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독3사'로 묶이며 오랜 경쟁 관계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에는 고성능 브랜드가
산하에 각각 자리하고 있다.
AMG, M, RS는 메인 브랜드처럼
피할 수 없는 숙적이자 라이벌.
보통 세 브랜드를 맞붙이면
M3, C 63, RS 4나
M5, E 63, RS 6가
주요 테스트 그룹이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모임.
근데 이들이 이제 소위
'베이비' 펀카들도 제법 본격적으로
만들면서부터 이 그룹 또한
영혼의 숙적이 되었다.
이 글의 주인공 BMW M2와
메르세데스-AMG CLA 45 S,
그리고 아우디 RS 3까지.
CLA 45 S는 2세대로 거듭나며
운전의 즐거움을 진지하게 다루는
본격 파이터로 변신했고,
RS 3은 일단 국내에서는
팔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다.
그런 와중에 완전 신형으로
탈바꿈을 거친 M2(G87).
LCI를 거치며 출력이 소폭 오르고
신형 운전대와 iDrive가 적용되는
소소한 개선이 그새 이미 진행됐다.
신형 M2가 과연 이들에 맞서
M 진영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레시피는 다 갖춰졌다.
BMW의 대표 엔진인 직렬 6기통을
앞에 얹고 동력은 뒤로 보내는
순수 후륜 구동 차량이면서
최근 상당히 커진 3시리즈보다
짧은 차체와 상당한 무게.
그런 M2가 정통 레시피를 갖춘대로
정직하게 탁월한 맛을 낼 수 있을까?
새로이 생긴 이 세그먼트에서조차
M 브랜드의 아성은 난공불락일까.
전쟁의 서막이 올랐으니
전장으로 뛰어들어가보자.
디자인...은 여전히 좀 논란거리.
일단 원래의 M2(F87)는
2시리즈(F22)를 기반으로 만든
고성능 차량이어서 형태는
큰 차이 없이 동일했는데
지금의 2시리즈(F44)는 전륜 구동.
오리지널 M - M High Performance - 차량이
전륜 구동 기반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
그래서 M2를 위한 밑바탕이 될
2시리즈 쿠페(G42)를 별도로
후륜 구동 기반으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나온 외모가 이건데,
나올 당시부터 못 생긴걸로
상당한 지적을 받아왔고 현재도 동일.
난 자꾸 보니까 정들려고 하는데,
앞은 좀 맹해보이는 게 그래도 아쉽다.
전작(F87)은 굉장히 샤프하고
눈썹이 짙고 제법 화가 난
작은 차일지언정 카리스마있는
잘 빚어낸 외모였는데 이건 아님.
다만 뒤는 보면 볼 수록
낮고 넓게 위치한 엉덩이가
볼륨감도 상당하고, 전체적으로
탄탄한 근육질인 티가 확 난다.
M 차량들의 오랜 상징인
트윈 듀얼 팁도 제대로 뽑았고
스탠스 자체가 네거티브 캠버와 더불어
고성능 차량이란 분위기가 물씬.
신형 M4(LCI)가 이번에 테일램프에다
레이저 라이트를 적용하면서
또 한 발 앞서가버리는 바람에
동생인 M2는 좀 심심해졌는데
그래도 이만하면 빵빵하니 만족.
전통적인 FR 레이아웃 그대로를
충실하게 반영중인 옆모습도
후륜 구동을 고집한 보람을 느끼게 한다.
CLA 45 S는 전반적으로
유려하고 세련된 인상이 강한데
M2는 볼륨감을 부각시키는
거친 인상의 근육질 꼬맹이.
CLA 45 S는 작은 고성능 차량이지만
턱시도를 제법 잘 갖춰 입어
잘생긴 외모를 받쳐주는 느낌이고
M2는 그런 거추장스러운 겉옷따윈
찢어버리고 민소매만 걸치고 다닐
약간은 못생긴 그런 이미지. 뭔지알지.
강력한 힘이란 빼놓을 수 없는
M의 필수 요소이기 때문에
그 다음 순서는 파워트레인.
신형 M2(G87)의 심장은 위의
M3, M4 형들과 공유하는 S58.
2993cc 직렬 6기통 트윈 터보 가솔린으로
최고 출력 480마력 @ 6250rpm,
최대 토크 61.2kg·m @ 2650 - 5500rpm
이렇게나 강력한 힘을 낸다. 정말 강력함.
힘의 논리가 뒤엉킨 오늘날의
전기차가 제로백을 지배하는 세상에서도
S58은 자존심 좀 세울 만큼 드세고
특히나 수치보다 체감 가속력 및
중저회전대 토크가 막강하다.
M3 / M4 컴페티션에 올라간 것보단
23마력, 5.1kg·m 낮췄지만
그래도 출력이 무려 480마력이다.
M2(F87) 초창기 시절
370마력의 출력으로 나온 것도
웬만한 스포츠카에 필적할만한
강력한 성능을 냈었는데
M2 컴페티션과 CS,
신형 M2(G87)를 거쳐 이제
G87 코드의 LCI까지 오니까
110마력이나 출력이 뻥튀기됐다.
심지어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M2의 전신인 1M이 있는데,
걘 335마력에 M 뱃지가 붙었어도
S-코드로 시작하는 M 전용 엔진이 아니었음.
M2 초기형 또한 마찬가지여서
형님들을 넘보지 못하도록 어느정도
칼질을 확실하게 당해서 나왔었는데
그럼에도 M3(M4)에 못지않은,
억눌러도 계속 튀어나오는 퍼포먼스에
M 디비전도 두 손 두 발 다 들고
M 전용 엔진을 얹어주기 시작했었지.
그게 M2(F87) 컴페티션과 CS.
하지만 M2(F87) CS 시승기때
내가 적었듯 거기에 얹힌 S55는
엔진이 아무렇게나 뿜어대는 토크를
뒷바퀴가 온전히 받아내기 힘겨워해서
자신감을 주기는 커녕
운전의 난이도를 올리는 차였다.
반면 이번 M2(G87)의 S58은
완전히 이야기가 다른데,
미친듯이 발산하는 토크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강력해져 돌아왔지만
그 토크를 다스리는 법을 깨달았다.
섀시가 받을 수 있을 만큼 내서
뒷바퀴를 마구잡이로 흔들지 않아.
강력한 힘을 내지만, 그 힘을
막 주체하지 못하는 청소년보단
어른스러운 절제력이 생겼음.
레드라인이 7200rpm으로
기존의 S55보다 소폭 내려온 건
악셀을 쥐어짤때마다 약간 아쉽다.
밟을때마다 1천rpm만 더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지속적으로 뇌리를 스침.
그리고 정말 아쉬운 건 변속기.
이건 정말 쉴드가 불가할 정도로 아쉽다.
이 8단 오토 괜찮다고 하는 이들은
제대로 된 DCT나 하다못해
AMT(SMG)를 경험해본 적 없는,
구형 M 차량 타본 적 없는 사람.
얼마 전에 M3 투어링때도 내가 변속기는
그닥이지만 "그 차는 M3 '투어링'이어서
그나마 괜찮게 해석해줄 여지가 있고
평소에 실용적으로도 활용 가능한
투어링의 특성상 이 토크 컨버터식 자동은
그럭저럭 어울리며 나쁘지 않다."
이렇게 평했었는데 M2는 사정이 다르다.
펀카이며 스포츠 쿠페를 지향하는
M2에는 정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물건.
여기엔 꼭 기존에 쓰던 M DCT가 필요하다.
변속 패턴 및 변속 시의 충격 등을 종합한
공격성은 1,2,3단계로 조정 가능하고
3단계가 가장 스포티한 설정값인데
솔직히 3단계 밑으로 내릴 이유가
단 하나도 보이지 않더라.
1단계는 거의 뭐 520i에나 어울릴법한
무른 변속감. 직결감은 실종.
비록 토크 컨버터식 자동변속기여도
내부 오일 압력을 높게 써서
땅땅 세게 붙이면 될 일인데
3단계조차도 그저 그렇게 느껴지니
평범한 승용차용 변속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운전하는 내내 들었다.
이름 날리는 스포츠카 혹은 펀카가
변속기가 약점인 차량 본 적 있는 사람?
변속 속도는 충분히 빠르지만,
충분히 빠른 수준에 그친다.
듀얼 클러치가 보여주는 광속은 아님.
M DCT가 평상시에 타고다니기엔
좀 거칠지라도 몰아붙일 땐
포르쉐의 PDK가 부럽지 않을만큼
탁월한 성능 하나는 뽑아냈었는데
없어지고 나니 정말 아쉽다.
엔진은 S58로 바뀌면서 크게 개선.
변속기는 8단 자동이 되면서 폭망.
좀 더 점잖아진 파워 전달을 보여주는
엔진과는 변속기가 합쳐져서
동일한 목소리를 내고 있긴 한데
그게.. 장르에 맞지 않아서 문제.
이건 펀카 혹은 스포츠카.
아무리 승용차 기반의 고성능차여도
승용차보단 고성능에 맞춰야되지 않나?
세련된 발라드용 보컬로
시원하게 지르는 락을 부른다면
그게 맞는 조합일까 의문이 들지.
그 다음은 당연히 주행 성능.
트랙 테스트 편이니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뤄야 할 포인트가 이것.
이번 M2(G87)의 감각을 관통하는
한 단어를 꼽자면 '자연스럽다.'
정말 내추럴한 프론트 엔진 - 후륜 구동
FR의 밸런스를 깔끔하게 느낄 수 있고
코너를 돌아나가는 선회 과정의 흐름이
물 흐르듯 매끄럽고 거슬림이 없다.
1M은 내가 타보질 못했으니
구형 M2(F87) CS와 우선 비교하자면
F87 시절에는 뒷 차축에 힘이
강하게 들어가있어서 그 왜
바디프로필 찍는 사람들 근육 부각시키려고
팔 ㄷ자로 굽혀서 힘주는 모습을
뒤에서 본 것 같이 뒷 차축과 떡대가
버티고 노면을 짓누르려고 들어서
중심점이 뒤로 넘어가있단 느낌이 들었다.
반면 신형은 피칭의 발생과 그 연결과정이
어딘가에 치우치지 않고 차체 전반을
깔끔하게 쫙 흘러간다고 해야할까.
FR 차량은 굳이 힘을 주지 않아도
동력이 가는 구동륜인 뒷 바퀴에
어쩔 수 없이 주행의 구심점이 맞춰지는데
구형은 필요 이상의 조치가 취해졌었다면
신형은 이제 뒤에 몰린 힘을 한결 빼서
균등하게 차체 전반에 배분됐단 감각이 있음.
그게 '내추럴'이란 표현을 쓴 이유이기도.
그리고 구형 M2(F87)이 마음에 안 든
또 다른 이유는 차가 너무 높게 느껴져서.
M4 대비 전장이 줄어들어서 차량이 짧아졌으니
더 재밌고 날카로운 차량이 됐을거라고
타기 전엔 예상을 했었는데
실제로 타보니 그런 느낌보다는
M4 대비 지붕(및 무게 중심점)이 너무 높아
운전자인 내 머리 위로 쌓인 무게가
저 위로 생각보다 많단 느낌이 주였다.
M2(F87)이 M4(F82)보다 길이는 짧아지고
높이는 되려 높아지는 바람에
이런 문제가 생긴 듯 한데,
그 특유의 언밸런스함이 난 되게
코너링 시에 쭉 거슬렸었다.
특히나 M2 CS는 당시 M2 중
유일하게 카본 루프도 적용된 차량이었는데
그럼에도 그런 느낌을 지우질 못했었다.
반면 신형 M2(G87)는
전장이 무려 112mm 늘어나고
전고는 오히려 8mm 줄어들어서
이런 상체만 줄창 긴듯한 불균형이
놀랍게도 말끔하게 없어졌다.
방금 전에 피칭의 발생과
코너 통과 시 앞뒤의 하중 이동이
매끄럽게 일어난다 그랬는데
전고 문제도 고쳐져서
상하 움직임 및 롤의 발생 또한
지붕이 높단 느낌 하나 없이
균형이 딱 맞단 인상이 강하다.
이 문제 때문에 내가
지난 M2(F87) 시절에는
세간의 평과 달리 오히려 M3/M4(F8x)가
더 큰 차량이지만 스포츠 세단(및 쿠페)로서
더욱 역동적이고 균형잡힌 차량이라고
주변에 누누이 말해왔는데,
드디어 신형 M2(G87)은 그런
초점이 어긋난듯한 문제에서 탈출.
그럼 이제 M3/M4(G8x)를 제치고
진정한 BMW M카로 거듭났나?
이제 M3 투어링과 비교해보자면
신형 M2(G87)을 타고 나서 든 생각이
'아 그동안 내가 사륜 구동의 도움을
엄청나게 받으면서 운전을 했구나'였다.
국내에 수입되는 현행 M3와 M4는
전 모델 M xDrive가 기본 장착됨.
반면 신형 M2는 계속 말하듯이
후륜 구동. 앞 바퀴에 동력이 안 감.
낮은 기온과 모자란 타이어 자체 접지력
(한국타이어 벤투스 S1 evo3 장착)
문제도 있지만, 일단 480마력의 출력을
도로에 온전히 쏟아붓는 데에는
뒷바퀴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심지어 요즘은 자연흡기가 아니고
과급기가 장착된 엔진이기 때문에
초반부터 강력한 토크가 쏟아져나오고,
심지어(2) 그 와중에 이 엔진 BMW제다.
전 회전영역대에서 토크를 뻥뻥
내뿜기로 유명한 그 회사의 제품.
아이들링 상태부터 31.6kg·m을 내는
이 말도 안 되게 괴물같은 파워트레인은
3000rpm이 채 되기도 전에
61.2kg·m을 쭉쭉 뽑아내기 때문에
타이어 두 개로 버텨내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님.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코너 탈출 시
트랙션과의 사투를 벌이는 것 제외하면
더 크고 사륜 구동까지 얹힌 M3(G81)가
훨씬 날쌔게 코너에 진입하고
사륜 구동의 접지력으로 선회 및
탈출까지 쭉 스릴을 유지한다.
그러면서 빈 틈 없이 정말 빠름.
신형 M2(G87)는 전륜에 동력이 안 가고
차량 길이가 짧기 때문에 앞 머리가
M3보다 예민해야 (보편적으로) 정상인데
되려 M3이 투어링까지 됐음에도
앞 머리를 에이펙스로 팍팍 꽂아넣는 데
자신감 넘치게 진입해서 싹 돌아버린다.
정말 흥분되는 운전 및 트랙에서의 랩을
갈망한다면 M2보단 M3(혹은 M4).
그리고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스티어링 피드백이 M3쪽이 훨씬 선명하고
더 큰 덩치란 핸디캡을 지녔음에도
차량을 내가 원하는 곳에 위치시키는 데
훨씬 수월하다. 운전대의 정밀함 덕분에.
이 M2는 LCI 차량이라
최신형 운전대가 장착되어 있는데,
기존의 운전대와 큰 차이가 없어서 다행이다.
신형 M5(G90)에 달린 거 보니
그저 한숨밖에 나오지 않던데
M2는 그런 실수 안 해서 천만다행.
아무튼 스티어링 피드백조차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쪽은
사륜 구동계를 갖춘 M3인지라
'드라이버스 카'는 결국 M2보단 M3.
CLAR 플랫폼 특유의 예리함이
M3엔 잘 살아있는 반면 M2는 다소 뭉툭.
스티어링이 컴포트 모드에서는
더욱 별로가 되므로 그냥 스포츠 모드에서
나가지 않는 것으로 타협 봐야.
BMW 집안 내에서의 입지를 따져보자면,
구형 M2보다야 천지개벽한 신형이지만
BMW M의 간판 차종에겐 여전히 안 됨.
M3의 사이즈가 커지고 사륜 구동화되며
기존 M3의 위치를 M2가 물려받았다고
말하는 이들이 더러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BMW는 하극상을 허용 안 함.
M3(M4)는 BMW의 흔들리지 않는 스타.
M3는 그대로 M3다.
역사와 전통은 거짓말 안 해.
그럼 M2의 제일 큰 라이벌인
메르세데스-AMG CLA 45 S와 비교는?
사실 이 글의 제목을 따서 보면
여기가 글의 하이라이트 부분.
일단 M2는 세로배치 후륜 구동이고
CLA 45 S는 가로배치 사륜 구동.
CLA는 전륜 구동 기반 차량이라
그걸 가지고 만들어서 가로배치인데
이렇게만 들으면 CLA가 완전 열세지만
주행을 시작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앞서 밝혔듯이 신형 M2(G87)의 테마는
세련됨, 어른스러움. 기교 없이 깔끔함.
때론 필요 이상으로 부드럽고 매끄럽지만
결코 결점을 남기진 않는 정통파.
반면 CLA 45 S는 원천적인 포맷 자체가
비교적 열세에 있기 때문에,
각종 정교한 꼼수들의 도움을 받는데
뒷 차축으로 최대 50%까지밖에
동력을 보내지 못하는 대신 그 50%를
멀티 클러치 팩을 통해 뒷 바퀴 중
한 쪽으로 완전히 몰아준다던가 하는
신기한 기교의 향연을 펼친다.
주 구동륜인 앞 바퀴에는 LSD가,
뒤에서는 이런 현란한 쇼가 열일하니
좋은 재료를 써서 낸 슴슴한 맛과
약간 모자란 재료를 조미료로 커버한
자극적인 신비함의 대결이라 해야겠다.
내가 아직 젊어서 그런건지
내 입맛은 좀 더 자극적인 조미료 편.
나 불닭볶음면 엄청 좋아하거든.
CLA 45 S의 재미는 이런
사부작거림으로 만들어낸 것이고
M2의 재미는 진정한 포맷의 맛(?)
이라고 우기면 할 말은 없다만
결과적으론 CLA 45 S가 훨씬 재밌음.
코너를 돌아나갈 때 앞머리의 적극성이
CLA 45 S가 한 차원 높아서
신명나게 코너로 가볍게 들어가기도 하고
뒷 차축이 가볍게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게
방금 설명한 장치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움직임이지만 어쨌든 재밌다.
뒷 타이어를 마구잡이로 태워가며
미끄러지는 즐거움은 CLA 45 S가
흉내내지 못하는 M2만의 독점 타이틀이지만
(CLA 45 S의 드리프트 모드는
한 쪽 뒷 바퀴에 동력을 몰아서
미끄러트리는 다소 기묘한 방식)
트랙을 정말 즐겁게, 짜릿하고 시원하게
막 돌아다닌다는 느낌은 CLA 45 S의 압승.
여긴 트랙 테스트니까.
트랙 돌면서 느끼는 즐거움 측면에선
CLA 45 S가 난 비교불가하게 낫더라.
만약 정말 코너를 정교한 핸들링과
시기적절한 악셀링으로 탈출하며
완벽에 가까운 랩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그 여정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면
M2가 더 맞기도 한데, CLA 45 S도
그 방면에서 대단히 뒤지진 않는다.
M2는 드라이버의 역량이 정말 중요한 차량이고,
CLA 45 S는 운전자의 결점들을
차량이 어느정도 커버해주는 편.
난 운전을 잘 못하니까 CLA 45 S.
얘기중에 잠깐 하고픈 말이 있음.
최근에 N 차량들이 저렴히 많이 풀리면서
N 차량들이 좋은 펀카라는 말을
하는 이들을 내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보는데
eLSD가 다 해주는 운전을 하며
자신이 운전을 잘한다는 착각에 빠져
아반떼 N이 마치 드라이버를 성장시킨다는
환상 속에 빠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N 코너 카빙 디퍼렌셜(eLSD)이
A부터 Z까지 전부 다 커버해주는
그런 쉬운 운전에만 길들여지면
타 차량을 타면 운전이 안 된다.
아반떼 N이 그런 이유에서 난 이제
그다지 갖고싶지 않은 차로 밀려났는데
참... 할말하않.
그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신형 M2(G87)는 FR 포맷에 입문해서
자신의 역량을 갈고닦기 참 좋은 차량.
초심자에게 권하기엔 출력이
좀 지나치게 세긴 하지만 섀시가 좋으니.
순수하고 꾸밈없는 차량의 반응성이
성가시거나 순간적으로 비틀리지 않고
운전자가 차분하게 차와 친해지길
든든하게 기다려주고 있으니까.
다만 트랙을 재밌게 타려면 CLA 45 S라고.
그리고 M2는 후륜 구동에 문짝이 두 개인데
사륜 구동에 4도어인 CLA 45 S보다 무겁다.
CLA 45 S는 1700kg, 신형 M2는 1755kg.
그 뿐만 아니라 선회 시나 주행 시에
CLA 45 S는 본 체중보다 가볍게 느껴지는데
M2는 정말 곧이곧대로 1.75톤처럼 느껴짐.
정직하고 순수한 게 이럴 땐 좀 안 좋네.
파워트레인에서도 M2는
많은 이들이 칭송하는 '6기통.'
내 블로그 많이 봤으면 뭔 소리 할지
이제 대충 감이 올 법도 한데
I don't like six-cylinders.
CLA 45 S의 M139란 엔진은
4기통 1991cc 싱글 터보라서
기통 수도 2개 모자란데다가
터보도 하나 모자라다.
그리고 회전 한계도 7200rpm으로
신형 M2의 S58과 동일함.
그런데 CLA 45 S쪽이 훨씬 짜릿하다.
'4기통이어서 좋다'란 이야기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님.
그 이유는 첫째로, CLA 45 S는
변속기가 듀얼 클러치 자동.
직결감과 번개같은 변속 속도는
운전과 엔진에 더 몰입하도록 만듦.
더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M139와 S58이 힘을 내는 방식이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는 수준으로
상극이기 때문. 너무 달라.
M139는 3000rpm 아래에선
토크가 거의 없는 수준으로,
421마력과 51kg·m을 다 누리려면
정말 엔진을 열심히 잡아돌려야 함.
아까 M2의 S58은 아이들링 상태부터
이미 31.6kg·m을 낸다 그랬지?
CLA 45 S는 그만큼의 토크를 내려면
2500rpm 위로 올라가야 한다.
근데 M2는 2650rpm부터 최대 토크.
CLA 45 S가 M2의 1000rpm에서의
토크를 내기 위해서 도달한 지점에선
M2는 이미 61.2kg·m를 쏟아내고 있음.
반면 CLA 45 S는 5000rpm까지나
올라가야 최대 토크 51kg·m 분출.
이러하니 엔진에 대한 경험이
아예 다를 수 밖에 없는 것.
같은 회전 한계를 갖고도 CLA 45 S는
타면서 '엔진을 더 잡아돌리고 싶다,
제발 1000rpm만 위에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었는데
신형 M2의 S58은 위에 적었듯이
7200rpm에서 끝나는 게 아쉽다.
CLA 45 S는 터보 엔진임에도
미치광이처럼 회전수가 올라가고
악셀 페달을 정말 꽉 쥐어서 토크란 즙을 내는
그런 크레센도와 과정 자체가 행복한데
M2는 파워풀한 건 알겠다만
흥건하게 넘친 토크 뒤에 바로 변속.
이게 토크도 올라가는 과정이 극적이어야
악셀 밟을 맛이 나지 초장부터 계속
밑도끝도없이 때리기만 하면
거의 전기차에 가까운 엔진이 되는 것.
거기다 CLA 45 S의 소리가
(가상 사운드가 합세해서지만)오히려
진짜 6기통인 M2보다 더 6기통스럽다.
가늘고 곱게 빻은 소리가 점점 증폭됨.
M2 역시 가상 사운드가 함께하기에
이게 CLA 45 S의 특별한 흠은 아님.
신형 M2의 S58은 구형 M2의 S55보다
소리 측면에선 월등히 나아졌다만
터보차저와 환경규제의 합동 공격으로
옛날같은 소리가 안 난다.
그래서 트랙에 오르기 직전
두 개의 차 키가 내 눈 앞에
나란히 놓여있다 가정하면
난 무조건 CLA 45 S의 키를 집어들 것.
근데 트랙 밖에서도.....
CLA 45 S는 '벤츠'이고
문도 두 개 더 달렸고
사륜 구동이면서 값도 더 싸.
(CLA 45 S 9000만원, M2 9160만원)
난 예전에 M2가 7500만원 하던
그 시절 기억에 머물러있어서 그런가
2025년식 M2 가격 보고 깜짝 놀랐다.
정말 곧 죽어도 BMW라면
돈을 조금만 더 쓰자. M4 가즈아.
방금 언급했듯 M2는 이미
9천만원이 넘는, 상당한 고가의 차량.
1억 전후로 그럼 비교 범위를
넓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럼 자연스럽게 박스터와도 비교하게 됨.
당연히 미드쉽 구성이면서
바닥부터 스포츠카로 설계한,
진짜 스포츠카가 월등한 퍼포먼스를
최소한 코너링 시에 보여준다.
박스터는 차량 무게도 신형 M2(G87)보다
300kg 가까이 가볍기 때문에
차이가 워낙 현격해서 반격이 어렵다.
M2는 1.75톤 그대로.
CLA 45 S는 1.7톤인데
체감상으론 1.6톤 정도로 느껴짐.
박스터는 실제로 1.45톤 전후.
이렇게 놓고 보니 따라잡을수가 있나.
거기다 박스터는 엔진이 가운데에.
박스터하고 비교했을 때
신형 M2의 강점은 그럼 무엇인가.
사실 박스터랑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이
이번 M2(G87)의 고속안정감은
정말이지 대단히 뛰어나다.
FR 포맷에다 앞에 직렬 6기통을 얹었고
전통적인 FR 차량다운 생김새까지.
직렬 6기는 세로로 길기 때문에
아무리 집어넣어도 앞으로 튀어나가는데,
M2를 비롯한 BMW M 차량들은
실린더 4개를 안으로 집어넣고
나머지 2개는 피치못하게 튀어나옴.
이게 코너링에는 방해가 되지만
고속에서 직진성 확보에는 오히려 도움이 됨.
게다가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컴포트 / 스포츠 / 스포츠 플러스
이렇게 3가지로 옵션이 나뉘는데
트랙에서는 스포츠 플러스 밑으로
내려갈 이유를 전혀 찾지 못하게
어댑티브 서스펜션이 너무 부드럽다.
속도를 크게 올리자 정말 나긋하고
사뿐, 차분하게 앞으로 나아가는데
이게 내가 생각하던 BMW가 맞나...
요 근래에 나온 차량 중에 이렇게
메르세데스-벤츠 쪽으로 고속 안정감이
기운 BMW 차량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편안했다.
트랙은 노면이 매끈해서 이러하니
공도에 나가선 컴포트를 쓰면 될 것.
그렇다고 해서 정말 메르세데스다운
'기름막 위를 떠가는듯한 기묘한 감각'
이런 건 아니지만 체감 속도가
실제 속도보다 현저히 낮다.
그런 걸 찾고 싶으면 여지없이
CLA 45 S로. 전륜 구동 기반이어도
메르세데스-벤츠는 역시나 메르세데스.
이게 좀 독특한 느낌이 드는 게
CLAR 플랫폼 특유의 앞이 날카로워서
고속에서 앞머리의 자신감이 떨어지는
그런 느낌도 아니고(CLAR 기반이면서),
예전 E-코드 차량들의 그
고속으로 올라가면 누가 본네트를
위에서 누르듯이 착 앞머리가 깔리며
바람을 가르던 그런 느낌도 아냐.
BMW에서 보기 어려운 스타일인데,
신형 M2(G87)가 그걸 해내네.
고속 안정감이 좋은 건 틀림없다.
이렇게 적고보니 신형 M2(G87)는
뭔가 굉장히 복잡한 성격의 결정체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함.
인위적 자극이나 맵기를 덜어낸
담백한 컴팩트 크루저.
좋은 재료들로 구성해서 알차게
끓여낸 순수한 FR 음미의 즐거움.
차량 전체를 기준으로
엔진이 위치한 무게분포를 따졌을때,
긴 직렬6기통이 동일한 것에 비해
M3(M4)보다 차량 전장이 짧아서
분포로 따지면 앞에 엔진 무게가
더 많이 나가있는 편.
그래서 코너에 들어갈 때에는
M3(M4)가 더 산뜻하고,
고속 직진성 측면에선 더 좋다.
피아트 500C 아바스 리뷰때도
전장에 따른 무게분포 이야기 했는데
이런저런 차를 타보니
이 또한 무시 못할 차량의 특징.
신형 M2는 2세대로 성장하며
세련됨을 갖춘 본격 어른의 차가 됐지만
그만큼 내려놓은 감칠맛과
젊음에서 오는 끓어오르는 열정이
'펀카' 타이틀을 붙이기엔 부족해짐.
결코 신형 M2가 나쁜 차란 뜻이 아냐.
글을 마무리하려다 생각해보니
골프 GTI때도 비슷한 얘기를 했네.
그때도 '아 차는 좋은데
왜 이렇게 만족스럽지가 않지'
그런 고민을 했었다.
신형 M2는 성장한 골프 GTI 느낌.
GTI 타다가 '이제 전륜 구동 탈출하고파
후륜 구동으로 넘어가자' 할때 오면 좋다.
두 차량이 공유하는 DNA인
운전자의 입력에 대한 정직한 반응,
차량을 구성하는 좋은 레시피,
과함(M2는 토크 빼고)이란 없단 점.
다른 브랜드에 있지만 굉장히 유사하다.
골프 GTI도 상당한 고속 크루저거든.
골프 디젤이 더 좋은건 비밀
근데 난 다시 말하지만 어린지라
감칠맛 왕창 나는 차가 좋아.
골프 리뷰에도 썼듯이 그런 차는
전륜 구동으로는 미니JCW고
여기선 구동 방식은 다르지만 CLA 45 S.
뒷차축 토크 한쪽에 보냈다 뺐다
애를 써서라도 운전중인 나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단 점이 좋고
파워트레인도 잡아돌리는 맛이 제법.
혹시나 정말 재료랑 조리법으로
정면승부를 하게 되면
사실 FR보다도 한 수 위인,
최상급의 재료만 골라잡은 MR을 택할 거.
그것이 바로 포르쉐(박스터).
요즘 박스터 중고가 많이 내려왔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