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더 이상 쌍용차가 아니지만,
쌍용차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토레스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가격,
의외로 좋은 차량 기본기로
상당한 판매고를 올렸다.
처음 등장하고 한 달에 무려
6천대가 넘게 팔렸으니,
쌍용처럼 판매 볼륨이 작은 회사에겐
잘 없는 일인데 솔직히 대박이었지.
내 블로그에 토레스 시승기가
따로 남아있진 않지만 나도 이미 타봄.
토레스는 출신 브랜드를 생각하면
놀라우리만큼 안정감이 괜찮은 차인데
이제 토레스의 전동화 버전이 나왔다.
토레스가 원체 기본기가 좋았으니
전기차가 되어도 여전히 괜찮을까?
토레스가 거의 다 좋은데
치명적인 약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파워트레인이 빈약하면서
효율성도 엉망인 단일 라인업이란 것.
1.5 가솔린 터보 + 6단 자동의 조합은
솔직하게 말해서 형편없기 그지없다.
전기차로의 변신은 그 유일한
결점마저 떨쳐버릴 절호의 기회.
쌍용에서 이제 KG모빌리티(KGM)로
사명까지 바꾼 마당에, 그 기회 과연
토레스 EVX가 제대로 잡았을까.
한 번 타 보면서 알아보자.


원래 토레스의 주요 무기는
생김새였으니 디자인부터.
토레스 EVX는 이름에 토레스가 있듯이
토레스의 디자인 틀을 그대로 썼다만
앞과 뒤를 살짝씩 손봐
전기차란 점이 부각되게,
또 어울리게 꾸며놓은 것이 특징.
토레스의 헤드램프가 안쪽으로 파여있어
겨울철에 내부 결로가 생기는 문제를
회피하고자 이리 했는지
그냥 디자인 차별화를 위해선지는
KGM만이 알겠지만, 헤드램프가 내려감.
이제 저 안개등같이 생긴 게 메인 헤드램프.
그리고 허리춤에는 DRL과 방향지시등만
이제 남아있는데, 최신 트렌드다운 외모.
심리스 호라이즌이란 일자형 직선 DRL을
통상적인 헤드램프 위치에 달아놓는
현대차의 디자인 테마와 흡사한데
토레스 EVX는 가운데 부분만 점선이라
또 막상 보면 똑같다는 느낌은 안 든다.
전면부는 상당히 잘 된 디자인 같은데
후면은 쌍용과 KGM이 사랑해 마지하던
건곤감리 디테일이 이제 뇌절을 한 느낌.
토레스는 정통 오프로더 룩 디자인에
범퍼에다 살짝 건곤감리 터치가 들어가
굉장히 보기 좋았고 애국심 충만해졌었는데
테일램프에 이걸 집어넣으니 좀 징그럽다.
무엇이든 박수받아도 1절에서 멈출 줄 알아야.
후면 디자인 때면에 토레스가 사랑받았던
오프로더 루킹 카 이미지가 훼손됨.
완전 미래지향적인 전기차 특화 디자인도,
아저씨들 가슴 설렐 찦차스타일도 아닌
이 어중간함 어쩔거야 이거.
실내는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한
토레스와 거의 동일하게 생겼다.
토레스 데뷔 당시엔 괜찮았는데
지금 시점에선 약간 허전함.
특히나 더 낮은 가격의 EV3이
꽤나 짜임새있는 실내 디자인을 갖췄고
더 높은 가격만큼 깔끔한 마무리를 자랑함.
내연기관으로 경쟁 모델 범위를 확장하면
이 차보다 실내 품질과 디자인이 훨씬 낫다.
제아무리 저렴한 토레스를 기반으로
만든 파생형 전기차라지만,
분발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음.
모델 Y RWD하고 비교하면... 비교해도 되나?
걔도 보조금 받으면 앞자리가 4가 되니까.
실내 디자인이나 구성은 토레스 EVX.
하지만 내장재 품질 차이가 너무 나서
아무것도 없어보이는 모델 Y 실내가
예상 밖으로 더 고급스러워 보임.
너무한 비교 같으니 그냥 재미로만 봐주세요.


토레스의 또 다른 강점이었던 승차감은
토레스 EVX에서도 잘 보존되어있다.
다만 토레스가 갖고 있던 차분함은
큰 휠이 살짝 떨어트리고 있는데
이 차를 살 생각하면 18인치를 끼우자.
18인치가 더 좋은 이유는
뒤에 하나가 더 나오니 개봉박두.
20인치 휠은 상위 트림인 E7에서
별도로 돈을 주고(60만원) 넣는 거라
어디 묶여있어서 강제로 선택되고
그런 게 전혀 아니라서 안 고르면 됨.
토레스와의 구조적으로
가장 큰 차이점은 이 차가 전기차라서
배터리가 휠베이스 사이에 무겁게,
차량을 누르면서 위치하고 있고
앞에는 엔진이 없다는 것.
그 덕분에 토레스가 보여주는 약간의 피칭이
토레스 EVX에선 다소 억제돼있어
차체가 착 붙는듯한 차분함이 좋긴 한데,
바퀴가 노면을 약간씩 읽어대서
토레스보다 나아졌다고 하긴 약간 어려움.
액티언은 띠용띠용거림과 억셈이
공존하는 괴랄한 승차감이어서
타는 내내 불편했는데 이쪽은 다행이도 아님.
오히려 토레스 EVX는 전기차라
공차중량이 1940kg나 되어서
무게를 받치기 위해 스프링이 더 단단할 법도 한데
실제론 전혀 아니고 토레스와 대동소이하니
액티언은 얼마나 잘못 만든 차인지
번갈아 타보면 한 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승차감이 엄청나게
폭신하고 매끄러운 EV3에 비하면
토레스 EVX는 맥을 못 추는 수준.
더 뉴 아이오닉 5보단 약간 낫지만
토레스 EVX는 SUV스러움을 강조해서
운전자 및 탑승객이 높게 위치해있단
느낌이 타고있는 내내 팍팍 들기때문에
그게 싫으면 오히려 아이오닉 5가 낫다 할 수도.
더 뉴 EV6는 이보다 더 말랑하고 정교해서
더 비싼만큼의 값어치를 한다.
예전에 토레스를 타보고 이거 완전
아우디인가 싶을 정도였었는데
오히려 아우디스러운 성향은 이제
더 뉴 EV6가 가져가고 토레스 EVX는 음..
승차감이 훨씬 나아서 비슷한 가격으론
더 듬직하고 믿음직스런 기분을 선사하는데
전기차란 장점과 핸디캡을 지녔으니
막상 대놓고 스포티지보다 낫다고
추천하긴 애매한 구석이 있다.



실용성 및 공간감 역시 마찬가지로
이 차가 토레스 기반이라 꽤 준수하다.
EV3이 존재하는 이상 여러모로
EV3을 놔두고 이 차를 살 이유가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한 가지 차이라면
EV3은 대놓고 소형 SUV이기 때문에
난 좀 차량 사이즈가 듬직한 전기차에
'본격 SUV 타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
하면서 가진 돈은 얼마 없으면
사실상 토레스 EVX가 유일한 대안.
뒷좌석 레그룸은 토레스와
동일하게 매우 넓은 수준이라
불만가질 이가 없을 듯 하고
트렁크 사이즈도 큼직함.
전기차가 되면서 배터리 때문에
트렁크 공간을 손해보는 경우가
특히 파생형 전기차들은 많은데
토레스 EVX는 보존을 잘 한 편.
안 그래도 트렁크 좁은 G80 가지고 만든
신형 Electrified G80는 더 좁아졌든데.
이 차에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KGM이 꽤 잘 파악했단 점은 칭찬할 만 하다.
심지어 V2L 기능까지 갖춰서
캠핑족에 맞춰 만든 것도 잘 했음.
다만 현대기아차와 달리 얘는
실외 V2L밖에 없기 때문에
차량 내부에선 전자제품 사용 불가.
난 아무리 생각해도 차량 내부에서
이걸 쓰는게 더 유용할 것 같은데
관련 통계가 있어서 이렇게 만들었겠지?
토레스는 트렁크가 사각형에 가깝고
헤드룸이 널찍하기때문에 차박 수요에도
대응이 가능한데 그럼 실내에도 V2L이 있어야지.
날이 춥거나 비가 오면 외부 V2L은
사용하기엔 애로사항이 따르잖아.
아무튼 V2L이 있는 것은 좋다.
페이스리프트때 실내 V2L 기능도
갖춰줬으면 하는 것이 내 작은 바람.
오디오 품질도 꽤나 괜찮다.
막 '좋다' 이런 생각까진 들지 않아도
각 음별 분리나 표현력은 부족함 없음.
별도의 옵션형 오디오 없이
6-스피커 기본 오디오가 끝인데
이만하면 들을만하다 싶다만
EV3의 하만 카돈이 소리 품질은 훨 좋다.
이보다 뒤떨어지는 오디오는
아이오닉 라인업들의 BOSE 뿐.
아, 더 뉴 EV6의 메리디안도
종전과 다르게 좀 엉망되긴 했다만
그래도 시스템 자체가 들려주는 품질은
토레스 EVX보다 알차기 때문에 낫다.
토레스도 소리는 나쁘지 않았는데
전기차가 되면서 약간 더 선명해짐.


그럼 주행성능은?
많이들 잘 모르는데, 토레스를
산길에 가져가 몰아붙여보면 깜짝 놀람.
정말 끝까지 몰아붙이면 당연히
높은 차고와 긴 스프링 탓에 차가 항복하지만
적어도 유사 가격대 차량 중에선
스포티지 다음으로 가장 좋았다.
흔히들 쉐보레 이쿼녹스와
쌍용 토레스를 산길에서 맞붙이면
이쿼녹스의 압승을 예상하겠지만
결과는 그와 완전히 반대.
이쿼녹스는 쓰레기이고 토레스는
예상을 뛰어넘도록 안정적.
그런 토레스를 밑바탕에 깔고
무거운 LFP 배터리마저 바닥에 깔았으니
토레스 EVX는 이제 동급 최강자가 됐나?
애석하게도 그건 아니다만,
그래도 토레스 기반 차량이라 양호하다.
이만하면 여전히 동급 평균 이상.
토레스 쿠페랍시고 스포티하게 만든다며
이상하게 만든 액티언보다 훨씬 움직임이
깔끔하고 운전자에게 신뢰감을 준다.
액티언은 미운 5살짜리 꼬맹이처럼
지멋대로 사방팔방 뛰어다녔거든.
이 부분에선 EV3보다 훨씬 낫다.
왜냐면 EV3은 작은 차에 큰 배터리를
꾸역꾸역 우겨넣느라 차량 부피 대비
차량 중량이 매우 무거운 편이고,
또 그 뚱땡이가 부드러운 서스펜션과 만나
차체의 움직임 및 반응이 느리게,
그리고 극적으로 일어나거든.
큰 덩치는 통상적으론 운동성에 방해가 되는데
오히려 토레스 EVX는 덩치가 큰 덕에
EV3보다 한결 균형감이 좋다.
하지만 아이오닉 5나 EV6에 비하면
많이 모자란 수준이기 때문에
돈을 덜 지불한 티를 여기서 느끼게 됨.
종합하면 돈 값 만큼의 운동성능.
운전대 조향감도 그저 그런 편.
운전에 막 확신을 주는 수준이 아니다.
이전에 렉스턴은 놀라우리만큼
MDPS 설정을 잘 했었는데
나머지들도 좀 그렇게 신경 써 주면 안 되겠나.


이렇게 들으니 KGM의 첫 본격
대중적인 전기차는 잘 뽑힌 것 같지만
지금부터 문제점 나열할 거다.
1번. 스스로의 출력을
차가 전혀 감당하지 못한다.
특히나 스포츠 모드를 놓고
ESP를 해제했을 때 거의 뭐
Electrified GV70 수준으로 휠스핀이 남.
걘 출력이 이 차의 두 배가 넘는데.
토레스 EVX의 파워트레인은
최고 출력 204마력,
최대 토크 34.6kg·m을 자랑한다.
모델 Y RWD와 동일한 최대 토크 수치.
하지만 최고 출력이 테슬라 대비
현저히 떨어지는걸 보니
토크의 유지력이 후반으로 갈 수록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음.
어쨌든 초기 발진때는 전기차답게
이 토크가 왕창 쏟아져나오는데
스포츠 모드 및 ESP 해제 상태에선
정말 여지껏 본 적 없는 수준의
심한 휠스핀이 난다.
타이어 태워먹는 데에는 일품.
전기차는 워낙 초반 토크가 강해서
ESP가 해제가 가능하더라도
적절하게 개입하도록 만들어놓는데
KGM은 시원하게 놔줘버림.
오프로딩을 생각한 차여서 그런가?
그럼 오프로드 모드에서만
이렇게 저속 및 발진에서도
자세제어장치를 완전히 풀어줘야 하지 않나.
스포츠 모드에서 이렇게 만들어둔 건
막가파식 차만들기로 이해됨.
난 솔직히 웃기고 재밌었지만
좋은 설정값은 분명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뻥뻥 나오는
시원한 토크를 타이어와 차량 섀시가
받아내기 부담스러워한다.
20인치 휠 이야기 재등장.
토레스 EVX의 20인치 휠은
245/40R20으로, 폭이 245mm.
이 폭으로 순간적인 이 토크 받아내기
쉽지 않은데, 오히려 18인치 휠엔
255/60R18 타이어가 신겨진다.
엥? 이게 말이 되나 싶은데 진짜임.
승차감과 주행가능거리 확보 차원 뿐만 아니라
이 파워트레인을 다스리는 데에는
18인치가 20인치보다 적합하다는 것.
위에 얘기한 Electrified GV70은
작은 휠은 235mm, 큰 휠은 265mm라
큰 휠에다 넓은 타이어를 매칭시켜
돈을 더 내고 큰 휠을 고른 보람을
넉넉한 타이어 면적으로 제공하는데
토레스 EVX는 어찌된 일인지 정 반대다.
이 차를 살 생각이면 20인치는
절대 절대 절대 고르지 마세요.
그리고 이 부드러우려 드는 서스펜션이
차체의 휘둘림을 어느정도 허용하는데
때때로 과한 출력의 전개가
차가 통제 밖이란 인상을 준다.
'섀시가 출력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건
출력감이 안정감을 잡아먹을 때
주로 내가 쓰는 표현. 근데 얘는
이야기가 살짝 다른게
출력 자체가 넘치는 게 아니고
출력이 너무 확확 나오는 행태? 행패?가
섀시의 설정값과 완전 따로 놀아서.
내 몸과 뇌가 차체의 기울어짐을
인지하기 이전에 쭉쭉 차가 앞으로
끌려나가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토레스의 제일 큰 약점이
KGM의 사정상 계속 우릴 수 밖에 없는
그 빌어먹을 엔진과 변속기인데 이 때문에
토레스 EVX는 오히려 전기차가 돼서
그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고
너프를 먹은 셈이나 다름없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그냥저냥
무난하게 나간다만, 그렇게 치면
토레스도 슬슬 타고다니면 똑같아.
소음과 진동으로부터의 해방은
큰 플러스이다만, 나머지는
토레스를 운전하는 경험과
대단히 다른지 하나도 모르겠음.
불편한 경우만 더 많고.
캐스퍼 일렉트릭은 캐스퍼의
빈약하고 수준이하의 엔진 및 변속기와
작별을 고하면서 환골탈태했는데,
토레스 EVX는 토레스보다 나아졌나?
보통 파워트레인이 주요 문제인 차를
전기차로 만들면 훨씬 좋아져야 정상인데.
토레스 EVX는 딱히. 오히려 '아니오.'



어쨌든 이 차는 토레스보다 비싸서
토레스하고 대동소이해도 문제인데
토레스를 타는 것 보다도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도록 만드는
심각한 문제들도 새롭게 생겨났다.
토레스 EVX는 전기차이지만
'전기'차로서의 기본기가 정말이지..
황당하리만큼 부족하다.
전기차를 생전 처음 만든 것도 아니고
코란도 e모션을 만든 적도 있으면서.
BYD와 협력해 만든 동력계통이라는데,
2025년에 국내에 진출한다는
BYD 차량의 수준을 짐작케 한다.
2번 문제. 회생 제동.
회생 제동은 에너지를 회수한다 뿐
마찬가지로 '제동'이기 때문에
차량 주행에 관해서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함.
근데 이 회생 제동의 작동이 지멋대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음에 따라
회생 제동이 선형적으로 서서히,
매끄럽게 작동해야 하는데
이 차는 회생 제동이 우선 작동하는
브레이크를 살살 밟는 구간에선
회생 제동 작동 시작에 딜레이가 걸린다.
다시 말해, 브레이크를 밟으면
감속이 거의 안되다가 갑자기 정신차리고
감속이 되기 시작한다는 거.
말이 되나? 이딴게 차인가?
회생 제동량 및 감속량을 보건대
에너지 회수도 별로 하지 않는게
브레이킹에서 불확실성을 만들어냄.
그리고 회생 제동 강도를
패들로 조절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단계별 강도가 그닥 차이나지 않고
회생 제동 딜레이 이슈는 똑같다.
강도를 올릴 수록 딜레이 발생 후
갑자기 확 걸리는 세기가 강해질 뿐.
달릴 줄 알면 설 줄도 알아야지.
서지도 못하는걸 자동차랍시고 팔아먹는
KGM은 정말이지 반성이 시급..
아니 반성보다도 이거 빨리 고쳐.
너희들 이 차 타보지도 않고 출시했니?
차가 아닌 죽음의 덫이라고 느껴지는
또 다른 차는 초기형 티볼리였는데
공교롭게도 쌍용 2관왕.
차가 이 짓거리를 하는 와중에
계기판의 반응이 느려서
계기판을 보고있으면 혼란이 가중된다.
2024년에 신차로 판매중인 차량 중
이렇게 계기판 및 인포테인먼트 반응이
뚝뚝 끊기고 느린 차는 거의 없디시파함.
자랑스럽게 토레스 EVX가 그 중 하나.
인포테인먼트 화면은 때론
터치 반응도 씹을 때가 있음.
지금이 2024년이 아닌,
2014년처럼 느껴지도록 만드는 차.
10년 앞으로 타임머신 탑승.
그리고 처참한 충전속도.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가 구식 및
저가형인걸로도 모자라서
PE 시스템도 구닥다리이다.
KGM의 발표에 의하면 토레스 EVX는
'200kW급 충전기'로 20%에서 80%까지
잔량의 60퍼센트를 채우는 데
무려 37분이나 소요된다고 함.
이 차의 배터리가 73.4kWh인 걸
생각하면 시대에 뒤처진 셈이다.
81.4kWh의 기아 EV3이
10%에서 80%까지, 70퍼센트나 채워도
31분만에 가능하다 발표됨.
이제 단종을 앞둔 니로 EV보다도
느리거나 겨우 비슷한 수준.
그리고 다년간의 내 경험으론
현대기아의 전기차들은
높은 배터리 잔량(80% 이상)에서의
충전 속도 유지력도 남들보다 월등함.
800V 전장시스템을 쓰는
아이오닉 라인업과 EV6하고 비교하면
비참해지기만 하니 이만 줄이겠다.
거기에 더해 충전구의 위치가
정말 신경질나는 곳에 자리했다.
PE 시스템이 앞에 있어서 그렇다면
차라리 전면에다 달아놓지
측면 휀더에다 마련해두는 건
좁은 주차장에서의 충전은
엿 한번 먹어보라는 것.
EV3도 이 점은 정말 극혐인데
토레스 EVX도 똑같다.
왜 이러는 걸까?
전력효율은 나 타고다녀보니
대략 5.3km/kWh 정도가 나와서
전력효율 역시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이 정도 체급과 출력이라면
내 운전 패턴상 6km/kWh 이상 나와야 함.
10월달에 타고다녔으니
그리 추운시즌도 아님.
공교롭게도 탄지 딱 두 달 만에 쓰네.
안전마진 제외하고 정말 크게 잡아
실 가용 용량이 70kWh라 치면
대략 371km을 탈 수 있는건데
(20인치 기준)405km라는
환경부 인증 주행가능거리 대비
생각보다 너무 안 나온 수치이다.
정말 살살 타고다니면
전비가 더 나올 수도 있겠으나
길에 본 대다수의 전기차들은
나보다 더 비효율적인 운전을 하던데.
그간 내가 탔던 전기차들은
전부 인증 주행가능거리에 수렴하거나
더 가는 경우가 절대다수였기에
토레스 EVX... 흐음.

그래서 토레스 EVX는
'파워트레인이 말썽인 차량을
전기차로 만들면 대박'이란
거의 뻔하다시피한 공식을 파괴했다.
토레스 EVX는 전기차여서 오히려 망.
차라리 차값 더욱 저렴하게
기름 먹는 토레스를 사는 게 낫지
이건 원 이래서 타겠나 싶다.
특히나 회생 제동 이슈는 크리티컬.
KGM(구 쌍용)의 주 고객층은
여전히 나이든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나이든 사람들은 전기차 충전을
더욱 성가시게 여길 뿐만 아니라
주행가능거리를 따져가며
주행 동선을 신경 쓰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가 될 것이기 때문에
굳이 살 이유가 하나도 없지.
생각해보니 그렇다.
토레스 EVX는 겉으로 봐서는
덩치도 큼직하고 차값도 저렴한,
경제적인 유지비의 전기차인데
길에 왜 그닥 보이지 않을까?
답은 바로... 사면 안 되는 차이기 때문.
토레스 EVX 사지 마세요.
굳이 전기차 내에서 고르자면
EV3 혹은 더 뉴 EV6.
이 정도 차값으로 살 생각이라면
더 뉴 쏘렌토(하이브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