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될까?
열 손가락으로 전부 셀 수 있지 않을까?
일단 난 그 열 명 이하의 인원 중 하나라
이 차가 전륜 구동 계의 펀카
끝판왕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궁금했음.
예전엔 우리나라에선 핫 해치는
비주류 차종 중 하나였는데,
현대 N 차량들을 필두로 이제
골프 GTI와 미니 쿠퍼 JCW도 꽤나
낯설지 않은 선택으로 인식됨.
작은 차, 큰 재미(혹은 기쁨)이 목표인
이들은 분명 실용적인 해치백 모습 그대로지만
운전하며 느낄 수 있는 짜릿함과 즐거움을
차에다 꽉꽉 눌러담은 매력덩어리들.
피아트 500은 실용적이라고 하기엔
좀 너무 작지 않나 싶을 정도인데
그건 내가 한국사람인 탓일 것.
유럽에서 피아트 500은 베스트셀러니까.
피아트 500은 국내 출시된 바 있지만
경차 규격을 살짝 벗어나 경차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비운의 차였다.
18cc 차이로 자동차세 cc당 140원 적용
받지 못한 SM6 1.6 TCe가 생각남.
그래서 얼마 안 팔리고 단종.
이 차는 뒤에 한 글자가 더 붙은 500C.
컨버터블이라 Convertible을 뜻하는 C가
뒤에 붙었는데, 500C도 국내에 나왔다만
여기서 뒤에 붙는 수식어는
국내에 낯선, 정식 발매 안 된 놈.
바로 피아트 500C '아바스.'
대한민국에선 인지도가 극악인
피아트의 고성능 브랜드.
그런데 아바스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면서
레이싱에 참가한 경력도 상당하다.
1949년에 창립됐으니 무려 75년 된 회사.
그런 아바스가 다듬은 피아트 500C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내 머릿속의 전륜 구동 펀카 끝판왕은
미니 쿠퍼 JCW인데, 걜 이길 수 있을까.
이 차를 보는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난 여기에 거는 기대가 큼.
피아트 500은 귀여운 맛이
일단 먹고들어가는 차량이기 때문에
디자인부터 둘러보고 출발.
전에 EV3보고 푸바오 닮았다고 했었는데
사실 판다를 닮은 디자인의 원조는 이쪽.
원조답게 귀여운 맛은 압도적이고
EV3은 성체 판다같으면
얜 아기 판다같이 아기자기하다.
이 차는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이라
15년이 넘은 디자인인데
(500 아바스는 2008년 첫 데뷔)
놀랍게도 이 근본적인 틀과 디자인을
2024년에도 아직 신차로 팔고 있다.
중간의 페이스리프트 한 번으로
거의 20년을 버틸 작정인 듯.
사골 우리기로 유명한 회사들
전부 울고 갈 정도로 깊고 진한 육수.
내 기억에 2012년에 발매된
모바일 게임 아스팔트 7에
처음 게임 시작하면 타는 차가
바로 얘였는데, 십년 쯤 뒤에
내가 이걸 실제 차량으로 타고다닐 줄은
그때는 정말 꿈에도 몰랐었지.
근데 미니 쿠퍼가 날이 갈 수록
디자인이 망가지는걸 보고 있으니
차라리 손을 안 대고 줄창 유지하는게
오히려 나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듦.
신형 미니 쿠퍼 S 생긴 것 좀 봐.
감전당한 중국산 바퀴벌레같음.
실내는 일반 피아트 500과
전혀 차이 없지만 유일한 포인트는
이 차에 장착된 오토 에어컨.
수동 에어컨 사진 봤었는데 좀...그래.
아, 그리고 한 가지 차이가 또 있다.
일반 피아트 500은 저 SPORT 버튼 자리에
운전대를 가볍게 만들어주는 버튼이.
쉐보레 스파크에 있는 CITY 모드 버튼과
똑같이 도심 주행 시 운전대를
휙휙 돌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달림.
반면 이 차는 아바스이기 때문에
그 위치에 SPORT 버튼이 들어감.
예전에 스파크 타봤을때
시티 모드를 활성화하면 운전대가
거의 뭐 장난감같아졌던걸로 기억해서
내 입장으론 절대 쓸 일 없는 물건이었음.
이태리차도 원래 운전대가
독일차보다 가벼운 편이어서
굳이 이걸 더더욱 가볍게 만들어야하나?
약간 의구심이 들지만 여성 구매자들이
꽤나 많은 친퀘첸토니까 그럴 만도.
대시보드 패널을
차체 색상과 맞춘 하이그로시 플라스틱으로
대부분 덮은 건 꽤 보기 좋고 이쁘장하다.
이 차에 사용된 플라스틱은
당연히 소형차이니만큼 품질이 낮은데
대신 이 차는 아바스라 가죽이
군데군데 사용됐고 가죽은 정말
만졌을 때 촉감과 질감이 우수하다.
각종 버튼들을 대부분 동그랗게 만들고
문 손잡이도 독특하게 크롬칠까지
해둔 걸 보면 정말 얘는
생긴 걸로 반, 아니 8할쯤 먹고 들어감.
소형차 치고 은근 꾸며둔 이
실내 포인트들은 이 차가
595 '투리스모'여서 장착된 것.
turismo는 영어로 touring.
보다 고급화된 트림에 주로 사용되는 수식어.
컴페테치오네 트림에는 아예
버킷 시트와 레이싱 하네스로 유명한
sabelt사에서 납품하는 카본 시트가
무슨 레이스카도 아니고 들어가는데
이 차는 turismo 이름 답게 컴포트 시트.
앉아보면 차 사이즈 탓에
시트도 어쩔 수 없이 작은 편이지만,
착좌감은 꽤나 편안하다.
처음에 앉았을 땐 느낌이 묘한데
장시간 앉아있으면 그 진가를 알게 됨.
아바스란 무엇인지 간단 소개도
아무래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국내에선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으니까.
아바스는 앞서 말했듯이 1949년에 세워짐.
1949년이면 여러분들이 흔히 아는
아바스의 창립자인 카를로스 아바스는
원래 오토바이 튜너 겸 레이서였는데
불의의 사고로 오토바이를 못 타게 돼
자동차 튜너 회사를 차리게 되었고
그때 회사 이름은 Abarth & C.
회사를 차리는 데 도와준 사람의 이름도
같이 붙여서 뒤에 C가 왔다.
이 차의 이름도 500C 아바스...
생각을 해보면 회사 이름 작명법은
오늘날의 애스턴 마틴과 유사함.
애스턴 마틴도 처음엔
창립자와 조력자인 밤포드 & 마틴이었고
추후에 밤포드가 퇴사하며
마틴이 우승한 애스턴 힐의 이름을 따
오늘날의 애스턴 마틴이 된 거거든.
아바스도 이젠 그냥 창립자 이름만
그대로 딴 아바스잖아.
아바스는 창립자가 돌아가시면서
명맥이 끊어졌었는데, 이를 인수한
피아트그룹이 피아트 500을 부활시키며
아바스 또한 같이 부활시킨 덕분에
굳게 찍힌 줄 알았던 마침표가
쉼표로 바뀌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중.
지금은 온 자동차회사들이 전부
중국 시장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원래 전통의 강자는 미국 시장이고,
미국 시장에서 피아트 500은
솔직히 잘 먹힐만한 차가 아니다.
핫 해치백이란 장르 자체가.
차도 크고 배기량도 큼직한 이 나라에서
작디작은 신발만한 차가 잘 팔릴까? 아니오.
근데 골프 GTI는 의외로 북미 시장에서
꽤나 잘 안착한 걸 보고 피아트그룹이
피아트 500을 되살리는 김에
고성능 모델도 같이 구비해서
GTI의 대안으로 미국에 팔아보자 해서
피아트 500 아바스가 세상에 다시 등장.
그 덕분에 오늘날 나도
완전히 새로운, 신선한 장르의
이런 핫 해치백을 타보게 되었다.
아바스에 대해 설명했으니
그 뒤에 붙은 595는 또 뭔가?
제일 기본적인 피아트 500 아바스가
2008년에 데뷔한 초기형이고
이 글에서 다루는 595가 중기형인데
이 차는 또 595 투리스모.
코란도 투리스모 아님
595 투리스모는 출력을 160마력으로
살짝 올리고 17인치 휠을 끼움.
이 근사한 빨간색의 가죽시트도 포함.
피아트 500 아바스는 원래
eibach사의 스프링을 사용하는데
595 투리스모부터 여기다가
KONI사의 댐퍼가 조합됨.
Essesse 키트를 장착하게 되면
혹은 595 컴페테치오네 트림을 고르면
출력이 180마력까지 오른다.
그 외 595 컴페테치오네는
안 그래도 시끄러운 차에
Monza 배기 시스템을 달고
서스펜션 및 브레이크 강화했다.
이정도가 595 투리스모와의 차이점.
사골처럼 징하게 우리는 중인 차량답게
별의별 변종들이 다 있지만
눈여겨봐야 할 트림은 이 두 가지.
695도 있는데 695는 그냥
595 컴페테치오네의 추가 사골버전.
앞의 숫자가 6인게 6수를 아주
사골을 끝장으로 우려 푸짐하게 끓인 느낌.
500 아바스의 개별 트림이나 한정판마다
뭐가 들어가고 뭐가 빠지고 이런 게
하도 많아 내가 일일이 다 설명할 수가 없음.
이 글의 주인공은 좀 덜 단단하고
약간 고급스럽게 치장했으며
의외로 500 아바스 중 순한 맛.
그렇게만 알아두면 됨.
출력 이야기 나왔으니
파워트레인부터 이야기하는게 순서.
500 아바스에는 T-Jet라는 이름의
1368cc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얹힘.
이 차는 595란 딱지가 붙어있기에
최고 출력은 160마력 @ 5750rpm,
최대 토크는 23.5kg·m @ 3000rpm.
토크 그래프가 포드 에코부스트 엔진처럼
중역대에서 정점을 찍고 레드라인까지
가파르게 떨어지는, 터보 엔진으로선
잘 보기 힘든 특이한 형태를 띄는데
그나마 그 가파르기가
포드의 물건들보단 덜해서
송곳처럼 토크가 치고빠지는
불쾌한 느낌을 중 정도까진 아님.
위에 595 컴페테치오네는
180마력이라고 했는데, 솔직히
피아트 500 아바스를 직수한다 치면
무조건 180마력 버전을 사는게 좋다.
160마력이란 출력도 이미 이 덩치에는
넘치다시피 해서 차가 날아다니지만
2000rpm - 5500rpm 사이의 토크감이
180마력짜리가 비교불가하게 강하다.
토크 그래프만 봐도 알 수 있음.
터보엔진답게 쫙쫙 밀어주고
운동화에 부스터를 달아놓은듯한
이 느낌을 더더욱 거세게 받을 수 있기에
엔진에 대한 경험 측면에서
180마력짜리가 월등히 좋다.
최대 토크가 나오는 시점은
둘 다 3000rpm으로 동일하지만
그 이후 고회전에서의 토크 유지력도
180마력짜리가 훨씬 좋음.
1.4L란 이런 작은 배기량으로
이런 고출력을 뽑아내려면
터보 부스트를 높게 써야하는데
그러려면 엔진 회전수를 좀 써야
엔진 리스폰스가 어느정도 납득할 만 하고
그러려면 고회전에서의 토크도
터보 엔진이지만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그런 면에서 595 컴페테치오네,
혹은 Essesse 키트 장착이 좋다.
운전석 옆에 작게 달려있는
터보 압력 게이지에 1.6bar까지 써있고
막 밟으면 1.2bar는 우습게 쓰기에
이 엔진도 터보 엔진일지언정
좀 회전수를 써주면서 다니는게 좋다.
특이하게 방금 위에 나열한
최대 토크 수치는 스포츠 모드 기준.
평소엔 최대 토크가 21kg·m.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하는 것이
약간 오버부스트 버튼 느낌.
스포츠 모드로 다니면
운동화에 로켓 달아놓은 느낌.
슬렁슬렁 다녀야 될 차가
갑자기 부스터 버튼을 눌러서
막 정신 못 차리게 튀어나가는
그런 유쾌한 느낌이다.
하기사 이런 작은 차에 160마력이라니
차고 넘치다 못해 홍수가 난 수준이지.
500 아바스는 오래 우려먹은 차 답게
물려지는 변속기 종류도 여러가진데,
5단 수동과 6단 아이신 자동
그리고 이 차에 달린 5단 AMT.
듀얼로직이란 이름의 이
자동화 수동변속기는 자동은 맞다만
클러치 조작만 자동으로 해주는
수동변속기가 달려있는 것.
예전에 BMW에서 쓰던 SMG나
페라리, 마세라티에서 쓰던
F1(캄비오코르사) 변속기와 유사함.
이 변속기의 특징이라면
토크 컨버터가 없기 때문에
직결감이 어마무시함.
토크 컨버터는 유체로 동력을 전달해서
동력 손실도 발생하거니와
내부 오일 압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른
차이는 존재하지만 좀 부드러워진다.
반면 이 AMT는 수동변속기인데
클러치 조작만 액츄에이터로 해주기에
꽉 맞물린 느낌이 일품이다.
그래서 변속 시 변속 충격도
일반적인 자동변속기보단 훨씬 강하고
변속 속도는 최신 듀얼클러치나
최신 자동변속기 차량들보다 느림.
그리고 D단 상태일때
악셀 밟지 않고 가만있으면
차량이 앞으로 크리핑하질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정차해 있음.
기본적으로 중립 상태나 마찬가지라서.
언덕에서는 뒤로 밀리니 주의해야 함.
이런 문제들을 다 뒤로하고,
펀 드라이빙시의 박진감과 즐거움
소위 말하는 '감성' 하나는 끝장난다.
차량과 운전자인 내가 하나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요소는
차체의 사뿐함과 가벼움도 있지만
동력계통과의 직결도 그에 기여하는데
이 5단 듀오로직 변속기는
이 차를 타는 즐거움의 핵심이다.
AMT치고 생각보다 시내에서
허당치거나 정신줄을 놓지 않기에
평소에 얌전하게 타고 다니면
별 무리나 위화감 없이 운전할 만 하다.
6단 아이신 자동 차량도
궁금하긴 하다만 이만큼 좋진 않을 것.
비슷한 6단 아이신을 가지고
운전 재미를 열심히 추구한
미니 쿠퍼 JCW도 이만큼 변속감이
땅땅 때리고 박진감이 넘치진 않거든.
5단 수동은..... 타보진 않았지만
약간 걱정인 점이 있음.
그 이유는 글 말미에.
자연스레 주행 느낌으로.
이 차에 장착된 KONI 댐퍼는
생각보다 되게 무르고 말캉말캉하다.
차량 튜닝 좀 알아봤다면
KONI라는 이름은 들어봤을 텐데
네덜란드산 서스펜션 전문 회사.
튜너가 만진 댐퍼라니
어마무시하게 딱딱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전혀 그렇지 않아서 의외.
올린즈 댐퍼 꼈다고 아주
공도에서 못 탈 정도로 딱딱하게
기본 출고 설정값 내보내는
폴스타 2 퍼포먼스와 대조되는 모습.
반면에 eibach 스프링은
댐퍼가 부드러운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면을 어느정도 꽤나 읽음.
스프링이 읽어들이는 걸 댐퍼가
한 차례 필터링해서 승객실로 전달함.
스포츠 모드를 놓게 되면
엔진 출력만 올라가는 게 아니고
댐퍼가 전자제어식이라 주행성도 달라지는데
스포츠 모드에서도 정말 극강으로 단단하다
이런 느낌은 거의 들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되, 약간 힘이 빠져 있다.
스포츠 댐퍼 상태에서
방지턱을 넘거나 포트홀을 밟으면
순간적으로 억 소리가 날 법도 한데
스포츠 모드를 해제하면 된다.
근데 이 단단함이 결코 날카로움이 아니라서
모든 모서리가 약간 둥글려져 있다.
이 글에서 처음 제시한 경쟁상대
아반떼 N, 코나 N, 미니 JCW, 골프 GTI
이 모든 차량들보다 승차감이 편안하다.
그럼에도 차 사이즈가
이 네 차종들보다 훨씬 작기에
코너링 시 운전대를 돌리면
마치 도로에 레일을 깔아놓은 듯이
원하는 궤적대로 쫙 따라가는
정말 작은 차 특유의 시원함이 있다.
레이 EV를 탈때 이런 느낌이었는데,
한국 경차보다 폭만 27mm,
대략 엄지손톱만큼 더 넓고
오히려 경차 규격 3.6m에 딱 맞춘
대부분의 국산 경차들보다
살짝 작은 3546mm의 전장인지라
경차보다도 짧고 넓은 차.
거기다 스프링이 단단해서
약간의 요철에 차가 금방 반응하는데,
이런 피드백을 댐퍼가 한 번 걸러서
운전자에게 전달해주니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무섭다.'
트랙에서야 상관없겠지만
노면이 균일하지 못한 공도나 산길에선
ESP OFF 하기가 겁날 정도의 차.
이 작은 차에 17인치나 되는
(17인치 휠도 595 투리스모라 기본사양)
큼지막한 휠과 타이어를 끼워놓으니
안 그래도 노면을 타는 스프링 탓에
예민한 차가 더 예민하게 느껴진다.
댐퍼와 스프링간의 강도 및 스트로크 등
차량 설정값에 균형감이 모자라거나
잘못 설정된 건 분명 아닌데
차량을 몰아붙일 때 운전자로 하여금
차가 확신을 전혀 주지 않는달까.
차를 믿고 계속 끊임없이
더욱 밀어붙이도록 유도하고,
또 친절하게 도와주는 독일차와
완전 장르가 다른 천방지축 꼬맹이다.
독일차에 그동안 너무 익숙해져있었나
하는 생각이 얼마 전에 마세라티를 타고도
들었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때도 카이엔에서 르반떼로 바꿔 탔었음.
또 이 차량이 지금까지 팔고 있지만
2008년에 처음 데뷔한 차량이고
이 모델은 심지어 500C라 컨버터블.
안 그래도 독일차에 비해
영국차나 이태리차가 하체가 다소
느슨한 느낌을 주는 경향이 있는데
오래된 차에 컨버터블에
심지어 독일차도 아니다보니
문제시될정도의 허약함은 아니지만
짱짱함과는 거리가 먼 이 차체가
운전 시 드는 염려를 부추긴다.
차체 강성 뿐만 아니라
하체 부품들 설정값도 전부
독일차에 비해선 힘이 조금 빠져 있다.
그래서 이 차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
미니 JCW와 비교를 우선 해보자.
평소에 귀여운 디자인과 스포티한 맛을 즐기는
데일리카로서는 이 차가 더 개성 넘치고
엔진음 및 배기 소리도 미니보다
더 듣기 좋으며, 부드러운 댐퍼 덕에
고속주행 시에도 차분함이 있다.
하지만 이런 펀카를 끌고 산길로 간다면,
최소한 트랙이 아닌 공도라면
미니 JCW가 난 훨씬 나은 선택이라 본다.
미니 JCW는 심지어 피아트 500처럼
A/B/C필러가 남아있고 정말
지붕만 열리는 타입의 컨버터블이 아닌
천장이 전부 없어지는 형식임에도
차체의 강성이나 튼튼함,
그런 튼튼함이 주는 신뢰감 면에서
비교불가하게 우위에 있다.
피아트 500은 2008년에 데뷔한 차량이고
비교대상인 미니 쿠퍼(F56)는 2013년에
데뷔한 차량이라 약간 불공평하긴 하지만
둘 다 지금 시점에 신차로 팔고 있잖아.
사골 우린 쪽이 이런 핸디캡은
불가피하게 감수해야지 어쩌겠어.
그리고 미니 JCW가 이 차보다
차가 더 크고 길면서 동일하게
앞에 가로배치 4기통을 얹었는데,
그게 무게 분포 측면에서 보면
피아트 쪽이 더 앞머리가 무거운 셈.
그래서 그런지 똑같이 코너에
밀어 넣을 때 이 500C 아바스는
진입 언더스티어가 약간 있다.
미니는 워낙 뒷 차축의 움직임을
빠르게 만들어놓은 차량이라
그걸 느낄 새에 금세 휙휙 움직이는데
500C 아바스는 더 조그매서
오히려 곧이곧대로 돌아가는게
운전자에게 언더스티어 체감은 더 된달까.
피아트 500은 이 아바스 모델 말고
일반형에 TwinAir라고
2기통짜리 차도 있는데
걔는 어떨까 정말 궁금해졌다.
3기통조차 질겁하는 한국인들에게
2기통은 무슨 오토바이냐 싶겠지만
그것도 어엿한 자동차다.
걔는 앞머리가 정말 가벼울텐데
심지어 터보를 얹어서
875cc로 무려 104마력.
완전 골목길을 휘젓고다닐 슈퍼카.
다시 미니 vs. 피아트로 돌아와서
정신없이 신나게 차와 뛰어놀기에
미니 JCW가 더 적절하게 느껴지고,
이러면서도 미니는 사실 BMW 그룹 소속이라
운전자가 위험에 빠지는 걸 용납 안 함.
충분한 안전과 신뢰성이 확보된
상황 하에서 미친듯한 활기와 재미를 선사해서
일반적인 수준에서 전륜 구동 펀카로
재미나게 놀기에 더 적합함.
미니의 돌쇠같은 댐퍼와 운전대도 오히려
정확하게 노면과의 소통하는 데
훨씬 도움이 돼서 나, 차, 도로가
하나가 된 것 처럼 느끼기 좋다.
아반떼 N과 비교를 하자면
뭐 볼것도 없이 500C 아바스가 좋지.
아반떼 N은 아반떼를 기반으로 만들어서
피아트나 미니 대비 휠베이스가 너무 길고
그걸 N 코너 카빙 디퍼렌셜(eLSD)이
전부 그냥 다 해주는 것 뿐.
eLSD가 전부 만들어주는 랩타임 보고
즐거움을 느낀다면 할 말 없다만..
운전대 무게감이나 피드백,
특히 직관적인 느낌이 부족하고
세타 II 엔진은 소리도 회전질감도 엉망.
겨우 강조하는게 팝콘 그런건데
그런건 소리가 아니고 소음이라고 하는 것.
승차감도 현대차가 아직
주행성과 승차감을 다 잡는 법을
깨우치기 전에 출시한 차량이라
내 기준엔 지나치게 단단하다.
피아트 500C 아바스에 비하면야 승차감은
피아트가 거의 뭐 S-클래스나 다름없음.
대한민국에는 500C 아바스가
정식수입되지 않기 때문에
가격적인 면에서는 아반떼 N과
거의 두 배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만
굳이 미니를 놔두고
전륜 구동 펀카를 찾는다면
두 배를 주고서라도 이게 더 낫다.
난 현대차가 아반떼 N 수준의 차를
비로소 만들 줄 알게 됐다는
이정표 쯤의 차로 지금은 생각중이라.
구태여 선택할 이유는 없음.
나도 한때 아반떼 N 사고싶다고
이 블로그에다가 대놓고 쓸 정도였다만
경험치가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점점 잊혀져가고 있다.
아반떼 N은 맛을 추구하기 위해
조미료를 넣었어도 역부족인데
피아트 500 아바스는 태생이
아주 감칠맛이 넘치는 맛도리.
골프 GTI하고 비교해보면
오히려 골프쪽이 DCC를
가장 부드럽게 풀지 않는 이상
댐핑 스트로크도 짧고 댐퍼가 더 탄탄해서
은근 고속주행에서는 튀는데
노면에 대한 충격과 잔요철은
상당히 절제되어있는 편이라
시내주행에서는 가장 낫다.
그러면서 트렁크도 크고, 실내공간도
넉넉하니 여유있는데다
DSG의 변속감도 정말 매끄러워
핫 해치백 중에서 '해치백'에
가장 집중한 차량이다.
근데 해치백으로서의 기본기는
일반 골프 TDI도 훌륭하게 해냄.
골프 GTI의 주행성능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좋지만,
그걸 수행하는 과정에서 내가 받는
감동과 드라마는 미니와 피아트에 비해
너무 적어서 순수한 재미 면에선
많이 처진다고 본다.
그래서 전륜 구동 펀카 중에선
여전히 미니 JCW가 왕좌에 앉아 있음.
이게 내가 가장 알고싶은 점이었다.
전륜 구동 펀카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최강의 즐거움은 누가 보여줄까.
드디어 답이 나옴.
이거 말고 전륜 구동인 펀카
타볼만한게 또 뭐가 있지?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BMW 128ti?
국내에 나온 120i는 나 타봤는데
애석하게도 재미라곤 정말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음.
근데 신형 미니 쿠퍼 S는
미니가 자랑하는 고-카트 필링이 다 죽고
세상에 네 바퀴를 노면에
차분하게 열심히 붙이려고 들더라.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그래서 신형 미니 쿠퍼 JCW가 어떨 지
지금 심히 우려되는 상황.
이렇게 되면 2등에게 바통 터치해야 하는데
그럼 골프 GTI가 더 나은 것 같다.
이 차가 뒤떨어져서가 아니고
전반적으로 몰아붙일 때 너무 아슬아슬함.
FF 펀드라이빙은 프로 수준 아닌 다음에야
적당한 안정감과 안심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미니를 제치면 골프 GTI가 이 부분에서 좋다.
이런 아슬아슬함 원하면 FF 말고
MR 타면 돼. 포르쉐 있잖아.
요즘 박스터(981) 2.7 중고가도 싸다고.
피아트 500 아바스 중고가도
대략 5천만원 전후하는 것 같던데
같은 돈으로 981 2.7 타면
원천적인 포맷의 우월함 체험 가능.
근데 그것 말고도
이 차는 작은 고급차다.
내가 작은 고급차로서
얼마 전에 꼽았었는데,
걔는 에르메스에서 파는 립스틱이라면
얘는 디올에서 파는 것 느낌?
난 디올에서 남성용 제품 만드는 게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디올의
이미지가 여성적인 편인데
피아트 500도 동글동글하니 그렇잖아.
왜 작은 고급차냐,
일단 시트 가죽 질감은 완전 이태리차.
최근 탄 마세라티도 이랬음.
은근 뻣뻣하고 미끈 단단한 느낌인데
질감 자체는 굉장히 고급스러움.
가죽 질감이 막스마라같다.
생각해보니 막스마라도 이태리 명품이지?
그리고 이 작은 차에 컨버터블.
이렇게 좌우에 프레임은 남아있고
정말 지붕만 뒤로 끝까지 열리는 걸
캔버스탑이라고 부르는데,
난 처음엔 캔버스탑 개방감 별로일 줄.
하지만 타보니 개방감은 충분하고
실내로 바람 덜 들이쳐서 오히려 좋아.
히터 풀로 트니까 영상 한 자릿수 기온에
탑을 열었는데도 실내는 더울 지경.
컨버터블은 보통 세단이나 해치백보다
더 고가의 차량인 쿠페보다도
더욱 한 발자국 나아간 고급 차량이다.
지붕 여는 매커니즘도 더해야하고
지붕을 뜯어내서 떨어진 차체 강성을
올리기 위해 하부에 보강재도 들어가니
0.1원인 전 단위도 원가절감하는
자동차 회사 입장에선 돈 먹는 하마.
심지어 설계할 때도 더 신경 써야지?
그만큼 차값에 반영이 되겠지만
결코 저렴하긴 힘든 물건.
근데 이런 작은, 대중성이 짙은
국민차 친퀘첸토(500)를 바탕으로
고성능 버전인데다 지붕까지 열려.
완전 럭셔리카지.
크기만 경차 수준일 뿐.
그리고 계기판 내부 디스플레이의
선명도와 그래픽은 피아트 500의
출시 년도를 생각해봤을 때
완전 탈 소형차급.
난 처음에 센터 디스플레이가
달려있지 않아서 후방 카메라는 고사하고
후방 센서도 없는 줄 알았는데
후방 센서 정보가 여기 표시된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2016년형 이후의
500 아바스는 디스플레이가 달리고
무려 애플 카플레이도 지원함.
하지만 이 차는 해당사항 없음.
출시 시기와 갖춘 구성품들을
두루 생각해보았을 때
이 차도 스몰 럭셔리.
이태리차다운 결점들이
빠지면 역시 섭하지.
이태리차인데 별 문제가 없다?
그건 중국산 이태리호소차량.
일단 최저 시트포지션이 높다.
높다 욕한 현대 N 차량들보다 더 함.
이 작은 차에 높게 앉아있으니
체감 착좌위치가 꽤 껑충한데
또 그 높은 위치대로 앉으니
헤드램프가 점등됐단 표시가
운전대에 가려서 안 보임.
난 처음에 이거 헤드램프 켜도
계기판에 표시 안 뜨나? 싶었음.
정말 이태리차다운 설계.
차가 작아서 페달박스가 작은지라
악셀과 브레이크가 거의 뭐
떨어트리면 분리불안 생길 것 같이
굉장히 다닥다닥 붙어있음.
정말이지 가끔 브레이크 밟으려다
실수로 악셀 잘못 밟을 것 같을 정도.
피아트도 급발진 하나? 9시뉴스 출연 각인가?
'20대 남성 A씨 차량 급발진 주장'
심지어 왼발이 쉴 풋레스트는
센터콘솔 뒷면 안쪽에 숨어있어서
처음에는 풋레스트가 없는 줄 알았다.
근데 풋레스트 위치가 구석이라
오히려 풋레스트에 발을 놓는게 불편함.
와 이거 수동 모델도 있는데
수동은 여기다 클러치 페달 하나가
더 들어간다는거 아니야? 어떻게 타냐..
또 다른 문제는 이렇게
센터콘솔 뒷면 안쪽에 풋레스트가 있으니
발치로 에어컨 바람이 나오게 하면
자꾸 발목에다 바람을 쏴서
마치 스키장가서 고압 스프레이로
눈을 계속 털어내고있는 불쾌한 기분.
발치로 보통 에어컨 나오면
페달박스 위에서 바람이 나와야 하는데
얘네들은 바람을 옆에서 쏘네
아무튼 희한하다.
이게 우핸들 차량이어서 이럴수도.
좌핸들 차량은 풋레스트가 문 쪽이니
이런 문제가 덜하지 않을까 싶다.
최소한 발은 제대로 놓을 수 있겠지.
우핸들 차량이어서 또 다른 문제.
SPORT 버튼이 운전자와 제일 멀리있음.
스포티한 주행을 하는 차가
스포츠 버튼이 운전자랑 멀다...?
아마도 좌핸들 기준으로 설계하고
버튼 위치 옮기면 돈이 더 드니까
그대로 그냥 놔둔 듯.
솔직히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정도면
저 안개등 버튼과 SPORT 버튼
위치를 우핸들차엔 맞바꿔줬을텐데
이태리차에게 그런 배려따윈 사치.
이거 사고싶으면 좌핸들로 사세요.
이건 결점은 아닌데,
이태리차들은 브레이크 페달감이
안 서는듯 잘 선다.
부스터의 도움이 적다는 건
포르쉐와 유사한 점이지만,
포르쉐는 페달 마운트부터 시작해서
캘리퍼 강성 등 그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칼같고 선명한
브레이크 페달 감각이 있는데
이태리차는 흐리멍텅 한 듯 하다가도
막상 밟아보면 잘만 선다.
페라리는 어떤지 모르겠다만
마세라티와 아바스는 일단 그래.
특이하게 이 AMT는
1, A/M, N, R
이렇게 네 개의 버튼으로
조작하는데 1이 D단이다.
처음에 보면 당황하기 쉬움.
AMT는 구조상 악셀 오프 상태에서
기본값이 중립이나 마찬가지라
진짜 중립, 1단 이렇게 두 가지에
수동 변속과 자동 변속 모드간의 변경 버튼
그리고 후진까지 버튼이 네 개.
수동 변속 모드를 놓게 되면
레드존을 쳐도 차가 변속을 안 함.
명색이 고성능 차량이면서
수동 모드임에도 지 멋대로
레드존 쳤다고 윗 단으로 올리는
수준미달의 차들이 있는데 얜 아냐.
그래도 500C 아바스는
때때론 불편하고 마음에 안 들어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차.
냉간시동시 일단 엄청나게 시끄럽다.
기본 배기 볼륨 자체가 크고
스포츠 모드를 놔서 가변배기가 열리면
동네 사람들 전부 화나게 할 크기.
시부야 한복판에서 슬슬 가다
다시 악셀 밟으면서 킥다운하니
과장 꽤 보태서 지구 반대편 우루과이의
곤잘레스씨가 자다 갑자기 깰 정도더라.
다른 소형차가 이런 소리 냈으면
아주 가소로웠을 것 같은데
이 차가 하니까 귀여움.
근데 죄송합니다. 주변인들에게.
그리고 이 차니까
이런 작디작은 차에
작디작은 후면 디퓨저 공간에
트윈듀얼 팁을 달아놔도
그저 귀엽기만 하다.
만약 아반떼 N이 이랬다?
그럼 꼴값으로 모자라 그냥 양카.
컨버터블에 소형차에
고성능차여서 그런지
방음이 거의 없다시피한데,
의외로 진동은 적은 편이다만
풍절음은 어쩔 수 없다.
창문과 탑 다 닫고 달려도
창문 덜 닫힌 줄 알 정도니까.
그럼에도 오디오 성능은
생각보다 과장과 뭉침 없이
소형차 오디오 치고는
상당히 깔끔한 음색을 보여 줌.
컨버터블에다 방음이 잘 안돼
내가 듣는 노래가 다 새나갈 판이지만.
의외로 이태리차가 이런 거엔
또 예상외로 충실해.
독일차 깡통 오디오는 들으면
청력을 부분상실할 수준인데.
BMW, 아우디 둘 다.
마지막으로 연비.
나 보통 연비얘기 잘 안 하는데
굳이 말할 정도면 특출나게 나쁘거나
혹은 놀라울 정도로 좋거나.
피아트 500C 아바스를 며칠 타고다니며
기록한 최종 연비는 16km/l.
와인딩과 시내주행 비중 60%.
난 일본의 사악한 톨비가 무서워
어지간해선 무료 도로 위주로 타고
그럼 계속 신호에 걸려 가다서다 하는데
그런 주행 패턴을 다 합쳐서
이런 연비를 기록했으니
아무리 차가 정말 작고 배기량이 작아도
의외의 선물을 받은 수준으로 좋다.
5단 자동인 줄 알고 타서
연비가 아주 나쁠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AMT라 동력이 직결돼
손실이 적어 연비가 더 좋겠네.
DCT 탑재 차량의 연비가
일반 토크컨버터식 오토 차량보다
더 좋은 것과 동일함.
막 밟으면 당연히 연비가 바닥을 치지만
이런 배기음과 시원한 변속감을
주는 비슷한 슈퍼카에 비하면
반의 반의 반 값으로 그것들을
신나게 누릴 수 있는 셈.
대한민국에서 이 차
심지어 컨버터블에 5단 AMT.
리뷰 제대로 해놓은 글이나 유튜브
여지껏 단 하나도 본 적 없다.
이 글 쓰려고 열심히 찾아봤는데도
제대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경쟁 차종들과 비교해놓은 리뷰는
전멸이다시피 했으니
내가 대한민국 최초.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그런 글을 남겨두려고
이 블로그를 시작했기에
찾는 사람이 거의 없을
피아트 500C 아바스 595 투리스모
얘에 대해서 이렇게 구구절절
간만에 기록해둠.
타고 다니면서는 재밌었다만
간만에 재발한 미니병을 잠재우기엔
정말 미니가 등판해야 하나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