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는 링컨 노틸러스다.
트림은 딱 한 개인데, 이름이 리저브.
이런 차가 존재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
많을까? 아니, 몇 명 되기는 할까?
재작년 11월에 국내에 출시된 차량인데
지금까지 나 길에서 딱 두 번 봄.
피아트 500C 아바스 리뷰때처럼
비주류 차량 전문가인 나로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차량이라 좀 궁금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차가 뭔지도 모를 거.
노틸러스가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어도
링컨이란 회사에는 거의 뭐 관심 없지.
노틸러스는 롤에서나 들어봤을거고
링컨은 위인전에서나 스쳐지나갔을테니.
링컨이랑 노틸러스가 뭔지 대략적으로
알긴 아는 내 입장에서 이제 말하자면,
링컨은 하나의 종교단체를 꾸린
어마무시한 고객 충성도를 지닌 프리미엄 브랜드.
링사모라 익히 알려진 '링하사'라는
사이비나 다름없는 네이버 카페에서
독일차를 압살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그리고 노틸러스는 구형의 경우
2.7T V6 모델이어서 출력이 좋아선지
하나같이 길에서 엄청나게들 밟더라고.
내가 아는 '링컨 노틸러스'는 이거.
긍정적인 이미지라곤 하나도 없네...?
그런 링컨에서 신형 노틸러스가 나왔다.
기존과 완전히 달라진 얼굴.
기존 대비 한결 작아진 심장.
1세대였던 구형과 이름만 공유할 뿐,
완전히 달라진 채로 출시된 2세대.
그런 신형 노틸러스가 과연
치열한 이 가격대와 차급에서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또 예전처럼
존재하지조차 않았던 것 처럼 묻힐까?
한 번 타 보면서 알아봐야지.
늘 하듯이 첫 순서는 디자인.
외관부터 평을 하자면, 난 만족.
근데 앞과 뒤가 좀 뭐라고 해야되지
디자이너의 국적이 다른 느낌?
'아메리칸 럭셔리'를 표방하는
전형적인 링컨 스타일의 앞과
어떤 중국 브랜드 뱃지를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뒤가
한 차량 안에 옹기종기 붙어있다.
햄버거와 짜장면을 섞은 느낌.
짜장버거? 짜장버거도 있나?
웬지 롯데리아에서 만들 것 같은 느낌...
인데 찾아보니까 노브랜드버거에서
진짜로 짜장버거라는걸 팔고 있네?
노브랜드버거 한 번 먹고 치워서
가질 않아서 있는 줄도 몰랐음.
차량 디자인이 되게 묘한 게
이 차, 제원표상 수치를 보면
분명 E-SUV거든?
GLE나 X5 등과 동급.
걔네들보다 차량 사이즈가
아주 살짝 좀 작긴 한데,
같은 급으로 묶어도 충분할 정돈 돼.
근데 차를 앞이나 뒤에서 보면
실 사이즈보다 상당히 작아보인다.
난 얘를 처음에 딱 보고 이 차가
한 체급 낮은 D-SUV인줄 알았음.
같은 E-SUV인 르반떼 역시도
실 부피보다 작아보인다 그랬는데,
걔는 유려한 선들이 굴곡들을 만드는데다
원래 차량의 부피가 굉장히 커서
존재감 하나만큼은 확실함.
근데 노틸러스는 차량 사이즈가
동급 차량들 대비 작기 때문에
여기서 심지어 더 작게 느껴지면
급이 낮아 보이는 결과가.
르반떼는 D-SUV같단 말이 칭찬인데,
여기선 D-SUV같다는 이야기가
싸보인다는 뜻이어서 긍정적인 얘긴 아님.
웅장함 과시 전문 브랜드인 링컨답게
좀 더 널찍하고 중후한 디자인이 되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만족 못할 외모 수준은 아니지만,
좀 더 잘할 여지는 분명히 존재함.
도어 손잡이를 독특한 형태로
숨겨(?)놓는 등의 차별화 시도는
나는 긍정적으로 보는 편.
링컨 자체가 예외적인 선택이니
아예 그런 특별함을 적당히 주는 게
선택에 대한 만족도도 높이고
선택할 당위성도 주는 셈이라서.
외장 색상은 선택권이 무려 7가지인데,
흰색과 은색, 회색, 까만색, 빨간색, 파란색
그리고 와인색같은 다이아몬드 레드까지.
난 레드 카펫이란 이름의 빨간색이 최애.
길에서 실물로 봤을 때 까만색도 이쁘던데
사진 속 차량인 흰색은 영 별로.
그동안 내가 블랙 하이그로시 외부 장식이
많은 차량은 흰색이 최고라고 늘 그래왔는데
이 차는 흰색 칠하면 갑자기 차값이
천만원 정도 떨어진 것 처럼 보임.
내가 이 차를 산다면 빨간색 고르겠지만
비주류 링컨에... 외장색 빨간색?
안고 죽을 각오는 하고 구입해야.
실내 디자인은 48인치 디스플레이가
대시보드 전체를 두르고 지배하는
파격적인 구성인데, 그걸로 모자라서
11.1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하나 더 추가로 달았다.
48인치 가로형 디스플레이는
계기판 역할을 대신하며 차량 속도와
차량 관련 각종 정보, 날씨 등
여러가지 정보를 띄우는 형태이며
11.1인치 디스플레이는 평소에 알던
그런 레이아웃 그대로라서
딱히 낯설만한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인포테인먼트 화면 아래에
버튼들을 건반 타입으로 달아놔서
주행 중에도 쓰기 편하다.
실내 디자인은 은근 단순한데,
여러가지 색 배합과 좋은 내장재로
단순하단 느낌을 지워버리고
신경써서 만든 인테리어같은 느낌을 줌.
실내 색상은 두 가지인데,
사진 속의 차량은 라이트 스모크드 트러플.
그냥 베이지 투 톤 인테리어라 봐도 무방.
다른 선택지인 블랙 오닉스 실내도
도어트림에 크림색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두 가지 인테리어 색상이
전부 투 톤이고 상당히 비슷함.
그래도 난 운전대가 이렇게 투 톤인
라이트 스모크드 트러플 할래.
블랙 오닉스 실내는 운전대가 원 톤.
차량 가격이 2024년식 7740만원,
2025년식 7620만원으로
요즘 추세와 다르게 가격을 인하했는데
7천만원대의 차량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내장재가 일품.
실내에 딱 탔을 때 정말이지
호사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옴.
제네시스가 주는 고급스러움과는
결이 다른데, 제네시스는 뭐랄까
최신 트렌드에 맞는, 모던한 실내를
고급스럽게 꼼꼼히 꾸민 느낌이라면
노틸러스는 좀 전통적인
영국풍의 호사스러움과 크리미함이
실내 분위기 전반을 관통한다.
제목에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등장한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이거.
다음 순서는 파워트레인.
국내 출시된 노틸러스는
구비된 파워트레인 옵션이 하나.
1995cc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륜구동용 포드 8단 자동변속기.
북미에는 하이브리드 모델도 있는데,
하이브리드 모델도 엔진은 동일하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 차량들은
즉각적인 토크 발산의 전기 모터가
엔진을 보조해주기 때문에
연비 향상을 위해 엔진 출력을 낮추는데
노틸러스 하이브리드는 희한하게
엔진 출력도 25마력 더 세고
전기모터까지 합세하는지라
합산 출력이 310마력이나 된다.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설정값.
아무튼 노틸러스의 파워트레인은
최고 출력 252마력 @ 5500rpm,
최대 토크 38kg·m @ 3000rpm을 낸다.
이상한 점을 캐치했는지 모르겠는데,
터보 엔진인데 왜 최대 토크가
단일 시점에 나오고 마는거지?
일반적인 터보 엔진들은 대개
최대 토크가 넓은 범위에서 나오는데
얘는 자연흡기도 아니면서
최대 토크가 그것도 3000rpm?
저회전에서 든든한 토크빨도 아니고
고회전으로 올라가서 내는것도 아님.
이게 이 빌어먹을 포드 에코부스트 엔진들의
신경질나는 특징인데, 역시 예외가 아니다.
CLA 45 S같은 예외적인 차량이나
고회전에서 최대 토크 잠깐 나오고 말아도
이해하고 넘어가지 이건 패밀리 SUV.
예전에 머스탱 에코부스트 시승기에도
포드의 에코부스트 엔진들
송곳처럼 최대 토크가 치고 빠지는
이 느낌 불쾌하고 성가시다고
볼멘소리를 늘어놓았었다.
신기한게 에코부스트 엔진 전 라인업이
하나도 빠짐없이 죄다 이래.
4기통이건 6기통이건
2.0이건 2.3이건 2.7이건 3.0이건
한결같이 이따위의 토크 그래프.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3기통 에코부스트만 해당 없는데
대한민국에 수입 안 되잖아.
아, 그리고 3기통 올라간 차들은
전부 유럽 포드 주도 개발 차량이지.
4기통과 6기통이 올라가는 차량들은
미국 포드 주도 개발 차량. 어휴.
근데 왜 노틸러스 엔진의 이름은 GTDi일까?
유럽의 어느 회사가 굉장히 생각나게.
엔진 자체의 힘은 그냥 그럭저럭.
이 덩치 그저 평범하게 끌고다닐만한,
여유같은 건 없는 타이트한 마진.
모자라진 않는데, 여기서 약간만 헛발 디디면
바로 도랑에 빠질 것 같은 그런 느낌.
이 차 E-SUV라고 그랬는데
내가 알기로 E-SUV 중에
2000cc 가솔린 터보 단독인 차는
지금 시점에선 단 하나도 없거든?
4기통을 얹은 차량은 많아도
걔들은 전부 최소 하이브리드.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보조를 받음.
D-SUV조차 요즘 세상이 발전해서
2000cc급은 전부 마일드 하이브리드.
혹은 GV70 2.5T처럼 정공법으로
아예 배기량을 2.5리터급으로 키우던가.
아니면 초반 토크가 강한 디젤이던지.
GLC220d 4Matic도 그렇고
디펜더 D240도 그랬지.
아, X3 20 xDrive가 유일하게 출력이
바닥을 기고 있구나. 걘 진짜 심장병.
어쩌다가 BMW 뱃지 단 차가.. 쯧. 쯧. 쯧.
30i 차량들 수입 안하는 속내 뻔히 보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딴 토크 그래프의 에코부스트 엔진 중
2리터급짜리가 그 불쾌한
토크 순간 치고 빠지는 느낌이
가장 덜해서 덜 기분나쁘다는 거.
마치 식당 잘못 골라 들어갔는데
먹기 싫은 메뉴의 향연 중
간신히 덜 싫은 음식 고른 기분.
미국 음식 맛없기 쉽지않은데.
변속기는 외부 납품이 아닌
포드가 개발한 8F35란 자동 8단.
이것도 참 에피소드가 길다만
간단하게 얘기하면 포드와 GM의 합작품.
포드와 GM이 손을 잡고
포드는 후륜 구동형 10단 자동을,
GM은 전륜 구동형 9단 자동을
각각 개발해서 공유하기로 했었다만
GM 변속기 품질 보면 바로 알 수 있지.
만듦새나 프로그래밍이나 아주 가관.
그 옛날부터 유명하던 보령 미션
그거 누구껍니까? 쉐보레(GM)거지.
GM의 9Txx 시리즈들 나 트래버스에서
이미 경험해보았지만 엉망진창임.
미션 슬립 나고 그때 아주 난리였음.
GM발 미션 갖다버린 건 잘한 일.
아무튼 그래서 포드가 전륜 구동 차량용
변속기는 8단으로 따로 만들었는데,
미국 포드 수준이 그렇듯이
이것도 뭐 그닥 썩 좋은 물건은 아니다.
변속 충격이 간헐적으로 있고
변속도 느리고, 힘도 좀 샌다.
미국산 변속기가 원래 그렇지 뭐.
GM 개발 변속기 쓰지 않은 거 갖고
하늘에 감사해야 하려나? 링-멘.
변속기 품질로는 독일차는 고사하고
현대기아제네시스도 못 따라감.
유사 가격대에서 변속기 최강은
7단 S-트로닉 정말 좋음.
생각해보니까 노틸러스의 가격이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거의 동일하네.
같은 값인데 노틸러스는 E-SUV
이보크는 D-SUV도 아닌 C-SUV.
무려 두 체급이나 차이가 난다.
여러분 보셨죠? 이게 뱃지값의 힘입니다.
이보크도 생각해보니 2000cc 가솔린이네.
이보크가 여러모로 낫긴 낫다.
이보크의 인제니움 4기통 가솔린 터보는
특출난 점은 하나도 없지만
(내구성 제외)모난 점도 없어서.
변속기 또한 마찬가지.
노틸러스는 실내 품질을 따질 땐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연상케 했었는데
파워트레인으로 오니 갑자기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경쟁하네.
그럼에도 이기지 못하고 패배.
아무래도 이게 노틸러스의 최고 약점이고,
노틸러스가 E-SUV임에도
차값이 무려 7천만원대인 이유가 아닐까.
E-SUV가 7천만원대인 셈이면
(심지어 프로모션도 있으니 실구매가는 더 내려감)
국산차인 GV80보다도 더 싼 거다.
미국에서 물 건너온 차량인데.
나 이 글 짧고 간단하게 써서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데
내 바람과 달리 어림도 없네.
이 차에서 제일 중요한 승차감은?
일단 이 차량에는 CCD라고
Continuous Control Damping
이라는 서스펜션이 탑재가 되는데,
말 그대로 댐핑을 연속적으로 제어하는 것.
링컨 측에서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각 바퀴별 장착된 3개의 센서가(총 12개)
500분의 1초마다 노면을 감지하고
댐퍼는 50분의 1초마다 대응한다는데
이게 정확히 어떤 방식인지는
밝힌 자료가 하나도 없다.
반응 속도를 봐선 쉐보레나 캐딜락이 쓰는
MRC와 동일한 자기유체방식인 듯 함.
그리고 머스탱의 제원 자료를 보면
MagneRide라고 이미 나와있기 때문에
동일한 시스템이라고 대략 추정 중.
아마 맞을거야.
머스탱의 것이 반응 속도가 좀 더 빠른
상위 사양이긴 하지만, 노틸러스의 이것도
굉장한 장점을 지닌 첨단 시스템.
특히 라이벌 관계에 있는 독일 브랜드들은
2억에 근접해야 겨우 누릴 수 있는
액티브 서스펜션 구성을 이 가격에 누리다니.
물론, 메르세데스-벤츠의 ABC/MBC나
포르쉐의 PAR는 더욱 진보한 최첨단 사양이지만
50분의 1초마다 댐퍼를 바꾸는 시스템도
인간이 체감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채로
계속 차량의 운동성을 가변 제어하는
상당히 뛰어난 물건임은 틀림없음.
그래서 노틸러스의 승차감은
종합해선 '거의' 레인지로버 스포츠.
똑같진 않고, 거의 비슷하다.
비슷한 이유부터 설명하자면
레인지로버 스포츠 혹은 레인지로버가
주로 보여주는 물렁함과 출렁임이
여기서도 동일하게 발견됨.
바퀴가 피구할때 쓰는 공처럼
무르되 약간의 작은 탱탱함이 있고
전반적으로 차체가 착 가라앉기보단
그런 공들을 타고 쫙 나아가는
부드러움과 나긋함이 내 기분을 지배함.
교량 같은걸 넘어갈 때, 뒷 바퀴가
마지막에 껑충 하고 넘어가는
긴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보여주는
출렁거림과 여운도 동일하게 느껴짐.
다만 레인지로버는 정말 끝없이
부드러워서 그런 여운이 너무 적나라하다만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일렁이기 직전에
좀 정갈하게 차단하는 경향이 있는데
노틸러스는 그런 측면에선
레인지로버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사이의
딱 중간이라고 할 수 있겠네.
탱글탱글 부드러움이 깔끔하게
끝나진 않는데, 또 너무 길게 막 지속되거나
승차감을 저해할만큼 울렁이진 않음.
내 입맛보단 좀 많이 부드럽다만
럭셔리함과 편안함을 누리기엔
적절한 수준에 딱 맞춰져있다.
그럼 이제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은 이유는?
다른 차량이라서. 라기보다는
레인지로버 시리즈는 이보크를 제외하고
전부 후륜 구동 기반 사륜 구동인데,
노틸러스는 전륜 구동 기반 차량이다.
그리고 그게 운전하면서 어느 정돈 티가 남.
전륜 구동 혹은 전륜 구동 기반의 차량들은
구조상 엔진이 가로로 얹혀야 하는데,
가로 배치 엔진이라고 해서 그게
꼭히 적나라하게 티가 나야 할 필욘 없다.
그리고 그게 안 느껴지는 차량들이
시중에 꽤나 많기 때문에, 그런 점이 주행 중
체감이 된다면 꽤나 마이너스.
노틸러스는 오히려 전륜 구동 기반 차량이라
동력이 앞에 집중돼서 그게 느껴진다기보단
앞에 엔진이 가로로 얹혀있다는 게
운전석에 앉아서 운전을 하면 약간 느껴짐.
이런 스타일의 차량은 다소 의외지만
제원을 모르고 탔는데도 내가 알 정도였으니.
그래서 진짜 레인지로버 차량들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뭐, 가격 차이가 두 배니까.
쉐보레와 캐딜락의 경우
같은 구조의 MRC가 탑재된 차량들은
주로 '승차감을 약간 보존하면서도
크고 무거운 차체를 역동적으로 다루자'는게
개발 테마인지 타호 등의 차량들은
생각보다 노면을 다소 읽어들이는 편이고
그런 걸 묻어버리려고 시도한 에스컬레이드를
부작용으로 탑승객의 멀미를 좀 유발했는데
노틸러스는 비슷한 시스템을 채택했고
물렁물렁 부드럽게 풀어놨음에도
멀미가 날 정도의 차량이 아니란 게 좋다.
머스탱도 (스포츠카?치고)큰 덩치를
적절히 휘두르고 제어하기 위해
매그너라이드를 채택했단 느낌이었는데
생각보다 포드 - 링컨이 이
자기유체방식 서스펜션을 잘 다룸.
스포티함을 좇는 부분에서는
쉐보레 - 캐딜락 차량들보다 좀 못한데
일반적인 주행 상태에서의 편안함은
오히려 더 잘 하지 않나 싶다.
또 포드와 링컨의 자료들을 읽어보면
매그너라이드 시스템의 장점으로
포트홀 등을 밟았을 때 타이어 및 휠의
파손을 막아준다고 적어놨기 때문에
이 시스템을 채택한 이유를 간접적으로 보여줌.
똑같은 자기유체방식 서스펜션으로
GM(쉐보레/캐딜락)은 스포츠성,
포드(포드/링컨)는 편안함
이렇게 상반된 방향으로 장기를 자랑함.
피할 수 없는, 동급 차량들과의
승차감 비교를 좀 해봐야겠지?
노틸러스의 가격을 기준으로 놓으면
GLC, X3, Q5, NX, GV70 등이 보이고
차급으로 기준을 잡으면 GLE, X5,
Q7, RX, GV80 정도가 라이벌.
GLC와 비교하면 좀 더 푹신하고 편안한데
그 이유는 노틸러스의 24way 시트와
좀 더 말랑하게 설정된 스프링 때문.
노틸러스의 24way나 되는 시트는
헤드레스트가 4way이기 때문에
시트의 조절은 20way인데, 그마저도 많다.
시트의 착좌감은 처음엔 막 대단하다
그런 느낌이 들지 않지만, 운전을 하면서
점차 편안함을 느끼게되는 물건.
푸근한 게 이 역시도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닮음.
다소 높은 최저 시트포지션 역시 마찬가지.
'SUV'를 타는 기분은 제대로 난다.
GLC는 탱탱볼같은 탄력있는 바퀴 느낌을 주지만
시트나 전반적인 느낌이 좀 더 도심형에 가까운
D-SUV 정도에 머무르기 때문에,
차급에 맞는 설정을 했다고 보면 되겠다.
노틸러스는 차값이 아무리 싸도 E-SUV.
Q5도 적절히 편안한 편이지만,
노틸러스가 주행 전반에 고급차의 느낌이 더 강함.
아랫급 차가 윗급 차를 이기기는
아무래도 어렵지. 사실 불가능에 가깝지.
X3은 솔직히 승차감으로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모자람.
특히 뒷 댐퍼가 좀 무식하게 퍽퍽 탄탄해서.
3시리즈와 흡사하게 때론 정곡을 찌르는
둥글려졌지만 짧고 강한 충격도 있고.
NX는 타이어가 마시멜로인 것 처럼
일반 모델은 무르게 느껴진다만,
렉서스답게 막 '호사스러운 고급감'은 없는데
노틸러스는 좀 더 구름을 탄 듯한 느낌.
페이스리프트된 GV70과는?
GV70 2.5T 일반형은 나 아직 안 타봐서.
2.5T 스포츠와 비교하면 장르 자체가
완전히 다른 두 차량이라고 봐야 할 듯 함.
GV70은 댐퍼가 굉장히 정교하게
짜여진 듯 깔끔하면서 사뿐한 거동과 승차감.
독일차를 본따서 만든 차량다운 만듦새.
노틸러스는 보다 넉넉하고
출신지가 미국차지만 고급스러움은
영국 출신이 아닌가 싶을 정도.
미국이 태초에 영국으로부터 생겨났으니
그 근원에 한 발자국 다가갔나 싶기도 하네.
이제 차급을 맞추게 되면
동급 차종들 상당수가 에어 스프링을 갖추는데
생각해보니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나머지를
비교하는 셈과 거의 다르지 않다.
차체의 흔들림과 선회 시 기울기를
어느 정도 허용하는 나 같은 사람이면
이 차의 안락함이 GLE, X5, Q7보다
코일 스프링임에도 오히려 한 수 위.
맨날 이야기하지만 S-클래스가 아닌 이상
독일차에 에어 스프링이 들어갔다 해서
승차감이 막 끝장나게 엄청 부드럽고
그런 것 전혀 아닙니다. 정말 이건 오해.
뒷좌석까지 생각하면 GLE가
나머지 독일차들보단 훨씬 낫지만,
차멀미를 쉽게 하는 탑승객이 아니라면
노틸러스가 보다 부드럽고 매끈하다 느낄 것.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딱 그러하니까.
GV80과 비교하면 노틸러스의 압살.
도무지 알 수 없게 어중간하게 출렁거리면서
또 차체의 지나친 기울어짐을 어설프게
다루려고 들어서 불편함만 가득이었는데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은 뭐
노틸러스에게 게임이 안 될 정도로
맞붙이면 처참한 패배를 맛보게 되겠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RX.
수입, 4기통, E-SUV란 점을 꼽아
RX 350h와의 비교가 제일 그나마
해봄직하지만, 가격 차이가 상당함.
렉서스는 원래 프로모션도 잘 없거니와
RX 350h는 정가가 무려 9870만원.
정가가 7620만원인 노틸러스와
2250만원이나 나는데, 솔직하게 말해서
같은 가격이어도 난 노틸러스 편.
근데 2천만원 넘게 차이난다?
RX 350h는 쳐다볼 필요도 없지.
정작 링컨의 본진인 미국에서도
RX가 노틸러스보다 3배 이상 많이 팔리며
노틸러스를 압살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RX 500h는 정말 좋긴 한데...
파워트레인도 가격대도 너무 다르니깐.
먼 길 왔는데, 그럼 주행 성능은?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흡사하다 밝힌 만큼
그닥 기대되지 않는 부분이고,
실제로도 딱히 좋단 생각 안 들더라.
D-SUV들보다 일단 차가 커서
그들과 경쟁시키면 물리적으로 불리하고,
동급 E-SUV들과 나란히 놓으면
부드러움과 출렁임에 초점이 맞춰져있어서
살짝 작은 사이즈에도 역동성과는
진작에 작별을 해버린 느낌.
그리고 타이어는 내가 싫어하는,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A/S.
타이어 종류 자체도 심기가 불편한데
사이즈도 흔치 않은 255/50R21.
예전 푸조 408때도 내가 지적했지만
이런 차 사면 타이어 교환할때마다
막대한 지출을 해야하거나 고생함.
안 그래도 포드와 링컨 수리비 비싼데
소모품까지 비싸서야 쓰겠나.
프라이머시 올시즌은 접지력이 형편없고
교환 비용은 미쉐린이라고 비싸기에
차량의 운동 성능 추구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됨.
이 타이어 현대차도 그렇고 도대체
왜 쓰는지 나만 이해가 안 되나?
아까 설명한 CCD가 포트홀 등을 밟아도
타이어 및 휠의 파손을 줄여준다 말했는데
그래서 자신있게 21인치를 장착한건지.
이 차량의 배기량과 출력을 생각하면
21인치는 정말 상당히 과하거든?
252마력으로 E-SUV를 굴리면서
신발까지 큼직한 21인치를 달면,
엔진을 고문시키겠다는 뜻.
북미에서도 노틸러스의 리저브 트림엔
21인치가 무조건 기본으로 신겨지고,
하위 트림인 프리미에르에만
19인치가 기본 + 20인치는 옵션이다.
프리미에르라니.. 어떤 회사가 연상됨.
종합해서, 이 차는 스포츠성이나
다이나믹한 운전 감각 및 경험에는
전혀 관심 없는 안락한 크로스오버.
레인지로버 스포츠도 SV라는
괴물같은 모델을 제외하곤
럭셔리함의 웅덩이에 풍덩 잠긴,
편안하고 안락하게 타는 차량인데
노틸러스 역시 그와 다르지 않다.
모든 차가 스포티할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이렇게 성격을 맞춘 차에
'역동적이지 못하다'라며 까는 이는
정말 멍청하기 그지없는 사람들.
디 올 뉴 팰리세이드 갖고 그런 논란 만들어
조회수나 뽑아먹은 오토뷰 얘긴 절대 아님.
링컨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오디오.
레벨 오디오는 한글로는 레벨인데
영문으론 Level이 아니고 Revel이다.
Rebel이었으면 아이브 신곡인데 아깝게시리
이 오디오의 특징은 웅장함.
영화관 가서 처음 시작할때 덮치는
그 몰입감과 장대한 사운드 있잖아.
어떤 음원을 틀건 그런 느낌이다.
오케스트라를 자동차 안에 옮겨놓은 느낌?
최신 걸그룹 곡을 틀더라도 그걸
관현악단에서 연주해주는 것 같은
타 차량에서 경험해보기 힘든 소리를
운전하는 내내 즐길 수 있다.
오디오로 유명한 회사답다.
다만 완전 내 입맛에 맞는 소리인가
그거는 약간 의문이 들고 갸우뚱.
난 해상력과 음간의 깔끔한 분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게 소리의 부피감이 압도적이어서 그렇지
정말 선명하고 해상도 높은 소리인가
그런 생각은 딱히 들지 않더라고.
이 레벨 오디오가 너무 장대한 느낌이어서
음질에 기대하는 선명도가 너무 높아
내가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일수도 있다.
오디오의 품질은 의심의 여지 없는 극상.
이 정도의 오디오는 거의
어떤 차를 갖다놓든 노틸러스의 필승.
오디오로 유명한 비슷한 브랜드,
아 나 잊고 있었는데 볼보도 있지.
XC60도 있는데, 난 노틸러스가 좋아.
그렇게 온 인터넷에서 극찬을 받는
볼보의 시트와 오디오, 난 별로거든.
그리고 XC60은 새롭게 떠오르는 과학차로,
정신에 문제있는 이들이 많이 운전함.
BMW 오너들과 성향이 상극일텐데
어찌 그리 조급하게 운전들을 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음.
위에서 비교한 차량들
전부를 갖다대도 오디오로는
노틸러스를 이길 수 없다.
애초에 저 라인업과 가격대로는
오디오가 특출나기 어렵기도 하고.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메리디안은
연약하고 작은 소리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는
부드러운 고급감이 특징인 오디오라
악단 안에서 바이올린같은 느낌이라면
노틸러스의 레벨 오디오는 북 혹은 트럼본.
어쨌든 오디오가 뛰어나단 점 역시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판박이.
그래서 노틸러스를 타는 내내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탈 때의 기분과
좋았던 요소들, 그리고 감정이
다시 생각나며 나를 감쌌다.
이건 뱃지와 스타일, 구동 방식만 다른
반 값에 판매중인 레인지로버 스포츠.
브랜드와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이 다르면
완전 다른 차가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노틸러스와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번갈아 타보면 내 말에 정말 공감할 거다.
두 차종을 관통하는 DNA는
거의 똑같은 극강의 럭셔리함이라는 것.
물론 노틸러스는 7천만원대 차량이니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자랑하는
페레로 로쉐와 고디바 초콜릿을
한 입에 털어넣는 수준의 고급감엔
범접하지 못하지만, 이 정도도 넘친다.
나 길리안 초콜릿 좋아하는데
길리안 와구와구 먹는 느낌.
개인적으론 레인지로버 스포츠보다
또 어떤 면에서 좀 낫기도 하다.
난 더블위시본 특유의 그 봉긋함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노틸러스는 맥퍼슨 스트럿이라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함께 공유하는
그 물렁거림을 티끌만큼 절제시켜
교량에 진입할 때와 같은 주행 환경에선
난 노틸러스가 더 마음에 들더라고.
꼭 고급, 상위 방식이라고 해서
그게 결과물을 개선시키는 건 아님.
난 이 차가 중국산이어서
그다지 좋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편견을 깰만큼 마음에 들었다.
결론은 링컨 노틸러스,
레인지로버 스포츠 반 값 세일 중.
50% 가격에 만날 수 있는
현실적인 레인지로버 스포츠.
링컨과 랜드로버,
유지보수 난이도가 있다는 점도 동일.
나쁜점까지 닮으면 어떡하니.