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들 알다시피
현대차와 기아차는 한 식구.
하지만 그 내에서도 기아차는
서자라는 인식이 많은 이들에게 강한데
그래서 같은 체급의 차량을 각각 만들어도
기아의 것을 반 급 아래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게 준대형차 급으로 오면 더욱 심해진다.
이름 자체부터 넘을 수 없는 벽
명실상부 현대차의 고급 차량 '그랜저'
그리고 동급 형제차량이지만
어딘가 살짝 모자란 기아의 대항마.
모델명을 대놓고 명시하지 않은 이유는
그랜저는 처음부터 쭉 그랜저였는데
기아차는 오피러스부터 해서
K7을 거쳐 이제 K8까지 왔기 때문.
오피러스보다 더 이전의 차량도 있지만
걔들은 후륜 구동 기반 차량이라
실질적으로 오늘날 이 시장의 주력
전륜 구동 기반의 준대형차는
오피러스부터 계보가 이어졌다 보는 게 맞다.
K8은 이미 내 블로그에
가솔린 3.5(G3.5)와 하이브리드 시승기가
각각 마련되어 있는데, 참 뭐랄까
그랜저를 넘어서겠다고 기존의 K7에서
이름까지 숫자를 하나 올린 8을 붙였고
K8 첫 출시 당시 기준으로
그랜저는 구형 플랫폼 기반,
K8은 완전 신형 3세대 플랫폼 기반이라
이렇게 더 좋은 밑바탕을 깔고도
딱히 우월하단 인상을 주지 못했었다.
그 사이에 디 올 뉴 그랜저가 출시됐고
역시나 신형 플랫폼(K3)을 도입했으며
이제껏 이 급에서 보지 못한 각종
현란한 옵션들과 개선된 주행 성능,
한결 깔끔해진 승차감을 두루 갖춰
역시나 명실상부 그랜저다운 위상을 떨쳤다.
그랜저를 한 번 진지하게 이겨보겠다고
이름까지 싹 바꾼 K8이 머쓱해지던 순간.
그런 K8이 절치부심해서 돌아왔다.
페이스리프트된 더 뉴 K8은 일단 크기부터
디 올 뉴 그랜저보다 살짝 더 커졌다.
이 체급에서 차량 길이 경쟁은 자존심 싸움.
이번에야말로 더 뉴 K8이 진정으로
디 올 뉴 그랜저를 위협하고, 또 넘어설 수 있을까?
'준대형차의 왕' 자리는 단 한 자리 뿐.
웬일로 G3.5나 하이브리드가 아닌
G2.5부터 시승차를 마련해주어서 이 친구부터.
하이브리드는 추후에 나오면 그때 타봐야지.
디자인은 이미
더 뉴 K8 둘러보기 글에
언급을 해두었으니 여기선 간략하게.
외관 디자인은 전반적으로는
고객층을 넓혀보고자 한 노력이 보인다.
원래 준대형차 하면 중년 남성들이
주로 구입하는 차량으로 통하는데,
그간 디자인도 그에 맞춰서 좀 중후하고
주로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했었다.
그런데 더 뉴 K8은 페이스리프트 이전보다
한결 부드러워지고 인상을 둥글렸다.
캐딜락의 웅장한 느낌이 있으면서도 다른 점이
캐딜락의 남성적인 이미지와 사뭇 다르단 거.
4-5천만원 정도의 차량 가격은 이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차량들이 포진된 금액이라
고급 차량에 걸맞는 높은 가격이란 인식이
거의 없어졌다시피 했으니, 준대형차 역시
새로운 고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했겠지.
실내 디자인도 깔끔하게 다듬었다.
K8의 첫 출시 당시에는 그랜저보다 고급차라고
우드 장식이 대시보드를 통으로 두르질 않나
도어 트림에도 여러 디자인 디테일을 심어
나름의 고급감을 추구하고자 애는 썼으나
차량 가격의 한계상 정말 고급스러운 원목이나
명품 가죽 등을 두르기 어려워서
애쓴 티만 나고 진정으로 고급스럽진 못했었는데
이번엔 아예 그런 걸 다 걷어내버리고
요즘 유행에 맞게 세련되게 바꿨는데 잘 했다.
EV3도 그렇고 기아가 요즘 고가의 내장재 없이도
실내를 보기 좋게 만드는 데 도가 텄음.
외관 디자인이 그랜저보다 낫냐,
그건 잘 모르겠고 취향 차이겠다만
실내 디자인은 확실히 더 뉴 K8이 낫다.
도어트림 디자인은 페이스리프트라서
바꾸지 않았음에도 디 올 뉴 그랜저보다
훨씬 성의있어 보이고, 대시보드를 바꾼 것도
더 깔끔하며 전반적인 조화도 양호하다.
슬슬 더 뉴 K8과 함께 출발해볼까.
그랜저를 넘어서기 위한 제 1 관문.
그랜저보다 승차감이 좋아야지.
일단 이 차량은 옵션으로 구비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이 들어가 있음.
디 올 뉴 그랜저가 제네시스로부터
ECS를 처음 빌려와서 끼웠을 당시에는
어떻게 맞춰야 할까 갈피를 못 잡는 느낌이었는데
더 뉴 K8에서 훨씬 다듬어진 인상이 강함.
기본적인 승차감은 최근 페이스리프트된
제네시스 G80과 유사하게 느껴질정도로
요철을 밟고 방지턱을 넘어가는 게 매끄럽다.
이게 단순히 ECS를 끼워서라기보다는
2023년부터 출시되는 차량에 들어간
주파수 감응형 댐퍼의 공이 더 커보이지만
ECS가 빠진 더 뉴 K8 G2.5를 타보기 전이라
또 ECS 탑재의 공을 무시하긴 아직 이르다.
주파수 감응형 댐퍼 자체도 ECS를 탑재하면
전자적으로, 더 넓은 폭으로 각종 상황에
대응하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니.
한결 다듬어진 이 ECS는 컴포트 모드나
스포츠 모드나 동일하게 차분하다.
디 올 뉴 그랜저의 경우 너무 부드럽고자 해서
차가 조금만 고속으로 선회하려 들면
차가 붕 뜨면서 저항이 생겼었는데
더 뉴 K8은 디 올 뉴 그랜저보다 차가 더 큼에도
그런 증상이 아예 없어졌다는 점이 큰 발전.
오히려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디 올 뉴 그랜저는 ECS 없는 차가
둥실대지 않아서 승차감이 군더더기 없이 좋았다.
더 뉴 K8은 ECS를 탑재한 보람이 느껴지니,
추후에 빠진 차량을 타보고 비교해봐야지.
난 기존 K8 G2.5도 타보았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바퀴가 한결 탱글탱글,
큰 방지턱을 진입할때도 매끄러워졌고
자잘한 노면으로부터 올라오는 진동도
종전보다 차단을 더 잘 하는 편.
초기형 K8도 연식변경을 하면서
미세하게 다듬은걸로 알고 있는데
초창기 K8이 너무 단단하단 여론이 많았어서
중간에 조금 풀은 걸로 알고 있다.
그 '조금 풀은' 중기형 K8 G2.5와
비교했을때의 기준이니,
출시 초기의 상태끼리 비교하면
더 뉴 K8은 완전 차원이 다르게 좋아짐.
일단 그랜저와의 결투에서
승차감은 더 뉴 K8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하지만 디 올 뉴 그랜저는 2022년 출시 차량이라
앞서 언급한 사기템 '주파수 감응형 댐퍼'가 없고
좀 있으면 마찬가지로 페이스리프트를 거칠 텐데
그때 이걸 갖추면 더 뉴 K8이 얼마나 앞설 지,
아니 아예 앞서기는 할 수 있을 지
약간 미지수. 현재 기준으로는 승.
나중에 나온 차가 더 좋은 건 당연하니까....
그렇게 따지면 더 뉴 K8도
현재의 그랜저에 대비해선 그렇다만
어쨌든 더 뉴 K8이 편안함 및 부드러움으로
그랜저를 넘어섰다는 건 의미가 있다.
기아의 준대형이 현대의 것보다 편한 건
올 뉴 K7 이후로 처음인듯.
이렇게 푸근한 성향을 가졌다면
순정 타이어는 한국타이어나 미쉐린이 제격.
사이드월이 단단한 피렐리의
피 제로 올 시즌은 도대체 왜 끼웠나요.
18인치는 한국타이어 벤투스 S1 AS
(노블레스 라이트에 스타일 I 선택 시)
혹은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A/S(노블레스).
19인치는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투어 A/S.
18인치나 19인치가 딱 좋네.
18인치엔 넥센 엔페라 AU7도 끼워지는데
이 역시도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임.
아무튼 피렐리와 상극인 차량 성향이니
피렐리가 들어가는 20인치 끼지 마세요.
파워트레인은 그동안 K8과 그랜저에서
보던 그 엔진과 변속기 그대로인데,
가면 갈수록 개선이 되고 있다.
남양 연구소의 연구진들이 놀고있진 않음.
2497cc 직렬 4기통 가솔린 자연흡기
스마트스트림G 2.5(세타 III) 엔진과
전륜 구동용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됨.
최고 출력 198마력, 최대 토크 25.3kg·m인데
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 파워트레인이
준대형차에 얹혀도 힘이 모자라다 생각해본적 없다.
지금까지는 그렇다는 이야기.
더 뉴 K8은 이제 5050mm나 돼
5035mm의 디 올 뉴 그랜저보다 더 길고
5005mm의 제네시스 G80보다는 꽤 길다.
내가 생각하기에 G2.5 엔진의 출력으로
감당가능한 차체 사이즈 수준은
디 올 뉴 그랜저가 딱 마지노선인 것 같다.
5015mm의 초기형 K8에서도
나 타고다니면서 별 문제 못 느꼈었는데
더 뉴 K8 G2.5는 이렇게 큰 차에
심지어 휠도 20인치를 끼워놓으니
출력이 다소 모자라게 느껴진다.
스마트스트림G 2.5 자연흡기 엔진의
특징 중 하나인 2000rpm 이하에서의
충분한 토크조차도 부족했음.
그래서 넉넉한 초반 출력 및 편안함 측면에선
모터가 도와주는 하이브리드가 훨씬 맞다만,
스마트스트림G 2.5 자연흡기 엔진이
하이브리드의 스마트스트림G 1.6 터보 엔진보다
여러모로 소음이나 진동 등 종합 NVH가 좋아서
엔진 시동을 자주 끄는 하이브리드임에도
준대형 차급에 어울리는 엔진은
하이브리드보단 스마트스트림G 2.5.
초기형 K8 하이브리드 시승기에 내가
경제적인건 좋지만 K8이라는
그래도 여전히 고급차에 속하는 준대형차에
그리 어울리는 파워트레인은 아니라고
평했던 바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
그렇다고 해서 또 스마트스트림G 3.5로
아예 6기통 엔진으로 올라가자니
유류비 및 자동차세 추가 부담은 당연하고
이런 길이가 엄청나게 긴 전륜구동 세단에
앞에 무거운 6기통 엔진을 가로로 배치하면
방지턱 등을 넘어갈때 기분나쁜 피칭이
4기통을 얹은것보다 훨씬 많이 생겨서
승차감 및 주행성에 해가 된다.
힘은 넉넉해지는데 다른 부분이 타격.
주요 파워트레인 셋 다 어중간한
난처한 상황인데, 내 해결책은 이거다.
G2.5 가솔린을 선택하고
휠을 18인치 정도로 타협하는 것.
현재 이 차량과 동일한 최상위 트림인
시그니처 트림부턴 19인치가 강제돼
좀 그렇긴 하다만, 어차피 풀옵션 사는 사람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이라고 본다.
19인치 휠 이상부터 프리뷰 ECS가 갖춰지는데
휠 사이즈가 줄어든 만큼 프리뷰 ECS가
없어도 승차감도 충분히 편할 것 같고.
아무래도 깡통 더 뉴 K8을 나중에 구할 수 있으면
그때 이 부분도 확인해보면 좋겠다.
위에 타이어 종류 문제로 20인치 끼지 말랬는데
파워트레인과의 조화를 따져도 20인치는 망.
L3.5 LPi 엔진은 지금에 와선
택시 같은 용도 아니고서야 딱히
고를만한 이유가 없다고 본다.
예전의 3.0리터였던 때가 좋았는데
지금은 자동차세 부담이 워낙 심해서.
택시와 같은 영업용 차량은
자동차세 부담이 훨씬 덜하니까.
LPi 모델은 전통적으로 뒤에 실리는
LPG 탱크 무게를 버티기 위해
후륜 서스펜션을 약간 더 단단하게 만들어서
굳이 LPi 모델을 선택할 필요가 없는 듯.
초기형 K8 런칭 당시에 내가
LPi 모델이 극강의 가성비라 추천했던 바 있는데
2024년엔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가솔린 혹은 가솔린 하이브리드가 더 낫다.
파워트레인은 디 올 뉴 그랜저와
완전히 동일한 물건을 쓰기 때문에
특별히 뭐가 더 낫다 하긴 어렵다만,
지금 이 차량에 얹힌 G2.5 엔진만 가지고 얘기하면
디 올 뉴 그랜저와의 궁합이 한결 낫다.
변속기의 반응성도 그랜저가 약간 더 빠르고
기어비가 다른지 제대로 확인은 안 해봤는데
더 뉴 K8쪽이 저단 기어비가 더 긴 느낌.
그 말인 즉슨 가속이 굼뜨다는 것.
20인치 휠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수도 있다.
그럼 주행 성능은 어떤가.
위에 얘기한 K8이 연식변경을 거치면서
점점 개선이 되었다는게 비단 승차감 뿐만 아니라
코너링 및 핸들링에서도 해당이 됨.
맨 처음 출시한 K8은 앞과 뒤가 따로 노는,
그러니까 너무 긴 차체를 전륜 구동 기반으로 만들어
뒤를 앞이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그런 차량이었는데
연식변경 몇 번 한 후의 K8을 다시 만나보니
그제서야 차체가 일체감을 어느정도 줬었고
아우디같이 아주 절대 미끄러지지 않겠단 의지를
떡대같이 버티는 차량 후미부와 보수적인 ESP
이 두 가지에서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디 올 뉴 그랜저보다 후륜 윤거가 더 좁은 차량인데
(K8 1627mm vs. 그랜저 1631mm)
오히려 더 넓은 차량처럼 어깨 쫙 벌리고
뒷 바퀴가 버틴다는 인상이 강했었다.
디 올 뉴 그랜저는 자세제어장치도 적당히 놔주는 편인데
K8은 정말 엄청나게 잡아대는 편이었음.
안정성을 따지면 사실 이런 큰 승용차엔
K8의 방향이 옳은 거긴 하지만, 난 재미없었다.
더 뉴 K8은 구형 K8보다
ESP의 방해는 소폭 덜해졌지만
근본적인 주행 성향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차체가 5050mm로 엄청 길어진 탓인지
차량의 뒷부분이 늦게 따라온다는 인상이
초창기 K8과 느낌은 다르지만 부활했다.
초창기 K8은 코너에 세게 집어넣으면
차체가 앞과 뒤가 다른 박자로 뒤틀리는 느낌,
(비틀림 강성이 모자라단 이야기가 아님)
지금의 더 뉴 K8은 차체가 하나로 이어져있지만
약간 메아리처럼 앞머리 대비 뒤 반응이 늦는 느낌.
고속에서의 편안함은 아까 언급한
저속에서 매끄러움과 부드러움이
유사하다고 했던 제네시스 G80이 재등장.
다만 제네시스 G80은 세로배치 엔진이라
세로배치가 주는 직진성까지 추가되고
아주 얇은 층의 부드러움이 더 얹혀서
아주 나긋하고 포근한 데 비해
더 뉴 K8은 그 정도까진 아님.
바퀴의 상하 움직임이 조금 더 있다.
다만 고속에서의 착 붙는듯한 안정감은
디 올 뉴 그랜저가 한결 좋다.
3세대 플랫폼의 강점인 개선된 고속주행 시
안정감을 훨씬 잘 살린 차량이라.
전반적인 주행 완성도는 그래서
디 올 뉴 그랜저(ECS 없음)의 압승이다.
더 뉴 K8은 프리뷰 ECS를 끼고 있는데
그럼 ECS 있는 차량끼리 비교해야하지 않나?
그렇게 따지면 둘 다 솔직한 말로 거지같음.
다만 ECS를 끼운 그랜저는 둥둥 뜨는게
위아래로 움직여서 문제고, 더 뉴 K8은
앞과 뒤가 다른 목소리를 내서 문제.
운전대의 조향감 또한
제네시스 G80 페이스리프트가 보여준
그 매끄럽고 모터에 기름칠을 한 듯한
부드러운 느낌이라 고급차엔 어울린다만
스포츠를 놔도 약간 가벼운 느낌이.
조금만 더 무게감이 있으면 좋겠다.
브레이크는 차량의 누적 마일리지가
이제 갓 1000km을 넘겼고
여전히 길들이기가 전혀 안 된 탓에
뭐라 말을 못 하겠음.
지금까지의 결과는 더 뉴 K8이
칼을 갈았다곤 하지만 여전히
그랜저를 넘어서진 못했는데
그럼 새롭게 업데이트된 기타 부분들에서
역전승을 펼칠 수 있을런지.
디 올 뉴 그랜저는 또 오디오가
옵션으로 구비된 BOSE는 기가 막히다.
정말 BOSE의 퍽퍽 치는 성향답지 않게
아주 전 음역대의 분리가 선명하고 깔끔하며
제네시스 G80(RG3)의 뱅 앤 올룹슨 및
렉시콘을 부숴버리는 엄청난 성능을 자랑함.
오디오 하나만으로 무조건 그랜저를 사야 할 정도로
5천만원 전후하는 차량 중에선
테슬라의 모델 Y RWD와 막강한 오디오로 쌍두마차.
더 뉴 K8의 메리디안 오디오는?
미안하지만 그랜저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함.
비단 이 더 뉴 K8 뿐만 아니라
초기형 K8도 메리디안 오디오를 넣으면
이상하게 부드럽고 고음 표현이 잘 되는게 특징인
메리디안답지 않게 보컬이 완전 죽었었는데
그 증상이 더 뉴 K8에도 거의 그대로다.
전반적인 톤이 눌려있어서 답답했고
그렇다고 타격감이 세냐, 그것도 아님.
EV6도 최근 출시된 더 뉴 EV6는
약간 그렇게 변질되어 오디오 성능이
수직하락했다고 내가 욕을 했었는데
더 뉴 K8은 K8 딱지 붙은 이래로
일관되게 오디오가 이 꼬라지다.
이제 K9가 단종되고 K8이 기아차의
새로운 기함이라는데, 기함의 오디오가
이 정도 수준이란 건 부끄러워해야 할 일.
커진 차체나 늘어난 옵션이나
한결 부드러워져서 좋아진 승차감이나
K9의 빈자리를 어느정도 채울 만 하다만
회사의 기함, 최고급 차량은 모든 부분에서
단 하나도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부분에선 기함이란 단어를
여기다 붙이는 게 좀 옹색하다.
전륜 구동 기반 세단을 자사의 기함으로
삼고 있는 또 다른 회사는 폭스바겐인데
폭스바겐 아테온도 차량의 기본기는 좋지만
품질이 최고급이란 생각은 전혀 안 들거든.
더 뉴 K8 역시 비슷하다.
대중브랜드를 이끌만한 자질은 갖췄지만
진정 고급차로서 설계되었고 투자했단 인상은
미안하지만 하나도 느낄 수 없다.
아, 기아차의 워너비가 항상
폭스바겐이었는데 드디어 소원성취?!
그 밖에 옵션으로 구비된
뒷좌석 통풍시트나 3존 공조는
기존 K8에도 돈을 주고 넣을 수 있었던 것.
그랜저는 위에 제네시스가 자리잡고 있어서
아직도 3존 공조는 제네시스의 전유물로
갖지 못하고 있는데, 더 뉴 K8은 기아차라
위에 별도의 고급브랜드가 없어서 있음.
하지만 디 올 뉴 그랜저는 2열 VIP 패키지에
뒷좌석 리클라이닝(전동 시트)기능이 묶여있는데
더 뉴 K8은 아직도 그런 물건을
아예 갖출 수가 없게 되어있다.
이런걸 보면 서자가 맞긴 한가봐.
그리고 그랜저의 2열 VIP 패키지는
뒷좌석 도어 선 커튼이 전동식인데
더 뉴 K8은 노블레스 트림부터
수동식 뒷좌석 도어 선 커튼이 기본이고
전동은 아예 구성에 있지도 않다.
제네시스 G80도 이상한 이유로
죽어도 전동 도어 선 커튼을 안 넣어주는데
승차감과 3존 공조도 그렇고
더 뉴 K8 = 제네시스 G80?
아무튼 그랜저보다 갖출 수 있는 장비의 수준이
최신 차량임에도 약간씩 낮다.
더 뉴 K8이 나은 부분을 더 깊게 따져보면
몇 개 있을 순 있겠으나 눈에 띄는건 이 정도.
그래서 더 뉴 K8이 호기롭게
디 올 뉴 그랜저에 결투를 신청했지만
결과는 여전히 '그랜저는 그랜저.'
심지어 디 올 뉴 그랜저는
아직 페이스리프트 전인지라
이를 거치면 한 단계 더 좋아질텐데,
더 뉴 K8은 도저히 그때가 되면
그랜저를 상대할 방도가 없어 보인다.
더 뉴 K8의 상품성 및 품은 무기가
종전의 K8보다 강력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만,
대한민국 대표 준대형차는 여전히
디 올 뉴 그랜저라는 점과
현대차가 그랜저를 넘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을 수 있는 하루였다.
이름까지 바꿔가며 그랜저를 이겨보겠단
목숨을 건 혈투는 여기까지.
전쟁의 결과는 안타깝게도 패배.
그랜저가 한달에 1만대씩 팔리는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