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에서 신차가 나왔다.
쌍용이란 이름을 벗어던지고
내놓는 완전 새로운 첫 신차.
르노 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와
등장 시기가 겹쳐 공교롭게도
비-현기 진영에서 새로운 차량이
동시에 출격하는 흔치 않은 광경이다.
이런 모습은 현대 쏘나타의 아성을
잠시나마 드디어 무너트렸었던
이 두 차종이 나란히 등장했던
2016년 이후 거의 8년 만.
그 당시에도 현대기아차의
공고한 위치 및 높은 판매량은
실로 덤비기 힘든 수준이었는데,
2024년의 현대기아차는 그때보다도
훨씬 대적하기 어려운 상대이다.
불경기인 2024년에도 1년 대기를 자랑하는
불멸의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디자인 논란은 있지만 견고한 판매량의
현대 싼타페 하이브리드가 아주
넘볼 수 없는 기세로 자리하고 있는데
이런 오늘날의 국산차 시장에
홀연히 액티언이 등장했다.
그랑 콜레오스는 비록 엉망이지만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갖췄는데
액티언은 그런 것도 없이
토레스 및 코란도가 사용하던
1.5 터보 가솔린 엔진 하나만 얹는다.
하이브리드 차량이 대세가 됐다고
9시 뉴스에도 보도가 되는 요즘 세상에
이런 차량으로 게임이 될까?
KG모빌리티로 사명을 바꾸고 내는
첫 신모델인만큼 액티언은 의미가 남다른데
과연 액티언이 이런 어려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지,
아니면 이번에도 아... 하고 말지
나름 심혈을 기울인 듯한 액티언을
세세히 타보면서 뜯어보자.
액티언이라는 이름은
완전 신차임에도 우리에게 익숙한데,
그 이유는 예전 쌍용자동차 시절
액티언이라는 모델이 있었기 때문.
하고 많은 이름 중에 왜 굳이
'액티언'을 낙점했을까 의문이다.
차량 외적인 이미지가 강인해서
차라리 '무쏘'가 처음엔 어색할지라도
정말 꼭 옛날 이름을 다시 쓰겠다면
좋은 이미지가 액티언보단 더 많거니와
차량 생김새와 잘 녹아들었을 듯 한데
액티언.. 못생기고 도로에서 만나면
천천히 가거나 희한하게 운전하는
긍정적인 이미지란 전무한 그런 이름을
되살렸다는 점이 난 의아하다.
처음엔 '토레스 쿠페'였다가 고민 끝에
액티언으로 막판에 급 선회한건데
토레스 쿠페도 별로지만 액티언도 참..
차라리 완전 새 이름을 붙이는 게
새 브랜드 출범 이후 내는 첫 완전 신차에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나는 생각한다.
KG모빌리티(이하 KGM)라는 회사 하면
아직 사람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딱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차량 이름도
새롭게 각인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데
쌍용차 시절의 이름을 다시 불러왔단 게
경영학 전공한 내 입장에선 영 꺼림칙.
회사 이름을 갈아엎는 게 어디 자주 있는 일인가.
어쩌면 다시 안 올 이미지 쇄신의 기회가
차량명 선정으로 반감된게 난 유감.
외관 디자인은 토레스에서 봤던
태극기의 건곤감리를 곳곳에 채용한,
난 좋게 보지만 나쁘게 보면
애국심에 호소하는 디자인 아이덴티티.
토레스의 테마에서 많이 바뀌지 않았는데
전반적인 인상이 크게 다르단 점에
KGM의 디자이너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토레스가 헤드램프 내부에 결로가 생기는
희한한 결함이 생겼던 바 있기에
헤드램프의 위치를 이제 앞 범퍼로 내렸다.
얼핏 보면 외계인같은 느낌도 있지만
구닥다리 이미지의 예전의 쌍용차와 달리
2024년과 미래에 어울리는 디자인인 게
전반적으로 좋은 점수를 줄 만 하다.
다만 후면 디자인은 너무 대놓고
레인지로버 벨라와 유사하지 않나.
벨라의 유려한 덩어리감을 채용했으면서
뚝 뚝 끊기는 등화류를 달아놓은 건
그다지 조화롭단 생각은 안 든다.
건곤감리 디자인 큐 때문이겠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가 되겠다면서
독창성보단 벤틀리 짝퉁을 선택한 제네시스보단
이 건곤감리 디테일이 백배 천배 낫다.
토레스 쿠페로 개발한 차량이어선지
토레스보다 겉보기에 느껴지는 부피감이
현저히 적고 날렵해보이는데,
KGM 내의 가장 스포티한 모델로서
외관 디자인은 걸맞는 모양새를 갖췄다.
실내로 자리를 옮겨보니
부분 변경된 토레스와 차이가
디자인적으로는 운전대를 제외하곤
하나도 없을 정도로 판박이이다.
다만 실내 소재 및 색상 배치를 바꿈.
운전대는 토레스와 렉스턴이 공유하던
희한하게 납작한 D컷 운전대를 버리고
아예 육각형 모양의 물건을 달았는데
일단 실용성 면에서는 꽝.
돌릴 때 자연스럽단 느낌이 없고
전반적인 생김새도 무슨 게임기 같다.
좌측의 동그란 버튼은 즐겨찾기로,
드라이브 모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옵션을 지정할 수 있는데
내가 봤을 땐 드라이브 모드로 놓는 게
제일 타고다니면서 불편함을 줄이는 길.
이게 아니면 드라이브 모드를 바꾸려고
터치스크린을 조작해야 하거든.
우측의 버튼은 오토 홀드 조작 버튼인데
오토 홀드를 그렇게 자주 껐다 키나?
한번 활성화하면 그대로 쭉 쓰지 않나 싶다.
난 오토 홀드는 메르세데스-벤츠나 포르쉐처럼
브레이크를 꽉 밟아 활성화하는 방식 아니면
절대 쓰지 않기 때문에 바로 OFF.
시트의 등받이에 스웨이드를 바르고
곳곳에 빨간색 스티칭 및 포인트를 줘서
토레스와 실질적으로 똑같은 실내인데도
제법 스포티한 기분을 낸다는 점은 좋다.
차량의 컨셉에 맞게 제대로 꾸몄다.
심지어 기어 레버 주위에는 카본 무늬
시트지를 발라놨고, 안전 벨트도 빨간색.
여러분, 쌍용차에 빨간 안전벨트
이거 말이 되는 이야기입니까?
KGM이 젊은 이미지로 쇄신하려고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브랜드명 바꾼 김에 이런 시도를 하는 건
난 그래도 긍정적으로 보인다.
스포티한 분위기를 한껏 강조한
액티언이지만, 파워트레인은 글쎄.
어차피 한 번은 짚어야 할 거
제일 약점인 엔진과 변속기부터.
액티언은 이제 아주 친숙한
1497cc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아이신으로부터 납품받는 6단 자동변속기
이 둘이 매칭되어서 올라간다.
하이브리드나 전동화 모델은 없음.
그동안 이 파워트레인을 여러 차례
계속 경험하며 아주 학을 뗐었는데,
액티언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운전하면서 운전자가
스포티한 감각을 받으려면
무엇을 건드려야 할까? 바로 변속기다.
그리고 액티언은 그 부분이
아주 처참하게 느리고 엉망이다.
제원상 최고 출력은 170마력,
최대 토크는 28.6kg·m 이라
리터당 100마력이 넘는 높은 출력을
1497cc란 작은 배기량에서 뽑는데
그 탓에 터보 랙이 굉장히 길고
굼뜨고 허당치는 변속기와 함께
순간적으로 악셀을 내리밟았을 때
스포츠 모드에서조차 차량 반응이 늦다.
쓰레기란 평이 아깝지 않았던
베리 뉴 티볼리에서의 그것보다는
엔진 자체의 반응성과 변속 시간 등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그건 벌써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고
이 파워트레인을 가장 최근에 얹은
토레스도 벌써 출시된지 2년이 넘어서
KGM이 파워트레인을 다듬을 시간은
그간 충분하게 남아돌았었다.
그런데 토레스의 형편없던 그 수준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지지 못한 건 매우 유감.
덩치가 약간 더 작고 출력은 10마력 더 센
기아 스포티지가 운전해보면 체감상으로는
한 60마력 정도 높은 것 같이 느껴진다.
스포티지는 DCT라 동력손실이 적고
스마트스트림G 1.6 터보 엔진의
CVVD 기술에 힘입어 쭉쭉 디젤차같은
넘치는 토크를 자랑하는 반면에
액티언은 제원표 상의 최대 토크가
스포티지보다 더 높음에도 빌빌거리기 바쁘다.
경쟁작들은 대표 모델이 전부 하이브리드인데
액티언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없어서
딱히 딱 맞게 비교되는 엔진이 없다.
쏘렌토 및 싼타페 가솔린은 2.5 터보,
그랑 콜레오스는 2.0 터보라서.
KGM의 현 여건상
이 뒤떨어지는 1.5 터보 이외의
다른 파워트레인을 내놓을 상황이
못 되고 있다는 건 나도 잘 안다.
근데 이건 쌍용자동차 시절부터 이미
익히 사람들이 알고 있었던 내용이고,
쌍용차의 널리 알려진 어려운 현실에
사람들이 이를 눈감아 줬었는데
KGM으로 이제 이름을 바꾸고
그간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려고 애썼다면
최소한 액티언에 맞게 튜닝은 새로 했어야지.
토레스는 상품성이 아주 탁월해서
구매자들이 파워트레인의 부족함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었다만, 액티언은 다르다.
스포티함을 내세우는 젊은 감각의 모델인데
동력원이 이렇게 현저하게 떨어져서야 쓰나.
힘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자연스러운, 부드러운 조작이 어렵단 게
내가 생각했을 때 더 큰 문제이다.
크루징하다 악셀을 살짝 내리밟았는데
부드럽게 속도를 붙여야 할 상황에
순간적인 킥다운과 함께 회전수가 치솟아
갑자기 차가 팍 튀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전자식 쓰로틀 캘리브레이션부터
제발 다시 해주길 바란다. 이게 뭐냐.
내가 정말, 운전 부드럽게 하기로
평소엔 자타공인 정평이 난 사람인데
내가 액티언을 몰아도 힘겨울 정도다.
제일 기본적인 모드로 운전해도
내 통제 밖에 있단 감각이 강해서
차가 나와 결투를 신청한 듯 함.
회사 내부 사정에 의해서
신규 파워트레인 개발이 어렵다면
있는 거라도 열심히 잘 구슬렸어야.
그리고 정말 회사가 어려운 초반에야
충성고객들이 이를 이해하고 구입하지
이미 시간이 이렇게 많이 경과되었는데
여전히 동정에 호소하는 전략인가?
고객은 냉정하고, 또 냉정하게 말해서
한 두 푼 지불하는 것도 아닌데
그걸 이해해줘야 할 이유가 없다.
달리 말해 KGM은 여전히
쌍용차의 역량 부족을 답습했음.
회사 내부가 어렵더라도 그걸 밖으로
새나가서 고객들이 눈치채도록 하면 안 되는데,
놀랍게도 KGM은 새 간판을 붙이고도
여전히 풍비박산났던 과거가 보인다.
그럼 차량의 승차감은 어떤가?
내가 토레스의 시승기를 별도로 옮기지 않아서
현재 내 블로그에 토레스 승차감 이야기가 없는데
짧게 이야기하면 토레스의 승차감은 동급 최고.
난 그걸 타고 아우디가 생각날 정도로
부드러우면서 끈끈하게 노면을 붙드는
탁월한 능력을 선보였던 바 있다.
싼타페, 쏘렌토, 그랑 콜레오스
이 세 차종이 모두 상대가 안 된다.
자연스레 그런 토레스보다
한 급 위의 차종으로 내놓은
액티언은 비록 스포티한 차량일지언정
'최소한 토레스 수준의 승차감은 지키거나
그에 크게 처지지 않는 모습은 보여주겠지'
싶었다만....
애석하게도 액티언의 승차감은
제목에서 밝혔듯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액티언을 타고다니면서 든 생각이
아, 이 사람들 '토레스 쿠페'에 골몰되어
완전 스포티하고 딱딱한 차로 갈지
SUV로서의 최소한의 부드러움과 포용력을
두루 갖춰서 SUV 본분을 지킬지
서로 치고받고 싸우다가 차가 망했구나.
액티언은 기본적으로 토레스보다
스프링과 댐퍼가 둘 다 단단한데,
단단하게 설정한 것에 비해
스프링과 댐퍼의 길이(스트로크가)
엄청나게 길어서 차가 뻣뻣하게 휘적인다.
작은 요철 및 낮은 교량 통과 시엔
충격을 흡수할만큼의 서스펜션 길이가 있어서
매끈하게 넘어가는 척을 하지만
방지턱이나 높낮이 차이가 큰 곳을 지나면
절로 억 하는 소리가 나게 차가 버티려 든다.
훨씬 말랑말랑하면서도 주행성능은 확보한
더 뉴 쏘렌토나 아예 무르게 간 디 올 뉴 싼타페,
심지어 그랑 콜레오스보다 아주 승차감이 처참하다.
개인적으론 스프링을 왜 이렇게 길게 했고
또 그러면서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북미 지향형 차량들처럼 스프링이 댐퍼보다
강도가 높아서 아주 자잘한 도로 노면들을 때로 읽는데
긴 스프링이 주는 울렁거림과 합쳐지니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색함이 강하다.
또 스프링이 긴 탓에 이게 늘어지면
댐퍼가 적절한 강도로 다시 오므려줘야 하는데
댐퍼가 차체의 울렁임, 휘청임을 잡기에는
마찬가지로 스트로크가 너무 길어서
댐퍼 자체의 강도는 그럭저럭 강함에도
재빠르게 반응하지 못해서 불편했다.
여유있는 스프링 및 댐퍼의 길이는
보통 사이즈를 막론하고 어떤 충격이든
부드럽게 흡수하고 또 넘어가기 위해
오프로드 차량에서 주로 찾을 수 있는데
그걸 갑자기 강도만 올렸으니,
소싯적 SUV 명가(?) 쌍용을 승계했으니
그에 맞게 SUV다운 기분을 내자는 파와
스포티한 토레스 쿠페에 맞게 단단하게
차량을 튜닝하자는 파가 갈라져서
대판 싸우다가 이상한 합의점에 도달한 느낌.
토레스는 쌍용차 출신답게
좀 더 큼직한 차량을 타는 기분을
비록 도심형 SUV일지라도 시트포지션 등을 통해
꽤나 본격적으로 내고 있는데, 액티언은
엇비슷한데 그보다 약간 못하다.
스포티한 컨셉의 차량이면 훨씬 낮고
웅크리게 앉은 기분을 줘야 하는데
'토레스 쿠페'로 개발한 탓에
토레스와 유사하게 얼버무리려다가
이도저도 아닌 감각에 잘못 멈춰버렸다.
듬직하고 덩치 큰 SUV를 타는 기분은
그랑 콜레오스가 훨씬 강하다.
타이어는 거의 쌍용차 포함해서
KGM 최초의 미쉐린 OE.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투어 A/S가
245/45R20 사이즈로 장착된다.
그런데 내가 운전하면서 느끼기엔
이 차는 휘둘리는 차체를 받쳐줄
사이드월이 단단한 타이어가 어울린다.
미쉐린같이 사이드월이 부드러운 타이어는
액티언의 일렁이는 움직임을 고스란히
노면에다 전달할 뿐이라 궁합이 꽝.
정말 이건 내 순도 100% 예상이고
사실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짐작인데
이 타이어를 고르게 된 과정은
'야 토레스 쿠페 이거 너무 단단한데?
타이어만이라도 좀 무른거 없어?
현대가 제네시스나 팰리세이드에
프라이머시 투어 A/S라는 걸 낀다고?
우리도 그걸로 가는게 어떨까?'
해서 낙점된 게 아닌가 하는...
사실과 전혀 관련 없음을 다시 밝힙니다.
이 블로그 내의 시승기로
여러 차례 밝혔지만,
난 이 프라이머시 투어 A/S가 싫다.
이도저도 아닌 비싸기만 한 타이어.
액티언 이 파워트레인 탓에
토레스와 동일하게 기름 좀 먹겠던데,
차라리 에코 타이어를 끼는 게
더 분수에 어울리지 않았을까?
넥센의 엔프리즈 20인치로 혹시 나오나?
파워트레인과 승차감 모두를
아주 시원하게 말아먹었으니,
최소한 액티언은 주행 시의
스포티한 감각 하나는 살려야겠지.
놀랍게도 액티언의 주행 감각은
원판인 토레스보다도 한참 떨어져있다.
마치 이 차가 토레스 쿠페인 것 마냥.
BMW의 X3도 쿠페형 모델로 가면
탄탄해진 하체가 스포티한 기분을 내긴 커녕
오히려 위화감만 주는 경우들이 심심찮은데
액티언도 토레스 쿠페로 개발된 모델 답다.
쿠페형 SUV는 사는 게 아님. 사면 바보.
2024년 올해 최악의 차로 곧 선정할
제네시스 GV80 쿠페 리뷰 개봉박두
코너를 돌아나갈때 느껴지는 덩치감이
토레스는 하나로 굳건하게 뭉쳐있어서
동작과 반응이 느릴지언정 일체감은 좋은데
액티언은 마치 차를 수평으로 잘라서
상부와 하부가 제각각 따로 노는 느낌이다.
차량 하부가 기울어지는 만큼
차량 상부가 기울어지는 데 시간이 더 소요돼서
전체적인 차량 반응이 실제보다 느리게 느껴지고
그 원인은 아까 승차감 얘기할때 지적한
기다란 스프링과 그를 제대로 오므리기에
너무 긴 댐퍼의 답답한 반응 속도 때문.
요즘같이 차체 강성이 높은 시대에
일체감에서의 불협화음을 내기란
참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 KGM.
난 최소한 이 차가 중국차를 그대로 들여와
뱃지만 바꿔치기한 그랑 콜레오스보다
한국 회사의 자존심을 걸고 더 좋아야 한다고 보는데
웬걸, 지리의 씽유에L보다 액티언이 한참 부족하네.
이런 느낌, 오래 전 베리 뉴 티볼리에서
느껴본 바 있다만, 티볼리에서는 이게 정도가
100 수준이었다면 액티언에서는 대략 40.
티볼리 중짜는 코란도, 티볼리 대짜는 액티언?
그리고 또 짚을만한 게
운전대 중심부 유격이 너무 없어서
약간만 큰 충격을 빠르게 밟으면
운전대가 탁 하고 틀어지는 증상이
운전하는 동안 간간히 나타났다.
앞바퀴에 대한 정보 전달이나
적절한 무게감 측면에서는
유별나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평균 수준의 완성도인데
이런 식으로 중심부 유격만
거의 없애다시피 한게 가소롭다.
브레이크 페달 감각은 다른 모든 부분을
스포티하게 다듬은 척 한 것 치고 밍숭맹숭.
기반이 된 토레스와 별 차이가 없다.
그 토레스는 정작 정통 오프로더 흉내를 내는
편안한 도심형 SUV인데, 액티언은 아니잖아.
토레스는 정말 의외로 쉐보레 이쿼녹스를
완전히 압살하는 주행성을 보였는데
액티언은 쉐보레 중에서 수준이 떨어지는
이쿼녹스보다도 부자연스럽고 별로다.
제동력에서의 불만은 별로 없었지만,
몰아붙이기 시작했을 때 오래 버팀직한
물건은 아닌 듯 해 보였다. 특히 패드가.
그 외 마음에 안 드는 건
부담스러운 (가짜)요소들.
인포테인먼트 화면 상단을 쓸어내려
마치 스마트폰 위젯창같은 화면이 나오면
우측에 배기구 모양과 V자가 같이 있는
이 버튼을 누르면 스포츠 배기(?) 모드가 켜진다.
가상 사운드라기엔 스피커로
임의의 소리를 재생하는 게 아니고
실제 배기음을 증폭시켜서 들려주는건데
이름이 액티브 배기 사운드이고,
최상위 S9 트림에서 140만원이나 더 줘야
가질 수 있는, 포르쉐 뺨 때리는 옵션가액을
자랑하는 엄청난 옵션인데.. 정말 한심하다.
빈약하기 짝이 없는 이런 파워트레인의
소리만 키워봤자 뭐가 더 스포티해지나.
이거 만들 시간에 변속기 프로그래밍이나
조금 더 다듬어서 탈만하게 만들었겠다.
소리 자체도 운전의 흥을 북돋기보단
소음에 가까운 톤이어서 심기불편.
짜증나게도 이 사운드는
OFF - 1단계 - 2단계 이렇게 조절 가능한데
인포테인먼트 화면에 현재 몇 단계인지
전혀 표시가 되지 않고 심지어 눌렀다는 반응도 없음.
그냥 소리가 커지고 있다는걸로 알아채야함.
귀를 기울여야 간신히 알 수 있는 140만원짜리 옵션.
사진 속의 블랙 / 레드 투톤 내장은
마찬가지로 S9 트림에서만 고를 수 있는
60만원짜리 실내 색상인데
KGM(쌍용) 차량에 빨간색 안전벨트라.
외국에서 흔히 다루는 Midlife Crisis,
그러니까 중년의 위기 - 우리말로 바꾸면
나잇 값을 못하는 50대 철부지.
딱 그런 느낌이다.
아무리 KGM으로 사명을 바꾸고
액티언을 짠 하고 내놓았어도
갑자기 기존의 탑골공원급 고객층이
2030 MZ화되진 않을 것 아니야.
이런 데 신경 쓰느니
애초에 시트부터 똑바로나 만들지.
앞좌석 시트는 일단 마운트 지점이
너무 높아서 자세가 어색한데
럼버서포트 부분이 희한하게 불편하다.
2way라 높낮이 조절은 불가하고
튀어나오기만 조절할 수 있는데
허리 지지가 제대로 안 된다.
뒷좌석은 더 가관.
등받이는 딱딱하고 방석은 무르다.
앞좌석의 높은 시트 포지션과
뒷좌석의 무른 방석은
통상적인 SUV 만들기 방식이고
갑자기 혼자 딱딱한 뒷좌석 등받이는
독일차가 되고싶었던 건가?
여러모로 납득하기 힘들다.
회사 내에서 얼마나 의견 합의가 안 됐는지
각각의 요소들이 전부 따로 놀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과연 이게 완성도 높은 제품이라 할 수 있을 지.
그리고 실내외 곳곳 여기저기서
대놓고 베낀 티가 너무 남.
육각형 운전대 사이로 보이는
마름모 테마의 계기판,
난 BMW iX에 앉은 줄 알았다.
심지어 딸깍거리는 기어 레버 형태와
크리스탈 비스무리한 마감까지
이 역시도 BMW가 생각나네.
자, 기왕 얼굴에 철판 깔고
베낄거면 좀 제대로 베끼면 안 될까?
기어 레버의 이상한 조작법에
나 운전하면서 자꾸 N단 놓고
악셀질 해서 붕붕 기름을 낭비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P단은 별도로 빠지고
R - N - D를 위아래로 내려서 조작하면
짧은 클릭 정도에만 N으로 바뀌고
일반적인 세기로 밀면 R에서 D로,
혹은 D에서 R로 곧바로 가는 것이 일반적.
근데 액티언은 정말 곧이 곧대로
하나씩 단계별로 바뀌어서
D에서 R로 갈때 두 번 밀던지
아니면 긴 시간 밀고 있어야 한방에 간다.
이건 운전과 직결된 아주 중요한 문제.
운전하면서 체감할 조작 편의성을
KGM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는 뜻인데
이해하기 어렵다. 그 누구도 이렇게 하지 않음.
차량의 후면 디자인이
레인지로버 벨라를 빼다 박은 건
이제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
그러고보니 레인지로버도 원래
BMW와의 커넥션이 있잖아?
이 S9 트림이 아닌 하위 S7 트림에서도
고를 수 있는 카멜 / 베이지 내장 색상은
40만원이라 블랙 / 레드 내장보단 싼데
이름이 상당히 현대차로부터 빌려온 것 같다.
'카멜' 딱 듣자마자 이거 쏘나타(DN8)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음. 그냥 그렇다고.
다른 회사를 모방하는 건
쌍용차가 자주 하던 짓인데,
쌍용차 시절의 버릇 KGM으로
또 다시 끌고오진 말아야지.
KGM으로 새 출발을 하면 나쁜 버릇과는
이제 연결고리를 끊어야 하지 않을까?
쌍용차가 워낙 마이너해서
표절시비에도 걸리지 않았던
그런 과거를 뒤로하고
더 큰 회사로 진정 도약코자 한다면
KGM은 남들 표절하는 걸 이번을 끝으로
앞으로 내놓을 독자 신차에선 지양해야.
그래서 액티언은
솔직하게 한 줄 요약하면
망했어요.
사전 예약 등의 판매량은
일단 순항하고 있는 듯 한데
장기적인 실적은 더 두고 봐야 함.
난 그랑 콜레오스가 망해야 하고
액티언이 흥해야 한다 생각해왔는데
차량의 수준을 보면 그런 말을 하기
정말이지 민망할 정도로
액티언의 완성도는 기대 이하이다.
쌍용차 시절에서 나쁜 버릇과
부족한 파워트레인이 그대로 넘어오고
새롭게 잘 해야 할 승차감과 주행성도
오히려 토레스보다 못하게 망쳐놨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리.
이 액티언을 보면서 정말이지
사내에서 의견 충돌이 일어났을 때
합의가 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 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액티언.
미안하지만 구입 정말 비추천.
현대기아차에 한 번 데였거나
엄청난 불신을 가졌다면 음...
차마 그랑 콜레오스 추천은 못 하겠고
그냥 쏘렌토 사세요. 어쩔 수 없음.
더 뉴 쏘렌토가 너무 사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