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전기차가 주류가 되는 세상이 오면
가장 타격을 입을 회사가 BMW라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고 있었다.
(맨날 하는 소리)
그런데 i4 eDrive40이나 iX를 타보았을 때
내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음을 알 수 있었고
오히려 오랫동안 자동차를 만들어 온 노하우를
전기차라는 새로운 차종에 녹여서
상당히 인상깊은 모델들을 잘 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i4 M50.
완전한 MHP(M High Performance) 모델은 아니고,
MPA(M Performance Automobile) 라인업의 일원이다.
쉽게 말해서 진짜 M이 아닌
M340i, M550i와 같이 좀 더 성능에 집중한
일반 전기 차량이라고 할 수 있다.
i4 M의 티저는 이미 BMW측에서 공개했으니,
정말 궁극의 전기 BMW를 원한다면
약간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i4 M50은 그래서 중간 단계에 위치한
이 포지션에 맞춰서 평가를 할 것.
참고로 i4 M은 네 바퀴에 각각 독립 모터를 장착한
쿼드 모터 구성이라는데, 도대체 차값이 얼마에 나오려고...
i4 M50은 엔트리 모델인
i4 eDrive40과 달리 사륜 구동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전기 MPA 모델들은
xDrive라는 표기를 별도로 하지 않는다. iX M60도 그렇고.
듀얼 모터 구성에 최고 출력 544마력,
81.1kg·m의 최대 토크를 자랑해
수치만 봐서는 국산 전기차와
타이칸 4S 사이에 자리한다.
i4 M50은 평소에는 최고 469마력 / 74.4kg·m을 발휘하고
SPORT BOOST 모드 시 앞서 말한 최고 출력이 나온다.
(타이칸 4S 530마력 / 오버부스트 시 570마력)
전기차로 넘어오게 되면서 자꾸
이정도 출력에 무감각해지게 되는데,
실로 엄청난 출력이라고 할 수 있다.
완전한 M 차량도 아닌데,
사실상 베이스가 된 4시리즈의
최고성능 모델인 M4보다도 출력이 높은 것.
i4 eDrive40은 340마력에 43.9kg·m이므로
i4 M50은 여러모로 상당히 고출력이다.
테슬라 모델 3 퍼포먼스보다 높은 수치이기도.
가격 또한 안 짚고 넘어갈 수가 없는데
i4 M50은 총 3가지 버전이 입항된다.
보조금 50% 지급 기준 상한선인 8500만원에
딱 맞춘 i4 M50이 8490만원,
i4 M50 Pro(Z81)가 8820만원
i4 M50 Pro(P0-1)이 8870만원.
i4 M50은 Pro 모델 포함
전부 보조금 50% 지급 대상이기에,
315만원의 국고보조금과
지자체별 보조금이 합쳐져서 나온다.
대략 한 500만원 지원받는다 생각하면 됨.
i4 M50은 이미 8500만원 선에 걸려서
2023년식이 되어도 가격 인상이 없었는데
(대신 레이저 라이트가 빠짐)
M50 Pro(Z81)는 140만원 인상되면서
센사텍 인조가죽 대시보드가 동시에 빠졌다.
센사텍 대시보드까지 포함된 게 M50 Pro(P0-1).
옵션을 전부 다 갖춘 i4 M50을 원하면,
실 구입 가격은 대략 8400만원 정도일 것이다.
M440i xDrive 쿠페가 8740만원이니
굉장히 경쟁력있는 가격이라 할 만 하다.
웃기게도 2022년식은 eDrive40 M Sport Pro와
M50간의 가격차이가 꽤 많이 났었는데
2023년식은 eDrive40의 가격이 크게 인상되어
오히려 M50의 가성비가 크게 향상되었다.
이게 다 환경부의 보조금 지급기준 덕.
달리려고 만들어진 차량이니
거두절미하고 달리기 실력부터 확인해봐야지.
i4 eDrive40을 타면서 느꼈던 점과
그 당시에 남긴 소감을 다시 검토하면서
쭉 비교해볼까 한다.
우선 BMW하면 내가 자주 언급하는
CLAR 플랫폼 적용의 효과.
i4 eDrive40을 타면서 고유의
면도칼로 선회 방향을 슥 긋는듯한
CLAR 적용 차량 특유의 감각이 전기차로 오면서
많이 약해졌다고 아쉬움을 표한 바 있는데,
i4 M50과 비교해보면 eDrive40이
이 느낌이 비교적 훨씬 강하게 와닿는다.
바꿔서 말하면 i4 M50은 이 느낌이 더더욱 덜하다는 것.
약간 아쉬운 대목이긴 하나, 아직 끝이 아니다.
i4 eDrive40을 타면서 M50이 궁금했던 이유는
i4가 2.1톤이라는 무게를 운전자로 하여금
체감하지 못하게끔 마술을 부려놓은 차량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물리적인 무게가 어디 가진 않기 때문에
이런 무게를 본격적으로 휘두르려면
앞 바퀴에도 동력이 가는 것이 좋겠다고 느꼈고,
eDrive40은 모델 자체만으로는 꽤 믿음직했으나
그 점이 eDrive40의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반면 i4 M50은 전륜에도 모터가 얹혀서
앞 바퀴에 구동력을 전달하는 사륜 구동 구조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확실하다.
순수하게 빠르게 달린다는 측면에서는
i4 M50이 비단 출력이 높아서 뿐만 아니라
훨씬 정교하고 정확하게 코너를 주파한다.
그동안의 BMW들이 가볍게 훅훅 치고나가면서
놓치고 갔던 노면에 꾸준하게 붙는 느낌이
i4 M50에 드디어 살아돌아왔다.
고속에서 앞 노즈가 가라앉는 소싯적의
탁월한 감각이 완전히 돌아오진 않았지만
높은 수준의 접지력을 이렇게 추운 날에도
굳건하게 잘 만들어 내 기대한만큼
주행 성능 개선이 눈에 띄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앞 모터가 장착되면서 무게가 앞에 실려
산뜻하게 삭삭 노면을 긋는 느낌은 더욱 무뎌졌고
사륜 구동이 주는 약간의 조향 감각 저하가
미세하게 생겨서 피드백 전달량에
아주 조금 손해를 본게 느껴진다.
하지만 eDrive40의 경우 M 스포츠 스티어링이
적용되지 않아 조향감이 너무 가벼웠는데,
M50은 적용되어서 확실히 무게감이 개선되었고
(= 다른 M 차량처럼 엄청나게 무거워졌고)
차가 노면에 붙는 그 진득함이
스티어링 피드백이나 핸들링에서도 느껴져서
궁극적으로는 M50의 조향감이 더 좋게 와닿았다.
이 정도 출력과 체중을 감당하려면 조향 시
진중함이 섞이는 편이 좋을 것 같았고, 맞다.
다만 SPORT BOOST모드를 놓게 되면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선 너무 무거우니 주의.
차량이 내 의사대로 휙휙 가볍게 돌아나가서
운전하는 내내 기분이 좋은 것과
순수하게 코너링 퍼포먼스가 탁월하고 묵직한 것은
엄연히 다른 분야인데, i4 M50의 경우
이 둘 간의 균형을 기가 막히게 잘 잡았다.
이게 이 값에 이렇게 좋으면 포르쉐 타이칸 왜 사?
신기한 것은, 무거운 배터리팩이 가운데 모인
전기차로 오면서 MR 포맷에 가까운 주행질감을 주려고
기존의 3시리즈 팬들을 많이 의식해서일수도 있겠지만
전통적인 FR 포맷 혹은 FR 기반 사륜 구동 느낌을
전기차에서도 많이 주려고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자기 색깔을 제대로 알고 새로운 시대 변화에도
지키려고 애쓰는 건 높게 살 만한 일이다.
i4 eDrive40의 경우 CLAR 적용 차량과
유사한 수준의 고속 안정감이 나올 뻔 했던 걸
배터리의 무거운 무게가 물리적으로
눌러줘서 약간 더 나은 상태의 결과물이 됐는데,
i4 M50은 다른 차량처럼 느껴질 정도로
고속 안정감에 있어서 큰 개선이 이루어졌다.
이래야 M 뱃지 붙인 보람이 있지.
eDrive40은 배터리의 무게가 누른다 느껴지는데
M50은 순수하게 서스펜션과 타이어가
만들어내는 조화가 차량을 노면에 붙여준다.
배터리의 무게도 기여를 안 하는 것은 아닌데
BMW가 차를 하루이틀 만든 회사가 아니란 게
티가 난다고 해야되나. 내연기관 차량도 이렇게 좀 만들지.
차분하게 위에서 눌러준다기 보다는
노면으로부터 떨어지기 싫어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테슬라 모델 3보다 빠르다는 느낌은 그리 세지 않은데
낮게 착 깔려서 파워풀하게 코너를 돈다는 인상이 강하고,
EV6 GT나 GV60 퍼포먼스보다는 말할 것도 없이 즐겁다.
방금 언급한 두 차종은 AWD가 성능과 즐거움을
사륜 구동의 안정감 안에 가둬버리는 반면,
i4 M50은 사륜 구동계가 더 빠르고 열심히 달리도록
보채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큰 차이이다.
i4 M50은 피렐리의 P Zero,
i4 eDrive40은 저번 시승차량은 한국 벤투스 S1 evo3,
대부분 미쉐린의 파일럿 스포츠 4가 장착된다.
나는 eDrive40과 M50 간에
순정 타이어를 맞바꾸는게 좋지 싶다.
노면 피드백을 전달하는 데 더 솔직하고
삭삭 긁어내는 eDrive40에는 P Zero가 어울려.
반면 M50의 주행성능이나 출력에는
동급 피렐리보다 더 끈끈하게
노면을 붙잡는 파일럿 스포츠 4가 맞다.
순정 타이어가 둘이 엇바뀐 느낌이 강하다.
벤투스 S1 evo3은 i4 전모델에 많이 모자라다.
승차감 또한 이상하게 나만 그런지
eDrive40보다 M50이 더 좋게 느껴진다.
방지턱이나 교량 진입 시 턱 같은걸 넘어보면
eDrive40은 쭉 가다 진입 시 그냥 부딪히는 느낌인데
M50의 경우 찐득하게 들이받아 충격 자체에
모서리가 훨씬 적게 느껴진다.
eDrive40 대비 스프링이 더 단단해지고
뒷 서스펜션의 댐퍼가 약간 부드러워진 듯.
단단해진 스프링이 노면의 자잘한 자갈 등으로부터
전해지는 진동은 시트를 통해 운전자에게 더 전달하지만
종합적으로 따졌을때 묵직하고 큰 충격이 더 적기때문에
i4 M50의 주행성능 뿐만 아니라 승차감까지도
나는 eDrive40보다 좋게 느껴지더라.
자주 언급하는 '전기차 특유의 쾅쾅대는 느낌'이
아예 없진 않지만, 거의 없다 봐도 무방하다.
뒷좌석은 어떨지 모르겠다만 뭐
뒷좌석 승차감을 따질 차는 아니지.
eDrive40은 특히 에어 스프링이 적용된 뒷 서스펜션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이 차 같이 느껴졌는데
M50은 한결 유연하면서 침착하다.
이 정도면 유사한 가격대와 출력의
경쟁 모델들을 대부분 승차감으로 압도한다.
EV6 GT가 유일하게 더 부드럽고
탄력있는 요철 통과를 보여줘서 더 낫고,
GV60 퍼포먼스는 이보다 훨씬
잔요철 전달량이나 뻣뻣함이 강하다.
GV60 퍼포먼스도 차량 성격이나 출력 치고
승차감이 꽤 괜찮은 편인데도 말이지.
모델 3과 모델 Y의 경우 롱 레인지 기준
당연히 i4 M50이 큰 차이로 승차감이 낫다.
달리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만한 '올린즈'의 댐퍼가 들어간
폴스타 2 퍼포먼스 따위는 경쟁차량이라 하기도 민망하다.
솔직히 이렇게 무거운 전기차로 트랙 얼마나 탄다고.
폴스타 2 퍼포먼스는 기본값(8단계) 기준
미친듯이 단단하고 차가 사방으로 튄다.
EV6 GT가 GT 모드에서 고속에서
말도 안 되게 댐핑이 단단한 것의 한 세 배쯤 된다.
지나치게 단단한 댐퍼가 차체 롤을
과도하게 억제해서 일부 차알못들이
'차체 컨트롤이 좋다', '롤링이 없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심한데, 사실 그렇지 않다.
롤이 너무 없으면 운전자가 개입해서
하중의 이동을 조절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운전에 몰입한다기 보다 차와 내가 따로 논다 보는 게 맞다.
그리고 롤은 그 자체로 명사인데 롤링은 어디서 나온 콩글리시인지
그러면서 승차감은 최악이고. i4 M50이 압도하다 못해
위에서 망치로 쾅쾅 찍어서 누르고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다.
게다가 트랙에서조차도 i4 M50이 더 빠를 거라고 본다.
PASM+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되지 않은
포르쉐 타이칸보다 승차감이 큰 차이로 좋은 편이기도.
그런데 베이스 타이칸은 에어 서스펜션 안 넣고
뽑는 사람들이 많대서 충격.
폴스타 2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나 더.
i4와 폴스타 2는 둘 다 옵션형 오디오로
하만 카돈 시스템이 준비되는데,
난 i4의 것이 훨씬 듣기 좋았다.
원래 나는 하만 카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듣기 좋다'고 말하긴 좀 그렇고
'덜 듣기 나쁘다' 정도로 정리하는게 맞다.
하만 카돈 특유의 답답하고 퍼석퍼석한 소리가
굉장히 싫은 입장에서 i4가 이런 면이 훨씬 덜하다.
i4의 하만 카돈은 오디오 나쁜 BMW(플래그쉽 제외)가
웬일로 싶을 정도로 그럭저럭 괜찮은 물건이다.
물론 오디오는 EV6의 메리디안, GV60의 뱅앤올룹슨,
테슬라의 순정 오디오가 더 좋긴 하지만
쓰레기같은 BMW 오디오 악명 치곤 선방했다고.
성향상 경쟁차종이라 하긴 뭐하지만
가격상 멀리 있지 않은 아우디 Q4 이트론이
오디오 측면에서는 아이오닉 5와 최악의 듀오.
이 괜찮은 하만 카돈 시스템이 출력해내는
한스 짐머가 작곡했다는 가상 사운드도
꽤나 본격적이라서 엔진 소리가 없는 게
특별히 아쉽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다.
박진감넘치는 엔진 소리를 완전히 대체할
물건은 전혀 아니지만, 이 정도로 신경 썼으면
넘어가줄 수 있는 정도.
2023년식부터 i4 eDrive40 M Sport(깡통)가
단종되었기 때문에 이제 i4는 전 모델
버네스카 가죽*이 적용되는데,
작년에 시승한 i4 eDrive40 M Sport는
센사텍 2.0 가죽*이라 가죽 질이 엉망이었다.
i4 M50의 경우 원래부터 버네스카 가죽이었고
버네스카 가죽은 만족할 만 하다. 합격.
여담으로, BMW는 버네스카 이상급부터
(버네스카, 나파, 메리노)가죽 질이 좋은데
이상하게 센사텍의 경우 경쟁사의
MB-Tex(ARTICO) 등보다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래도 최근 아우디의 인조가죽보단 낫지만.
*센사텍은 인조가죽, 버네스카는 천연가죽
저번에 지적했던 iDrive 8은 자꾸 보니까
적응이 좀 되긴 했는데, 여전히 좀 난잡하다.
내가 전기차는 SUV를 고집하는 이유 중 하나가
트렁크를 열고 걸터 앉아 잔잔하게 공회전 없이
노래 듣기 좋아서인데, i4는 패스트백 형태라
승용차임에도 이를 누릴 수 있어서 좋다.
타보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지금까지 차를 만들어온 내공이 어디 가지 않았구나
그리고 '사고 싶다'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종종 우스갯소리로,
'나한테 SUV나 메르세데스-벤츠가 아닌 차가
사고 싶단 평을 들으면 그 차는 대박'이라는 소리를 하는데
i4 M50은 기대했던 만큼, 예상대로 탁월했고
심지어 가격 정책도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나
경쟁력이 상당해서 나무랄 데가 없다.
i4 M50이 대단한 주행 관련 옵션을 갖추지 않고
MPA 모델임에도 이런 주행 완성도 및 승차감을 내는 건
실로 대단하다고 볼 수 밖에.
포르쉐 타이칸은 별의별 옵션(PASM, PTV, PDCC 등)을
다 장착할 수 있어서, 다 갖춘 타이칸은
당연히 i4보다 뛰어나겠으나(부족하면 더 문제)
그럼 일단 첫째로 가격이 i4의 3배에 육박하게 되고
두번째로 i4 M50은 그런게 없는 상태에서
마찬가지로 없는 타이칸보다 뛰어난데,
그런 장비를 추가적으로 장착해서 승부를 보는 건
실질적으로 반칙 아닌가?
그러면서 i4 M50은 타이칸의 반값이고,
스포츠 전기 세단의 본분에 누구보다 충실하다.
타이칸의 역할을 대신 하고 있는 것.
이래서 i4 M50은, 타이칸보다 더 좋은
반값 타이칸이다. 꼭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