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에서 새로운 픽업 트럭이 나왔다.
타스만이라는 이름의 이 친구는
완전 새로운 라인업으로,
쌍둥이 회사인 현대차에는 없는 모델.
기아는 이미 1톤 트럭인 봉고를
아주 예전부터 쭉 팔고 있었는데,
타스만이란 차량은 왜 나온 걸까?
이미 한달여 쯤 전 유튜브 시승기들이
쫙 올라왔지만 난 너무 바빴던 관계로 이제서야.
그 시승기들 대부분은 기아 측에서 준비한
험로 코스에서 타보았기 때문에
타스만의 오프로드 대응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거기에만 초점이 상당수 맞춰져있던데,
난 반대 방향으로 한 번 가보려고.
타스만을 평소에 슬렁슬렁 타고다녀도
과연 괜찮은, 데일리 트럭인가?
왜냐면 대부분의 픽업 트럭들은
실용성 혹은 차량 가격을 낮추는 데
너무 열중한 나머지 매일 타는 차론
부족함과 애로사항이 많았던 게 사실.
근데 자동차 세상이 바뀌어온 역사를
잠시 되짚어보면, 사람들은 늘 차 한 대에
더 많은 짐과 탑승객을 밀어넣길 원했고
그래서 차량 사이즈는 신 모델이 나오면
늘상 구형보다 커졌으며, 승용차의 시대는 저물고
SUV가 온 도로를 뒤덮은 세상이 왔다.
그럼 여기서 시간이 더 흐르면
SUV보다도 더더욱 실용성에 치중한
픽업 트럭이 대세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최근에 나온 트럭들의 형태를 보면서,
그리고 얼마 전 무쏘 EV를 타면서도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는데 그런 물음표에
이 바닥의 신입, 타스만이 과연
마침표를 제대로 찍을 수 있을 지.
늦었으니 서둘러 타봐야지.
공개 당시 상당한 논란이었던 디자인.
보통 자동차란 게 처음엔 못났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눈에 익으면
뇌가 인식하는 못생김의 정도가 줄어드는데
타스만은 정말 지금 봐도 못생겼다.
그냥 못생긴 정도가 아니고
이 얼굴을 내가 봤을때 드는 느낌은
이마에 주름살 가득한 중년 공사장 아저씨.
그런 고된 일을 하시는 분들의 노고와
개인에 대한 비판 혹은 비난은 절대 아님.
허나 미의 기준에서 봤을 땐... 아니잖아.
그런 분들도 멀끔하게 차려입으면
은근한 관능미를 자랑하실 수도 있는데
이건 너무 적나라하게 작업복 느낌.
타스만은 대한민국보단
호주나 미국이 주력 시장인데,
그런 곳에서 타스만이 경쟁하게 될
일본산 혹은 미국산 픽업트럭은
타스만보단 훨씬 세련되게 생겼다.
설령 이 차가 공사 현장 등에서 쓰이더라도
차가 생긴 것만이라도 깔끔하면 어디 덧나?
왜 굳이 이렇게 디자인했는지 이해 불가.
차나 사람이나 첫 인상이 중요한데
심지어 주머니에서 4~5천만원을 꺼내게
만들어야 하는 '트럭' 치고 생긴게 너무
현장에서 고생할 것 같이 생겼다.
그리고 차량 부피나 다른 디테일들은
큼직큼직하게 레이아웃을 짰으면서
등화류가 왜 이렇게 작은지 모르겠다.
헤드램프도 차량 면적 대비 작고
테일램프 또한 마찬가진데
램프 작게 만들면 생산 원가가 싼가?
사람도 눈이랑 눈매가 인상을 좌우한다만
자동차 역시 그 역할을 담당하는 헤드램프가
차를 딱 봤을때의 느낌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차는 큰데 눈은 쥐꼬리만하니까 싫다.
얼굴은 넙데데한데 실눈인 관상
살면서 별로 엮이고 싶지 않잖아.
실내는 딱 봤을때 느낌이
구석구석 상당히 공들인 티가 나면서도
기아보단 혼다 혹은 포드 같더라고.
최신 혼다 차량들, 어코드나 CR-V 실내 보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단박에 납득할 것.
포드같은 느낌은 이 육각형 송풍구들이
주를 이룬 벌집 모양 디자인 테마 때문.
실내 색상이 까만색이어서 좀 너무 무난한데
이런 차량에선 무난한 게 베스트.
오래 봐도 특별히 질릴 느낌은 아니어서
꽤 잘 디자인하고 잘 만들어놓은 인테리어.
시트의 퍼즐 무늬인지 욕실 타일 무늬인지
좌우 대칭이 아니어서 신선한데
나쁘지 않다고 본다. 착좌감도 괜찮고.
픽업 트럭에 64컬러 앰비언트라니
이게 웬 말이야. 트럭 치곤 초 호화 사양.
타스만의 시작 가격이 3700만원대로
쏘렌토와 거의 동일한 시작가인데
쏘렌토에 비하면 실내가 좀 모자라지만
이 차량의 진가는 다른 데 있으니까.
그 다음은 파워트레인.
타스만은 다른 현대기아차에서 많이 본
스마트스트림G 2.5 터보 엔진이라
직렬 4기통 2497cc 가솔린이고
여기에 8단 후륜구동형 자동변속기가 물림.
내가 지금 중요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 차는 '후륜 구동' 기반의 사륜 구동 차량.
최고 출력 281마력 @ 5800rpm,
최대 토크 43kg·m @ 1750 - 4000rpm
이란 상당한 성능을 내는 타스만은
이것만 올라가는 단일 파워트레인 모델.
한 가지 특이사항이라면
이 엔진들 돌려 쓰면서 281마력에 맞춘
타 차량보다 최대 토크 발현 시점이
큰 차이는 아니지만 50rpm 더 늦다.
다른 차량들은 전부 1700rpm부터.
그런데 최고 출력이 나오는 시점은
5800rpm으로 동일하거든?
그럼 짐작할 수 있는 게
최대 토크 범위 이전에 타스만의 것이
약간 더 토크를 뿜는다는 것인데
실제로 차량을 타보면 튜닝이 다르다.
픽업 트럭은 무거운 짐을 싣는 것에도
대비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낮은 엔진 회전수의 토크가 중요함.
거기에 맞춰서 저회전에서
토크가 더 나오게 타스만은 맞춰놨음.
제원표 슥 훑었을 땐 별 생각 없었는데
픽업 트럭에 맞춰 신경 썼다는 점이 좋아.
차량의 중량감은 분명 여깄는데,
엔진이 차를 밀어내는 힘이 2000rpm 밑에서
싼타페나 쏘렌토, 팰리세이드보다 힘참.
그러고보니 현대기아차는
차종별로 이런 세세한 튜닝 했다는걸
따로 티내거나 밝히질 않더라고.
같은 엔진 사용하는 것 같지만
터빈이 다르고 코나 N이 더 빠르다.
심지어 코나 N은 SUV인데도.
직선 가속에선 놀라울만큼 광속.
타스만도 터빈 사이즈가 다르던지
터빈 압력을 다르게 쓰는 듯.
변속기 설정값이 원인같아보이진 않는다.
8단 후륜구동형 자동변속기는
제네시스 차량들에서 보던 물건인데
당연히 픽업트럭이니 번개같은 변속
그런 거엔 전혀 관심이 없다.
변속은 상시 느긋하게 이루어지는데
4L이 있는 만큼 Low-range에도 대응됨.
극단적인 험로 주파 시엔 이거 필수.
레인지로버나 G-클래스도 이거 있음.
디퍼렌셜 락만이 능사가 아니거든.
물론 타스만도 이 X-Pro 트림은
4WD가 기본이라 그런데 사륜 구동에
LD(Locking Differential)가 포함돼있다.
경고! 4L 변속모드로 높은 속도 내면
엔진이나 변속기 고장나니 각별한 주의 필요.
현재 이 스마트스트림G 2.5 터보 엔진이
만능 수준으로 오만 데 사용되고 있는데,
2.5 터보 엔진의 최대 토크가
워낙 막강하다보니 아쉬움은 없지만
위에 3.5 터보 옵션도 생기면 좋겠다.
타스만과 경쟁하는 도요타 하이럭스나
닛산 나바라는 주력 모델이 전부 디젤.
시장 진입 차원에서 화끈하게
이들을 토크로 압도할 람다 III도 얹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긴 한다만...
사실 꼭 필요한 건 아니고 내 희망사항.
그리고 타스만 자체가 앞 머리를
조금 더 눌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
앞에 더 무게가 나가는 V6를 얹는게
종합 차분함에 기여하지 않을까 한다.
기왕 가솔린으로만 라인업을 꾸렸으니
우린 파워로는 끝장을 보겠다고.
'기아' 하면 드는 이미지를
옛날 옛적 기술의 기아로 돌려보자고.
그리고 국내에 현재 판매중인
올 뉴 콜로라도는 비슷한 배기량에
동일하게 4기통인데, 토크가 엄청나다.
무려 54kg·m나 되기 때문에
타스만이 이보다는 약간 부족하거든.
타스만이 잘 팔려서 향후에
기아에서 V6 모델도 기획해줬으면.
파워트레인 이야기를 종합하면
타스만은 기아가 마음 잡고 만든
첫 픽업인데, 시장의 요구에 잘 맞췄고
지금 파워트레인도 충분하지만
좀 더 파워가 남고 여유있는
그런 모델을 더 큰 엔진이나 전동화로
추후 갖추면 좋을 것 같다. 이 정도.
무쏘 EV 타면서 전기차인지라
토크가 즉각적으로 받쳐주는게 좋았거든.
난 타스만을 공차 상태로 탔으니 그런데
탑승객 추가인원과 뒤에 짐 500kg
더 실으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니까.
일상용 차량으로서의 타스만에
집중해보기로 했으니 승차감부터.
봉고의 충격적인 승차감을 아는 나는
타스만에 그다지 큰 기대를 안 했는데
타고 출발하자마자 느낀 점은
예상을 뛰어넘게 매우 정제돼있다.
무쏘 EV는 사실상 토레스 EVX 바탕인
모노코크 형태의 형태만 트럭이기 때문에
진짜 바디-온-프레임 차량들인
렉스턴(무쏘) 스포츠와 콜로라도,
있는지도 까먹고있던 포드 레인저
이 차량들과 비교해야 함.
레인저는 나도 타보지 않았으니
나머지 차량들과 비교하면
렉스턴(무쏘) 스포츠의 투박함과
방지턱과 포트홀을 만날때마다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바디-온-프레임
특유의 쿵쾅거림이 타스만에는 거의 없다.
오히려 타스만은 그런 느낌보단
뒷 차축이 리지드 액슬이어서 뒷 차축이
흔들거린다는 느낌이 좀 있는데,
그게 큰 충격을 밟았을 때만 나와서
일반 도로를 쭉 달릴때는
매끄러움이 느껴지기에 인상적이다.
렉스턴(무쏘) 스포츠보다는
월등히 비싼 차량이니 돈 값 해야지.
콜로라도와도 비교해봐야하는데
신형(현행)콜로라도는 이상하게
트럭 주제에 독일차를 따라하려고
댐퍼를 지나치게 탄탄하게 만든데다
전반적으로 네 바퀴가 각자
제각각 띠용거리는 성향을 보여서
마치 4쌍둥이 집안 애들을 키우며
애들이 전부 지멋대로 굴고 싸우는,
그걸 탄탄한 댐퍼가 부모처럼 다스리려는
인상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음.
신형이 되면서 승차감 급 하락.
타스만이 길고 매우 부드러운 스프링에 의해
여진과 붕 떠가는 느낌이 다소 존재하지만
올 뉴 콜로라도보단 월등히 낫다.
근데 내가 아직 언급하지 않은 차종 하나
우리나라에 처음 콜로라도가 도입되던
그때 팔던 구형 콜로라도.
신형 콜로라도 타면서 구형보다 못하다며
엄청나게 깠었는데 그리 좋았던
구형 콜로라도의 승차감과 비교하면
타스만은 살짝 애매한 감이.
정말 기다란 스프링이 꿀렁꿀렁
모든 요철을 잡아먹어줄 것 처럼
때론 굴지만 때론 우당탕 하는 타스만,
부드러움 측면에선 구형 콜로라도 승.
하지만 구형 콜로라도는 운전자인 내가
운전을 하기 타스만보다 불편한 차라
승차감의 정의를 단순 부드러움, 안락감이 아닌
차량을 다룰때의 편리함까지 확장시키면
타스만이 이 부분에선 앞서기에
어느 차가 대단히 앞서네 말하긴 어려움.
구형 콜로라도는 타스만보다
폭은 좁으면서 높긴 더 높은 느낌의 차여서
실 차량 부피 수치가 차이가
정말 그러한지는 모르겠다만
운전할 땐 타스만이 더 편안하다.
타스만은 떡대가 넓은 티가 강조돼서
좀 더 안정감을 준다고 해야되나.
노면을 짓누르고 도로를 지배하는
트럭이 주는 불안감이 더 적다.
앞좌석은 이러한데,
내가 운전만 해서 뒤에 타보진 않았다만
뒷좌석에 앉아보니 바닥이 너무 높다.
무슨 전기차인줄 알 정도로
뒷좌석 방석의 높이는 낮고
바닥은 올라와있어서 허벅지가 붕 뜸.
이러면 장시간 탑승 시 불편함.
패밀리카로 주행 시의 승차감은
꽤나 양호한 편에 속하는데
뒷좌석 시트 때문에 뒤에는 좀
어른을 오래 태우긴 미안하다.
주행 중에 뒤에 앉아보진 않았어도
대략 짐작할 수 있는 게 타스만은
긴 픽업이라 뒷바퀴로부터 뒷좌석이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에 타 차량만큼
뒷좌석으로 왔을때 앞좌석 대비 승차감 하락이
적나라하지는 않을 거다만 시트가 에러.
EV4도 이래서 심기가 불편했는데
걘 그나마 전기차라는 핑계가 있지.
그리고 픽업 트럭을 굳이 선택할
핵심 구매 사유인 실용성.
난 사실 이런 차를 사더라도
뒤에 대단한 짐을 실을 사람이 아니라
큰 관심은 없다만, 타스만은
이 부분은 꽤 꼼꼼하게 신경을 썼더라고.
짐칸의 사이즈도 상당히 넉넉하고
원룸 이삿짐 정돈 다 던져넣을 수 있을 듯.
타스만이 견인할 수 있는 무게는 최대 3.5톤.
올 뉴 콜로라도는 3492kg라고
뭔가 굉장히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는데
타스만은 3500kg까지 견인 가능하다네.
사실 미국 회사인 쉐보레가 미국에서 쓰는
파운드(lb) 단위를 킬로그램으로
바꾸면서 생긴 어정쩡한 수치이긴 하다만
(7700lbs -> 3492kg)
어쨌든 타스만이 8kg 더 끌 수 있다.
뒤에 붙일 3492kg짜리 트레일러 내부에다
2L짜리 생수 4개 더 넣어둬도
끄떡 없는 타스만. 든든하다.
X-TREK라는 이름의 험로 전용
저속 크루즈 컨트롤은 이 X-Pro 트림 독점.
하위 트림에선 전자식 4WD(265만원) 넣어도
X-TREK는 넣어주지 않는다.
자갈, 바위로 도배된 험한 길이 없는 길이나
경사가 굉장히 심한 내리막에서는
이게 안정적으로 통과하는데 큰 도움이 돼서
타스만으로 산악 오프로드 동호회 모임에
나간다면 무조건 X-Pro 트림으로 와야 함.
X-Pro 트림은 시작 가격이 5240만원.
개별소비세가 애초에 없는 차량이라
개별소비세 인하에 해당되지 않음.
결코 만만한 가격은 아닌데,
사실상의 라이벌인 올 뉴 콜로라도의
막장 가격(7279만원)보다는
한참 싸기 때문에 납득할 만 하다.
그렇지만 평소에 이 차를 타고다니며
짐 옮기고 낚시 정도만 가는 이들에겐
X-TREK이 딱히 필요한 장비까진 아님.
누가 와서 먹는지 모를
깊은 산 속 깊은 옹달샘 찾아서
험난한 경로를 통과해 낚시를 한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솔직히 누가 그래.
차량 사이즈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런 차량을 타본 적 없으면,
특히나 이전에 타던 차량이
중형차 이하의 사이즈이면 타스만은
초반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경차나 소형차 타다가
타스만으로 한방에 오는 이가
얼마나 되겠냐마는 조심은 해야됨.
신형 팰리세이드도 굉장히 크지만
타스만을 타고 있으니 되게 앙증맞더라고.
신형 팰리세이드나 아이오닉 9도
일반적인 차량 기준에선 대형 차량이고
조막만한 차 타다 왔으면
적응에 시간이 필요할 덩치인데
타스만은 그보다도 더 큰데다
더 큰 문제는 (짐 무게 받치기 위해)긴 스프링이
노면과 살짝 단절된, 좀 떨어져있는 듯한
그런 느낌을 주기에 초반엔 어색할 수도.
무쏘 EV는 뒷 차축만 그런 느낌이었고
그나마도 띠~용 하는 느낌은 교량 내려갈 때
그런 상황 정도밖에 느낄 수 없었는데
타스만은 본격 바디-온-프레임 트럭.
렉스턴(무쏘) 스포츠는 띠용띠용한
물렁거림이 아니고 그저 우당탕 쾅.
또 다시 X-Pro 트림보다는
일반형 깡통 트림이 궁금한데,
X-Pro 트림은 차고가 28mm 더 높다.
타스만 X-Pro의 주행 감각을
현재 지배중인 이런 띠용임이
한결 짧아진 스프링의 기본 트림에선
좀 덜하고 평소에 덜 부각될까 싶어서.
그리고 이 차는 X-Pro 트림이라
하위 트림과 다른 265/70R17의
한국타이어 다이나프로 AT2 익스트림이란
올 터레인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는데,
하위 트림의 17인치보다 타이어가 두꺼움.
다른 말로는 편평비가 높고 높이가 높음.
하위 트림은 265/65R17이거든.
바퀴의 특성상 휠 허브와 바닥까지의 거리가
해당 차량이 타고 넘을 수 있는 장애물의
높이를 결정하기 때문에 휠보다도
바퀴 전체 사이즈가 큰 게 유리함.
X-Pro 트림이 그저 겉보기만 오프로드용으로
꾸민 트림은 아니라는 거, 느껴지지?
그러면서 또 픽업치고 고급감도
생각보다는 꽤나 갖춰져 있음.
하이테크 패키지(95만원)로 X-Pro에서조차
유료 옵션인 디지털 센터 미러는
GM계열 차량들에서 주로 쓰였는데
어느 순간 현대차그룹이 갖다 쓰더니
이제 오만 차종들이 다 돌려 쓰는 중.
요샌 심지어 스포티지에도 있다지.
하지만 이게 진정으로 유용한 차는 타스만.
나머지 기아 차량들에서는
그다지 넣을 필요 없는 장비인데,
얜 픽업이라 있으면 무조건 좋다.
타스만은 X-Pro를 제외하면 중간 트림인
어드벤쳐(4110만원) 트림부터
뒷좌석 열선이 기본 제공되는데,
올 뉴 콜로라도는 7279만원이나 받으면서
뒷좌석 열선도 미국차답게 없다.
타스만의 등장으로 인해 이제
미제에 대한 근거없는 믿음 아니고서야
콜로라도나 원래부터 안 팔리던
레인저를 쳐다 볼 필요가 없어졌다.
일부 인터넷 여론 보면 미국산 차량들이
하체에 투자를 많이 해서 튼튼하고
국산차는 그보다 모자라다는
실체없는 허상을 믿는 머저리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이 보이더라고.
내가 봤을 때 그런 걸 믿고 주장하는
사이비 꼬임에조차 넘어갈 인간들은
정신병 진단부터 당장 받아봐야 함.
쉐보레 차량들이 하체가 튼튼한 느낌을
주는 차량들이 많긴 하나 전차종이 다
일관되게 그걸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트랙스나 이쿼녹스같은 차들은 전혀.
익스플로러가 무슨 하체에 신경을 많이 써서
팰리세이드보다 훨씬 낫느니 하는
헛소리를 남발하는 인간들도 좀 혼나야.
그 익스플로러, 허구헌날 차량 전복돼서
미국에서 크게 얻어맞고 개과천선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 무식하면 용감함.
달리기 관련해서 마지막 파트인
타스만의 주행 성능(?).
내가 제일 신경쓰는 부분이지만
타스만에겐 제일 신경 덜 써도 되는 부분.
일단 ESP를 해제해도 정상 주행시엔
굉장히 강하게 개입하고 출렁이는 스프링 탓에
많이 꺾이는 코너에 과진입 시도하면
네 개의 용수철 위에서 차체가
사방으로 돌아다니는 느낌이 든다.
당연하다. 바디-온-프레임이니까.
페이스를 낮춰서 10분의 10이 아닌
10분의 5 정도로 절반 수준의 과격함엔
생각보다 노면 추종성도 양호하고
265mm짜리 타이어보다 더 두꺼운
신발을 신긴 것 같은 접지력도 좀 있다.
이걸 합쳐보면 타스만은
타스만이 감당 가능한 그리 높지 않은
한계 안에선 적절한 안정감을 주는데
그걸 살짝이라도 벗어나려 시도하면
코너링에서 대참사로 급 노선 변경.
이 차를 탈 대부분은 그런 거 당연히 안 할거고
해봤자 못 배운 중년 노인네들이
고속도로에서 칼치기 정도나 할 것 같은데
그 정도는 타스만이 잘 받아주리라 예상됨.
난 운전하면서 칼치기같은건 안 해서.
재현은 못해봤다만 추측은 그렇다고.
고속에서의 신뢰성은 약간
두 가지 성격이 타스만이란 차 하나에
섞여있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이 기다란 스프링이 노면과 차체가
떨어지게 만들고 있어서 차분함과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다만,
또 세로배치 후륜구동형 차량에다
엔진이 적당한 위치에 놓여있어
직진성은 은근 있는 편.
엔진 출력이 꽤나 되기 때문에
밟으면 시원시원하게 나가서
금방 120km/h에 도달하거든.
그렇게 속도를 금방금방 높여도
타스만의 안정성은 특별히 훼손되지 않음.
내 리뷰라면 어지간해선
빠질 수 없는 오디오 평가.
이 차는 완전 풀 옵션 사양이라
X-Pro 트림에서도 별도 옵션인
하만 카돈 오디오(60만원)가 달렸는데,
그냥 안 넣는게 나을 것 같다.
하만 카돈이라는 딱지 보고
그닥 기대를 안 했던 것도 사실인데
높지 않은 기대치에도 만족 실패.
하만 카돈은 단순무식한 베이스가 포인트.
보통 스피커에서 타격감이라고 하면
드럼스틱으로 시원하게 치거나
권투용 장갑으로 묵직하게 치거나
둘 중 하나에 속해야 하는데
하만 카돈 카오디오는 대개 뭐랄까
납작당면으로 치는 것 같은 느낌?
철퍽철퍽 기분나쁜 저음이 얘네 특징.
타스만의 것은 희한하게 반대로
고음이 굉장히 부풀려진 느낌.
부풀려졌다고 하면 양감이 늘어서
고음이 막 덮치는 그런 인상이겠지만
그게 아니고 굉장히 인위적으로,
AI로 업샘플링 시킨거같은 소리.
모자란 정보 끌어모아 과장한듯한
자연스럽지 못한 고음을 내더라고.
그런 와중에 중고음은 모자라며
중음 저음은 깔끔하지 못하다.
이럴거면 그냥 기본 오디오로 가자.
현대기아차의 기본 오디오들
소리가 힘차거나 훌륭하진 못해도
균형감은 거의 대부분 괜찮거든.
안 그래도 X-Pro 트림까지 올라오면
5천만원이 훌쩍 넘어가는데
쓸데없는 잡 비용 조금이라도 줄여야.
도심에서 타스만을 타고다녀본 결론.
기아차가 이 차를 허투루 만들진 않았다.
오프로드 대응 능력을 갖추려고
고군분투 했으면서도 그걸 지니면
반대급부로 생성되는 거친 느낌이 적다.
난 이 차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단연코 브레이크. 제동감.
트럭 기반의 차량들은 많이들
그 무게와 덩치를 조막만한 브레이크로
감당해야 하기도 하거니와 이 시장의
주력 모델들인 미국산 트럭들이
상당수가 초반 답력이 부족하고 밀린다.
이거 공차 상태로도 이런데
짐 가득 실으면 어떨까 우려스러운
차종도 있을 정도였음.
반면 타스만은 타이어를 키우느라
휠 사이즈는 17인치로 작아서
큰 브레이크 장착이 어려운데도
일반 승용차나 SUV에서 넘어왔을 때
'대단히 밀린다' 혹은 위화감이 생길
그런 불편함이 거의 없더라고.
아, 정말 현대기아차가 이런 부분에선
특출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차량과 다른 특장점의 모델을
개발했을 때도 그대로 똑같이 탈 수 있게
자연스러운 조작감을 추구한다.
약간 다른 이야기인데, 아이오닉 5 N도
600마력이 넘는 출력을 자랑하지만
다른 600마력+짜리 차량보다
훨씬 출력을 다루기 편하고
평소에 타고다니면서도 부담을 느낄
건덕지같은걸 남겨놓지 않았다.
지극히 한국적인 포인트긴 한데
한국인들이 이런 부분을 기가막히게 캐치해서
고객들이 무리해서 적응할 필요 없도록 함.
그래서 타스만은, SUV를 닮은 트럭.
이전에 신형 카니발도 미니밴을 SUV화시켜
미니밴의 단점들을 희석시켰다고 했는데
실용성 부분에서 SUV보다 뛰어나면서도
'도심형 SUV'가 주는 안락함을
어느 정도는 부분적으로 받아들였음.
여기서 시간이 더 흘러 기술이 더욱 발전해
트럭 승차감도 지금보다도 편안해지고
파워트레인도 순수 전기차로 바뀌면서
거침없는 트럭의 장점을 살린다면
이제 온 도로에 트럭이 깔리지 않을까.
그런 세상을 꿈꾼다. 타스만은.
이 차가 북미와 호주에서 성공할 것인가,
그건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거지만
신뢰성이 중요한 이 시장에서
첫 방을 이렇게 세게 치고
큰 문제 없이 계속 버텨낸다면
어느새 시장의 리더를 노려볼
높은 위치에 올라가있을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