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도 비슷하긴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가 1등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
자동차 업계 역시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데
예전부터 아우디는 만년 3등,
남들 2000cc급 가격으로 3000cc급 차량을 파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의 대명사로 입지가 굳었었다.
그래서 아우디 하면 이어지는 키워드는
대개 '할인', '거지같은 서비스센터',
'카푸어 선호 차량' 등 그리 좋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
그런데 막상 아우디 차량을 타보면
되게 괜찮은 차들도 상당히 포진해있다.
아우디코리아 대표 차종 A6(C8)의
45 TFSI 콰트로는 좋은 균형감을 갖춰
(E-클래스 제외)동급 4기통 가솔린 차량 중
가장 살만한 차량이고, Q5도 비슷하다.
지금은 옛날만큼의 퍼포먼스가 안 나오지만
소싯적 A7도 첫 등장 당시에는
인상적인 성능과 디자인이 압도적이었고.
그런 와중에 Q3에 급 관심이.
사실 이 관심은 국내에는 판매되지 않는
RS Q3에 꽂히면서부터 시작된 것이었고
RS Q3의 경우 초창기 1세대 모델부터
그 독특함과 약간 맛이 간 듯한 느낌에
묘한 팬층을 형성했던 차량이었다.
RS Q3 스포트백의 경우 유럽 나가면
정말 한 번 정도는 아우디 딜러 방문해서
타볼만한 기회를 마련해보지 싶다.
그래서 국내에 파는 Q3으로 자연스레
눈길이 돌아갔는데, 짜잔.
35 TDI 트림만 수입된다.
우리에게 정말 익숙한 2리터 EA288 디젤 엔진이
최고 150마력에 최대 36.7kg·m을 내며
앞 바퀴와 콰트로 모델의 경우 네 바퀴를 굴린다.
그놈의 끝 없는 디젤... 또 디젤이다.
옛날 같았으면 그래도 좋은 연비와
휘발유 대비 저렴한 경유의 유가가
낮은 유지 비용으로 장점이었는데,
이제는 대한민국 역시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추월해버려서 꽝.
사실 난 디젤도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지만
시대를 역행하는 것 같은 기분은
부득이하게 들 수 밖에 없다.
시승차는 전륜 구동 사양인 35 TDI 프리미엄.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늘 외쳐온 것이
절대 사면 안 되는 아우디 3가지 :
1. 콰트로 빠진 전륜 구동 아우디
2. DSG가 아닌 팁트로닉 아우디
3. 프로모션 천 만원 미만 아우디.
Q3 35 TDI 프리미엄의 경우
1번과 3번이 둘 다 해당된다.
시작이 그리 좋진 않지만,
의외로 그냥 생겨먹은 게 마음에 들어
한 번 정돈 타봤으면 해서 나왔다.
Q3의 경우 35 TDI 기본형과
35 TDI 프리미엄으로 나뉘는데,
프리미엄에만 S-Line 외장 패키지 적용.
사진 속 차량은 적용이 된 물건이다.
옵션 구성은 사실 둘이 거의 차이가 없는데
S-Line 외장 패키지 하나 때문에
무조건 프리미엄으로 올라오는 것이 좋다.
이게 빠지면 딱 봤을때 되게
영혼을 끌어모아 깡통트림 아우디를 산
그런... 안타까운 느낌이 들거든.
그 외에 프리미엄에는 블랙 실내 헤드라이닝과
실내 트림 변경, 도어 실 가드에 조명 추가,
스포츠 서스펜션 및 알루미늄 페달 등이 더해진다.
두 트림 간 가격 차이는 450만원 정도.
사실상 S-Line 외장 패키지 업그레이드를
이 돈 주고 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알루미늄 도어 실 가드에 조명 넣는 건
포르쉐도 백 만원 받는 건데. 가성비다.
이 차 시트 가죽 질감에 대한 지적이
꽤 많았던걸로 기억하는데, 좀 그렇긴 하다.
아우디는 가죽 시트라고 옵션표에 적어놨는데
(보통 천연가죽일 경우 이렇게 표기함)
천연가죽보단 인조가죽에 더 가까운 편.
비슷한 사이즈로 그룹사 내에
폭스바겐의 T-Roc이 있는데,
T-Roc은 비엔나 가죽 시트가 적용되어
그 역시도 그렇게 좋진 않지만
이거보단 약간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그 외 실내 내장재 역시 그닥 좋진 않은데
애초에 차급이 Q'3'급이기도 하거니와
빈약한 내장재 품질을 실내 디자인으로
눈을 돌려버리는 타입이라
막상 보면 크게 문제시되진 않는다.
약간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처럼.
시동을 걸자 의외로 꽤나 조용하다.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티구안이
굉장히 시끄러워서 놀랐던 것에 비해
역시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라고
방음 방진에 신경을 좀 쓴 듯 하다.
티구안은 정말 너무 시끄러워
도저히 못 참겠는 심한 수준이었는데
이 친구는 음색도 볼륨도 양호하다.
익숙하기 그지없는 아우디의 실내 레이아웃은
이 정도 가격대 차량에선 꽤나 훌륭한 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GLA/GLB보다
최신의 느낌은 조금 덜하지만,
깔끔하고 선명한 레이아웃이 눈에 띈다.
시트 포지션은 끝까지 내려도
SUV스럽게 조금 높게 내려다보는 편.
'꼬마 SUV여도 SUV는 SUV'라 외치는 중.
작지만 아우디 SUV를 탄다는 기분은
그럭저럭 정확하게 내는 편.
아우디 DNA는 달리기 시작하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승차감이 좋다고 말하기까지는 어렵다만
어쨌든 경쟁 차종 중에서는
상당히 상위권 수준의 승차감이다.
큰 충격이든 자잘한 충격이든
전형적인 아우디 스타일의 짧고 강한 반발로
탱 하고 빠르게 넘겨버린다.
메르세데스-벤츠 GLB보다
충격의 강도가 좀 강하긴 하지만
매끄러운 노면에서는 Q3가 한 수 위.
GLB는 정말 자잘한 진동과 충격도
실내로 전달하는 편인데 Q3는 아니다.
반면 랜드로버의 이보크보다 큰 충격 시
바퀴가 받아치는 탱탱거리는 충격량은
Q3이 더 적지만, 나긋나긋함이나
부드러운 질감은 이보크가 훨씬 앞선다.
이보크는 고무공에 공기를 한가득
채운듯한 독특한 탱탱함이 강하지만
Q3는 충격의 지속시간이 아주 짧고 빠르다.
대신 이걸 '신경질적이다'라 받아들일 수도.
전반적인 승차감은 차급 대비
양호한 수준이다만, 한 급 위의 Q5는
확연하게 부드럽고 안락하다.
그런데 Q5와 가격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Q3 35 TDI 프리미엄은
스포츠 서스펜션과 19인치 휠이 달리기에
일반 서스펜션과 18인치 휠이 달린
35 TDI가 승차감 측면에선
한결 나을 것으로 추정되나,
솔직히 S-Line 패키지가 빠진 Q3는
너무 평범하다. 와이프 사줄 세컨카로도.
가속감 자체는 티구안보다 느리게 느껴진다.
실제로 속도가 붙는건 대충 비슷한데,
고급 브랜드의 일원이라
방음과 방진이 잘 되어 있기도 하고,
악셀 리스폰스를 더 부드럽게 설정해둬
Q3 쪽이 좀 더 천천히 가속되는 것 같다.
처음엔 이게 기분 탓인지, 실제로 그런지
공차중량 등 제원을 비교해보았는데
그냥 체감이 그런 듯 하다.
휠도 내가 탔던 티구안도 19인치.
어쨌든 그렇게 시원스러운 가속력은 아니다.
다이내믹 모드를 놓아도 그렇고,
효율성이나 승차감 모드를 놓으면
터보랙의 존재가 금세 눈에 띈다.
초반부터 터지는 두둑한 펀치력이
운전의 편의성을 높여주긴 하나,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OM654 등
정말 조용하면서 성능 좋은
2리터급 디젤 엔진이 많은 만큼
Q3이 이걸 무기로 내세우긴 조금 어렵다.
특히 경쟁 모델들은 대부분 가솔린.
Q3의 무기는 7단 S-트로닉 변속기.
듀얼클러치 특유의 승차감 저하는
아우디답게 억제가 아주 잘 되어있다.
이 정도면 정체구간에서도 DSG라는 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 수준일 것.
그런데 폭스바겐 DSG 고유의
직결감이나 변속 질감은 조금 약하다.
Q5로 올라가게 되면 이런 부드러움과
DSG의 퍼포먼스가 둘 다 잡히는데
아무래도 차급이 낮다보니
둘 다 가질 순 없었던 듯 하다.
대중적인 쪽에 좀 더 가까운 선택이라
잘 한 셋업이긴 하지만 조금 아쉽다.
그래도 DSG 덕에 연비는 좋은 편.
살살 다니면 20km/l 보기 쉬울 듯 하다.
특히나 콰트로 모델이 아니라
공차중량도 덜 무겁고 앞바퀴만 굴려서 더더욱.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강점은
부분적으로 가졌으면서
여전히 부드러운 변속 질감 또한
전형적인 아우디스럽다.
메르세데스-벤츠 GLB 250 4Matic도
8단 DCT가 장착되는데,
그보다 Q3의 것이 좀 더 점잖다.
반면 내 입맛에는 GLB의 것이 더 낫다.
달리는 성능 자체는 무난하다.
이 역시도 '아우디스러움'이 한 그득한데
둔한듯 하면서도 은근히 빠른 차체 조종성과
앞에 힘이 많이 실려있는 그 느낌들이
작은 Q3에도 여전히 잘 살아있어 좋다.
GLB나 이보크보다 주행성은 한결 낫고
견고하고 단단한 덩어리감이
불쾌한 휘둘림 없이 깔끔하게 선회하는
이 느낌이 Q3의 최고 강점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극적으로 다이내믹하거나
지나치게 빠릿빠릿해서
이 차의 고객층을 불편하게 할 정돈 아니다.
무난하지만 진득하고, 충분하다.
성향상 콰트로가 장착된 차량은
심지어 더 좋을 것으로 대략 추측되기도.
시승차에 콰트로가 빠진 것이 너무 아쉽다.
고속 안정감은 오히려 정말 괜찮다.
SUV인걸 감안하면 한참 윗급인
A6나 A7보다도 훨씬 낫지 싶다.
쪼끄만 게 생각보다 제법이다.
BMW X1, X2같은게 있다지만
그딴 걸 누가 사. 바보도 아니고.
승차감과 주행 성능을 종합했을 때,
이만하면 세그먼트 챔피언 수준.
다만 현행 Q3는 아직 MQB A2 기반이고,
폭스바겐그룹의 최신형은 MQB evo.
MQB evo가 적용된 신형 골프만큼의
압도적인 고속 안정감은 아니었다.
이게 웃기게도, 메르세데스-벤츠나
BMW같은 회사는 이런 컴팩트카와
윗급의 고급 형님들간의 차이가
일단 후륜구동 기반과 전륜구동 기반으로
큰 차이가 나고, 타보면 확 티가 난다.
그런데 아우디는 윗급 차량들이나
이런 컴팩트급 차량들이나
근본적인 차이가 없진 않지만
다른 브랜드보다 확실히 미미하고,
오히려 4기통 엔진이 가로로 배치되어
균형감 측면에서 일부 세로배치 아우디보다 낫다.
아우디 특유의 구조상 엔진이 전륜 액슬보다
앞에 위치하는 경우가 절대 다수인데,
여기에 크고 무거운 V6를
무려 세로배치로 얹게되면
잘못 만들면 균형감이 엉망진창이 되는데
오히려 직렬 4기통을 가로로 배치해서
전반적인 무게 배분이 과하게
앞으로 쏠리지 않아 밸런스가 좋다.
그래서 A6도 45 TFSI 콰트로가 좋고
Q5도 내게 꽤나 괜찮은 평을 들은 것.
Q3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엔 A7 3.0 TDI같은 차도 정말 좋더니만
요즘엔 아우디가 맛이 갔는지, 왜 이러는지.
그 밖에 30컬러 앰비언트 라이트나
오히려 윗급 Q5보다 선명한
버추얼 콕핏과 MMI는
꽤나 '비싼 차'다운 분위기를 풍긴다.
물론 E-세그먼트 이상 차량의
버추얼 콕핏 플러스와는 차이가 나지만,
사실 이는 두 체급 위라서
탐낼 물건까지는 아니다.
여기서 좀 더 고급스러운 내장재와
'돈 바른 것 만큼'의 인테리어를 원하면
레인지로버 이보크로 가면 된다.
여기서 2천만원이 더 붙게 되는데(P250 SE 기준)
과연 이보크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2천만원만큼의 값어치를 하는지는
사는 사람이 판단하기 나름.
나는 한다고 본다. 하지만 Q3도 좋은 편.
반도체 부족을 핑계로
온갖 잡 옵션을 다 빼는 회사가
대표적으로 둘 있는데,
바로 아우디와 BMW.
Q3 역시 아우디 차량의 일원으로서
예외가 아닌데, 짜증나게도
후측방 경보가 빠진다.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및 차로 유지 등
기타 ADAS 사양은 안 빠지는데.
또한 앞과 뒤의 시퀀셜 턴 시그널이
35 TDI 프리미엄 트림에서 빠진다.
이게 빠져버리게 되면
아우디를 사는 '가오'가 반토막나지 않나
결정타로 이건 반도체 부족과
상관 없지만, 스티어링 휠 열선이 없다.
도대체 프리미엄 브랜드의 일원인데
왜 없는건지 도무지 이해해줄 수가 없다.
폭스바겐의 T-Roc는 그래,
니어 프리미엄 브랜드의 소형차니
참는다 치지만 아우디는 아니다.
스티어링 휠 히터*가 없는 것이
내게는 정말 치명적인데,
여기서 크게 점수가 깎였다.
그 외 자잘한 흠이라면 쿠페형 SUV라
'파노라마' 썬루프임에도 유리 면적이
일반 썬루프 수준으로 작은 것 정도.
생각보다 2열 레그룸은 꽤 나온다.
당차고 꼼꼼한 패키징.
*아우디식 번역
그래서 Q3은, 꽤나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답고
아우디다운 색채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차량 가격이 높아지고 차급이 높아질수록
아우디라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크게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발목을 잡는 건만 많은데,
이런 컴팩트급에서는 되려 아우디라
많은 요소들이 훌륭하고,
타는 입장에서 기분이 좋다.
좀 이상한 옵션 구성은 짜증나지만.
소위 기본기라 불리는 요소들은
Q3 35 TDI 프리미엄이 대부분 만족시킨다.
디젤인 것이 불편하다면 별 수 없지만.
Q3 40 TFSI 트림의 수입이 시급하다.
차 자체는 전반적으로 괜찮았거든.
가끔은 아우디라서 자랑스러울 때도 있다.
아, 동급의 BMW X1은 반도체 부족을 핑계로
이제 할로겐 전구 헤드램프/테일램프가 달린
미친 구성을 국내에 소개한단다.
그거에 비하면 Q3는 엄청난 양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