 표시하지 않을만큼 물러졌다.
다만 부드러워졌음에도 시트 자체가
이 차량은 N 라이트 버킷 시트가 아닌
기본형 천연가죽 시트인데 착좌감이
그닥 편하지 않고 차도 부드러워진 주제에
포트홀 등을 밟으면 차가 흔들리며
노면 정보에 대한 힌트를 자꾸
전달이 아니라 어렴풋이 흘려서
데일리카로 쓸 수 있는 차가 되었지만
기꺼이 데일리로 타고 싶은 차와는
여전히 굉장히 거리가 멀다.
평소에 차를 타고다니면서
예상 외로 운전과 운행 중인 차량에 대한
만족도를 알게모르게 높이는게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역시 헤드라이트.
아반떼 N은 특별히 빠지진 않다만,
미니는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품질이고
골프는 심지어 IQ.라이트라고
LED 매트릭스 헤드램프.
데일리카로 골프가 단순히 승차감만
월등히 좋은 게 아니고, 이런 분야도
사실 아반떼보다 훨씬 알맞다.
시트도 골프 GTI의 그 두툼한 시트
GTI만 탈때는 막 대단하다 여기지 않았는데
아반떼 N으로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까
그게 착좌감이 정말 편안했어서 급 그립네.
미니는 승차감이나 거친 부분이 있어
그다지 데일리카로 탈만한 차가 아니지만
산길에 가져가면 펀카로서는 극강.
근데 미니는 패션카로서의 역할도 동시에 하니
유사 가격의 승용차를 놔두고 굳이 사서
평소에 불편함을 감수할만큼의 귀여움이 있잖아.
미니는 사랑으로 타는 차라서
그저 보고 있기만 해도 흐뭇하고
심지어 남이 타는 걸 봐도 앙증맞은데
아반떼 N은 시내에서 남이 타는걸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신종 과학차.
시내에서 왜 이렇게 배기 열고 다니는지들.
더 뉴 아반떼 N으로 바뀌면서
개선된 또 다른 포인트는 바로 MDPS.
마운트부를 기존보다 견고하게 만들었다더니
정말 조향 시 운전대로 유입되는
앞바퀴에 대한 정보가 선명해지고
조작 자체도 좀 더 직관적으로 바껴서
개선됐다는게 운전 시작하자마자 체감됨.
다만 기존 아반떼 N의 부족한 점을
어느정도 만회해서 나아졌다는 거지
경쟁자들을 물리칠 정도는 전혀 아님.
내가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아이오닉 5 N조차도 유일한 결점으로
운전대 피드백의 부족을 꼽았었는데
더 뉴 아반떼 N도 역시나 역부족.
차량의 순정 타이어인 미쉐린의
Pilot Sport 4 S가 19인치부터 나와서 그런가
18인치가 딱 적절한데 굳이 19인치를
계속 고수하고 있는 것도 불만이다.
전반적으로 차가 노면 위에 축 늘어지고
차체의 조작성이 흐리멍텅해져서
차라리 사이드월과 컴파운드가 단단한
피렐리의 도움을 받는 게 어떨까 싶음.
벨로스터 N용 P Zero HN 끼면
지금보다는 평이 좋아질까 궁금하네.
근데 P Zero가 승차감은 확실하게
Pilot Sport 4 S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그럼 승차감의 개선 효과가 반감됨.
;;;
아 그냥 이거 사지마
그래서 종합해보면 페이스리프트로 인해
오히려 펀카에서 멀어지지 않았나 싶음.
펀카에서 출발한 차가 점점...
펀카가 아니게 된 이 상황을
도대체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여전히 운전의 기본이 안 돼있음.
언제까지 시트 최저 높이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높아 불편한 거
이해를 계속 해줘야 하는지?
남양에는 상체가 짧은 사람들 뿐인가?
그리고 또 다른 내 불만은
가변 배기의 볼륨이 이전보다 커진듯.
내 기억 속의 아반떼 N은 이렇게
엄청나게 시끄러운 차가 아니었는데
오랜만에 타서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별로 좋지도 않은 그지같은 부밍음과
소화불량인 것 같은 그르렁거림을
온 동네방네 떠나가라 내고 다닌다.
이건 확인된 사실이 아니니 체크 필요.
하지만 확실한 건 이 차가 내는
소리 자체는 매우 불쾌하단 거.
오히려 펀의 성격을 내려놓고
데일리를 더 바라본다면
얜 그냥 출력 센 아반떼가 될 뿐.
근데 페이스리프트된 아반떼 기본형도
나 타봤었는데 정말 미친듯이 좋거든?
아무런 딱지 붙지 않은, 국민 준중형차
아반떼일 뿐인데 걔가 선사하는 거동에
아주 감탄에 감탄을 했었는데
N이 붙어서 차량의 움직임이 대단히
짜릿하다거나 활동적이 되지 않았음.
제발 내 말 믿고 더 뉴 아반떼
1.6짜리 기본형 한번만 산에 가져가서 타봐.
놀랄 노자 그 자체다. 미쳤음.
페이스리프트 전의 아반떼(CN7)는
독립 현가를 도입한 하이브리드가
일반형보다 확실히 나았었는데,
이상하게 페이스리프트가 되고 나선
여전히 토션빔을 쓰는 일반형이
독립 현가 뺨칠만큼 후륜의 움직임이
안정화되고 차분해진 반면
구형과 동일하게 독립식 멀티링크인
더 뉴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되려
뒷 차축이 일체형처럼 쉽게 휘둘림.
정말 알 수 없는 평행세계의 아반떼.
굳이...굳이굳이굳이굳이...
거의 뭐 인스타 릴스에서나 볼법한
100억 받고 사장님 구둣발 매일 핥기
vs. 1억 내고 그냥 살기 급의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가정해서
굳이 아반떼를 사야 하는 입장이라면
난 아반떼 기본형 타고다니면서
조용히 다니다가 가끔 산길이나 다닐래.
현대는 더 뉴 아반떼 N을 일컬어
'일상의 스포츠카' 라는데
스포츠는 빼야 하지 않나 싶다.
일상의 카.. 그게 그냥 아반떼 아냐?
아반떼 N은 아반떼 라인업 중
가장 고가인 차량이라서
사실상 풀 옵션인 아반떼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준중형차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호화로운
각종 편의장비 및 옵션들이 즐비하다.
아반떼에 서라운드 뷰.
도대체 왜 필요한거니?
아반떼 N은 그나마 차고가 낮아져
제한된 시야와 낮고 길게 튀어나온
앞범퍼 긁을 위험으로부터
해방된다는 작은 핑계라도 있지
아반떼에 서라운드 뷰 도입은 정말
한국 평균 운전 실력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음.
아 그래서 길의 수많은 아반떼들이
운전을 그 모양 그 꼬라지로 하는구나.
앞 턱주가리가 길어서
지하주차장 편하게 들락거리기도 불편함.
골프나 미니는 그런거 크게 신경 안 써도
될 정도였는데 얜 도대체 뭘까.
핫 해치백(전륜 구동 펀카)의 장점은
억대 스포츠카, 슈퍼카들이 줄 재미를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긴다는 건데
(그게 경제적으로 받는 스트레스건
차량을 운용하면서 받는 실용성이나
정비성에서 비롯된 스트레스건)
아반떼 N은 그런 점에서도 그저 그래.
이 7세대 아반떼는 희한하게
윗급 형님들과 차급 구분을 하기 위해서
차 사이즈와 실내 공간은 굉장히 넓은데
앞좌석이 굉장히 답답하게 옥죈다.
각종 요소들이 운전석 및 조수석 시트와
굉장히 가깝게 자리해 심기불편.
반면 뒷좌석은 거의 거실급 공간.
사이드미러가 정말 작은 것도 불편하고.
그래서 스마트센스를 옵션으로 파는구나.
후측방 경보 돈 주고 넣으라고.
BOSE 오디오는 이름만 BOSE지
유명무실하게 품질은 엉망진창.
전장시스템이 여전히 5W로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소리 품질은
페이스리프트 이전과 동일함.
오디오 보고 타는 차가 아니라지만
그럼 엔진/배기사운드라도 좋던지?
사운드가 아닌 소음만 들려주는 차는
오디오라도 좋아야하지 않나.
이걸 타고다니고 나서
느낀 점을 정리하다보니 든 생각.
N 브랜드가 이제 제법 커지면서
잔소리하는 시어머니가 여기에 그새
너무 많이 붙음. 승차감 왜 이러냐
배기음 왜 이렇게 조용하냐.
현대는 또 어떤 회사인가.
그런 VOC 전부 들어주는 회사라고.
그랬더니 적어도 펀카라는
확실한 목적성 하나 보고 만들었던,
본업엔 충실했던 차를 망쳐놨음.
시어머니만 생긴 게 아니라
N 차량을 사서 공도에서
난폭운전 하고 다니는 머저리들도
아주 많이, 엄청나게 생겼지.
내가 평가하는게 4천만원이
살짝 안 되는 저렴한 차에
너무 가혹하다는거 나도 알고,
이렇게 깠지만 여전히 아반떼 N이
트랙에 올려보면 랩타임 기록은
기깔나게 뽑아낸다는 사실도 알아.
근데 세상은 아반떼 N만 남은
혼자만의 세상이 아니잖아.
폭스바겐에서 몇 년 째 GTI 시승차를
전혀 준비해주지 않고 있다가
작년들어서 덜컥 갑자기 푸는 바람에
나도 타보게 되었었는데,
그때 안 타보았더라면 미니보단
그래도 유지보수 장벽도 낮고
승차감도 한결 나으니 좀 타협하자
아반떼 N, 그래도 있어서 좋다
라고 말했을지도 모를 일이다만
골프 GTI의 존재가 너무 막강해.
GTI의 가격 최근에 계속 올랐지만
그래도 아반떼 N과 대단히
차이난다고 생각되진 않아서.
아반떼 N 처음 만들 땐 그냥
자기들이 만들고싶은대로 만든 듯
지금은 너무 이리저리 고객 피드백에
많이 휘둘리는 게 아닌지.
생각해보니 쏘나타 N 라인도
처음엔 아반떼 N처럼 뒷 차축에
힘이 굉장히 들어간 편이었고
그 넘치는 토크를 마구 쏟아내는
국산 전륜 구동 머슬카 느낌이었는데
쏘나타 디 엣지로 탈바꿈하며
이도저도 아니게 물러져버렸지.
뭔가 어깨에 힘이 빠져서
전신이 늘어지는 그런 느낌이었는데
아반떼 N과 더 뉴 아반떼 N의
주행 특성 차이도 완벽하게 그와 일치함.
아반떼와 쏘나타가 운명 공동체였네?
나 얼마전에 지인 만나서
저렴한 펀카 이야기 하는데
'난 아반떼 N 필요없다'고,
위의 내 생각들을 주륵 나열하며
난 트랙가서 좋은 기록 내는 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4천만원 예산으로 최대의 즐거움을
누리려고 생각하면 역시나
987 사서 천오백 수리비 붓고
한동안 타고다닐거라고. 그럼 4천.
천오백 부었으니 당분간은 탈만할 거.
그 이후의 수리비는 당연히
포르쉐가 압도적으로 비쌀거니까
이런 비교는 말도 안 된다 싶기도 하지만..
포르쉐는 적어도 그런 비용 들인
보람을 운전자에게 줌.
아반떼 N은 문짝 네 개라고?
데일리도 된다고? 통풍 시트도 있다고?
일반형 아반떼나 혹은 동 가격으로
쏘나타나 그랜저를 사지 않으면서,
N을 굳이 고른 이유가 있을거 아냐.
그 이유에 맞는 차를 사자고.
김밥천국 가서 천상의 맛 찾지 말고
하나만 제대로 하는 식당 가라고.
물론 그런 오만 잡다한 메뉴 다 파는
저가 분식점에도 잘 얻어걸리면
정말 맛 괜찮은 메뉴 하나쯤은 있지.
더 뉴 아반떼 N에서 그건 변속기.
글의 제목을 이렇게 뽑은 건
약간의 내 감정이 들어갔는데
자칭 'N 마니아'들의 떨어지는 식견과
N으로 세계 정복을 할 것 같이 공도에서
차 갖고 설쳐대는걸 보고 있노라면 참 그래.
현대기아차의 유지 편의성 및
낮은 유지비용의 강점이 극대화된
대한민국이란 우물 안에서는
정말 N의 메리트 상당하단 거
나도 더 없이 공감하고
N 브랜드 또한 제발 잘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보면
더 좋은 차들이 너무 많아.
내가 너무 그걸 일찍 알았나?
나도 블로그 접고 나이에 맞게
이유불문 아반떼 N 극찬하고
잘 달린답시고 BMW나 동경하며
조신하게 어린 남자애같이
잘 모르고 살았어야 했나?
대한민국에서 범위를 더 좁혀
트랙이란 우물 안에서는
N 코너 카빙 디퍼렌셜이라는
사기적인 무기를 장착한 아반떼 N은
더 없는 타임어택의 제왕이다.
0.1초라도 더 줄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인생의 모토라면
아반떼 N 말고 다른 차를 고르는 게
이상할 정도로 이 차가 당연한 선택이지.
그런 운전실력 갖췄으면
트랙 토이로서 사는 것 강력 추천.
난 운전을 잘 못하니까
순수하게 '펀'카로서 재미만을 놓고
얼마나 즐거움을 주느냐만 따졌을 때
위와 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하지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보면
우물 밖에선 감히 상상하지 못할
더 좋은 세상이 펼쳐져 있단 거.
이 차가 국산 고성능차 계보에
기념비적인 역할을 한 건 맞지만
이 차가 전부인 건 아니야.
아이오닉 5 N은 그렇지 않아 천만다행.
아이오닉 5 N은 정말이지
런칭 당시에도 느끼고 생각했지만
양산차의 탈을 쓴 랠리카.
랠리카를 몰래 하나 훔쳐와서
번호판 달고 대놓고 타는 그런 기분.
그런 의미에서 N 브랜드의 차기 유망주
아이오닉 6 N이 제발 얼른 나왔으면.
현대가 참가하는 두 가지 모터스포츠,
WRC와 TCR 중에서 아이오닉 5 N이
전자에 맞춰서 만들어졌으니까
정말 투어링카답게 트랙을 집중 공략하는
전기 트랙머신 끝판왕, 투어링카 양산형
아이오닉 6 N 개봉박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