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로드트립 마지막 글.
정말 머나먼 길 오셨습니다.
시드니와 멜버른에 이어 이제 캔버라까지
세 개의 도시를 섭렵하는 호주 로드트립.
막바지에 다다른 만큼
'호주에 놀러가면 어딜 가야 하나'
잠깐 얘기를 하고 넘어가자면,
난 시드니에 굳이 갈 필요 전혀 없다
진심으로 생각하고 또 확신하지만
한편으로는 안 그래도 볼 거리 없는 호주
오페라 하우스조차 안 보면 도대체
뭘 보고 온다는 거지 싶어 비추천하기도 좀.
시드니보다 멜버른이 훨씬 나은 건 확실한데
시드니는 오페라 하우스가 있어서
호주 처음 가보면 둘 다 들르긴 해야돼.
난 원래 시드니에 며칠 머무르다가
위쪽의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갈랬는데
멜버른 옆에 그레이트 오션 로드가 있어서
노선을 바꿔 아래쪽으로 일부러 간 거였다만,
멜버른의 분위기는 예상 못했던 의외의 수확.
그리고 존재감이 별로 없는 캔버라.
캔버라는 정말 깔끔하고 살기 좋아 보여서
노잼 시티로 유명한 대전의 호주 버전?
아니 캔버라는 호주에서는 수도니까
우리한테 맞추면 세종시라고 해야되나?
호주란 나라 자체가 재미없는 나라라
사실 나라가 통으로 대전같은 느낌이다만
그 중에서도 캔버라는 세종시.
드디어 호주의 놀라운 정체가
여덟 편에 걸친 글 끝에 밝혀지네.
호주는 대전 + 영국인걸로.
미국도 조금 포함.
캔버라의 얼마 없는 볼거리 중
하이라이트인 호주 국회의사당.
여기 방문해보려고 캔버라 왔으니
눈 뜨자마자 국회의사당으로 직행.
호주 국회의사당은 특이하게
1시간까지는 주차비가 공짜.
그 다음 한 시간은 $7이라서
사실상 첫 번째 한 시간에 대한
주차비를 몰아서 받는 느낌.
왜냐면 1시간까진 공짜, 2시간까진 $7,
3시간까진 $10.5, 4시간까진 $14라
시간당 3.5달러씩 비례해서 늘어나거든.
여기 오면 '한시간 이하로는 도저히
전체를 다 둘러볼 수 없다'는 자신감인가.
난 공짜를 좋아하기 때문에
한시간 안에 다 둘러보고 나오는 게 목표.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국회의사당은
내가 가본 적이 없어서 비교가 어려운데
호주 국회의사당은 아무나 와서 구경하는,
특히 아이들이 학교에서 단체로 견학해도 되는
관광지 같은 열린 느낌이어서 좋더라고.
내가 갔을때만 해도 큰 버스에
견학 온 호주 어린이들이 우르르 내렸음.
들어가서 보면 분위기가
국회의사당보다는 미술관?
모던하게 실내를 잘 꾸며놓은 점이
'정치'라는 단어가 주는 위압감이나
조심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보다는
밝고 누구나 와서 차 한 잔 해도 될 분위기.
우리나라에 관광 오는 외국인들이
국회의사당을 많이 가는진 잘 모르겠다만
내가 알기로는 아닌 것 같은데
여긴 관광객들에게도 열려있는 장소.
실제로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하기도 하고.
이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하는
가치관을 그대로 녹여놓은 듯 하다.
호주가 워낙 이민자들이 많은 국가이고
여러 인종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모두를 환영한다는 그런 점, 건축에서도 드러남.
다만 중국인은 환영할 필요가 없음.
우리나라에서도 좀 쫓아내야됨.
들어가지 말라고 막아놓은 걸 무시하고
당당하게 들어가 기념사진 찍는 걸 보며
역시 이것들은 봐주면 안돼. 내보내야 함.
내가 이래서 제주도 안 간다니까.
호주는 영연방 소속 국가여서
영국 여왕을 국가 원수로 섬기는 나라인데,
그래서 걸려있는 사진들 대부분이
호주 정치인이 아닌 영국 정치인.
캐나다 국회의사당도 이러려나?
캐나다도 조만간 가보고는 싶은데,
미국 대륙횡단 한 번 하면서 뉴욕에 들렀을 때
차를 타고 국경 넘어갔다 오는거 해보려고.
캐나다 방문을 비행기로 하는 게 아니고
미국 거쳐서 자동차로 넘어가볼 작정인지라
미국 대륙횡단 언제 할 지가 미지수네.
미국은 전통적으로 서부의 렌트카 가격이
같은 차종 기준 동부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뉴욕도 뉴욕으로 바로 가는 게 아니고
샌프란시스코나 LA에서 운전해서 가려고.
우리나라에선 미 동부가 서부보다 멀기에
비행기표도 동부가 서부보다 훨씬 비싸.
그래서 비행기 차액과 렌트카 차액 합산하면
운전해서 대륙 횡단하는 데 드는 비용이랑
거의 똑같더라고. 난 운전을 사랑하니까.
한시간 안에 다 구경하잔 목표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주차비 없이
국회의사당을 나서서 다음 목적지로.
캔버라에서 경치 구경 하려면
Mount Ainslie Lookout로 가면 됨.
약간 심시티를 하는 것 같이 짜여진
도시 구조를 자랑하는 캔버라에서
높은 곳이라면 여기가 유일할 걸?
심시티 하면서 도시 직접 만들어보면
강이 흐르는 산지에다 부지를 정해도
이런 전망대 하나 만들기 쉽지 않단 거
게임이 후반부로 진행되며 알 수 있는데
현실 또한 마찬가지인지 캔버라도.
여기서 보는 캔버라의 전경은
해변가가 아닌데도 누워서 태닝하며
탄산음료나 마셔야될 것 같은
한적한 여유가 포인트이자 매력.
그리고 캔버라가 생각보다 되게 넓다.
돌아다닐 땐 그게 체감이 잘 안 되는데
여기서 쫙 펼쳐진 전경을 보다보면
명색이 수도라고 스케일은.. 봐줄 만 하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볼 건 없지만.
여기 덕분에 캔버라는 좋은 기억으로 남음.
캔버라 구경은 이걸로 끝.
다시 이동할 차례이고 이동해야 할 거리가
오늘도 그리 짧지 않을 예정이라서
기름을 또 넣고 가야 하는데
이제 내 지갑은 기름값에 완전 너덜너덜.
캔버라는 수도인데도 의외로
싼 주유소가 잘 찾아보면 있더라고.
경유 리터당 $1.7(1530원)인 곳에 갔더니
너도나도 기름 넣으려고 줄이 장난없음.
싼 기름값 보면 못 참는 건
어느나라 사람이건 동일하다.
지금 와서 사진 보니까 내 르반떼
세차해놓으니 반짝반짝하네. 대만족.
그렇게 캔버라에서 나가서
시드니로 직행하...는 게 아니고
시드니 남쪽의 울런공(Wollongong)이라는
이름이 이상한 동네에서 하루 묵고
내일 아침에 시드니로 최종 복귀 예정.
울런공으로 향하는 길도 이전에
지도를 찍어보니 흥미로운 도로나
둘러볼만한 경치가 꽤 되어보이더라고.
가는 길에 타라고(Tarago)라는
정말 작은, 여기 누가 살기나 할까 싶은
그런 마을을 지나가는데,
내가 호주가 아니라 남프랑스에 왔나?
프랑스의 와인 농장들을 가로지르는
사잇길을 타고 쭉 달리고 있나
싶을정도로 예쁜 풍경이 나오더라.
늘 언급하지만 호주 와서 대부분
힘들고 뭔가 편치 않았던 기억이 많은데
가끔씩 이런 대형 보상 받으면
또 호주에 갈 수 밖에 없다니까.
글 막바지가 됐으니
쓰려고 생각해놨던 내용들 전부
털어야 해서 하는 번호판 이야기.
우리나라는 기껏 해봤자
유럽을 대놓고 베낀 반사판식 번호판
혹은 흰 바탕에 글씨만 적은 일반형
이렇게 두 가지 중 하나 고르는 게 전부.
영어권 국가들은 아무래도
알파벳과 영어를 섞어쓰기도 하고
번호판 자릿수가 고정이 아니라
너무 길지만 않으면 자유 선정 가능해서
훨씬 손댈 수 있는 범위가 넓은데,
호주는 그 중에서도 커스텀 번호판의 폭이
그 어떤 나라보다 훨씬 마음대로다.
거의 테일러메이드 수준으로
마음에 드는대로 다 맞출 수 있음.
유럽 혹은 영국은 고정 형태가 있고
미국은 주 별로 번호판 종류가
거의 고정이기 때문에 번호판 종류는
50가지지만 등록하는 주의 것을
무조건 따라가야 하는데,
호주도 마찬가지지만 일단 주별로
번호판 종류가 몇 가지 있다.
여기서부터 이미 차이가 벌어짐.
얘는 뉴 사우스웨일스 주(NSW) 차량.
NSW는 내가 알기로 기본 번호판 종류가
총 3개인데, 그 중에선 우리랑 같은
흰 바탕에 까만 글씨인 것도 있고
(구형 카이엔 시승기 참고)
노란 바탕에 까만 글씨인 것도 있으며
까만 바탕에 흰 글씨인 것도 있다.
그런데 이 르반떼에 붙은 건
유럽 스타일 번호판으로, 일반 종류가 아님.
실제로 공식 인증받은 커스텀 번호판.
우리나라의 반사판식처럼 정말
대놓고 유럽식인 좌측 파란띠에 흰바탕
이것도 있고 이 차의 번호판처럼
한 글자 띄우고 문양 넣고 나머지 5자
이런 식의 번호판도 꽤 많다만
NSW Euro Style Plate 검색하면
이게 가장 많이 나오고, 많이들 한다.
이 형태의 번호판은 2002년 4월에
최초로 도입됐는데, 역사가 꽤 오래됨.
이런 유럽 스타일 번호판은
등록하는 주와 상관없이 사용 가능하지만
첫 글자는 반드시 해당 주 이름 따라가야 함.
이 차는 NSW 등록 차량이라서
첫 글자가 N이고 띄워져 있지?
만약 빅토리아에서 등록하면
첫 글자가 V, 퀸즐랜드에서 등록하면 Q.
이런 식으로 체계가 잡혀 있다.
또 이건 공식 인증 '커스텀' 번호판이고,
NSW 주 정부에서 발행하는
유럽 스타일 번호판은 따로 있다.
커스텀 번호판은 주 이름을 딴 첫 글자와
나머지 내용물을 합친 6자리가 고정인데
이건 아예 글자 수에 따라서
번호판 가격이 차등 책정되고
자릿수도 완전 본인 마음대로.
N 뒤에 00000로 최대 숫자 5자리.
숫자 하나씩 줄어들때마다
내야 하는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
숫자 한 자릿수 번호판은 무려 $5000.
그마저도 이미 품절이고,
번호판 가끔 경매에 올라오는거 보면
가격이 정말 살벌하기 그지없다.
난 남이 외우기 쉬운 번호판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이게 이만큼이나 내야 할 건지는...딱히.
소장용 클래식카에 이런거 붙이면
마치 일본의 시나가와 번호판처럼
멋을 한 층 추가해주기 때문에 수요가 높아
밖에서 보긴 거의 불가능하더라고.
이 유럽 스타일 커스텀 번호판도
커스텀 가격만 $425라서
솔직히 만만한 가격이 절대 아님.
아무리 소득이 높은 호주라지만...
이쁜 번호 고르는 데에는
별도로 추가비용이 발생하니
이거 원 끝도 없이 돈을 잡아먹음.
이 르반떼 주인이 이 차에다가
생각보다 돈을 많이 썼더라고.
주마다 이걸 관할하는 주 정부가
다르기 때문에 비용 혹은 허가 여부는
약간 다를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호주는 번호판 꾸미기의 나라라는 거.
어제 타이어 가짜 펑크 이슈로
난리를 친 지 얼마나 됐다고,
오늘은 잘 가다 사이드미러가 떨어짐.
원래부터 어디 부딪힌 적이 있었는지
브라켓이 부분적으로 파손돼서
문을 잠궈도 한쪽만 안 접혔었는데
차량 반납을 코앞에 두고
기어이 떨어지는 사건이 생겨버렸다.
정말 그나마 다행히도 떨어진 후
없어져버리는 대참사가 생긴 게 아니고
대롱대롱 위태롭게 매달려 있길래
갓길에 바로 차 세우고 차 주인과 통화.
"어디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사이드미러가 떨어졌어요"
했더니만 테이프 구할 수 있으면
임시로 붙이고 타면 반납 후에
자기가 알아서 수리하겠대서
떨어진 사이드미러 접어서 포갠 다음
비상등 키고 설설 기어가며
가장 가까운 상점을 찾았다.
나 여기 뭔지 모르고 그냥 들어갔는데
침대랑 매트리스 파는 매장이더라고.
들어가서 테이프랑 가위 좀 빌려달라고,
내 차 지금 사이드미러 한 쪽 떨어졌다고
부탁을 하니 가게 주인이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면서 그것들을 내줌.
내일까지는 최소한 버틸만큼
대충 테이프로 칭칭 감아서 붙였다.
고마워서 마치 여기 사는 현지인처럼
"주변사람들에게 여기서 매트리스
사라고 추천하고 다니겠다"
한 마디 던지고 나왔는데
약속했으니 여기에다가라도....
매트리스 구입은 FortyWinks Nowra.
The Central Corner, Shop 2 Central Ave,
South Nowra NSW 2541
혹여나 이 글을 보는 당신이
시드니보다 약간 남쪽에 산다면
매트리스는 여기서 사세요.
광고비 테이프값으로 퉁치겠습니다.
여기 쓴다고 광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끝까지 순탄하지 못한 여행.
또 한 바탕 소동이 지니가고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Mount Keira Summit Park 도착.
둘째 날 먹구름 가득 꼈던 당시
누렸어야 할 풍경을 호주 떠나기 직전
이제서야 제대로 보는 느낌.
내가 멜버른에서 지내던 당시
묵던 에어비앤비에 같이 살던
그 여자분 이름 Keira였는데
자기 이름을 딴 명소가 있단 걸 알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누가 좀 만들어줘.
날씨가 좋을 때의 호주는 이렇구나.
난 왜 날씨 운이 엉망진창이어서..
원래 나 날씨요정 수준으로 운 괜찮은데
유독 호주 왔을 때 날씨가 내리 안 좋더라.
그 원인 나중에 찾아보니까
기상 이변으로 호주는 당시 초봄인데
호주 인근에 태풍이 되게 많아서
그 영향으로 흐리고 비온거라 하더라고.
정말 지구 종말이 머지않은 듯 하다.
앞으로 10년만 더 지나면
당장 우리나라 자체도 문제지만
다른 나라들이 날씨가 이상해지고
천재지변이 너무 잦아져서
해외여행을 가지도 못할 것 같음.
그러니까 지금 최대한 해외여행
여력 되는 한 많이 가야 됨.
여기서 보는 풍경은 나 예전에
하와이 갔을때 다이아몬드 헤드로
운전하면서 보던 경치하고 비슷함.
오아후 섬 중심부 기준으로
남동부 내륙과 더 가서 남동부 해안이
딱 이런 느낌의 해안선과 산지거든.
그때가 나 20살 때인데
벌써 시간이... 6년이나 지났네.
심지어 지금은 해가 바뀌어서
한 살 추가로 더 먹었음. 아오.
요새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지만
시간 정말 정말 빠르다.
울런공에 그렇게 도착해서
우여곡절 끝에 호텔에 체크인.
약간 쌀쌀한 멜버른에서
적도에 보다 가까운 윗 동네로
운전해서 올라와서 그런지
날씨가 따뜻해졌는데,
그런 기온이랑 호텔 건물이랑
합쳐져서 미 남부 휴양지같더라고.
플로리다를 배경으로 하는
FBI 미국 드라마의 한 장면.
오늘 하루를 마무리할 겸,
그리고 호주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라
호주에서 지낸 2주에 가까운 시간도
마음을 다스리며 잘 마무리할 겸
걸어서 3분거리의 해변가로 나섰다.
해가 지는데.. 되게 복잡한 감정이 듦.
글에 자주 언급하지만
나에겐 호주라는 나라가
그렇게 잘 맞는 곳이 아니었고
좋은 시간, 좋은 사람들 두루
많이 경험해서 좋은 기억이 많지만
사실 내심 한국에 빨리 가고싶었음.
그런데 마지막 날이라고 하니
해가 지는게 뭔가 아깝더라고.
지는 해를 막아서 몇 시간만 더
이곳에서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면.
2주 가까이 지냈기 때문에
나한텐 단일 국가로서는 역대 최장기간
놀러 와있었던 나라인데, 그러고도
한 이틀만 더 있고 싶어지더라.
날씨가 좋아져서 그런가.
그리고 최후의 만찬?
마지막 저녁 먹으려고 둘러보니
근처에 태국 음식점이 있길래
햄버거 피자 고기 과자에 물린 상태라
좀 개운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가려고 보니 주차할 데가 없음.
식당에 주차장이 있긴 한데
워낙 협소해서 자리가 없더라고.
근데 옆에 맥도날드가 크게 있더라.
길가에 댈까 하다가 견인될까봐 불안해서
그냥 맥도날드에 쿨하게 주차하고
식당 들어와선 차가 보이는 위치에 앉음.
그리고 그건 탁월한 선택이었지.
팟타이 비슷한 볶음면하고
소고기 찜 시켰는데 소고기 찜은
한국에서 보는 그 갈비찜하고
거의 똑같은 맛과 스타일이라
사진도 안 찍어놨었네.
저 볶음면은 되게 맛있었다.
근데 물가 살벌한 호주답게
태국 음식 좀 먹었다고 7만원 나옴.
당분간 물가 비싼 나라
절대 가지 말아야지.
식당에서 여유롭게 밥 먹는데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인지
한국 관광객들이 꽤 많이 옴.
옆에서 한국말 들려서 보면
여지없이 가족단위 한국인 여행객.
심야 드라이브나 갈까 했는데
그냥 귀찮아서, 그리고 기름값 이제
정말 그만 내고 싶어서 호텔 가서 잠.
안 그래도 이 인근에 좀 싼
주유소가 있어서 내일 아침에
넣고 출발해야 하겠더라고.
시드니로 돌아가면 비싸다.
일어나자마자 차에 던져놨던
남은 과자들 대충 집어먹고
인근에서 기름 넣고 출발.
르반떼 타고다니면서 너무 만족해서
이 차를 배에 실어 밀항하고팠지만
그럴 순 없으니 차량을 반납하고
우버를 불러서 공항으로 갈 예정.
차 주인이 돌려줄 때
세차 굳이 안 해도 된댔지만
너무 차를 많이 타고다닌 관계로
미안해서 세차는 하고 돌려주려고.
그것도 그렇고 이건 법인차가 아니라
개인 차량이라 매너 차원에서도.
그렇게 시드니 남부에서 제일 저렴한
세차장에 도착해 마지막 세차.
이번엔 돈 좀 아껴보고자
손세차 간단하게 할랬는데
폼건이나 고압수 뿌릴때마다
돈 내고 타이머 작동시켜야하는데
계속 하다보니 꼼꼼하게 하려다가
합산 금액이 자동세차비 초과.
ㅋ
세차도 하고 처음 받을때처럼
기름도 가득 넣어서 줘야하니
인근의 제일 싼 주유소로.
다 넣고 결제하려고 카드 건넸는데
갑자기 또 결제가 안 된단다.
그동안 단 한번도 주유소에서
내 주력 카드로 결제가 안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이건 또 뭐야.
여행 종료를 향한 마지막 고비인가.
급하게 트래블로그 카드에다
$100 환전해서 넣고
트래블로그로 결제했더니
그제서야 승인됨. 왜 이래.
여행이 왜 이렇게 순탄하지 못할까..
진짜 한국 당장 가고싶은 상태였음.
이렇게 호주 로드트립 끝.
여행기도 8부작 드디어 끝!
호주 놀러갔다온 기록을 이렇게 쓰면서
호주에 한 번 더 갔다온 기분이네.
다 쓰는 데 오래 걸리기도 했거니와
쓰면서 여행 다이어리 복습해서.
이렇게 잘 놀았다는 점 남겨놓으려고
쓴 것도 있지만 사실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나 힘들 때 보려고.
여행 당장 떠나고싶을 때 보기 위해.
호주 떠날때 되니 날씨 화창하네.
또 오라고 나 꼬시는 건가.
안그래도 스톡홀름 신드롬인지
가서 힘들었던 여행지들 요즘 생각나거든.
잘 놀았습니다!
멜버른으로 내려간 하행편
다시 올라온 상행편
그리고 캔버라 거친 이 글.
끝까지 함께해줘서 고맙습니다.
이제 미국 여행기 쓰다 만 거 써야지.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