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9가 나왔다.
현대차 내의 진정한 끝판왕.
아이오닉 9보다 늦게 공개한
디 올 뉴 팰리세이드가 오히려
출시는 더 빨리 하는 바람에
잠시 현대차의 왕 행세를 했는데
역시 주인공은 나중에 등장하는 법.
아는 사람은 아는 이야기지만
이 차는 원래 아이오닉 9가 아니라
아이오닉 7로 나올 예정이었는데,
늘 동생 취급하는 기아차에서
먼저 내놓은 EV9는 9를 붙인 상황에
아이오닉 7은 7이라 하게되면
동급 차종인데도 현대가
동생 노릇을 하는 격이 된다며
컨셉트카 시절엔 세븐이라 해놓고
갑자기 이제 와서 아이오닉 '9'라고
이름을 바꿔 달아 출시했다.
안 그래도 지금 현대차는
SUV 라인업이 기아의 그것에 비해
완성도가 모자라 판매량이 처져
자존심을 구기고 있는 상황에
현대 딱지가 붙은 차량 중
최고가 차량마저 지면 안 되겠지.
첫 인상을 결정하는 이름마저
기아에게 밀리면 안 되니
부득이 9를 붙인 점은 뭐, 이해함.
그럼 자동차 업계에선 최고점을
주로 의미하는 9를 뒤늦게 붙인
아이오닉 9는 그 이름값을 할까?
늘상 하듯이 디자인부터.
특히 아이오닉 9는 디자인 관련해
호불호 및 논란이 좀 있는 차량이라
디자인부터 좀 짚어야겠다.
외부 디자인은 꽤 잘 뽑았는데
그 생각이 차량 후면으로 가면
갑자기 싹 없어져버림.
후면은 갑자기 싹둑 자른 형상에
생김새는 구형 볼보 왜건 느낌.
최근 중장년층이 와이프 등쌀에
볼보 차량들 많이 구입하니
그들을 노린 디자인인건가?
마침 가격대도 차량 사양에 따라
각각 XC60, XC90과 겹친다.
개인적으론 테일램프와 스포일러가
쭉 테일램프로 이어진 것이 불만.
존재감이 지나치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등빨이 상당한 차량인데
뒤에 가선 어깨가 확 좁아진 듯
자신감이 떨어진 느낌을 받아서.
하지만 그 이외의
앞과 옆, 전반적인 외형은
난 개인적으로 되게 마음에 든다.
이 차 실외 디자인을 누가 했는지
모르겠지만 딱 보고 생각난 게
이안 칼럼과 제리 맥거번.
둘 다 재규어랜드로버 디자이너.
이들이 그려낸 차량들은
정말 비누칠한듯 매끄러운 면처리,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는 정갈함,
부피감을 강조하는 우아함이
주요 핵심 디자인 테마인데
아이오닉 9는 현대차이면서
(픽셀 디자인이 주요 큐인)아이오닉이라
정사각형 디테일을 여기저기
좀 심어놓은 것 외에는
차량의 전체 실루엣과 미끈함이
정말 레인지로버 시리즈가 연상됨.
픽셀 디자인이야 아이오닉 패밀리의
DNA라고 할 수 있으니 괜찮은데
휠하우스 윗쪽에 저 반달돌칼같은
종이를 가위로 잘라 원을 만들려다
떨어진 부스러기같은 모양은
왜 넣어놓은지 납득 불가.
이 차가 캘리그래피에 까만색이라
티가 안 나서 그렇지,
하위 트림에선 이 부분이
차체 색상으로 칠해진 게 아니고
무광 까만 플라스틱이다.
원가만 더 들 것 같은 이런 뻘짓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것 같은데.
전체적인 디자인은 그래서
유럽에서 건너온 냄새가 많이 남.
앞과 옆은 랜드로버, 뒤는 볼보.
디 올 뉴 팰리세이드로 끝나지 않은
레인지로버와의 커넥션.
국내에선 폭망한 EV9가 유럽에서는
저렴한 7인승 EV로 꽤나 호평을 받아서
그 점을 현대에서도 알아채고
타겟팅한 것이 아닌가 싶은
유럽풍 생김새와 분위기.
EV9 얘기가 나온 김에 생김새를
EV9랑 비교하면 걔는 아예 대놓고
SUV임을 부르짖는 각진 디자인을
내세우고 있는데, SUV다운 생김새
나도 좋아한다만 한 가지 문제라면
뭔가 패밀리카로서의 용도를
너무 의식한 것 같은 그런 분위기?
반면 아이오닉 9는 우아한 실루엣이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무게를
약간 덜어낸 듯한 인상을 준다.
꼭 6인승 이상의 차가 필요해서라기보단
아이오닉 9가 좋아서 그냥 사는,
그런 느낌. 실제론 아니겠지만.
실내로 자리를 옮겨보면
현대차의 고민이 상당했음이 보인다.
현대에서 준 이 차의 차량가격은
무려 9407만원. 9천만원 하고도
407만원이나 더 나가는
국산차로선 초 고가의 차량.
그러면서 제네시스가 아닌
현대 뱃지를 달고 있으니
제네시스 수준으로 원가 투입하면
제네시스가 자존심을 구기고
또 현대 수준에 맞추자니 이 차의
무지막지한 가격을 생각하면
그래선 절대 안 될 일.
그래서 제네시스가 주는 호화로움은
싹 빼버렸지만, 꽤나 꼼꼼하게
곳곳을 가죽으로 감쌌다.
하지만 9천만원짜리 차 치고는
역시 좀 모자라지 않나 싶음.
제네시스는 금속같아 보이는 곳은
실제 금속을 사용하는 반면
아이오닉 9는 플라스틱에다
금속 룩을 덧씌운 것들이거든.
'친환경'을 주장하는 차량들은
대개 깔끔함이 중심 소구점인데
깔끔하게 만들었단 점에서
실내 디자인에는 꽤 좋게 본다.
특히 디 올 뉴 팰리세이드는
차 덩치에 안 맞게 실내가
굉장히 답답해 보이는 문제가 있는데
아이오닉 9는 전혀 그렇지 않고
시원시원한 인상이라 좋음.
9를 붙인 이름값을 여기서 하네.
팰리세이드는 또 도어 트림이
아이오닉 5에서 본 것 처럼
너무 심심하게 민짜로 처리돼서
디자인을 하다 만 느낌인데
아이오닉 9는 가죽에 타공을 해놔서
심심함을 잡아 훨씬 낫다.
근데 생각해보니 아이오닉 9,
제네시스 GV80보다도 비싸네?
그럼 GV80하고도 비교해야지.
개인적으로 실내 디자인의
신선함은 되려 아이오닉 9가 낫다.
아이오닉 9는 아이오닉이라
실내 공간 및 요소들의 활용성에
굉장히 신경을 쓴 차량이라
고리타분한 레이아웃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GV80보다
훨씬 사려깊게 디자인했다.
그리고 대시보드의 디자인은
놀라우리만큼 아이오닉 9랑 GV80이랑
비슷해서 거의 판박이나 다름없음.
아이오닉과 제네시스가
실내 디자인을 공유하면 누가 손해일까?
현대차 대장이 제네시스 SUV 대장과
거의 맞먹는 세상이 되었네.
적어도 GV90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래도 GV80은 명색이 고급차라고
각종 스위치들이나 수납함 커버
여닫을 때의 감각이 더 기름칠한 듯
매끄럽고 가죽과 금속, 우드까지
값비싼 내장재로 치장을 더 해서
제네시스 체면치레는 한 상태지만
페이스리프트가 진행된 후의
G80, GV80 인테리어 특유의 더부룩함
그게 정말 거슬린다만 아이오닉 9는
꽤 깔끔하면서도 이쁘게 꾸몄다.
실내 디자인 면에선
EV9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동급 차종이지만 우월하고.
훨씬 모던하고 화사하다.
EV9는 그냥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인테리어인 반면,
아이오닉 9는 잡지에서 볼법한
깔끔하게 꾸며진 실내.
난 이 코냑 브라운 & 크리미 베이지
투톤 내장(캘리그래피 잔용)도 좋지만
블랙 & 라이트 그레이 투톤이
가장 마음에 드는데, 애석하게도
캘리그래피에선 선택 불가.
프레스티지와 익스클루시브에서만
제공되는 색 조합인데 참 아깝다.
그렇다고 하위 트림으로 내려가자니
캘리그래피 전용 외관 디자인이
훨씬 세련돼서 참 난감하네.
외장 부품은 바꾸기 쉬운 편인데
실내는 다 들어내기 어려우니
프레스티지를 사서 모비스튠...?
보통 그 회사의 기함이라 하면
승차감 면에서 제일 좋아야 하니
아이오닉 '9'인만큼 이 친구도
승차감부터 바로 따져보자.
첫 출발이 느낌이 좋다.
디 올 뉴 팰리세이드는 노면의
굴곡이나 패임을 잘게 실내로
들여보냈던 반면 아이오닉 9는
그런 기색 없이 매끄럽게 문댔기에
저속으로 시내의 나쁜 도로 상황을
다닐때 스르륵 편안하게 출발했다.
차에 타이어 공기압이
냉간 42psi라 굉장히 높음에도
내 기준에선 나긋함의 적정선을
충분히 상회해서 인상적이었다.
출발하자마자부터 느껴진 건
디 올 뉴 팰리세이드는 망.
진정한 현대차의 왕은 여깄음.
물론 팰리세이드는 비싸야
6천만원대인 차량이고
아이오닉 9는 보조금을 받아도
(서울시 기준 -3,046,000원)
지금같은 구성이면 9천만원.
3천만원의 돈 값은 해야지.
당연하게도, 돈은 배신하지 않았다.
디 올 뉴 팰리세이드는 되려
디 올 뉴 싼타페보다 승차감이 떨어져
하극상을 용납하는 차량이었는데
아이오닉 9는 이름 속의 '9'답게
압도적으로 편안한 승차감으로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떠났다.
아랫급 차들은 감히 따라올 생각조차
가질 수 없도록. 철저하게.
무거운 배터리가 가운데 실린
전기차 특유의 주행감이
배터리 용량이 110.3kWh로
거의 끝까지 올라가다시피하니
아주 극적으로 부각되는데
내 앞으로 가로막는 무엇이든
무게와 부피로 누르고 간단
물리적 압도감이 인상적이다.
아이오닉 9 (성능형) HTRAC II에
21인치 휠, 6인승 기준
공차중량이 무려 2675kg라서
무겁기로 유명한 EQE SUV나
e-tron 55 quattro보다도 무겁다.
하지만 놀랍게도 방금 언급한
두 차종보다 승차감이 좋다.
EQE SUV나 e-tron 55 quattro
두 차종 모두 폭풍 할인 탓에
아이오닉 9와 실 구입 가격이
거의 동일하지만(;;) 그래도 이 둘은
명색이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인데
현대의 왕한테 승차감으로 밀리다니.
EQE SUV는 에어 스프링이
용납이 어렵도록 지나치게 단단하고
e-tron 55 quattro는 아우디라면서
쫙 붙는 굳건함 대신 통통거리는
불쾌한 진동유입이 많아서
아이오닉 9의 사뿐함과 나긋함에
이 두 차종이 전부 상대가 안 됨.
현대의 왕에게 무릎 꿇어라.
고속으로 올라가니 이번에도
그 묵직한 배터리의 무게가 이 큰 차를
노면에 눌러붙인다는 인상이 강하다.
디 올 뉴 팰리세이드와 전반적으로
고속에서의 편안함과 차분함은
얼추 비슷한데, 직진성 자체는
아무래도 앞에 엔진이 얹힌
팰리세이드가 약간 더 좋다만
체감 속도가 실 주행 속도보다
한참 낮게 느껴진다는 점 및
노면과 연결되어 쭉 간다는 인상은
아이오닉 9가 팰리세이드보다 더 함.
GV80보다 승차감이나
고속에서의 차분함, 안정감은
아이오닉 9가 월등히 좋으니
GV80은 반성 좀 해야됨.
GV80은 피칭 제어가 제대로 안 됨.
GV80 원래 페이스리프트 이전엔
멀쩡했는데 하도 차알못들의
승차감 관련 민원이 폭주해선지
무르게 만든다고 해서 망쳐버림.
미안, 내가 EV9를 안 타봐서
EV9랑 승차감 비교는 어렵겠네.
기아 여러분 저 EV9 좀 주세요
뒷좌석에서의 편안함 역시
아이오닉 9가 현대차의 왕으로서
절대 놓치면 안 되는 기본 덕목.
이 차량은 6인승이라서
2+2+2 구조라 뒷좌석은
두 개의 캡틴시트가 장착됨.
디 올 뉴 팰리세이드처럼 풀 옵션엔
2열 다이나믹 바디케어 시트(80만원)가
장착되어 있는데, 앉아보니
시트가 그렇게 무르진 않다만
돌덩이같이 불편하던 팰리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게 착좌감이 편안하다.
시트가 너무 무르면 또 장시간 착석 시
허리에 부담을 주기도 하는데
그러진 않으면서 살짝 탄력 있음.
다만 차량 특성상 약간만 더 부드럽게
시트 쿠션을 만들어도 됐지 싶은데
이보다 더 좋은 안락함을 원하면
제네시스까지 올려보내려는 계략.
근데 지금 아이오닉 9에 승차감으로
필적할만한 제네시스 SUV가
딱히 없는 상태인데 결국
GV90의 등장까지 기다려야하나.
뒷좌석 승차감으로 이와
유사한 정도의 차량으론 생각해보니
GV80 쿠페 3.5T e-S/C 뿐이네.
여담으로 e-S/C가 빠진
GV80 쿠페 3.5T는 안 믿길 정도로
쓰레기 중의 진짜 쓰레기.
디 올 뉴 팰리세이드를 타면서
후륜 스프링이 너무 늘어지고
스트로크도 길고 띠용거린다 생각돼
이게 뒷 차축에 적용된 옵션인
셀프레벨라이저 때문인가?
생각을 했었는데 아이오닉 9도
동일하게 21인치 휠 사양에는
셀프레벨라이저가 채택됐다만
그런 느낌 일절 없다.
그냥 팰리세이드가 잘못 세팅한걸로.
근데 아이오닉 9는 애초에
말했듯이 공차중량이 거의 뭐
2.7톤에 육박하는 거구라서
스프링 그렇게 부드럽게 못 만든다.
배터리 무게 받치기 위해서는...
그래서 뒷좌석 승차감 또한
현대차 중에서 패왕.
방지턱을 넘거나 포트홀을 밟아도
그런 걸 통과했다는 아주 사소한
힌트 정도만 뒤로 전달되고
군더더기 없이 잔진동 및
여진(차체의 흔들림)을 잡았다.
원래 현대차의 기함이라 하면
명실상부 성공의 상징
그랜저였는데, 그랜저 차값의
두 배를 받아먹는 아이오닉 9가
그 두 배의 승차감을 보여주냐?
내 개인적은 생각은 '그렇다'이다.
디 올 뉴 그랜저에서
전자제어 서스펜션(ECS)를 빼면
생각보다 조금 탄탄하니 깔끔하고
넣으면 거의 예전 다이너스티의
절반 수준으로 출렁출렁
물침대가 되는데 아이오닉 9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없음에도
하나의 목소리로 일관되게
깔끔하게 부드럽다.
난 아이오닉 9 정도 차급과
가격이라면 당연히 ECS가
기본 탑재됐을 줄 알았더니
전자제어식 댐퍼는 있지도 않음.
근데 하나만 똑바로 잘 하면
굳이 여러 개의 모드가 필요가 없다.
아이오닉 9가 그런 걸 잘 다스렸고.
하나만 똑바로 하지 뭔 쓸데없는
잡 모드들을 계속 만드냐고
내가 열을 올렸었는데
역시 이게 맞지. 잘했다.
이제보니 아이오닉 9가 비단
가격만 제네시스에 비비는 게 아니고
완성도로 제네시스 차량들 상당수를
두들겨패는 놀랄운 차량이네.
아이오닉 '9'로 이름 붙인
보람 팍팍 느껴진다.
285mm나 되는 광폭 신발을
꼈는데도 이런 호평인 것.
아이오닉 9의 또 다른 특징은
배터리 용량이 이제껏
현대차그룹 내 어떤 전기차보다
큰 110.3kWh로 늘었단 것.
EV9가 99.8kWh(롱 레인지)라
EV9도 상당히 배터리가 큰데
아이오닉 9가 심지어 더 크다.
110.3kWh의 배터리 사이즈는
허머EV같은 미친 차량 제외하곤
거의 전 세계 차량을 통틀어서도
최상위권의 매우 큰 용량.
EQS SUV나 iX와 같은 리그이며
모델 X보다 10kWh 더 크다.
그리고 공기저항계수가
cd 0.259라는 놀라운 수치라
이런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공인전비가 복합 4.1km/kWh.
전비에 가장 불리한 조건인
풀옵션 테스트카 기준으로 그렇다.
그래서 인증 주행가능거리는 501km.
예전엔 이런 덩치 큰 SUV가
이렇게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갖는 게
상상조차 불가한 일이었는데
물방울처럼 쐐기형으로 떨어지는 후면과
미끈한 면처리 및 차량 바닥 정리 등
여러 요소가 복합 작용해서
이런 놀라운 효율을 달성할 수 있었다.
실제 공기저항은 공기저항계수에다
투영 면적을 곱해야 하기 때문에
차고가 높고 차폭이 넓은 SUV라
가지는 불리함이 없는 건 아닌데,
이 정도를 달성한 것도 놀랍다.
아이오닉 9는 그래서
전 모델이 인증 주행가능거리가
500km를 상회하는 차량이다.
항속형 후륜구동에 19인치 조합은
무려 532km이란 수치를 자랑하는데
실 운행 시 이것보다 더 갈걸
감안하면 600km는 우스울 듯.
겨울철이라 아무리 떨어져도
400km 정돈 갈 것이기 때문에
이제 정말 전천후 상시
서울 -> 부산이 가능한 차량이
그것도 이런 넉넉한 사이즈와
실내공간을 자랑하는 게 나왔다.
성능형 HTRAC II + 21인치인
이 차량도 살살 타고다니니
5km/kWh를 웃돌았는데
운행 당일 기온이 이상하게 높아
차량에 15도가 찍혔던 걸 생각하면
봄가을엔 550km 이상 간다.
이만하면 이제 주행가능거리 걱정과는
거의 작별했다고 봐야 될 수준.
이렇게 되면 무엇이 중요한가?
바로 충전 속도 및 고잔량 상태에서의
충전 속도 유지력이 핵심.
현대차그룹의 E-GMP가 이 부분에선
전 세계에서 정상급이라서
이 또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일부 중국 회사들이 배터리 수명따윈
시진핑의 위챗 검열처럼 무시하고
C-rate를 엄청나게 높게 잡아
피크 충전 속도를 자랑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최근 보이고 있는데,
그런 차들은 정말 얼마 못 가
배터리 수명이 수직 하락함.
그런 불공정 게임인지
고객에게 폭탄을 전가하는
나몰라라인지를 시전 중인
중국차를 제외하면 이게 최고.
다만 ICCU 이슈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진행중인데
참 골치아프다.
이 정도로 홍역을 치렀으면
그냥 신규 출시 차량은
LDC 따로 달면 안되나?
아님 하다못해 ICCU가
12V 배터리 충전을 못할 시
LDC 역할을 대신할 무언가를
보조로 장착을 한다던지.
나도 전장계통은 문외한이라
무식한 대처법 얘기중이지만
뭔가.. 파격적인 대책이
한 번 나와야 될 것 같은데.
이제와서 고전압 배터리 강압해서
12V 배터리 충전하는 등의
말도 안 되는 방법 쓸 순 없잖아.
eM까지 이대로 쭉 뭉개봤자
eM 초창기엔 제네시스가 독점할거잖아.
그 사이에 아이오닉들은 어떡하라고.
VGS라는 기능도 새로 추가됐는데,
이건 회생 제동을 활용한
가상 변속기 시뮬레이션이다.
VGS를 활성화하면 운전대 뒤의
패들은 가상의 변속 단 수를
조작하도록 바뀌고,
계기판의 가속 / 충전 게이지는
가상의 RPM 게이지로 바뀐다.
아이오닉 5 N에서 봤던 그것.
근데 걘 N 차량이어서
재미를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었는데
차 하나에만 쓰기 좀 아까웠나봐.
아이오닉 5 N 타면서 느낀 게
이거 제법 구현 충실하게 했거든.
웃긴 점은 이게 내연기관 차량처럼
정차 상태에서 브레이크 밟고
악셀을 밟으면 마치 런치 컨트롤 하듯이
스톨 스타트(실제론 모터 회전 없이
가상 사운드, 계기판 그래픽만 작동)도
가능하고 계기판에 표시되는
최대 회전수는 무려 6800rpm.
현대차 내에 6800rpm까지
엔진이 회전하는 차는 아반떼 N인데..
아이오닉 5 N의 이 기능도
아반떼 N의 8단 습식 DCT의
기어비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했는데
그걸 그대로 아이오닉 9에
거의 통짜 이식했나보다.
현대차의 왕께서 유머감각도 갖춤.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개선된
'컴팩트'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깡통을 제외한 두 트림에
138만원짜리 옵션으로 준비됐고
이 차는 풀 옵션이니 적용됐음.
사이즈가 더 작아진만큼
전력효율 감소폭이 사이드 미러나
기존 디지털 사이드 미러보다
더 줄어들어서 아이오닉 9의
극강의 주행가능거리에 이바지 중.
후방 영상을 송출하는
양쪽의 디스플레이의 화질도
종전보다 개선됐음이 체감된다.
다만 이게 OLED여서
장시간 보면 눈아플 것 같은데..
OLED 특유의 색감 및
무한대인 명암비가 눈에 주는
부담이 장시간 보더라도
괜찮을 지 확신이 안 섬.
아이오닉 9와 추후에 시간을 더
보내보게 되면 다시 적어야지.
운전석 쪽 디스플레이는
가능한 한 가장 내려 앉아
낮은 내 운전자세 기준에서도
약간 위치가 낮게 느껴진다.
조수석 쪽은 정 위치인데.
그래서 여전히 내가
아이오닉 9의 고객이라면
컴팩트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돈 주고 넣을 생각이 전혀 없음.
그냥 거울을 쓰는 게 페널티도 전혀 없고
내 지갑에서 돈도 안 나가니까.
전비 손해 좀 더 본다고
얼마나 대단하게 많이 보겠어.
개선은 됐지만 여전히 거울보다 나은가
그건 전혀 아니라는 것.
아이오닉 9는 캐치프레이즈가
'살아보세요'인 차니까
실용성 또한 굉장히 강조한 차량인데
아이오닉 5에서 첫 선을 보였던
다이나믹 아일랜드는 이제
다이나믹 아일랜드 2.0이 돼서
190mm까지 앞뒤로 슬라이딩이 가능함.
좁은 곳에서 주차한 다음 한 쪽이
내려기 불편하면 센터 콘솔을 뒤로 밀고
공간 여유있는 쪽으로 전부 내리면 됨.
그 외 다이나믹 아일랜드의
센터 콘솔 덮개도 디 올 뉴 싼타페에서
이미 봤듯이 앞뒤 양방향으로 열리고.
실내 USB 포트의 출력이
최대 100W까지 나와서
노트북 등도 급속 충전되는 기능
이것도 아이오닉 9가 최초인데
이건 똑같이 넣은 디 올 뉴 팰리세이드가
아이오닉 9보다 공개는 늦었지만
차량 판매는 먼저 시작해버려서
최초의 의미가 퇴색되어버렸다.
아무튼 이제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등
폰보다 큰 기기들도 충전을 위해
무겁고 큼직한 어댑터 없이
아이오닉 9에 꽂으면
급속으로 충전할 수 있는 세상.
하지만 '살아보세요'인 이유는
트렁크로 오면 진정으로 실감나는데,
각진 외형 및 트렁크의 EV9보다
트렁크의 형상이 아늑해서
2,3열 접고 차에서 잔다 치면
'차'에서 잔단 느낌이 한결 덜하고
실제 거주 공간같은 감각에
타 차량들보다 한 발 다가갔다.
3열만 접어도 키 작은 성인은
누워서 잘 수 있을 정도이니
와이프한테 집에서 쫓겨난 남편들
밖에서 떠돌지 말고 '살아보세요'
아이오닉 9는 전기차인지라
전면부 트렁크인 프렁크도 있는데
이 차는 성능형 HTRAC II여서
프렁크의 용량이 그닥 크진 않다.
항속형 후륜 구동 모델은
이보다 프렁크가 큰 게 당연한데
내가 궁금한 건 전륜 모터의 출력이
이보다 낮은 HTRAC I을 선택하면
모터의 부피가 줄어들면서
프렁크 용량이 HTRAC II보다 늘어나나?
이 차의 이름에는
(성능형)HTRAC II가 붙어있는데
특이하게 아이오닉 9는
사륜 구동 옵션이 두 가지다.
(항속형)HTRAC I은
전륜 모터가 66.1kW(88마력).
(성능형)HTRAC II는
전륜 모터가 157.3kW(210마력).
근데 옵션가는 거의 차이 없다.
HTRAC I이 280만원이고
HTRAC II가 370만원이니
굳이 웃돈을 주고 사륜 구동을
선택하는데 HTRAC I을 골라야 할까.
인증 주행가능거리도 2km 차이.
HTRAC I 503km,
HTRAC II 501km.
아이오닉 9는 특이하게
사륜 구동 모델들은 휠 사이즈가
인증 주행가능거리에 영향을
전혀 주지 않고 동일하다.
(항속형)후륜 구동 모델은
19인치 532km, 21인치 511km라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나는데
HTRAC 차량들은 뭘 끼든 동일.
어차피 보조금은 주행가능거리에
영향을 주는 옵션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HTRAC I을
보조금 100% 수령용으로
만든 것도 아니고 참 의문이다.
최근엔 5~6천만원대 이상 차량들은
사륜 구동 선호도가 매우 높아져서
가급적 AWD를 넣는 편인데
지불할 금액과 주행가능거리 손해를
줄이면서 사륜 구동을 넣고 싶은
이들을 위해 HTRAC I을 만들었나?
마력으론 고작 88마력이어도
토크는 25.5kg·m이기 때문에
전기 모터라 이만큼의 토크가
즉각 발현된다 생각하면 충분하거든.
으음.. 근데 가격 격차도 좁고
주행가능거리 격차는 거의 없는 수준.
이게 캐스퍼 일렉트릭이면
90만원 차이가 크게 느껴지겠지만
이 차는 무려 7~9천만원짜리
현대차의 대장이자 왕.
이정도 금액대로 오면 사람들이
90만원 차이는 신경 안 쓰는 편이다.
어차피 이 차 타고다니면
주로 에코 모드로 탈 텐데
그럼 거의 전륜에 동력이 안 감.
필요할 때 동작한다 치면
아무래도 출력이 센 게 낫지.
HTRAC II의 전륜 모터는
35.7kg·m이라 소싯적에 유행하던
2000cc급 디젤 엔진의 토크라고.
말이 성능형이지 HTRAC II도
일상적으로 편하게 타고다닐만한
(전기차로서)적당한 출력이라
부담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
현대차의 왕이라면 출력을
좀 넉넉하게 뽑았어도 될 듯 하다.
특히나 전기차로 오면서
출력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고
현대가 경쟁사로 주로 지목하는
테슬라는 직선 가속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니까.
아이오닉 9는 원체 크고 무거우니
400kW(540마력) 정도로 맞춰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오닉 9 (성능형) HTRAC II는
합산 315kW(422)마력.
아, 다시 생각해보니
국내 운전자들 수준 생각하면
지금 출력도 과하네.
출력 상향 요청 취소.
아이오닉 9는 기함으로서의
본분 외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게임 기능도 새롭게 도입됐는데
켜보기만 하고 하진 않았다.
근데 로딩 시간이 오래 걸리고
후방 카메라 등을 띄우면
바로 게임이 꺼지고 다시 로딩해야 함.
게다가 고전적인 화면 비율 탓에
게임을 진정으로 즐기긴 좀.
테슬라 차량들이나 중국차들처럼
시원한 디스플레이 면적이
좀 받쳐줘야 이런 컨텐츠도 즐기지.
앰비언트 라이트 도어핸들은
단순한 아이디어인데 꽤 좋다.
기왕 밤에 문 손잡이 쉽게 찾을거
내가 원하는 색상으로 이쁘게
조명이 들어오면 좋잖아.
약간 예전에 갤럭시 노트에 있던
화면을 통째로 사이즈를 줄이는
그런 기능같다. 단순해 보이는데
여지껏 남들은 하지 않았던.
캘리그래피 전용 사양인
나파 가죽 시트의 가죽 질은
제네시스 수준으로 고급스럽거나
매끄럽진 않지만 '나파'란 타이틀
수긍할 만 하게 양호하다.
현대차 중에서는 제일 좋음.
이 차량에 장착된 뒷좌석용 모니터는
6인승, 캘리그래피 전용 사양.
6인승이어도 하위 트림에선
선택 불가하며 7인승은 아예 안 됨.
정식 유료 옵션이 아니고
H Geniune Accessories인데
왜 6인승 하위 트림에선 막았는지.
옵션가는 무려 277만원.
디스플레이 패널의 품질이 좋아서
돈값을 못한단 느낌은 아닌데
약간 과한 느낌. 영어론 overkill.
제네시스에서도 이걸 고르긴
쉽지 않은 큰 액수의 추가금인데
제네시스 뺨때리는 현대차에서는 과연?
참고로 제네시스는 G80, GV80,
Electrified G80에서 옵션 무관하게
마음대로 선택 가능하다.
근데 제네시스라고 더 비쌈(300만원).
주행 성능 이야기가 왜 안 나오나
글이 벌써 막바지를 향해 가는데
싶었을 텐데, 이제 다룰 거다.
이게 왜 맨 끝쪽에 있냐 하면
아이오닉 9의 차량 특성상
사실 제일 안 중요한 거라서.
하지만 가장 놀라운 부분이 여기다.
일단 자세제어장치를 해제하면
정말 개입을 안 한다는 게
이야.... 참... 놀랍다. 놀라워.
아이오닉 6부터 스포츠 모드에선
VDC 해제 시 정말 꺼지는데
무거운 게 네 바퀴 안에 모여있는
전기차 특성상 거동 특성이
포르쉐 박스터처럼 MR.
이 포맷의 특징이라면
끝없이 받아줄 것 처럼 굴다가
마지막엔 물리법칙에 항복하고
운전자를 배신한다는 점.
나한텐 정말 긍정적인 의미로
놀라운 포인트인데,
현대는 아이오닉 9 고객들이
이 차로 신나게 드리프트 할거라
생각하고 개발에 임한건가?
이 차 VDC 완전 해제되는 거 보고
정말 감탄하면서 즐겁게 탔는데
이 차를 탈 99.9%의 고객들은
절대 누르면 안 되는 버튼 되겠다.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바퀴가 헛돌거나
험로 저속 통과 등의 상황 아니면
자세제어장치 버튼 건들지 마시라.
아이오닉 9의 코너링 특성은
놀랍게도 정말 정직하게 미드쉽.
다만 근데 SUV라 높기도 높고
스프링 및 댐퍼에 숨 쉴 구석도 좀 있고
2.7톤에 달하는 무게도 있음.
그 말인 즉슨 차를 흔들려고 작정하면
무게와 덩치에 의해서 더 크게 흔들림.
아, 정말 재밌는데. 따라하진 마세요.
아이오닉 6가 그냥 평범한
사륜 구동 전기 승용차인데도
너무 깔끔하고 선명한
MR 드리프트를 그려내서
그에 감동받아 2022 올해의 차로
내가 꼽았던 전적이 있는데,
아이오닉 9는 그보다 약간
한 층의 거품? 기름막이 껴서
뒷 차축의 빠짐이 살짝 늦고
노면에 쫙 붙어서 돈단 인상이 적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이오닉 9가 대형 SUV라 그렇지
'대형 SUV' 본분을 생각하면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탈.
요즘 오히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가 이보다 더 보수적으로,
더 안전 지향으로 차를 세팅하는데
현대는 그간 받은 설움을
날려버리려고 하는 듯 아예
작정하고 차를 만드는 느낌.
어지간한 근래의 독일차들은
전부 ESP OFF 해도 후반개입함.
현대는 놔준다니까??
심지어 아이오닉 9 N도 아닌데.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최근의 AMG나 M들은
대부분 사륜 구동 차량들이라
아무리 후륜 구동 기반이어도
앞 차축 동력 끊는 등의
특별한 모드 활성화 없인
앞바퀴에 동력을 보내기 때문에
미끄러트려도 안 미끄러지거나
미끄러지다 말고 정신을 차린다.
이 아이오닉 9도 사륜 구동인데
얘는 그냥 스포츠 모드 놓고 VDC OFF.
바로 그냥 시원하게 미끄러짐.
얼마나 간단하고 쿨해.
이제 주행 퍼포먼스 면에서
현대차가 더 섹시한 세상이 왔다.
운전대 조향감도
근래에 타본 현대기아제네시스
전 차량을 통틀어서 제일 좋다.
제네시스 차량들은 중심부를
볼펜의 잉크묻은 볼처럼
너무 둥글둥글 매끄럽게 하려 들거나
오히려 중심부에 유격이
체감이 덜 되도록 찐득하게 만들던데
(일부 기아차도 해당)
아이오닉 9는 딱 적당한 만큼의
앞바퀴 피드백과 무게감이 일품.
컴포트 모드에서조차
피드백을 잃지 않는단 점이 좋다.
말 그대로 컴포트 모드는
평소에 타고다니기 편하게
살짝 가볍게 만들었고
스포츠 모드는 스포티한 운전용.
두 가지 모드 전부
차량 제어 측면에서 운전자에게
확신을 준다는 점에서
컴포트와 스포츠를 잘 아우름.
이런 큰 차는 운전자의 의도와
따로 놀면 놀수록 편안함과 멀어지니까.
브레이크는 아쉽게도
이 차량의 누적 마일리지가
겨우 1천km을 넘겨서
전혀 길들이기가 되어있지 않았음.
전기차다보니 회생 제동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길들이기에
더 많은 시간과 마일리지가 필요해.
다만 한 가지 특징이라면
회생 제동이 타 현대기아 차량들보다
다소 약하게 설정되어 있다.
난 평소에 회생제동 강도를
0단계나 1단계에 주로 맞추고 타는데
아이오닉 9는 2단계가 딱 알맞았음.
1단계는 2.7톤의 무게가 굴러가는걸
막기에는 역부족인 느낌.
아무래도 무게 이슈가 있다 보니
i-페달조차도 감속량이
완전히 만족스럽진 않더라고.
그건 그냥 브레이크 밟으면 되니까
큰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움.
아이오닉 9가 마음에 드는
또 다른 점은 바로 제동 중에
회생 제동 강도 조절이 된다는 거.
도대체 이거 왜 못하게 그동안
줄창 막아왔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드디어 아이오닉 9에선 해결됐다.
이전의 현대기아제네시스 차량들은
브레이크 페달 밟는 중에
패들로 회생 제동 강도 조절하려하면
'작동 조건이 아닙니다'라는
경고가 계기판에 뜨며 안 바꼈음.
아무래도 제동에 일관성이 있어야
안전하고 제동 중에 감속량이
확확 바뀌면 위험하다 판단해서
그리 만든 듯 한데 솔직히
전기차 왕창 타고다녀보니까
별 의미 없는 제약이었고
되려 회생 제동으로 에너지를
더 회수하고 싶을 때 못하기만 했었다.
그 문제로부터도 끝내 작별.
신난다!
미끄러진다고 말해서 그렇지
VDC 건들지 않고 적당히 다니면
섀시 자체가 구현하는 접지력이
이런 사계절 타이어로도
아이오닉 9를 충분히 노면에 붙여서
안정적인 선회도 훌륭하게 해낸다.
내 개인적인 희망사항은 좀 더
고성능 타이어를 끼우는 건데,
그럼 주행가능거리가 줄어드니까.
이 정도에서 타협해야지.
마지막으로 BOSE 오디오.
전통적으로(?) 아이오닉 차량들은
오디오 품질이 정말 처참했다.
기본 탑재되는 오디오를
잘 만드는 편인 현대로서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저품질이었는데
그게 BOSE를 선택하더라도
여전히 쓰레기였단 건 큰 문제였음.
아이오닉 5나 아이오닉 6 둘 다.
그동안은 아이오닉 딱지 붙은 차 중
오디오 괜찮은 차는 예전
아이오닉 일렉트릭밖에 없었다니까.
하지만 나는 누구야.
무려. 현대차의 왕. 아이오닉 9.
다른 차도 아니고 현대의 왕은
오디오 품질조차도
절대 타협하면 안 되지.
BOSE 오디오끼리 비교하면
아이오닉 9는 안타깝게도
현대차 내에서 1등은 아니다.
아이오닉 9를 제낀 오디오 권왕은
다름아닌 디 올 뉴 그랜저.
현대의 대표 고급차 명판.
전통의 강자가 강하긴 강하다.
디 올 뉴 그랜저의 BOSE는
정말 BOSE다운 성향 하나 없이
매 음 구분이 아주 선명하고
제네시스의 렉시콘과 뱅 앤 올룹슨을
때려잡을만큼 탁월했는데
아이오닉 9는 그 정돈 아니다.
디 올 뉴 그랜저 > 아이오닉 9 >
디 올 뉴 싼타페 > 디 올 뉴 팰리세이드 >
쏘나타 디 엣지 > 아이오닉 6 > 아이오닉 5
BOSE 들어간 차들 줄세우면 이렇네.
아이오닉 9는 저음이 뭉치거나
저음 쪽으로 균형이 치우치는
BOSE 시스템에서 쉽게 접할법한
이슈는 없는데, 문제는 중역대가
좀 빈 편이고 표현이 모자람.
오히려 고음이나 초고음역대는
비교적 성실하게 들리는데
각 음역대별 그래프를 그린다면
미드레인지만 살짝 움푹 패인
그런 느낌. 다소 아쉽.
이게 현대차인걸 생각하면
그다지 아쉬운 수준이 아닌데
'9천만원'짜리 현대차에는
다소 모자라지 않나 싶다.
불만족스러운 오디오는 아니었음.
BOSE 오디오는 깡통도
119만원을 내면 선택 가능하고,
중간 트림부턴 기본.
그래서 아이오닉 9는
이름을 고쳐 아이오닉 '9'가 될만큼의
능력치 및 아우라를 갖추었는가?
진정 9를 붙일만한 차량인가?
맞다. 보람 있는 개명이었다.
제네시스를 휘어잡는 승차감 및
주행 성능 등 기본기에 충실하며
갖출 것들은 또 상당히 갖추었고
곳곳에 신경 쓴 흔적들이 널렸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치
전기차가 된 폭스바겐 투아렉 같네.
투아렉도 폭스바겐 뱃지 탓에
9천만원이란 저렴한? 가격표가
붙어있지만 차량의 완성도는
위의 Q8이나 카이엔보다
오히려 뛰어나고 정갈해서 놀라웠거든.
투아렉도 마치 허리 아래에
묵직한 돌을 얹어놓은 듯한
안정감과 일체감이 일품이었는데
아이오닉 9도 왕창 구겨넣은 배터리가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다.
물론 따지고들면 투아렉과는
사정이 조금 다른 아이오닉 9지만
차량의 특징 자체는 비슷하다고.
저렴한 뱃지. 비싼 주행감.
아이오닉 9는 현대차의 왕이란
타이틀을 머리에 쓰면서
그 무게를 견딜만한 저력을 지녔다.
9의 의미는 차량을 타보니
EV9를 의식해 급조한 것에서
진정한 국산차 끝판왕을
상징하는 숫자로 바뀌었다.
GV90이 등장하기 전까진
그 누가 아이오닉 9를 이길쏘냐.
현대차그룹의 차량 제작 실력이
이제 정말 제대로 무르익었다.
사실 아이오닉 9의 9는
풀옵션 '9'천만원대를 의미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