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란 브랜드가 있어서
한국 사람들한테 좋은 게 뭐지?
요즘 들어서 하는 생각이 제네시스는
한국 사람들이 주로 구입하는
독일차의 좋은 점을 약간 싸게,
그리고 편한 정비망을 누리며
부분적으로 누릴 수 있다는 것.
거기에 그 장점 받고 고급스런 인테리어와
현대차그룹 최고 장기인
실내 공간 최대한 뽑아내기,
그리고 첨단 호화 옵션들까지.
한국 시장에선 안 팔릴래야
안 팔리기 어려운 그런 차량들.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타면서
이제 고속에서의 편안함과 승차감은
맛이 가버리고 있는 독일차,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보다도
한 수 위라고 느껴서 참 놀랐었는데
편안하게 타고다니는 용으론
제네시스가 거의 다 따라잡거나
오히려 전세역전인 상황이 됐다.
그럼 그 반대의 모습은 어떤가?
(제네시스가 따라잡고하는)독일차의
또 다른 장기, 역동성과 스포티함
이걸 잡은 제네시스는 없나?
그게 타겟이었던 G70은
애석하게도 나온 지 너무 오래됐고
업데이트를 거의 거치지 않은
구형 차량이기에 좀 모자라다.
그리고 시장의 관심은 이제
스포츠카에서 스포츠성을 찾기보단
SUV에서 스포츠성을 찾는
기이한 곳으로 몰려있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차가 바로
'스포츠 SUV.'
실용성과 험로 주파를 목표로
첫 등장했던 차량이 SUV인데
거기다 역동성, 스포티한 감각을
기대한다는 게 아이러니지만
세상이 그렇게 바뀌었다.
이제 SUV를 스포티하게 만들고
엄청 비싼 가격표를 매기는 게
프리미엄, 혹은 럭셔리 브랜드의
돈을 쓸어담는 일종의 공식.
거기에 대응하는 제네시스 차량이
바로 이 GV70 3.5T AWD 스포츠.
경쟁 모델들도
메르세데스-AMG GLC 43,
BMW X3 M50, 포르쉐 마칸,
마세라티 그레칼레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 차가 없음.
여기에 대한 제네시스의 대답이
과연 정말 의미가 있는 것일까?
제대로 된 럭셔리 스포츠 SUV가
한국에서도 첫 선을 내보인 것일까?
그 해답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비주류인 차량이지만
생각보다 되게 중요한 이 차.
GV70 3.5T AWD 스포츠를
쭉 타보면서 한 번 만나보자.
늘 순서대로 디자인부터.
GV70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앞은 다소 정돈되어서 나아지고
뒤는 방향지시등이 드디어
후미등과 통합돼서 좋아졌다만
뒷 범퍼가 그 이상한
드라큘라 이빨같은 크롬 장식을
새로이 추가하며 못생겨져서
예전 페이스리프트 3.5T 시승기때
스포츠를 사는 게 좋다 말했던 바 있다.
그래서 가져온 스포츠.
앞범퍼는 과격하다기보다는
다소 우락부락해서
세련되고 정돈된 느낌이었던
페이스리프트 후의 일반형보단
내 눈엔 좀 별로다만
뒤가 한결 보기 깔끔해서
종합적으론 스포츠가 역시 낫다.
허나 내가 구입한다면
사진 속 차량의 스토르 그린은
고르지 않을 듯 하다.
뭐랄까, 이런 색감은 보통
올리브색처럼 좀 영글은 느낌?
노을 아래에서 보면
그 굴곡이 부각될 것 같은
탱글탱글한 볼륨감이
강하게 느껴져야 하는색상인데
이건 국방색에서 채도를 좀 뺀
우중충한 색감이라서
난 되게 별로. 그리고 이렇게
스포츠 트림처럼 외부에
블랙 하이그로시 장식이 많으면
흰색이 가장 잘 어울린다.
스포츠 트림에 흰색이 조합된
차량 사진을 확인할 수 있음.
실내 디자인은 예전에도 칭찬했듯
GV70만의 실내 디자인 테마인
타원을 새 실내에 잘 녹이고
또 유지했단 점이 마음에 드는데
스포츠의 이 카본 트림은
보기에 굉장히 부담스럽다.
나만 그렇게 느끼나?
내가 카본 트림을 안 좋아해서?
포르쉐조차도 이렇게
광이 번쩍번쩍 부각되는
리얼 카본을 실내에
큼지막하게 바르진 않는데
아무리 스포츠 트림이라지만
'제네시스'에 카본 트림이라...
난 잘 모르겠다.
그 외엔 다 괜찮음.
이 카본 트림 빼버리고 싶으면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 II를 고르면 됨.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 II는
센터 콘솔엔 알루미늄 마감이,
도어 트림에는 스포티 라인 무드 라이팅이
자리하고 있어 이런 카본 트림 없음.
'자카드 패턴 리얼 카본'트림은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 I에 해당.
특이하게 GV70 스포츠는
스포츠 디자인 셀렉션 I과 II가
230만원으로 옵션 가격이 동일하다.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II 골라.
이 차량은 스포츠 트림이기 이전에
3.5T 모델. 2.5T도 스포츠 선택 가능.
GV70 3.5T 스포츠의 파워트레인은
람다 III 3470cc V6 트윈 터보 엔진과
현대트랜시스발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
맨날 보던 그 물건 맞다.
최고 출력 380마력 @ 5800rpm,
최대 토크 54kg·m @ 1300 - 4500rpm
이제 이 수치들은 내가 거의
외울 정도로 지겹게 보았음.
전반적인 출력 전개는
늘 경험하던 그 람다 트윈터보
딱 그거다. 한 템포 늦게 밀려오는
두툼하고 기름지게 다가오는 토크감.
뭔가 짜릿하다거나, 엔진을 막
끝까지 잡아돌리고 싶다거나
소리나 회전질감이 유별나다거나
그런 건 일절 없는 상태로
'그저 잘 나간다'가 끝.
변속기 또한 박진감을 주거나
빠른 변속 속도를 자랑하지 않고
그저 그냥 좀 보채니까
평소보단 약간 빠른 척.
차라리 전기차가 되는 게
훨씬 나을 정도로 '스포츠'란 이름에
으레 기대하게 되는 오감 만족 혹은
감정적인 자극은 전혀 없을 정도로
파워트레인 전반이 운전자에게
전혀 몰입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오히려
전기차를 제대로 만들면
운전자를 어떻게 운전에 빨아들이는지
아이오닉 5 N을 통해서 보여줬는데
전기차조차 그렇게 만들 줄 아는 회사가
현대차그룹인데.. 제네시스는 왜 이래.
현대차그룹 내의 개발 역량이
제네시스로 전혀 오지 않는 느낌.
제네시스 구매자들은 죄다
차도 잘 모르고 운전도 똑바로 못하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어서?
제네시스는 그냥 이렇게 대충
만들고 말아도 내수에선 잘 팔리니까?
레인지로버 벨라 타는 사람들이
전부 오프로드를 타서 그걸 사나.
마칸 타는 사람들은 SUV로
허구헌날 트랙 타려고 그걸 사나.
그런 걸 오너들이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점. 차량의 넘치는 능력.
필요한 것 보다 더 많이 가진다.
그게 럭셔리의 핵심인데
GV70 3.5T 스포츠는
주요 포인트인 파워트레인에선
'럭셔리의 본질'을 따졌을 때
럭셔리는 커녕 대중브랜드.
응당 당연한 수준만 겨우
구색맞추기 식으로 갖췄으니.
일반 모델 시승기때도,
사실 다른 차량 시승기에도
아주 지겹게 얘기를 했지만
제네시스는 왜 뒤쳐진 입장이면서
파워트레인 면에서는 남들보다
부족한 상태 그대로 뻗대는지
정말이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다못해 스포츠 트림이면
겉보기 이외에도 카탈로그 상의
출력 또한 더 강해야 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 선에선 당연한 건데
제네시스는 계속 이런 식이다.
'어차피 이런 차로 스포티한 주행
얼마나 하겠나' 혹은
'우리 차 사는 고객들은 어차피
뭐가 스포티한지 잘 몰라'
이런 발상으로 계속
별로 높지도 않은 출력과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파워트레인을
주구장창 계속 우려먹고 있음.
변속기 대응 토크 문제 때문에
현 상태론 출력을 여기서 많이 못 올리고
변속기를 사다 쓰자니 원가 상승이
너무 지나쳐서 불가능하다는 거
그건 나같은 사람이나 알지
대부분의 고객들은 그걸 모르고
또 알더라도 이해해줄 이유가 없다.
하다못해 그래서 내가
48V e-S/C(일렉트릭 슈퍼차저)라도
적극적으로 쓰라고 맨날 말하는데
스포츠 트림까지 돼선 그게 없다.
일렉트릭 슈퍼차저는 G90과
GV80 쿠페에만 옵션으로 구비됨.
스포츠라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의 출력 동결.
반성과 분발이 정말 필요하다.
정말 죽어도 싫다면
스포츠 트림을 만들던지.
그럼 스포츠의 이름값을
스포티한 주행성으로 보여줄까?
안타깝게도 GV70 3.5T 스포츠는
내가 생각하는 스포츠성에는
그다지 부합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엔진이 세로로 짧은 V형인데
도대체 왜 직렬형과 유사하게
엔진이 앞으로 튀어나간 것처럼
앞이 굉장히 무겁게 느껴지고
선회 시 앞 머리의 사뿐함이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지 의문이다.
심지어 GV70을 개발하던 당시
개발진이 BMW를 뜯어보고
깊은 인상과 감명을 받았었는지
엔진을 최대한 안쪽으로 집어넣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그리고 댐퍼가 지나치게 단단하다.
이건 뭐 일반 도로에서 타라고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엄청 탄탄한데
일반 서스펜션 모드에서나
겨우 좀 공도에서 주행 가능하고
스포츠 모드를 놓게 되면
바퀴가 도로에 차분하게 붙어
접지력을 확보한단 인상이
정말 하나도 들지 않을 정도로
댐퍼가 무식하게 단단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데,
단단해야 주행 안정성과
종합 차량 퍼포먼스가
좋아지는 것이 전혀 아니다.
지나치게 단단한 설정값은
되려 차량의 접지력을 떨어트림.
이런 와중에 GV70 3.5T 스포츠는
엔진의 느린 반응성과 뒤늦게
왕창 쏟아져나오는 토크와 맞물려
이 차량을 운전하는 경험 자체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엔진 출력과 노면을 붙드는 바퀴
둘 다 내 통제 바깥으로
자꾸 탈출하려고 드는 느낌.
한 가지 마음에 드는 건
VDC OFF 하면 완전히 꺼지는 것.
스포츠+ 모드에서 그걸 끄고
선회 중 운전대 타각과 악셀링을
과감하게 실행하면 (전륜)구동력과
전자장비의 방해 없이 차가 미끄러짐.
최근의 제네시스 차량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들이 전부 이래서
사실 재밌긴 한데, 얜 좀 가소롭다.
순수 미드쉽 차량다운 운동성을
아주 깔끔하고 선명하게 보여주는 차량은
정말 기분 좋게 운전해서 호감이었는데
GV80 쿠페 3.5T나 얘나
차량 스스로도 감당 못할 선을
넘어가버리도록 운전자를
방치하는듯한 그런 느낌이라
똑같은 'VDC OFF시 일절 개입 안함'
설정에 똑같은 현대차그룹 일원인데도
차량마다 내 평이 다소 다르다.
물론 그럼에도
자세제어장치가 해제됐다면서
후반에 마음대로 개입하는 차들보단 나음.
독일차 대부분이 요즘 그래.
그나마 BMW가 일반형 모델들도
DSC OFF시 꺼지는 차량들이
거의 대다수라 다행이지
메르세데스-벤츠나 아우디는 뭐..
근데 아우디는 꺼도 차량의 구조가
그모양이라 굳이 끄고싶지도 않음.
테스트카는 경량 단조 휠과
미쉐린 썸머 타이어 둘 다 미적용.
미쉐린 썸머 타이어(Pilot Sport 4 S)는
추가 비용 없이 선택 가능하면서
단조 휠을 선택하면 썸머 타이어 선택 불가.
그러니까 제네시스에서 구비한 옵션은
(사진 속)21인치 휠 + 사계절 타이어,
(사진 속)21인치 휠 + 썸머 타이어,
21인치 단조 휠 + 사계절 타이어
이 세 가지가 끝이다.
단조 휠을 280만원이나 줘가면서
구입할 정도의 사람이면
썸머 타이어도 원하지 않을까?
타이어 규격도 동일한데
왜 굳이 단조 휠에는
Pilot Sport 4 S 안 끼워주는지.
기본 사계절 타이어인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투어 A/S는
맨날 말하지만 내가 싫어하는 신발.
그리고 이 차의 넘치는 토크와
무게, 덩치를 감당하기에
접지력이 너무 부족하다.
독일차는 스포츠성을 띈단 차량
아니어도 대부분의 차량에
썸머 타이어를 끼워서 출고하는데
차량의 안정성, 제동력 확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러는거잖아.
독일차 따라하고 싶어하면서
이런건 굳이 따라하지 않는 이유는 뭐지.
난 기본 타이어가 P Zero나
Pilot Sport 4 정도가 되고
스포츠 트림이라면 옵션으로
Pilot Sport 4 S를 구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뭐.. 아님.
이제 Pilot Sport 5랑
Pilot Sport S 5가 나왔으니
업데이트도 필요하다.
방금 순정 타이어 가지고
볼멘소리를 쏟아냈지만,
제네시스가 왜 이렇게 차를 파는지
사실 나는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명확하고
겨울철 수도권엔 눈이 많이 옴.
썸머 타이어를 기본화해서
출고시키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그리고 그게 어떤 민원 폭탄으로
현대차그룹과 제네시스에 돌아올 지
나는 알고 있기 때문에 이해가 된다만
참... 할 말은 많다만 이만 줄이겠다.
유럽에는 GV80조차
Pilot Sport 4 SUV가 순정.
제네시스가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실정
나도 알지만, 아쉬운 마음이
쉽사리 사라지진 않네.
위에서 댐퍼가 무지막지하게
단단 탄탄하다 했으니
승차감에서 좋은 평이 나오긴
아무래도 불가능하겠지.
그리고 역시나 어김없이
승차감은 나쁘다.
참 놀라운 게,
얘는 도대체 개발진들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전혀 종잡을 수 없는 차량.
파워트레인은 전혀 안 스포티.
서스펜션은 스포티 호소.
승차감은? 극악무도.
스포츠 서스펜션 모드 놓으면
뒷좌석엔 도저히 사람이
타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말도 안 되게 단단하고
21인치라는 크고 두꺼운 휠을
신고있다는 점이 아주 적나라하게
후석 탑승객에게 계속 전달됨.
'스포츠' 딱지가 붙어있다 해서
프리미엄 SUV로서의 본분을
잃어버려도 되는 것은 전혀 아닌데
GV70 3.5T 스포츠는 오히려
스포츠성은 똑바로 구현 못하면서
스포티한 차량의 단점인
불편한 승차감은 아주 부각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착각하는 게
스포츠카는 단단한 게 당연하고
막 평소에 타고다니면
고문 기구가 따로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니거든.
'스포티한 차'들이 단단한 건
진짜 스포츠카가 아니면서
역동성을 추구하려다 보니
그 무게와 덩치, 더 나아가
플랫폼과 엔진 배치와 서스펜션 설계
이런 곳에서 핸디캡을 지녀서
어쩔 수 없이 단단해지는 거다.
차체를 컨트롤하려면 부득이하니까.
그래서 스포츠카를 살거면
바닥부터 스포츠카로 설계한
진짜 스포츠카를 사는 게 맞음.
근데 GV70 3.5T 스포츠는
GV70갖다 완전 스포츠카로
탈바꿈시키고 싶었던 것인지
용납이 불가능할 정도로
딱딱하게 만들었다만
그런다고 해서 SUV가
스포츠카로 변신하진 않아.
그런 결과물과 함께
이런 나쁜 승차감이 조합되니
타고 있기가 힘들더라.
어쩌다 이런 차가 나왔을꼬.
앞좌석에서조차 승차감은
어후.. 이거 타겠나
소리가 절로 나옴.
되려 유럽산 차량같은
댐퍼 느낌과 적절한 노면 읽어들임은
일반형 GV70 3.5T가
페이스리프트되며 구현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으니,
3.5T를 살거면 스포츠 패키지는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시길.
스포츠 = 무식하게 단단
이런 이상한 공식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다시 이야기하지만
스포츠 SUV는 스포티한
기분만 적절히 내주면 됨.
경쟁 차종들은 역동성을
일정 수준 이상 갖췄다는 게
GV70 3.5T 스포츠에게 큰 문제지만
그래도 걔들도 그래봤자 SUV.
그래봤자 SUV인걸 알아서
충격 전달 방식도 모서리를
둥글려서 탑승객에게 전달하고
SUV로서의 본분도 보존 중.
GV70 3.5T 스포츠는
스포티한 주행성과 승차감
두 가지를 다 잃어버렸네?
얼마 전 Electrified G80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타면서도
느꼈지만 최근 제네시스 내부의
의사결정과정이 상당수
아주 잘못됐다고 나는 생각함.
Electrified G80도
페이스리프트를 하면서
되도 않는 이상한 리무진이
되려고 하다가 망했는데
GV70 3.5T 스포츠도
페이스리프트 하면서 이상해짐.
나 페이스리프트 이전의
초기형 GV70 3.5T 스포츠도
진작 타보았지만 그때는
역동성은 어설플지언정
적당히 편안하고 무난하게 타고다닐
그런 SUV이긴 했었다고.
GV80 쿠페도 남들 다 만들어서
돈 잘 벌고 있는 쿠페형 SUV
우리도 한 번 만들어보자 해서
이미 많이 깎여있는 GV80의
지붕을 2025년 월급 인상률만큼
아주 티끌만큼 미세하게 깎아
뚱땡이같은 차를 만들어냈지.
뭔가.. 뭔가 잘못됐음.
경영진 교체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 차엔 갑자기
뜬금없이 오렌지색 스티칭과
오렌지색 안전 벨트가 들어감.
세비야 레드 투톤 실내를
선택하지 않는 이상
스포츠 패키지엔 무조건 기본.
이 오렌지색은 제네시스가
얼마 전 발표한 자사 고성능 브랜드
'마그마'의 색상을 딴 것인데
웃기게도 마그마 산하의 양산 차량은
2025년인 지금 단 한대도 없고
당분간 앞으로도 없을 예정.
현대의 설레발을 또 보네.
남들 따라하고 싶은건 알겠는데
뭐든 순서가 있는 법.
남들은 AMG와 M이 안착하고
그 뒤에 AMG 라인과 M 스포츠 패키지가
뒤따라 나왔는데 왜 현대는 지멋대로 하냐.
그나마 N은 이제 모델 라인업이
꽤 넓어진 상태여서 괜찮다만
제네시스는 전망이 불투명함.
꼴값으로 남고 말지
제대로 사람들에게 각인시킬지
성공여부는 제네시스에게 달렸다만
나한테 물어본다면...
난 다소 부정적.
잘 될 것 같지 않음.
N의 성공도 기적적인데
N은 정말 개발진들과 팬층의
열망과 열의를 통해
새로운 고성능 브랜드로서
N 퍼포먼스를 자리매김시켰다만
제네시스는.. 쯧. 쯧.
하기사 제네시스는 거의
조선 시대에나 발표된거같은
지겨운 제네시스 X 컨셉트카조차
양산 차량은 만들지 않은 채
컨셉트카만 무한 반복해서
줄창 찍어내고 있는 브랜드인데.
뭘 기대해.
그리고 글 서두에 밝힌
경쟁모델들과의 비교.
솔직히 GLC 43이나
X3 M50과 비교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 싶을 정도로
GV70 3.5T 스포츠는
전방위적으로 낙제점인데
그래도 굳이 비교를 하자면
GLC 43(신형)은 M139L이라고,
CLA 45 S에서 보았던
그 고회전형 초고출력 4기통 터보를
세로배치해 얹고 심지어
일렉트릭 컴프레서도 추가한
최신 기술의 집약체.
그리고 굉장히 하드코어한 편이라
오히려 메르세데스-벤츠임에도
독일차 라인업 중 가장 단단하다.
GV70 3.5T 스포츠의 그
억 소리나는 탄탄함과 좀 다른 게,
GLC 43은 운전자를 비롯한
탑승객이 노면과 직결되어있다는 느낌이
SUV 치고 굉장히 강한 편이고
솔직하게 노면을 가감없이
마구잡이로 읽어들이는 편.
반면 GV70 3.5T 스포츠는
자잘한 거슬림을 묻어버리는 척을
하면서 운전자에게 확신을 안 주면서
방지턱과 같은 큰 요철을
아주 시원하게 때려대니까
불편하긴 이쪽이 훨씬 불편함.
마칸은 2.9L 트윈터보 V6로
바뀐 페이스리프트 차량은
파워트레인 면에선 뭐 당연하게도
GV70 3.5T 스포츠를 압도하고,
PASM을 최대한 단단하게 조으면
약간 지나치게 탄탄하긴 하나
방지턱 등에서 급작스럽게
탑승객을 놀래키게 우악스럽진 않다.
에어 스프링이 장착된 차량이라
잔진동 차단에 유리한 건
두 말 하면 입 아플 정도.
신형 X3 M50은 아직
나 타보지 않았으니
파워트레인 가지고만 말할게.
'나 B58 엔진 정말 별로다,
그리고 8단 자동변속기는
듀얼 클러치가 아니어서 아쉽다'
이렇게 말을 했었는데
B58도 쉴 새 없이 토크라는 망치로
운전자를 마구 때리는 엔진이다만
싱글 터보임에도 엔진 리스폰스가
GV70 3.5T 스포츠보다는
훨씬 빠르고 토크감의 상승도 극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B58이
잡아돌리고 싶게 짜릿하다거나
끓어오르는 느낌이 있진 않다만
제네시스와 비교하면 그렇다고.
B58의 레드라인이 7000rpm인건
제네시스의 세타 III보다 500rpm
더 높기도 해서 여러모로 낫다.
변속기 역시 초격차.
마세라티 그레칼레는
4기통임에도 비교불가하게
듣기 좋은 소리를 들려주고,
또 엔진 회전수의 상승 과정이
드라마틱한데다 승차감 또한
노면의 굴곡을 말끔한 형태로
바퀴를 마치 굴렁쇠 굴리듯이
읽어들이지만 차체의 흔들림은
깔끔하게 억제를 하는지라
역시나 비할 바가 못 되지.
스포티함을 좀 신경 쓴다는
동급 D-세그먼트 SUV들
지금 줄줄이 라인업 시켜봤는데
GV70 3.5T 스포츠는
그 어떠한 차량과의 비교에서도
이기질 못하고 참패하네.
GV70 3.5T 스포츠는
그래봤자 8천만원인데
위의 경쟁 모델들은 죄다
1억을 전후하거나 넘는다고?
정말 싼 게 비지떡이다.
약간 이런 느낌으로 보면 되는데
회가 맛있으려면 정말 신선해야 하잖아.
근데 회는 저렴한 곳들도 많고
비싼 곳은 굉장히 비싼데
이건 약간 어중간하게 비싸면서
맛이 그닥 좋지도 않은 횟집.
그럴 바에야 마트에서 회 사다먹지.
마지막으로 오디오.
저번에 탈 땐 베오소닉을
편안함 쪽에 좀 더 맞췄는데
이제 밝음 쪽으로 더 올려서
고음을 더욱 강조하고
저음을 더욱 줄인 상태.
이렇게 들으니까 딱 괜찮더라.
저음을 줄여서 어딘가 중저역대가
눌린듯한 음색은 서라운드 효과를
5 정도 주면 해결되더라고.
기함급 차량이니 예외인 G90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놓고 보면
렉시콘 시절때도 GV70이
G80, GV80보다 나았었는데
뱅 앤 올룹슨으로 바뀌고 나서도
G80, GV80, Electrified G80
이 세 차종들보다 한결 낫다.
제네시스 차량의 오디오 품질은
두 줄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도입하기 이전의 차량인
현대 제네시스와 제네시스 G80(DH)
이때가 훨씬 좋았고, 지금은 내리막.
고음이 쭉 뻗어야 할 지점에
초고음역대가 짤리는 그 느낌과
중고음역대 및 중저음역대가
살짝 비어있는 듯한 음색이
좀 불만이다만 참을 만 해.
GLC의 부메스터 시스템과
그레칼레의 소너스 파베르보단
훨씬 못하지만 X3의 하만 카돈과
마칸의 BOSE보단 좀 낫다.
그래도 이번엔 중간은 갔네.
결론.
페이스리프트가 진행된
GV70 3.5T AWD 스포츠는
'스포츠' SUV로서 낙제.
스포츠 'SUV'로서도 실격.
럭셔리카가 되면 될 수록
본인의 색깔과 스타일, 개성을
더욱 살려서 차를 만들어야 함.
물에 물탄 듯 이래저래
휘둘리는 인상은 대중차로 족함.
현대차는 원래 현대차만 팔던
그런 회사라 여전히 그 관습과
발상 범위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듯 하다.
고급차를 잘 만들기 어려운
민족성을 지녔기도 하거니와..
럭셔리한 고급 차량은
귀족 문화가 예로부터 발달한
그런 나라에서 잘 만듦.
물론 그 차들은 자동차로서의
기초적인 신뢰성은 엉망이지만.
'난 스포츠카가 되고싶어!'
미취학 아동들이 볼법한
만화에나 나올법한 대사를
GV70이 외치는 듯한 인상의
GV70 3.5T AWD 스포츠.
철 좀 들고, 자신의 본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 좀 하고
그 뒤에서야 방향을 좀 잡아야
멀쩡한 차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뒤따라서 마찬가지로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한 후의
GV70 2.5T 스포츠
시승기가 올라갈 예정인데,
이 차와 과연 얼마나 다를 지
한 번 지켜봐주길.
같은 시기 같은 브랜드에서
같은 모델 아래에 엔진을 바꾼
그 차량은 얼마나 다를까.
개봉 박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